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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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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69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3:07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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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DUMMY

* * *


조민철과 임성민이 청천동에 있는 다솜 경양식을 찾았다.

실종된 다솜 인테리어 사장 박수찬의 부인 김은혜가 운영하는 식당.

경양식 돈까스를 주력으로 파는 가게.

개업한 지 얼마 안 됐는지 실내외로 깨끗하고 실내 곳곳에 아기자기한 장식품이 많다.


“안녕하세요. 연락드린 조민철 경사입니다.”


“김은혜예요... 저는 더는 경찰이랑 엮이고 싶지 않은데, 무슨 일로 오셨나요.”


“지금 하는 수사와 관련해서 질문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혹시 더원종합건설의 유가람. 홍성일이라고 아십니까?”


“네 알지요. 유가람 사장. 남편이 공사대금을 못 받아서 힘들어할 적에 술기운이 오르면 ‘유가람, 진짜 가만히 안 둔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유가람 사장이 돈을 안 줘서 우리 가족 그때 진짜 힘들었어요. 저희도 공사대금을 못 받았는데, 돈 달라고 찾아오는 거래처, 일용직 사람들한테 시달리다가 살던 아파트 팔아서 대금 마련했어요. 덕분에 우리 가족은 반지하 빌라서 살게 되고, 남편은 실종까지...”


김은혜의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손등으로 눈물을 쓱 훔치고 말을 잇는다.


“저는 남편이 실종된 게 유가람이 남편을 해쳐서라고 확신해요! 남편이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오늘은 꼭 돈 받아오겠다고, 혹시라도 자기가 안 돌아오면 유가람이 해코지한 탓이니 신고하라고.

우리 남편이 딸 다솜이를 얼마나 이뻐했는데... 결코, 딸 두고 어디론가 가버릴 사람이 아닌데... 가출할 사람이 아닌데... 훌쩍.”


민철이 아무 소리 못 하고 조용히 티슈를 집어서 김은혜 앞에 놓아둔다.

김은혜가 티슈를 뽑아 눈물을 닦고, 훌쩍훌쩍하다가 겨우 진정한다.

그 틈을 노려서 민철이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묻는다.


“남편분이 실종이 언제인가요?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남편이 실종된 건 올해 초에요. 며칠 동안 연속으로 폭설이 와서 오늘은 나가지 말라고 그랬는데 오늘이야말로 반드시 돈을 받아오겠다며 남편이 나갔어요.

며칠 뒤에 남편의 차가 빌라 동네의 공영주차장에 방치된 채 발견되었다며 연락이 왔어요.

차 안에서 혈흔이 나온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지문이 나오지도 않았다고.

별다른 정황은 없으니 단순 가출 보고 있다며 경찰이 기다려 보자고 하더라고요.”


“남편분이 자기가 안 돌아오면 유가람 탓이라고 단정 지은 거 보면, 협박이나 싸움 같은 게 있던 건 아닐까 싶은데요. 혹시 싸움이 있었나요?”


“감정적으로 안 좋았던 건 맞는데, 싸움은 모르겠어요. 남편이 어딜 다치고 들어오지는 않아서...”


”경찰에 유가람이 의심된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까? 그랬다면 수사를 했을 텐데요...”


“말했었어요... 남편이 실종된 날 유가람씨의 알리바이가 확실하게 있더라고요. 타지역에 출장 중이었데요. 덕분에 사건이 흐지부지되어 버렸어요...”


유력한 용의자인 유가람의 알리바이가 확실하다면 경찰이 단순 가출로 봐도 할 말 없다.

박수찬 본인이 자신의 삶을 비관해 안 좋은 선택을 하거나, 홀연히 떠날 수도 있으니까...


“홍성일은 아십니까? 남편분께 이야기를 들어보셨거나.”


“홍성일... 두 달 전에 더원종합건설에서 합의 보자면서 찾아온 사람 이름이 홍성일이었어요. 그때 받은 명함이 여기 있을 건데... 맞네요. 홍성일 부장.

제가 유가람씨를 만나기 거부하자 유가람씨를 대신해서 찾아왔어요. 중간에 횡령범이 있어서 자기들도 대금 못 받았다고, 이제 그 돈 줄 테니까 합의하자고 찾아오더군요.”


