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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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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43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3:36
조회
20
추천
0
글자
10쪽

18. 일상

DUMMY

* * * * *


강현수는 명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안방 리모델링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마침 주문 들어온 가구도 없고, 날씨도 너무 덥거나 춥지도 않으니 작업하기 딱 좋다.

집을 보수 한다는 게, 본의 아니게 아버지의 흔적을 지우는 것처럼 된 거 같아 한동안 멈췄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은 마음의 문제였다.

아버지의 컬렉션이 함께 있는데 흔적이 지워질 리가 없다.

겨울이 되면 결로로 인한 곰팡이니 난방비니 문제가 많으니 그전에 마무리 짓는 게 좋다.


아버지의 술 컬렉션을 거실 한쪽에 깨지지 않게 조심히 옮겨둔다.

빈 장식장을 주방으로 옮기고 거실에 가져다 놓은 술로 다시 채워 넣는다.

안방에 있던 아버지의 옷장과 침대는 이만 폐기 처분할 생각이었다.

분해해서 1층으로 옮긴다.

아버지가 보시던 안방 TV도 차에 실었다.

어차피 결혼하면 새로 장만할 거, 미련 없이 정리할 생각이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어느덧 점심때다.

오늘은 동네에 있는 김씨 아저씨 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외진 곳에 있는 식당이 의례 그렇듯 오리, 토종닭 등의 보양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데, 동네 사람들이 가서 백반 달라고 하면, 메뉴에 없는 백반을 파는 곳이었다.

혼자 살면 차려 먹기 번거로워서 자주 갈 만한데, 왜 오랜만에 가느냐 하면...


“오! 현수 왔나! 오랜만에 본다! 차례는?”


“아이고 우리 현수. 불쌍해서 어쩌나...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어서 와 앉아. 어이구 얼굴이 반쪽이 됐네”


김씨 아저씨 내외가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이렇게 호들갑을 떨기 때문이었다.

대답하기도 전에 말을 끊고 아주머니가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는다.

아주머니는 현수를 보자마자 등짝을 때리면서 반갑게 현수를 자리로 안내한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밥 먹으러 왔어요.”


“어휴. 현수야. 어쩜. 수척해진 거 봐.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야? 내가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네가 어찌나 걱정되던지, 우리 바깥양반 한테 너한테도 자주 가보라고 했는데...”


말이 급격히 많아진 아주머니의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웃사촌이라고 챙겨주는 건 좋지만, 과도한 관심이다. 부담된다.

부인의 방언이 터졌다는 것을 직감한 듯, 김씨 아저씨는 스리슬쩍 주방으로 사라졌다.

아주머니의 수다는 멈추지 않는다.

현수보다 10살은 많은 철수형은 서울에서 얘들을 잘 키우고 있고, 큰 애는 내년이면 중학생이고 이번 명절에 왔었는데, 며느리가 어찌나 요리를 잘하던지 어쩌구 저쩌구...

현수는 밥 한술 뜨기도 전에 과도한 정보를 억지로 머릿속에 넣고 있었다.


“아주머니. 저 배고파요... 백반 주세요”


“아휴! 내 정신 좀 봐! 그래야지. 잠시만 기다려라. 에구 불쌍한 우리 현수...”


현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런다.

부담돼서 자주 오기가 영 껄끄럽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한 상 가득 음식을 내주시는데 백반 반찬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을 갈비찜과 각종 전과 계란후라이, 온갖 나물 반찬이 가득 담겨있다.


“잘 먹겠습니다.”


현수가 한술 뜨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턱 하니 앞에 앉아서 많이 먹으라며 지켜본다.

아까 이야기하다 말았던 손주 자식의 근황도 함께 이야기하며.

적당히 흘려들으면서, 추임새도 넣으면서 밥을 먹으려니 바쁘다.

현수가 적당한 틈에 대화를 끊는다.


“아! 아주머니, 혹시 TV 필요 없으세요?”


“응? 갑자기 웬 테레비?”


“아버지가 안방에서 보시던 걸 정리하려고요. 필요하시면 드릴까 해서요. 산지는 이제 한 3년 됐고요. 저기 있는 거보다 꽤 커요. 55인치요.”


현수가 식당 구석에 있는 TV를 가리켰다. 나온 지 족히 15년은 된 듯한 32인치 TV.

