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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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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63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2:51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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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2. 실종자 명단

DUMMY

* * * * *


화재현장에서 시체가 발견된 지 3일이 지났지만, 수사에는 특별히 진척이 없다.


임성민이 샤워실에서 씻고 왔는지, 목에 수건을 감은 채로 형사과에 들어온다.

조민철을 보자마자 감식결과보고서를 봤는지부터 묻는다.


“경사님! KCIS 과학수사대에서 감식결과 메일로 온 거 같은데 보셨어요?”


“응 봤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 참~ 길게도 쓰여 있더라.

2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남성. 키 180 내외, 체중 90킬로 정도 되는 건장한 체격.

혈액형은 B형. 치과 치료 내역 있음. 26번 어금니에 금니 하나 있음.

사인은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 중독으로 추정. 일부 부위에서 타박상, 찰과상, 둔상 발견됨. 더 자세한 건 국과수에 물어보세요.”


“... 정말 내용이 그게 다예요? 남성에 상처 있고, 치과 치료 있음. 끝?”


“네가 확인해보든가.”


조민철이 임성민에게 보고서를 받아넘긴다.

거칠게 종이를 넘기며 훑어보지만, 민철이 말한 것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언급 안 한 내용이 있다면 ‘검은색 패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바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도.

겨울철 외투가 검정색 패딩이고. 바지가 청바지인 걸로 뭘 어쩌라고.

이렇게 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희망을 걸어야 하나...?


“경사님. 이건 수사할 단서가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국과수 결과 나오려면 보통 얼마나 걸려요? 이렇게 단서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국과수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국과수 오래 걸린다~ 보통 부검감정서 나오는데 짧으면 3주였는데, 요즘 엄청~ 오래 걸려.

작년 초 코로나 사망자 한창 많이 나올 때는 4달도 걸려 봤어.

백신 부작용으로 사람들 죽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부작용인지 확인하겠다고 우선순위에서 밀려가지고...”


“헐~ 그럼 저희 빨라야 3주 뒤에나 결과 받아 보는 거예요?”


“3주? 그건 코로나 전 이야기고. 코로나 이후로 엄청 오래 걸린다니까? 나는 결과 나올 때까지 최소 두 달 본다.

국과수 결과는 나중에 교차 검증용이라고 생각하고 당장은 이것만 가지고서 수사해야지...”


“에이~ 이걸로 뭘 찾아요? 단서가 하나도 없는데?”


“쩝. 그래서 내가 고민하는 거 아니냐.”


“아! 맞다! 깡통 술병. 경사님이 찾았던 그 술병은 뭐래요? 그건 뭐 안 나왔어요?”


“응. 내심 기대했는데 아무것도 안 나오더라.

쪽 지문조차 없이 깨끗~ 하고, 심지어 주둥이에 입도 안 댔는지 신체랑 접촉한 흔적조차 발견이 안 됐데. 일단 이것도 국과수로 보내 달라고 했어.

내용물은 술 맞대. 그래도 일반적으로 흔히 쓰는 물건은 아니니까 단서가 될 가능성은 있겠지. 어디서 팔았는지 판매처를 찾아보자고. 롤렉스 시계도.”


“아~ 롤렉스 시계가 있었죠! 그건요?”


“얌마. 너 이자식! 너는 니가 수사해야 할 것들을 왜 자꾸 나한테 물어봐?”


“헤헤헷. 경사님이 워낙 베테랑이니까 다 알아보신 줄 알았죠!”


“콱. 말은 잘해요. 시계는 진품인지 확인할 거니까 시리얼 번호 확보해달라고 했어. 일부 복원해야 해서 조금 걸리나 봐.”


“것 보세요. 경사님이 다 했네~”


“아~ 이자식. 나한테 맡겨놓고 날로 먹으려 그러네?

그래... 뭐 조만간 잡일 좀 그만 시키라고 엉엉 울겠지.

성민아 일단 지난 한달 이내에 가출했다고 신고 들어온 명단부터 시작해보자.

성민아 가출자 명단 좀 가져와라.

신체 사이즈랑 혈액형. 어금니에 금니 치료. 일치 한 사람이 있는지부터 찾아보자고.”


“넵!”



* * *


조민철과 임성민이 기존 가출자 명단에서 부터 수사를 시작했다.

가출자 명단 중 키와 몸무게, 나이대 범위에 들어가는 성인 남성을 찾아 그 가족들에게 전화를 거는데, 많아도 너무 많다.


‘안녕하세요. 인천계양경찰서 조민철 경사입니다. 실종 신고가 된 가족분 키와 몸무게가 정확히 어떻게 되나요? 혈액형은 뭐고 혹시 왼쪽 윗니 어금니에 금니 치료를 한 적 있을까요?’


전화를 걸기 전부터 멘트를 정리해서 준비했다.

키와 몸무게, 치과 치료내역, 혈액형. 딱 거기까지만 물어보자.

결심하고 전화를 했건만, 가족들 반응이 민철의 힘을 쑥 빼놓는다.


