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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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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49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3:24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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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 뒷처리

DUMMY

가구 배송을 위해 끌고 온 트럭 운전석에 앉고 보니 핸드폰이 차 안에 있었다.

배송에 정신이 팔려 핸드폰을 두고 올라갔나 보다.

확인해보니 부재중 전화 한 통과 문자가 와있다.


[안녕하세요. 인천부평경찰서 청천지구대 김의찬 순경입니다.

전화를 안 받으셔서 문자 남깁니다.

차 키는 차주의 부인에게 전달했으며, 방금전에 대리비 계좌이체로 입금했다고 합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신고하세요. - 인천시민과 함께하는 인천 경찰 청천지구대]


기다렸던 연락이 왔다. 무사히 넘어갔구나!

현수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얹힌 음식이 소화되는 것 같다. 계획대로 됐다.

기분 좋게 여자친구에게 전화한다.


“어 은서야. 나 방금 가구 배송 끝냈어~”


“응 오빠, 어후 고생했어~ 잠은 좀 잤어?”


“으응. 명절 전까지 납품한다고 어제 그제는 별로 못 잤지... 그래도 괜찮아.”


“그러게, 주문받으면 일정 좀 넉넉하게 잡으라니까.”


“하하, 그래도 연휴 전날에 납품하면 나도 편하니까. 부부 중 남편도 집에 있고.”


“아무튼, 고생 했져. 오빠 내일 우리 광명집 가기로 한거 기억하지? 엄마가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 놓을 거니 점심에 오래.”


“응 내일 부모님께 인사드려야지. 명절 전인데 카페 정상영업하려고?”


“응, 생각보다 손님이 많네. 어!? 손님 오셨다! 밤새웠으니까 이제 집에 가서 푹 쉬어. 내일 봐 오빠!”


가구 납품을 마친 기념으로 데이트나 할까 했더니, 여자친구 장은서는 밤새워서 피곤하니까 집에 들어가서 쉬라고 한다.


‘그래~ 어차피 내일 볼 건데. 오늘은 걍 집에 가서 푹 쉬지 뭐.’


현수는 이렇게 된 김에 집에 가서 넷플릭스나 보면서 쉬기로 한다.

요즘 드라마 ‘수리남’이 인기 많던데, 그거나 봐야겠다.

가구를 싣고 왔던 트럭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유가람]


순간적으로 미간이 콱 찌푸려진다.

안 좋은 일에 엮인 탓에 전화를 받기 싫다는 거부감이 든다.


'아 꼴 보기 싫어. 모르는 척하자'


현수는 오는 전화를 무시하고 그대로 차를 몰아서 집을 향해 출발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다시 걸려오는 유가람의 전화.

다시는 상종하기 싫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

가람은 현수가 전 재산을 투자한 회사의 사장이니까... 투자한 돈 때문이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현수가 전화를 받았다.


“어 가람아.”


“현수야. 고맙다고 전화했어. 오늘 뭐 해?”


“오늘 가구 납품까지 다 해서 바쁜 건 끝났어. 왜?”


“저녁이나 먹자. 명절 전날이라 나도 일찍 퇴근했어. 먹고 싶은 거 있냐? 좋은 데 가자. 오늘은 아주 제대로 쏠게”


"음... 집에 들어가서 쉬련다. 며칠 동안 잠을 똑바로 못 잤거든. 게다가 내일 여자친구 집에 인사드리러 간다고 아침 일찍 일어나야 돼"


"집에 들어가도 저녁은 먹어야 할 거 아냐? 밥만 먹고 들어가~ "


“... 그래 그럼. 메뉴는 네가 적당히 골라줘. 차 때문에 술은 안 마시는 걸로.”


“알았어. 그럼 일단 우리 회사로 와”


“그래, 갈게.”



* * *


‘왜 건설회사 들은 항상 구청 인근에 있는 걸까. 인허가를 받으려면 구청 근처인 게 좋아서 그런가?’


현수가 그런 생각을 하며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간다.

가람의 회사는 계양구청 인근에 있는 플라자 빌딩 4층.

엘리베이터에 내리자마자 큼직한 회사 로고가 현수를 맞이한다.

더원종합건설.

