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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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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46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3:40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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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0. 설득

DUMMY

강현수가 우두커니 서서 생각을 정리한다.

침착하자.

아무래도 유가람의 방문 그 자체가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고, 다 어림짐작 뿐이다.

현수가 이 층으로 올라가는 문을 연다.

짐을 집에 두고 나와서, 유가람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만나서 확인해보고 대화를 나눠봐도 늦지 않다.


“왁!”


창고 쪽 어둠 속에서 불쑥 인영이 나와 소리를 지른다.


“어후 씨발! 깜짝이야.”


“뭘 그렇게 놀래.”


“왜 놀라긴! 차는 있는데 너는 없고. 둘러봐도 보이지는 않고. 숨어서 놀래는데 안 놀래?”


“ㅋㅋㅋ 놀라게 하려고 숨어있었지, 왜 이렇게 늦게 와. 7시면 올 줄 알고 한참 기다렸잖아. 벌써 8시야.”


“좋겠다. 놀래는 데 성공해서. 전화하고 오지 그랬어? 그래서 무슨 일인데? ... 위에 올라가서 이야기할래? 들어와.”


현수와 가람이 2층으로 올라간다.

둘이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도록 식탁에 마주 앉았다.

가람이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한다.


“캬, 언제 이렇게 이쁘게 꾸몄대?”


“뭐래~ 매번 왔으면서. 아~ 이 층에 올라온 건 오랜만인가?”


“응 그렇지, 한 반년 된 거 같은데? 2층은 네 방 철거할 때 온 게 마지막이야.”


“한참 됐네. 하긴, 1층 수리할 땐 2층에서 만났고, 2층 할 때는 1층에서 만났지. 한잔할래?”


“응, 좋지. 야, 아버지 컬렉션에서 좀 꺼내 줘봐. 좋은 거. 로얄샬루트 같은거.”


“꺼져. 아버지 유품이라고. 안마실 거라니까? 위스키면 되지?”


기다려도 가람이 대답이 없자, 현수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제임슨 위스키를 꺼낸다.

냉동실에서 큼지막한 얼음을 꺼내 담고 위스키를 부어준다.


가람은 현수가 건네주는 온더락을 받고, 마시지는 않고 술을 멀뚱히 바라본다.

몇 번이나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운을 못 떼는 모습에 현수가 분위기를 환기한다.

장난기를 가득 담아서 웃으며 말한다.


“뭐야, 할 말이 있어서 왔다며? 편하게 말해 임마. 뭐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는 거야? 언제부터 그런 거 느꼈다고? 하하하.”


"... 크큭. 그러네. 맞네. 후우... 현수야. 진짜 미안하다. 나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알거든? 진짜 개 쓰레기 같은 거 나도 알아. 근데 너밖에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나 좀 도와줘”


"뭘? 구체적으로 말을 해야 도와주던 말던가 하지. 무슨 일 있어?”


"응. 아무래도 사람을 한명 죽여야 할 것 같다."


!!!

바로 며칠 전에 사람을 죽였으면서 또 도와달라는 유가람.

현수는 그제야 처음부터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람이 도와달라고 사정사정할 때, 눈감아 달라던 그때, 흔들린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더원건설에 투자한 아버지 보험금 4억 원을 날리게 될 테니까.

회삿돈 횡령해서 옥살이 한 놈들은 황제 노역하고 나면 죗값 치렀다고 떵떵거리니까.

잔금을 못 받아 힘들어하는 선량한 피해자들은 없어야 하니까.

실수로 횡령범을 응징한 가람과 성일이 감옥 가게 생겼으니까.

그럴듯한 합리화 사유를 만들어 가면서 살인을 눈감아주고, 도와줬더니 한명 더 죽이겠다는 헛소리를 한다.

현수로서는 도무지 가람을 이해할 수가 없다.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느낀다.


‘지가 쓰레기 짓을 하는 걸 안다고는 하는데, 진짜 아는 걸까? 하면 안 된다는 자각이 있는 사람이 사람을 또 죽이겠다는 말을 할 수가 있나?

