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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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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59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2:47
조회
69
추천
1
글자
12쪽

01. 신원미상의 시체

DUMMY

* * * * *


이른 새벽.

계양경찰서 뒤편의 흡연 구역으로 야간근무를 하는 두 명의 경찰이 내려온다.

평범한 사복을 입은 남자 둘이 마스크를 벗으며 하품을 한다.


하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무는 조민철 경사.

형사다운 매서운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 은 커녕, 약간 배가 나오고 사람 좋게 허허 웃을 거 같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상착의다.

동네에서 마주쳤다면 형사라고는 전혀 생각 못 할 평범한 아저씨 같은 모습.

직업이 직업인 만큼 체격은 건장해 보이지만, 두툼한 패딩 때문에 그래 보이는 건지, 우락부락 한 근육질의 소유자인지는 까봐야 알 일이다.


“어휴. 갑갑해. 이놈의 마스크는 도대체 언제까지 써야 하는거야...”


“그러게 말이에요.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는데. 코로나 진짜 안 끝나네요.”


“다른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마스크를 쓰니까 숨 쉬고 뱉을 때마다 안경에 김 끼는 게 진짜 불편해. 안그래도 겨울이라 안경에 김 많이 끼는데...”


조민철이 품속에서 안경 닦기를 꺼내 안경을 한번 닦는다.

주머니에서 전자 담배를 꺼내 후~ 하고 전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옆에 있던 임성민도 연초를 꺼내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몇 모금 빨다 말고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는 임성민이 슬쩍 운을 뗀다.


"아~ 날 추우니까 따끈한 오뎅 국물이나 먹고 싶다! 경사님 편의점이나 다녀오실래요?”


“편의점? 뭘 또 가. 귀찮게. 됐어.”


“옛날에 의경 근무할 때는 야간근무 중에 편의점 가는 게 그렇게 좋았거든요. 한겨울에 동기랑 편의점 가서 오뎅 국물 한 모금 마시고 오면 추위가 싹 사라졌는데.

어떠십니까? 오늘처럼 한가한 날은..."


"야!"


한가하다는 말에 민철이 크게 소리친다. 임성민이 실수를 깨닫고 '앗!' 하고 입을 다문다.

한가하다고 하면 꼭 무슨 일이 생긴다.

징크스랄까, 플래그랄까. 적어도 민철에게는 그랬다.

안그래도 늦은 시간, 민철이 눈치를 주니 주변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

이윽고 들리는 사이렌 소리


웨에에엥. 웨에에엥.

삐뽀. 삐뽀.

바로 옆에 있는 계양 소방서에서 나는 소리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하는 소리다.

어디서 불이 크게 난 것인지 꽤 많은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한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


"봐봐! 임성민 네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니까 소방차가 출동하잖아!"


"그래도 다행이네요. 일 난 게 저희가 아니라서. 헤헤"


성민이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는다.


"어휴~ 그건 가봐야 알 일이고! 에이 됐다. 춥다. 들어가자."


민철과 성민이 담배를 태우고 형사과에 들어가 자기 자리에 앉는다.


마침 오늘에서야 지금까지 속 썩이던 사건 하나를 마무리 지은 참이다.

민철은 오늘은 쉬엄쉬엄 넘어가게 사건 경위 보고서를 작성하며 하루를 마감할 생각이었다.


추운 밖에 있다가 따듯한 실내에 들어오니 꾸벅꾸벅 졸음이 쏟아진다.

꾸벅꾸벅 잠이 들 듯 말 듯 한데,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며 창가 쪽으로 몰려간다.

직원 한명이 창가 쪽에 서서 큰소리로 외친다.


“망했네! 철마산 불났습니다~! 하늘이 오늘따라 밝다 했더니 산불이었구나. 망했다~”


"자자 주목!"


자리를 비웠던 김남복 과장이 형사과로 들어와 팀원들을 부른다.

역시 깨지지 않는 징크스.

이 모든 게 임성민이 오늘은 한가하다고 한 탓이다.

형사과장 근처로 모든 경찰이 모여든다.


"너희 아까 소방서 얘들 출동하는 소리 들었지? 천마산에 크게 산불이 났는데, 화재 진압하면서 시체가 발견됐다고 연락이 왔다. 무슨 말인지 알지? 다들 옷 입어. 간다"


"예!“


출동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경찰들.

민철이 슬쩍 성민 뒤로 가서 꿀밤을 한대 먹인다.


“악!”


성민이 요란한 비명을 지르자 동료들의 시선이 성민에게 꽂힌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헤헷”


“흠. 성민아. 요새 기가 허한 것 아니냐? 보약 좀 챙겨 먹고 그래라”


“... 지가 때렸으면서”


“뭐라고?”


“아닙니다”


하하하.