“합의는 하셨습니까?”


“네. 홍성일이 우리 딸 학교 정문에서 등, 하교길을 지키고 있었거든요. 이건 협박이잖아요... 그래서 다시는 우리에게 안 찾아오는 조건으로 합의해 줬어요.”


“그러셨군요. 긴 시간 수사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민철과 성민이 꾸벅 인사하고 식당에서 나온다.


“홍성일 조폭이나 일진 출신 같은 걸까요? 어린 딸로 협박하다니... 상당히 흉악한 놈인데요?”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 걸 보면 업보라는 게 있는거 같기도 해?...”




* * * * *


장민철과 임성민은 광명시에 와 있었다.

어린이집 하교 시간에 맞춰서 브런치를 즐기는 젊은 애 엄마들이 가득 한 카페에서 남자 둘이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장민철은 노트를 펴 놓고 골똘히 생각하고, 임성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쪼옥 빨아 마신다.

컵이 비고 골골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래서 경사님. 좀 정리가 되세요?”


“글쎄...어떻게 된 건지 아직 감이 안 온다. 어!? 온 거 같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카페로 들어오는 여성. 유가람의 전 부인이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하면서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형사님.”


“네 안녕하세요. 계양경찰서 조민철 경사입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앉으시죠.”


“안녕하세요. 임성민 경장입니다. 뭐 드시겠어요?”


“카페라떼로 할게요. 따듯한 거요.”


성민이 일어나서 카운터로 가서 음료를 주문한다.

음료를 받아서 가져다주니 이미 한창 대화 중이다.


“유가람씨가 사라질 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원한이나, 원망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다던가?”


“딱히 짐작 가는 건 없어요. 저는 이혼 조정을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서 최근 무슨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요. 꼴도 보기 싫어서 변호사 통해서만 연락하고 있거든요.

원망은 저한테 샀죠. 더러워.”


“유가람씨의 성격은 어떻습니까?”


“상대방의 환심을 사는데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잘 챙기는 거로 보이죠. 전화도 자주 하고, 선물도 사고. 만날 때는 그게 좋아 보였는데, 그걸 띠동갑 어린애한테 하고 있으니. 더럽죠.”


“지금은 이미 이혼을 하신 거죠? 자녀도 없으시고요.”


“네.”


“그러면 유가람씨에게 유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속받지 못하시겠군요.”


민철이 유가람 전 부인의 반응을 유심히 살핀다.


“유산이요?! 죽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에이~ 잠수 탄거겠죠. 원래부터 여기저기 자주 싸돌아다니는 데다가, 결혼 생활 중에도 바람 쐬고 오겠다며 밤늦게 나가서 사라지고 그랬어요. 연락도 없이 늦게 돌아오고.”


유가람의 전 부인이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으며 손사래 친다.

민철과 성민이 말없이 가만히 있자, 커피를 마시며 평온해 보이던 얼굴이 굳는다.


“어... 형사님. 제가 전남편에게 위자료 청구 소송을 했는데, 전 남편이 실종되면 제가 받을 위자료는 어떻게 되나요?”


“저도 잘... 변호사와 상의하셔야 할거 같은데요? 제가 알기로는 일단은 친족에게 상속이 되고, 상속 후 소송으로 받으셔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가람 전 부인이 손톱을 깨물며 잠시 고민을 하다가 묻는다.


“실종된 지 얼마나 됐다고 하셨죠?”


“마지막 행적부터 2주 정도 됐습니다.”


“아파트 팔기 싫어서 잠수 탄 건가? 아니면 나 곤란하게 하려고? 형사님 유가람 꼭 좀 찾아주세요. 자칫 잘못하면 저 아무것도 못 받아요...”


유가람의 전 부인이 이 남자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위자료 주는 것조차도 얼마나 질질 끄는지 뒷담화를 한다.

민철과 성민이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지만, 딱히 사관과의 연관성은 없어보인다.

대화가 끝나고 유가람의 전 부인이 약속이 있다며 먼저 자리를 일어난다.


“전 남편 행방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이 받을 위자료에 관심이 많아 보이네요.”