아... 내가 도와주면 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도와주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한명 더 죽이겠다는 헛소리를 하는 거구나.’


현수는 가람과 연을 끊어야 한다는 확신을 느꼈다.

20년 지기 친구가 이런 놈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게 스스로도 너무 한심하고, 배신감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앞으로라도 이런 인간과 상종 안 하면 된다.


“하... 미친 새끼. 졸라 당당하게 말한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줄. 협조할 생각 없다. 가라. 꼴도 보기 싫으니까 꺼져. ”


현수의 말에 가람이 피식하며 비웃는다.


“큭. 역시 이럴 것 같았어... 현수야~ 좋게좋게 가자. 좀 도와주라~ 나도 너한테 어떻게든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 갖고 있었어. 저번에 도와준 것도 있으니까, 이번에도 무사히 잘 끝나면 1억 줄게. 도와주라~ 부탁한다.”


“싫다. 꺼져. 너 같은 새끼가 친구라는 게 졸라 끔찍하다. 유가람. 앞으로 다신 안 봤으면 좋겠다. 가라.”


현수가 완강히 거절하자 가람의 표정이 점차 안 좋아진다.

이렇게 부탁하는데 어떻게 친구를 외면할 수 있냐. 서운하다. 그런 것일까?

유가람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한다.


“강현수! 진짜 한 번만 더 도와줘라. 나 지금 이판사판이야.

나태석이 횡령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증언도, 증거도 있으니 다 해결될 줄 알았거든? 그런데 그쪽에서 배 째라고 버티고 있어.

나태석을 잡은 뒤 횡령한 돈을 회수해서 공사대금 주겠대.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했다고, 곧 잡히지 않겠냐면서 횡령한 돈 회수하면 주겠다는데, 루나 코인으로 휴짓조각 된 돈이 회수되겠어? 행적 찾아보면 중국으로 튄 거나 나오겠지. 죽은 놈을 잡을 수는 있겠냐고.”


“야이 씨발새끼야! 돈 줄 놈이 안 주고 버티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 도와줬잖아! 더 이상 내가 뭘 어떻게 해!? 딴 데 가서 알아봐 이 개새끼야!”


“현수야! 나 다음 주에 대금 연체로 고소 당한 거 조사받으러 검찰청 들어가. 나 까딱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구치소로 가는 거야. 그대로 감방으로 끌려간다고.

나 옥살이하면 그걸로 끝나? 아냐. 니 돈도 날리고, 더원 건설은 부도나고, 우리 직원들은 길바닥에 나 앉는다고. 그전에 해결해야 돼.

씨발. 나도 이젠 될 대로 되라야.

나쁜 짓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이러면 안 되는 거 나도 알거든? 그런데 나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 어차피 넌 나 도와줄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좋게좋게 도와주라. 1억 준다니까?”


"하... 씨발. 진짜 이거 미친 새끼 아니야! 야! 너 내가 분명히 말했지?

나 공범 될 생각 추호도 없다고. 너네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 모르는 척하는 게 나한테 최선이라고 말했어. 안 했어?

내가 살인사건에 엮여서 좋을게 뭐가 있어? 내가 이득 보는 게 뭐가 있냐고. 없잖아?

나랑은 아무런 상관도,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를 죽이는데 협조하라고? 그렇게 해서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어? 1억? 야! 너라면 고작 1억으로 몇십 년 동안 감옥 가서 살겠냐? 야 꺼져! 꺼지라고!”


현수가 거칠게 가람을 일으키고 내보내려 하지만, 가람이 버티고 선다.

말을 하면서 점점 감정이 격해진 현수가 연이어 소리를 지른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도대체 다른 사람 인생을 뭐로 보는 거야. 뭘 자꾸 툭하면 죽여!? 이게 사람 죽인다고 해결이 될 문제냐? 사람 죽이면 없는 돈을 받을 수 있기는 해?