둘의 장난을 지켜보던 형사과 경찰들 사이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 * *


야간근무하는 경찰들이 단체로 승합차에서 내린다.

탄내 음이 진동하는 화재현장에 도착하자 김남복 과장이 지원 나온 경찰들을 불러 모은다.


“자 간격 벌려서 일렬로 선다! 저~어기! 화재로 안탄 곳 보이지!? 저기까지 일렬로 쭉 올라간다. 중간에 발견되는 이상한 거, 화재 원인이나 범죄랑 연관성 있어 보이는 거 다 찾는 거야. 시작한다. 출발!”


일렬로 선 경찰들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경찰 중 몇 명이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로 구시렁거린다.


“아, 하필 교대 직전에 수색을 시작하냐...”


“그러니까. 아침 근무자 꾸려서 올라가지...”


경찰들이 화재로 피해를 보지 않은 산의 초입부터, 화재가 끝나는 곳까지. 땅바닥 여기저기를 살피면서 산을 오른다.

여기저기서 증거가 될 법한 것들을 찾았다며 소리친다.


“여기 담배꽁초를 찾았습니다.”


“소주병 찾았습니다!”


“여기 다 먹은 라면 봉지 있는데요!? 쓰레기일까요?”


“여기도 담배꽁초 있습니다.”


“여기 빈 부탄가스 깡통 있습니다!”


화제는 진즉에 제압됐지만, 탄 냄새 때문에 여전히 숨쉬기가 힘들다.

경찰들이 화재가 끝나는 곳까지 도달했지만, 딱히 중요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뻔하다.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방향을 바꿔서 다시 올라가겠지. 그야말로 좃뱅이다.

20년쯤 전에 군대에서 사격 할 때 탄피 잃어버렸을 때랑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자 다시 내려간다. 이번에는 저쪽으로 이동해서 출발할 거야. 내려들 가! 내려가면서도 땅 좀 유심히 보고!”


과장이 소리를 지르며 지시하자, 우르르 땅을 보면서 내려간다.

그때 김남복 과장에게 감식반 점퍼를 입은 누군가가 다가가서 뭐라고 한다.


“아! 아니다. 감식 끝났다고 한다! 다들 올라온 김에 시체 보고 내려가라!”


반절쯤 내려간 경찰들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다시 위로 올라간다.


“우씨... 똥개 훈련 시키나...”


감식반들이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증거가 될만한 것들을 한곳에 모으고 정리한다.

신원불명의 사람이 불타 죽은 광경. 얼굴과 손 등 보이는 피부들이 다 녹아내렸고, 입고 있는 옷이 제 형체를 잃고 피부 여기저기에 들러붙었다.

아무리 과학수사가 발전했어도, 이정도로 불타서 엉켜버린 시체의 신원을 알아낼 방법이 있을까 싶을 정도.


우욱.

비유가 약한 몇명이 구역질을 느꼈는지 급히 자리를 피한다.

그나마 이런 현장에 익숙한 베테랑급 마저도, 끔찍한 광경에 미간에 주름이 생긴다.


“엄청 고통스럽게 죽었겠는걸... 이런 광경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지문도 얼굴도 너무 많이 녹았네요. 신원을 알아낼 방법이 없겠는데요?”


“증거품 중에 시계 있다. 그나마 도움 될 만한 게 있네. 좋아 보이는데? 롤렉스야.”


“증거품 중에 지갑 같은거 없나? 없네. 핸드폰은? 그것도 없어?”


“과장님. 감식반은 뭐라고 합니까?”


“사체 훼손이 너무 심해서...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단정 못하겠데. 다들 봤으면 이제 내려가. 아까 말한 것처럼 한 줄로! 옆으로 이동해서 다시 올라온다! 발견되는 거 있으면 말하고! 내려가!”


형사들이 터덜터덜 산 밑으로 내려간다.

김남복 과장과 팀장급 베테랑 형사들이 녹아내리다시피 한 시체를 보며 고심에 빠진다.


아래에서 한 줄로 선 경찰들이 다시 산을 오르기를 반복한다. 담배꽁초니, 담뱃갑이니, 과자봉지니, 술병이니 온갖 것들이 나오지만, 대다수는 화재 및 살인사건과는 무관해 보인다.


“과장님! 여기 깡통으로 된 술병이 있는데요?!”


그렇게 두어 번을 더 반복하다가, 민철이 비교적 깨끗하고 멀쩡한 여행용 술병을 발견한다.

화재 탓에 잿가루를 약간 뒤집어쓰기는 했지만 새것이다.

서부영화에서나 보던 납작한 은색의 깡통 술병이 산에서 발견되다니.

민철은 이 여행용 술병이 사건과 연관된 증거품이 확실하고, 심증을 느끼며 술병을 지퍼백에 넣었다.


한편 날이 밝자 산 밑으로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 왔다.