현수가 식당으로 온 이유이기도 했다.

현수네 집은 마을에서 가장 깊숙이 있는 집이라 일부러 찾아오지 않고서야 올 일이 없는데, 김씨 아저씨는 지나가다 들렸다며, 김치나 반찬 같은 걸 가끔 가져다주시고는 했다.

아주 가끔은 가족묘에도 들리시는 것 같고.

동네 분 중 가장 친한 아버지 술친구도 김씨 아저씨였다.

그래서 TV를 김씨 아저씨께 드릴 생각이었다.


“아이구~ 뭘 그런 걸 주려고 그래~ 필요 없어. 너 써. 너 써.”


반색하면서도 입으로는 거절하시는 걸 보니, 여기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네요. 저는 TV 안 봐요. 혹시나 TV 새 걸로 바꾸셨나 확인할 겸 밥 먹으러 온 거였어요. 지금 차에 있어요.”


“어휴~ 그럴 필요 없는데. 참 현수 먹을 건 좀 있니? 반찬 좀 챙겨줄 게 잠시 기다려라.”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TV 가져올게요!”


현수가 차로 가서 TV를 꺼내 식당 안에 들여놓는다.

확연히 큰 TV를 보고 아주머니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어머! 완전 새거네?! 현수야 이거 가져가서 먹고.”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백반 얼마에요?”


“돈은 무슨 돈이니. 우리가 줘야 할 거 같은데~ 호호호. 고맙다 현수야!”


“하하하. 좋아하시니까 저도 좋네요. 또 올게요.”


“그래~ 자주 들려~”


“네~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 *


강현수가 김씨 아저씨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어 은서야. 통화 괜찮아? 오늘은 어땠어?”


“평소랑 같지 뭐. 점심시간 때 커피 마시러 온 손님들은 이제 갔고 지금은 한산해졌어.”


“나 오늘부터 안방 리모델링 하려고. 주중에는 만나기 힘들 것 같다고 전화했어.”


“오빠 또 힘들다고 뻗는 거 아냐? 일이 없으면 좀 쉬지~ 자꾸 일을 만들어서 하는 거 같아.”


“아냐~ 춥지도 덥지도 않은 지금쯤 시작하는 게 좋아서 그런거야. 일하느라 연락 오는 소리 잘 못들을 수도 있으니 알아두라고.”


“응 알겠어. 오빠! 주말에 레고랜드 가기로 한 거 기억하지? 예약했으니 잊으면 안 돼.”


“물론이지. 리모델링 하느라 핸드폰 자주 못 보니까 급한 일 있으면 전화하고. 너도 쉬엄쉬엄 일해.”


“응응, 알겠어. 홧팅!”


여자친구와 레고랜드를 가기로 한 건 주말이니 이번 주는 평일 동안 예정이 없다.

현수는 이번 주 내내 낮에는 안방을 리모델링을 하고, 밤에는 지금까지 바빠서 못 봤던 영화나 드라마를 몰아서 볼 생각이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기합을 넣는다.


“이제 시작해볼까!”


현수가 전등과 스위치, 콘센트 등은 다 떼어 놓고 흔히 빠루라고 부르는 쇠 지렛대로 벽면에 나무틀로 만들어진 석고보드 벽을 철거한다.

철거하며 나오는 폐기물은 포댓자루에 담아서 창밖으로 집어 던진다.

마당 한복판에 건설 쓰레기가 수북이 쌓이기 시작한다.

어느덧 해가 질 무렵.

밖으로 나가 던져놓은 폐기물을 한곳으로 모은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 * * * *


탁탁.

강현수가 쪼그려 앉아서 콘센트 커버를 주먹으로 가볍게 쳐서 고정한다.


“끝! 아~ 다했다!”


일어나 기지개를 켜면서 소리 지르며 환호했다.

첫날은 집기 옮기기 및 철거.

둘째 날은 벽면에 핀 곰팡이를 제거하고, 우레탄 보드 붙이고 이음매 메꾸기.

셋째 날은 샌딩하고 벽면에 페인트 바르기.

넷째 날은 장판을 새로 깔고 전등 및 콘센트 교체하기까지.