가람아! 씨발. 가람아! 나 여자친구랑 결혼도 준비해야 해. 식장도 찾아야 하고, 스드메 담당 업체랑 웨딩사진 촬영 업체도 찾아야 하고, 신혼집도 구해야 돼. 신혼여행지도 골라야 돼. 나도 내 인생 사느라 바쁘다고! 씨발 새끼야 나도 좀 평범하게 살자! 응?”


“...”


“가람아. 내가 아버지 보험금으로 너희 회사에 투자한 돈이 얼마냐? 너 내 덕분에 회사 차려서 사장님 소리 듣고 사는 거잖아. 투자해달라고 할 때는 앞으로 평생의 은인으로 모시고 살겠다며?

이번에도 무사히 잘 넘기고 뭐라고 그랬어? 미안하다며? 고맙다며? 다신 이런 일 없게 하겠다며?

그래놓고, 뭐? 너는 어차피 도와줄 수밖에 없다고? 좋게좋게 도와달라고?

너는 씨발 양심이 있는 새끼냐? 어떻게 인두겁을 뒤집어쓰고서는 그렇게 사냐!?

마지막이야. 자꾸 이렇게 나오면 내가 증인석에 서서 너 감옥 보낸다.

꺼져 깜방가서 죗값 받기 싫으면. 다른 사람 인생도 같이 망치지 말고."


현수가 화를 내며 핸드폰을 찾아 꺼내 112를 눌러 놓고 보여준다.

가람이 피식 웃는다.


"현수야 전화하지마. 전화하면 후회한다."


"좆까. 내가 후회할 게 뭐가 있어? 난 너한테 할 만큼 했어. 이제껏 살면서 내가 너한테 피해를 준 적 있어? 없지? 도와줄 수 있을 때는 주저 없이 도와줬지?

그런데도 고마워하긴커녕 친구 인생을 망치려고 들어? 경찰에 전화 걸기 전에 당장 가라. 5초 준다. 오. 사. 삼..."


"하아~ 강현수! 야! 내가 뭘 믿고 이렇게 당당하게 도와달라고 할까? 안 이상해? 너 후회 한다니까? 내 말 듣고 나서 전화 걸어도 안 늦어. 들어봐.

흉기. 지난번에 나태석. 뭐로 죽였는지 알아? 칼로 죽였어. 무슨 칼? 네 지문 묻은 V자 칼날 조각도. 나중에 시체 나와봐. 흉기는 공예용 조각도가 확실합니다. 바로 나올걸? 그리고 지문만 찾아봐도 바로 니가 범인으로 몰리겠지."


지난번에 설명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현수가 당황한다.


"뭐... 뭐라고? 무슨 소리야? 우발적으로 죽인 거라며? 운 나쁘게 머리를 부딪쳐서 죽었다며?!"


"지금 바로 찾아보든가. V 자 칼날 조각도. 내가 예전에 네 공방에서 챙겼어. 나중에 필요할 때 쓰려고 일부러 손잡이 위에 비닐 씌워서 갖고 있었지.

흉기는 네 것. 시체가 묻힌 곳은 너희 집 뒷산. 마지막 목격자 대리기사.

어때? 경찰들 눈에 범인이 나로 보일 거 같아?

나태석이 마지막에 만난 사람이 대리기사야. 제대로 조사 시작해 봐. 어? 대리기사라고 왔던 사람이 공방 운영하고 있네? 흉기가 목공용 조각도네? 시체가 그 사람 집 뒷산에 묻혀 있네? 야! 그냥 네가 범인이야! 몰라!?”


가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현수가 당황한다. 뭘 믿고서 이렇게 당당하게 도와달라고 하지? 미친 거 아닌가? 했더니 협박을 준비해 왔다.

좋게좋게 도와 달라는 말이 여차하면 살인죄를 뒤집어씌우겠다는 뜻이었다.


"야이 씨발 새끼야! 진짜야?! 너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내가 씨발 너한테 뭘 잘 못 했다고 이러냐고!"


"현수야! 그러니까 도와달라고 말할 때 도와주면 서로 좋잖아? 나는 고마워하고. 너는 뿌듯하고. 보답으로 돈 받고. 얼마나 좋아?