패기 넘치는 이름이다. 사무실 안에 불은 켜져 있지만 아무도 없다. 현수는 사무실을 그대로 지나쳐 대표이사 방문을 열었다.

가람이 컴퓨터 앞에서 집중해서 뭔가를 하다가 현수를 보고 일어난다.


“오 왔어! 잠깐만, 잠깐만. 이거 저장 좀 할게”


“바쁜가 보다?”


현수가 자연스럽게 회의 테이블에 앉았다.


“아냐, 명절인데 바쁠 게 뭐가 있어. 그냥 견적서 쓰던 거 저장만 하는 거야. 다했어. 음료 뭐 마실래?”


가람이 일어나 미니 냉장고에서 음료 몇 개 들어서 꺼내 보인다.


“헛개차 줘. 직원들은 다 갔고?”


“아, 성일이는 있어. 너랑 밥 한 끼 먹자고 했지. 들어올 때 못 봤어?”


“어 못 봤는데.”


“그럼 담배 피러 갔나 보다.”


똑똑.

말 끝내기를 무섭게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고는 성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현수와 마주친 성일이 깍듯하게 90도로 인사를 해온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어. 어~ 안녕”


마치 조폭이나, 운동부가 하는 듯 깍듯한 인사에 현수가 당황한다.

가람이 웃으면서 분위기를 환기했다.


“하하. 성일이가 예전에 유도도 좀 했고, 옛날에 약간 방황해서 소년원 신세도 지고 그랬거든. 정신 차린 이후로 윗사람들한테 되게 깍듯해. 둘이 제대로 인사를 못 했던 거 같아서. 오늘 인사도 하고 밥 먹으면서 좀 친해지자고 자리 만들었지.”


“형님, 홍성일입니다.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어서 가람이 형님한테 자리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성일이 90도로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내밀고 현수가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 응. 강현수야. 반갑다. 말 편히 해도 되지?”


“물론입니다. 형님.”


가람이 중간에 나서서 둘을 소개한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현수는 내 고등학교 동창. 공부는 별로 안 하는데 성적은 이상하게 잘 나오는 그런 애였지. 똑똑한 애. 대학은 가구디자인과 졸업하고 지금은 가구 공방 운영 중.

우리 회사 사외이사이자 대주주.

현수의 투자금으로 우리 회사가 시작 할 수 있던 거라 깍듯하게 잘해야 해. 알겠지. 성일아”


“넵.”


“성일이는 우리 회사에서 부장이야. 내 중학교 후배기도 하고 아랫집 살던 동생이야. 공부방이랑 태권도 학원을 같이 다녀서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어.

고등학교 때 유도했었는데 부상입고 그만둔 다음에 건축 전공했어. 나랑 같은 대학교 후배.”


“어쩐지~ 덩치도 그렇고 행동이 딱 운동하는 사람인데, 너랑 친한 게 신기했더니 아랫집 살던 동생이었네?”


“하하하. 그러고 보니 여기서는 내가 제일 왜소 하네. 운동 좀 할 걸 그랬나? 하하하. 식당 예약했거든? 일단 자리를 옮기자. 참치 괜찮지?”



* * *


“예약했습니다. 유가람이요”


참치집에 들어서자 주방장이 단골 보는듯한 눈치로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 왔고, 점원이 나와 룸으로 안내를 했다.


“B 코스 맞으시죠? 바로 내어오겠습니다.”


“저희 스끼다시랑 식사 한 번에 다 내주세요. 흐름 끊기는 게 싫어서요. 그리고 소주랑 맥주 한 병씩 주세요. 진로 오리지널이랑 테라.”


“사이다도 한병! 난 사이다 마실게. 술은 둘이 마셔. 차 끌고 와서.”


초밥과 사시미, 스끼다시. 술이 테이블을 가득 채운다.

가람이 능숙하게 인원수에 맞게 소맥을 한 잔씩 말았다. 잔을 건네고 건배를 한다.


“위하여.”


꿀꺽꿀꺽.

가람과 성일이 소맥을 원샷하고, 현수는 사이다를 마신다.

분위기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볼 수도 없는 묘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시작된다.


“역시 참치야. 살살 녹는다. 맛있네~”


“이게 황다랑어 뱃살인가? 아. 가마 살인가보다.”