“우리 아들 찾은 겁니까?! 지금 어디입니까!? 제가 가겠습니다”


“으허엉... 수민아! 도대체 어디 간 거니...”


“경찰 아저씨 우리 아빠 찾은 거예요?! 살아는 계신가요?”


“우리 그이... 그이 살아는 있나요?! 어디 경찰서라고요?”


전화가 연결될 때마다 이마에 주름이 하나씩 생기는 느낌이다.

실종자 가족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잃어버린 가족과 관련된 전화가 ‘드디어’ 경찰에게 왔는데 당연히 감정이 격해질 수도 있지.

문제는 수사랍시고 거기다 대고 딴소리를 해야한다는 거다.


“형사님... 우리 아들 찾았나요?”


“네? 아뇨. 왼쪽 위쪽 어금니에 금니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전화했는데요?”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모르겠지만, 금니 치료를 받기는 했거든요. 정말 우리 아들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 나왔다는 시체를 제가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데요. 제가 지금 거기로 가도 될까요?! 제발요... 그냥 보기만 할게요. 저는 봐야겠어요. 제발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고... 실종자 가족들이 통곡한다.

산사람은 살아야지 하며 억지로라도 잊고 힘내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직접 찾아가서 매치기라도 하고 오는 느낌이다. 이건 진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희망 고문이다.

같은 걸 느꼈는지 성민이 먼저 말을 꺼낸다.


“경사님... 저희 실종자 가족들한테 연락하는 거 말고 다른 방법 찾아봐요. 아무래도 이렇게 연락해서 확인하는 건 실종자 가족들 상처만 들쑤시고 다니는 거 같아요...”


“그러게 말이다... 실종자 가족들한테 정말 못 할 짓이야... 그런데... 시작한 이상 일정 기간은 채워야 하지 않을까? 최근 한 달 치라도.”


“... 아니면 키와 몸무게 범위를 더 줄이면 어때요? 175~185cm, 80~100kg 는 범위가 너무 넓은 거 아니에요? 대상자가 너무 많아요. 금니 치료도 너무 흔하고요.”


“아냐. 오차 범위는 넓게 잡아야 해. 막말로 예를 들어 79kg이라서 목록에서 제외되면 어쩌려고? 범위는 넓게 잡아야 해.”


“한달 실종자만 해도 6000명이 넘으니까 그렇죠... 저는 우리나라 실종자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 일 년에 7만 명이 넘는데... 당연히 많지. 보고 한 것도 있고 시작한 것도 있으니 한 달 치만 하자. 한 달 치만...”


책상에 수북이 쌓인 실종자 명단을 보며 둘이 한숨을 쉰다.



* * * * *


조민철 경사와 임성민 경장이 한 달 이내의 가출자 명단 중 키와 몸무게, 혈액형이 동일한 사람들을 추려서 가족들에게 확인해보지만,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없다.

이 방법으로는 안 된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보자.

민철과 성민이 머리를 싸매서 찾아낸 새로운 방법은, 치과에서 협조를 구해 26번 어금니에 금니 치료를 받은 사람들 명단을 확보해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것.

계획은 그럴 듯 했는데, 막상 해보니 한계가 명확했다.


“네, 안녕하세요. 연세센텀치과의원이죠? 인천계양경찰서 형사과 조민철 경사입니다.

그... 회신이 없으셔서 요청드렸던 26번 어금니 금니 치료받은 남성의 신원 좀 알려달라고 연락 드렸습니다.

아~ 그럼요. 바쁘신 거 잘 알지요.

저희 경찰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신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병원에서 바쁘다며 협조를 제대로 해주지도 않을뿐더러, 전화만으로는 경찰인 걸 믿을 수 없다고 의심한다. 협조를 얻고 싶으면 일일이 직접 병원으로 찾아가야 할 상황.

수사에 진척이 없다.


하아...

민철이 한숨을 쉬면서 쓰고 있던 안경을 책상 위로 던지고 두 눈을 마사지한다.

게다가... 이렇게 해서 얻은 명단으로는 환자의 키와 몸무게를 알 수 없다.

시기적으로도 문제다. 금니 치료를 어제 했는지, 10년 전에 했는지 어떻게 알겠나...

수사를 하면 할수록 수사망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방법이 바뀌니 범위가 다시 늘어난다.


솔직히 이번 방법도 글렀다. 피해자를 찾는 게 아니라, 병원관계자를 설득하는데, 시간을 쓰고 있으니, 이게 제대로 된 수사일 리가 있나.

마음 같아서는 ‘안 해!’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 그만두고 싶을 정도다. 민철이 한숨을 푹푹 쉬면서 다시 안경을 쓴다.

김남복과장이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 민철을 과장실로 부른다.


“조민철. 잠깐 들어와봐.”


민철이 일어나서 과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형사과장이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한다.


“찾으셨습니까. 과장님?”


“어 그래. 앉아. 어떻게 불탄 시신 신원 파악은 잘 되어가고 있어?”