“그렇지? 전 남편이 죽었을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해. 위자료를 안 주려고 도망갔다고 여기는 거 같아.”


민철과 성민이 카페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아타는 유가람의 전 부인을 바라본다.



* * *


조민철과 임성민이 방문을 빼꼼히 연다.

컴퓨터 앞에서 바쁘게 서류를 작성하는 사람들. 그중 한명을 보고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최미현 연구관님.”


“안녕하세요~ 오셨어요? 일단 이것들부터 챙기세요. DNA 분석결과, 증거물 분석결과, 피해자 부검결과. 서류만 보셔도 상관없긴 한데, 놓치실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설명을 좀 드릴게요. 따라오시겠어요?”


최미현이 묵직한 서류를 건네주고는, 방을 나가 면담실로 향한다.

피해자 부검 서류에 첨부된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지면에 닿아 녹아내리지 않은 등과 엉덩이 피부에서, 작은 피멍이 여러 개 발견됐어요.

돌 같이 작고 딱딱한 물체에서 충격을 받을 때 생길법한 상처에요. 범위가 넓고 쓸린 상처도 같이 있는 거로 봤을 때, 돌이나 나뭇가지 같이 튀어나온 것들에 반복적으로 부딪히고 찔려서 생겼을 거 같아요.”


“쉽게 말해서 산에서 굴렀다는 거군요. 꽤 많이.”


“네. 확률상으로는요.”


“그리고 주머니에서 녹아내린 담뱃갑과 라이터가 발견됐어요. 치아의 마모도와 치석으로 봐도 꽤 오랜 시간 흡연한 흡연자로 보여요.”


“흡연자라...”


“시체에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요. 피해자가 눈이 잘 안 보였을 거 같아요.”


“네? 눈이 안 보일 거라고요?”


“아뇨. 잘 안 보였을 거라고요. 눈을 비빈 것인지 각막에 상처가 보이고, 시신경에도 염증이 보여요. 눈이 어느 정도로 안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불편함을 느꼈을 거예요. 피해자가 안경은 안 썼던가요?”


“네.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품 중에서 안경은 없었습니다.”


“급성인가...? 그렇네. 급성이겠네. 분석자료 보면 혈중 알콜 농도가 꽤 높네요. 술 마신 다음 날 눈이 뻑뻑한 느낌을 받고는 하잖아요? 눈곱이 많이 낀다거나.

알콜이 소화될 때 독성이 나와서 일시적으로 시력을 떨어트리기도 하거든요.

알콜 중독자나 술이 체질적으로 안 맞는 사람들은 드물게 술로 인해서 예고 없이 시력을 잃기도 해요. 그런 케이스일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제가 설명해 드릴 건 다 드린 거 같아요.”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파이팅 하세요.”


민철과 성민이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나와서 차에 올라탄다.

DNA 감정 결과서부터 꺼내 확인하는 민철.


“역시 시체는 홍성일이 맞군. 술병은... 담금주. 인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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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6. 굴레 23.08.16 17 0 9쪽
27 25. 다솜분식 23.08.16 17 0 10쪽
26 24. 합의 23.08.16 23 0 9쪽
25 23. 장막 23.08.16 17 0 13쪽
24 22. 교살 23.08.16 19 0 11쪽
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22 20. 설득 23.08.16 17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1 0 10쪽
20 18. 일상 23.08.16 21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2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4 1 11쪽
17 15. 선 긋기 23.08.16 21 0 10쪽
16 14. 뒷처리 23.08.16 26 0 11쪽
15 13. 대리운전 23.08.16 25 0 10쪽
14 12. 루나코인 23.08.16 24 0 10쪽
13 11. 공사대금횡령 23.08.16 24 0 11쪽
12 10. 이민가방의 정체 23.08.16 30 0 9쪽
11 09. 검은색 이민가방 23.08.16 28 0 11쪽
10 08. 압수수색 23.08.16 28 0 8쪽
»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2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30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4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5 03. 단서 발견 23.08.16 40 0 11쪽
4 02. 실종자 명단 23.08.16 47 0 12쪽
3 01. 신원미상의 시체 23.08.16 70 1 12쪽
2 00. 프롤로그 23.08.16 6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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