“오! 도미 머리 조림 엄청 맛있는데”


분명 대화를 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의미 없는 대화 속에서 식사가 계속됐다.

식사를 거의 다 하고 취기가 조금 올라와서야 가람이 계속 물어보고 싶던 주제를 꺼낸다.


“현수야. 그때 우리. 청천동에서 헤어지고 어떻게 됐어?”



*


강현수. 유가람. 홍성일.

세 명은 강현수집 뒷산에서 내려와서 가람의 차를 타고 나태석의 집으로 향했다.

가람과 성일은 현수의 눈치를 보느라 입을 다물고, 현수는 생각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왕 협조하기로 한 이상 서로에게 최선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만 했다.


한마음 마트에 도착해 현수만 내려서 나태석의 차로 향했다.

나태석의 지갑과 핸드폰을 꺼내 들고, 벤츠에서 기다리고 있는 유가람과 홍성일에게 창문 너머로 건넸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따로 활동할 생각이었다.


“일단, 둘은 부평 유흥가에 있는 작은 술집에 들어가서 기본안주에 맥주 한 잔만 시키고 조금만 앉아 있다가 바로 너희 카드로 결제하고 나와. 술은 마시지 말고. 영수증은 챙겨둬. 너희가 의심받는 일이 생기면 알리바이로 쓸 수 있게.

술 마신 척 하고 나면 모자랑 마스크 구해서 쓰고 이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어.”


현수가 단호하게 말하자 둘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에... 둘 중 누가 나태석이랑 덩치 비슷한 게 누구지? 가람이 너야? 그럼 네가 하자.

내가 문자 할 테니까, 인상착의 안 보이게 택시 타고 인천항까지 가서 나태석 카드를 긁어. 택시비도 내고 음료 같은 것도 사. 가능하면 CCTV 안 찍히게. 다음에 지갑이랑 핸드폰 둘 다 바다에 집어 던져 버리고 돌아와.

성일이는 차 끌고 가람이 뒤따라 갔다가 인천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거 도와주고. 내 문자 받은 후로는 핸드폰 꼭 끄고. 괜히 같은 기지국 잡히면 의심받을 수도 있으니까. 알겠지?”


둘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며 출발한다.

현수는 나태석의 차를 끌고 근처에 있는 24시 세차장으로 갔다.

현수와 가람. 성일이 찍힌 영상이 있는지 블랙박스부터 확인했는데, 충격 감지할 때만 저장되게 설정되어 있어서 저장된 영상이 없었다.


현수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실내 등을 다 켜고 실내를 유심히 살펴본다.

다행히 핏자국 같은 건 일절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나태석을 죽이거나 옮기는데 이 차가 사용되지는 않았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세차용품이 있다.

발 매트를 전부 꺼내서 한 번씩 털고, 진공청소기로 매트와 시트 쪽을 빨아들인다.

실내세정제를 뿌려가며 실내 여기저기 손 닿는 곳 전부를 깨끗이 닦는다.

차 안팎의 손잡이를 닦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수의 생각대로 잘 된다면 과학수사대가 올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과학수사대가 왔을 때 가람이나 성일의 지문, 머리카락 같은 게 나오는 건 곤란하다.

세차를 마치고 다시 한마음 마트에 주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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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5. 다솜분식 23.08.16 17 0 10쪽
26 24. 합의 23.08.16 22 0 9쪽
25 23. 장막 23.08.16 1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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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22 20. 설득 23.08.16 17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0 0 10쪽
20 18. 일상 23.08.16 21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1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3 1 11쪽
17 15. 선 긋기 23.08.16 21 0 10쪽
» 14. 뒷처리 23.08.16 26 0 11쪽
15 13. 대리운전 23.08.16 24 0 10쪽
14 12. 루나코인 23.08.16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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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0. 이민가방의 정체 23.08.16 29 0 9쪽
11 09. 검은색 이민가방 23.08.16 27 0 11쪽
10 08. 압수수색 23.08.16 28 0 8쪽
9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1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29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3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5 03. 단서 발견 23.08.16 40 0 11쪽
4 02. 실종자 명단 23.08.16 46 0 12쪽
3 01. 신원미상의 시체 23.08.16 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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