“잘 안됩니다.”


“진행 상황이 어떻길래?”


“지난 한 달 이내에 실종자 신고 접수한 사람들한테 전화 싹 돌려봤고요, 사망자랑 키와 몸무게, 혈액형, 치과 치료 내역이 일치한 경우가 몇 건 있었습니다.

그중 한명은 사기죄로 도망 다니는 사람이라서 잡아서 이관했고, 나머지는 집으로 돌아가거나 살아 있다고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협조를 구해서 26번 어금니 치료받은 사람들 명단을 확보하는 중이고, 성민이는 술병이랑, 롤렉스 시계 알아보겠다고 돌아다니는 중입니다.”


“그렇군... 쉽지 않아 보이기는 했어. 그래도 조금 고생해서 이번에 한 건 좀 올려보자.”


민철의 미간에 주름이 진다.

한 건은 무슨... 신원불명자 한명 찾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경찰이라면 누구나 안다. 이정도 일은 인사고과에는 반영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오히려 고생만 하지... 저도 모르게 입이 대 빨 나온다.


“한 건은 무슨 한 건입니까? 그냥 생고생이지...”


“민철아. 어려운 사건 척척 해결해서 너도 경위 달아야지.”


“무슨 신원불명자 찾는 거로 경위를 달아요? 그리고 경위야 어차피 근속연수만 채우면 자동으로 달 텐데 무슨. 마흔쯤이면 달겠죠. 뭐.”


“야! 딱 봐도 미결로 갈 만한 사건이잖아? 이번에 해결해서 한 건 올리고 어, 남들보다 빨리 경위 달고. 어, 그다음에 경감 달고 그래야지. 예전에는 그렇게 의욕 넘치던 얘가 요즘은 왜 그렇게 비뚤어졌어?”


“과장님.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 이제 승진에 욕심 없다니까요?

이 나라는 희망 없습니다. 지금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습니다.

범죄자 인권은 겁나 챙기면서, 경찰은 툭하면 무능하다. 과잉진압했다 소리 듣고.

핏덩이 같은 애새끼들이 자기는 촉법소년이라고 나대는 걸 보면 진짜!

아오! 무면허에, 음주운전에, 사람까지 죽일 뻔한 놈이 반항하길래 팔 좀 꺾고 바닥에 눌렀다고 제가 과잉진압했데요. 인권 침해? 하 참!”


“그러니까. 그러니까 건수 하나 제대로 올려보자고. 언제까지 혼자 토라져서 그렇게 하는 둥 마는 둥 일할 거야. 미제가 될 만한 사건 딱 해결해서 ‘제가 이렇게 유능합니다’ 해야 할 거 아니야?”


“과장님. 제 인사고과는 이미 나가리 됐고요, 전 승진 포기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냥 적당히 할 겁니다.”


민철이 저 할 말만 하고 꾸벅 인사하고 문을 닫고 나간다.


“저! 저... 에휴”


‘에휴는 무슨~ 누가 봐도 생고생일 게 뻔한 일 시켜놓고는 무슨 공을 세우라고. 진짜 공을 세우게 할 생각이면 요즘 한창 이슈가 되는 ‘마약 던지기 수법’ 같은 사건을 수사 시켰겠지.‘


민철이 속으로 궁시렁 거리면서 자리에 앉아, 전화할 병원 목록을 손에 든다.

계속 전화를 돌리면서 수사에 협조해 달라고, 환자 명단을 좀 보내 달라고 굽신거리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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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0. 행적 23.08.16 18 0 17쪽
31 29. 담금주 23.08.16 19 0 10쪽
30 28. 동맹 23.08.16 19 0 11쪽
29 27. 대치 23.08.16 19 0 11쪽
28 26. 굴레 23.08.16 17 0 9쪽
27 25. 다솜분식 23.08.16 17 0 10쪽
26 24. 합의 23.08.16 22 0 9쪽
25 23. 장막 23.08.16 17 0 13쪽
24 22. 교살 23.08.16 19 0 11쪽
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22 20. 설득 23.08.16 17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1 0 10쪽
20 18. 일상 23.08.16 21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2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3 1 11쪽
17 15. 선 긋기 23.08.16 21 0 10쪽
16 14. 뒷처리 23.08.16 26 0 11쪽
15 13. 대리운전 23.08.16 25 0 10쪽
14 12. 루나코인 23.08.16 23 0 10쪽
13 11. 공사대금횡령 23.08.16 23 0 11쪽
12 10. 이민가방의 정체 23.08.16 30 0 9쪽
11 09. 검은색 이민가방 23.08.16 27 0 11쪽
10 08. 압수수색 23.08.16 28 0 8쪽
9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1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30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4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5 03. 단서 발견 23.08.16 40 0 11쪽
» 02. 실종자 명단 23.08.16 47 0 12쪽
3 01. 신원미상의 시체 23.08.16 70 1 12쪽
2 00. 프롤로그 23.08.16 67 0 5쪽
1 0. 작품소개 23.08.16 97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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