새벽부터 일어나서 온종일 작업하기를 반복해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 4일 만에 안방 리모델링을 끝냈다. 물론 새 가구를 만들어 채워 넣는 등 할 일은 많이 남아있지만 작업 전과 후가 워낙 극명하게 다르다 보니 만족도가 다르다.

게다가 안방이 구옥 리모델링의 마지막.

이것으로 집 내부 인테리어를 싹 다 새롭게 했으니 기쁠 수 밖에 없다.

내가 직접 만든 ‘신혼집’ 이다.

여자친구도 기뻐하길 바라며 작업이 끝난 사진을 전송하고 카톡을 한다.


-사진-

[인테리어 다했어!]


[와 깨끗해~ 아무것도 없으니까 되게 넓어 보인다! 이제 집에 손댈 곳은 없는 거야?]


[응 실내는 다 끝났어. 외부도 손대고 싶은 생각이 있기는 한데. 일단 올해는 더 안 하려고. 겨울 되면 추워서라도 못해. ㅎㅎㅎ]


[응응 오빠 고생했어! 내일 잊지 않았지!? 레고랜드! 아침 7시까지 나 데리러 와.]


[그렇게 일찍 가게?]


[아침밥도 춘천에서 먹어야징! 내가 갈 곳 다 찾아 놨다구! 아 손님 왔어. 내일 봐.]


“바쁜가 보네...”


앞으로 함께 살 신혼집 인테리어를 새롭게 싹 한건데 내심 서운하다.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얼만데...

에이. 한창 점심 식사를 마치고 손님들이 몰려올 시간이니 바빠서 그렇겠지...


폐기물들은 암롤박스를 불러서 한 번에 버릴 생각이니 창고 한쪽으로 옮겨놓았다.

폐목재는 겨울에 작업실 난방을 위한 땔감으로 쓸 요량으로 잘게 잘라 마대에 담는다.

나무 톱밥까지 치우고 나니 벌써 하늘이 깜깜해진다.


씻고 방에 누워서 넷플릭스를 킨다. 요즘 보는 건 미국 드라마,

[한니발]

배우 메즈미켈슨이 한니발 렉터 박사로 나오는데 식욕을 자극하는 요리 드라마다.

아니 연출을 이렇게 한다고? 싶을 만큼 요리와 시체 전시에 진심인 드라마다.

특히 압권은 어제 봤던 시즌1의 5화.

죽은 사람의 등 피부를 잘라 날개처럼 펼쳐서 전시했는데, 마치 천사와 같이 연출됐다.

6화를 시작하기 전에 문제의 그 장면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감탄한다.


‘와! 시체 진짜 잘 만들었다. 특수분장 한 사람들이랑 무대 미술 만든 사람들 진짜 엄청 고생했겠는데? 아니 시체를 어떻게 저렇게 연출할 생각을 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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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0. 행적 23.08.16 18 0 17쪽
31 29. 담금주 23.08.16 18 0 10쪽
30 28. 동맹 23.08.16 18 0 11쪽
29 27. 대치 23.08.16 18 0 11쪽
28 26. 굴레 23.08.16 17 0 9쪽
27 25. 다솜분식 23.08.16 16 0 10쪽
26 24. 합의 23.08.16 22 0 9쪽
25 23. 장막 23.08.16 16 0 13쪽
24 22. 교살 23.08.16 18 0 11쪽
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22 20. 설득 23.08.16 16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0 0 10쪽
» 18. 일상 23.08.16 21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1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3 1 11쪽
17 15. 선 긋기 23.08.16 21 0 10쪽
16 14. 뒷처리 23.08.16 25 0 11쪽
15 13. 대리운전 23.08.16 24 0 10쪽
14 12. 루나코인 23.08.16 23 0 10쪽
13 11. 공사대금횡령 23.08.16 23 0 11쪽
12 10. 이민가방의 정체 23.08.16 29 0 9쪽
11 09. 검은색 이민가방 23.08.16 27 0 11쪽
10 08. 압수수색 23.08.16 27 0 8쪽
9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1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29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3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5 03. 단서 발견 23.08.16 39 0 11쪽
4 02. 실종자 명단 23.08.16 46 0 12쪽
3 01. 신원미상의 시체 23.08.16 69 1 12쪽
2 00. 프롤로그 23.08.16 66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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