나태석 시체 은닉에 협조한 순간부터 우리는 한배를 탄 거야.

너도 감방 가기 싫지? 나도 싫어! 저번에 보니까 그럴듯하게 머리 잘 굴리더구먼.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별 탈 없이 지나갈 수 있게 도와줘.

진짜! 진짜~ 마지막이야! 이번만 도와주면 진짜로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 내가 가지고 있는 조각도도 돌려주고 1억도 줄게. 한 번만 더 도와줘라. 응? 현수야."


“와 씨발. 남의 물건 훔쳐서 살인 흉기로 쓰고서는 그걸로 딜을 건다고?”


“그러니까. 내가 도와달라고 할 때 도와주면 좋잖아. 그리고 내가 그냥 도와달래? 돈 준다고 하잖아. 그냥 돈을 받아!

나라고 이렇게 하고 싶었겠어?! 네가 설득이 안 되니까 이렇게 협박까지 하게 된 거잖아. 나는 범죄자인 너랑 다르다. 선 긋고 있으니까, 내가 이렇게 나오는 거잖아. 내 말이 틀려?”


“하... 양심도 없고. 지만 살겠다고 이기적인 새끼”


“어. 그래. 나 이기적인 새끼 맞아. 나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아. 근데 이렇게라도 안 하면 네가 협조를 안 하니까 어쩔 수가 없다.”


현수가 가람을 죽일 듯 노려보면서 가만히 있는다. 현수가 계속 말이 없자 가람이 말한다.


“협조할 거야 안 할거야? 사이좋게 같이 감옥 갈까? 내가 112에 전화해서 흉기는 친구 거고요. 시체는 이 집 뒷산에 있습니다. 해봐? 누가 감방가나?”


“씨발... 씨발! 넌 진짜 개새끼다. 진짜. 씨발!”


억울함과 빡침. 분노.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복합적인 감정에 눈가가 촉촉해진다.

촉촉해진 현수의 눈가를 보고 승리감을 맛봤는지 유가람이 사람 좋게 웃는다.


“크큭. 인정. 처음 사람을 죽인 순간부터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어. 중간 따위는 없어.

감옥에 가서 인생 종 치느냐, 아무도 모르는 완전범죄로 만들어서 평범하게 사느냐? 남은 건 둘 뿐이야. 그래서? 도와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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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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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1. 에필로그 23.08.16 21 1 7쪽
32 30. 행적 23.08.16 18 0 17쪽
31 29. 담금주 23.08.16 18 0 10쪽
30 28. 동맹 23.08.16 19 0 11쪽
29 27. 대치 23.08.16 18 0 11쪽
28 26. 굴레 23.08.16 17 0 9쪽
27 25. 다솜분식 23.08.16 16 0 10쪽
26 24. 합의 23.08.16 22 0 9쪽
25 23. 장막 23.08.16 17 0 13쪽
24 22. 교살 23.08.16 18 0 11쪽
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 20. 설득 23.08.16 17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0 0 10쪽
20 18. 일상 23.08.16 21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1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3 1 11쪽
17 15. 선 긋기 23.08.16 21 0 10쪽
16 14. 뒷처리 23.08.16 25 0 11쪽
15 13. 대리운전 23.08.16 24 0 10쪽
14 12. 루나코인 23.08.16 23 0 10쪽
13 11. 공사대금횡령 23.08.16 23 0 11쪽
12 10. 이민가방의 정체 23.08.16 29 0 9쪽
11 09. 검은색 이민가방 23.08.16 27 0 11쪽
10 08. 압수수색 23.08.16 27 0 8쪽
9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1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29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3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5 03. 단서 발견 23.08.16 39 0 11쪽
4 02. 실종자 명단 23.08.16 46 0 12쪽
3 01. 신원미상의 시체 23.08.16 69 1 12쪽
2 00. 프롤로그 23.08.16 66 0 5쪽
1 0. 작품소개 23.08.16 96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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