“저기 주간 근무자들 왔다. 다들 저쪽으로 모여! 과장님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올라 갔다 오라고 하신다!”


주간 근무자들까지 와서 더 많은 경찰이 일렬로 서서 화재현장을 올라갔다가 내려오지만, 더 이상의 소득은 없다.

김남복 과장이 더 소득이 없자 철수를 명령한다.


“이만 철수한다! 다들 서로 복귀해!”



* * *


경찰서로 복귀하기 무섭게 김남복 과장이 현장을 다녀온 경찰들을 불러모은다.


“회의한다! 모두 모여!”


야간근무자들은 진즉에 퇴근 시간이 지났건만, 김남복 과장은 퇴근시킬 생각이 없다.

퇴근이야 회의를 마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인 게 분명하다.


“감식반은 불길이 시작된 게 사체 인근에서 부터라고는 한데, 발화지점에 대해서는 확신 없다고 한다. 사인도 모르겠데. 사체는 국과수로 보내라고 지시해 뒀다. 다들 의견 좀 내봐.”


야간근무자들은 산을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느라 지쳐서 말수가 없다.

그나마 쌩쌩한 주간 근무자들이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얼굴도, 지문도, 신분증도 없는 상태 아닙니까? 그나마 힌트가 될 만한 건 롤렉스 시계인 거 같습니다. 거기서 부터 사체의 신원을 파악해 보는 게 어떨까요?”


“야. 가품이면? 과장님. 짝퉁이면 그냥 생고생만 하고 끝납니다.”


“오늘 사건이 일어났으니, 며칠 있다가 가족이나 친지 등이 실종신고를 내지 않을까요?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오는 실종신고에 대응하면서 신원을 파악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뭐가 됐든 신원 파악이 우선인 건 확실합니다. 신원을 알아야 사고인지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알아내죠!”


“훼손이 너무 심해서 사체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으니, 언론에 오픈하고 공개수사...”


“미쳤냐? 이렇게 잔혹한 시체를 공개수사하게? 야! 그랬다가 해결 못 하면 서장님 옷 벗어! 과장님! 공개수사는 절대 안 됩니다!”


“안 해. 절대 안 해. 미쳤냐 내가?”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지만, 딱히 그럴듯한 의견은 없다.

조민철은 어서 회의가 끝나길 바라며, 파르르 감기는 눈꺼풀을 정말 억지로 뜨고 있었다.

오후에 사건 하나 끝내고, 보고서 쓰고 마무리되나 했더니 사건 현장 수색까지.

진짜 너무 피곤했다.


“조민철!”


“네, 과장님.”


“현장도 봤고, 시체도 봤잖아. 네 생각은 어때?”


“아직 알아낸 것은 없지만, 타살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아무것도 몰라서요. 지문도, 얼굴도, 신분증도 아무것도 없어요. 마치 의도한 것처럼. 그렇다면 완전범죄를 계획한 것 아니겠습니까?”


“너 담당하던 사건 끝났지?”


“네, 사건 마감했고, 보고서 작성 중입니다.”


“네가 담당하자.”


“예!? 과장님!”


억울하다는 듯 벌떡 일어나 형사과장을 부르는 민철.

부사수처럼 항상 같이 움직이는 임성민은 탄식을 내며 허망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런 증거도 단서도 없는 사건. 누가 봐도 고생이 훤할 건수다.


“그나마 증거인 게 유력해 보이는 여행 술병 누가 찾았어?!”


“제가요.”


“그럼 네가 담당해.”


피곤에 절어 있던 민철의 표정이 와락 구겨진다.

담당자가 결정되자 골치 아픈 사건을 피해간 다른 동료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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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5. 다솜분식 23.08.16 17 0 10쪽
26 24. 합의 23.08.16 22 0 9쪽
25 23. 장막 23.08.16 17 0 13쪽
24 22. 교살 23.08.16 19 0 11쪽
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22 20. 설득 23.08.16 17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0 0 10쪽
20 18. 일상 23.08.16 21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2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3 1 11쪽
17 15. 선 긋기 23.08.16 21 0 10쪽
16 14. 뒷처리 23.08.16 26 0 11쪽
15 13. 대리운전 23.08.16 25 0 10쪽
14 12. 루나코인 23.08.16 23 0 10쪽
13 11. 공사대금횡령 23.08.16 23 0 11쪽
12 10. 이민가방의 정체 23.08.16 30 0 9쪽
11 09. 검은색 이민가방 23.08.16 27 0 11쪽
10 08. 압수수색 23.08.16 28 0 8쪽
9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1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30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4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5 03. 단서 발견 23.08.16 40 0 11쪽
4 02. 실종자 명단 23.08.16 46 0 12쪽
» 01. 신원미상의 시체 23.08.16 70 1 12쪽
2 00. 프롤로그 23.08.16 6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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