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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죽어 마땅한 인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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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8.16 12:20
최근연재일 :
2023.08.16 13:5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68
추천수 :
3
글자수 :
152,143

작성
23.08.16 13:17
조회
23
추천
0
글자
11쪽

11. 공사대금횡령

DUMMY

“하아...”


현수가 한숨을 내쉰다.

머릿속이 새하얗다. 두 손으로 안면을 쓰다듬는다. 죄 없는 자기 머리카락을 뽑을 듯 쥐어 잡았다.


“나태석? 아까 그 BMW X6도 그 사람 차지?”


“... 어.”


“하~ 씨발. 그럼 너 나한테 차 좀 주차하고 오라고 한 게 ‘증거인멸’ 뭐 그런 거 시킨 거냐? 나도 공범 만들려고? 이새끼 완전히 미친 새끼네 이거?”


현수가 가람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고개 옆까지 들어올린다.

그대로 눕혀 놓고 후드려 패고 싶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지금, 이 상황은 주먹질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이미 본의 아니게 증거인멸에 협조했고 또 반쯤은 공범이 되어버렸다.

살인방조죄? 증거인멸죄? 죄명이 뭐가 됐든 집 뒷산에 시체가 묻힌 이상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게다가 주차하고 온 X6의 여기저기에 현수의 지문이 가득하다.

과학수사대 같은 게 와서 감식하면 차 곳곳에서 현수의 지문이 발견될 거다.

까딱하다가는 다 덮어쓸 수도 있다.


생각을 천천히 정리한다.

이렇게 된 이상 뭐가 어떻게 돼서 사람을 죽인 거고, 증거인멸을 하게 된 건지 사태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특히, 옆에 있는 홍성일은 무슨 역할을 하는 건지도.

가람이야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왔으니 믿을 수 있다고 쳐도, 처음 본 홍성일까지 믿을 수는 없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니 초면임에도 존댓말을 쓸 생각조차 안 든다.

현수가 홍성일을 째려보며 말한다.


“홍성일이라고 했지? 넌 뭐하려고 여기 왔냐? 얘가 죽인 거야? 네가 죽인 거야? 누가 죽인 거고 누가 뒷정리하는 거야?”


“...”


“아니 나는 이해가 안 돼. 고등학교 선후배면 형 동생 아니냐. 가람이가 하면 안 될 짓을 하면 너라도 말려야 할 거 아니냐. 옆에서 안 말리고 뭐 했어?”


“...”


“씨발. 두 새끼 다 입을 꽉 다물고 있네. 뭐라고 말을 해야 알 거 아니냐!”


둘 다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인다.

대답을 안 하니 상황도 모르겠고, 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현수는 여기서 더 엮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이라면 어떻게 나올까, 경험을 살려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본다.

본의 아니게 증거인멸을 도왔지만, 거짓말에 속은 거라고. 자수하면서 자초지종을 잘 설명하면 경찰에 따라서 신고자로 볼 수도 있을 거 같다.

운이 나쁘면 자수한 공범이 되겠지만, 지금까지 착하게 살았으니 설사 공범이라도, 정상참작을 받고 집행유예를 받지 않을까?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졌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다.

현수는 빠르게 결정한다.


“하아 씨발. 몰라. 경찰 부른다. 그런 줄 알아라.”


현수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려 하자, 가람이 달려들어 핸드폰을 빼앗는다.

가람이 울먹이듯 강현수의 어깨를 흔들며 필사적으로 변명한다.


“현수야! 잠깐만!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 내가 다 해결한다니까! 너한텐 그 어떤 피해도 안 가게 할게!”


“지랄하네! 이미 X6 안에 내 지문이 한가득이야! 너 나한테 덮어씌우려고 한 거 아냐? 이미 피해는 충분히 봤어. 잔말 말고 내 핸드폰 내놔!”


“아냐! 이거 우리 셋 말고는 아무도 몰라! 조금만 내 이야기 좀 들어봐. 이거 단순 실종사건 될 거야. 진짜라니까!? 제발... 그러니까 제발 내 이야기 좀 들어봐.”


“꺼져. 경찰부를 거야. 내놔 내 핸드폰.”


“야! 나, 이대로 감방 가면 네 투자금! 아버지 보험금도 그냥 날리는 거야! 그러니까 제발 내 이야기 좀...”


가람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하소연한다.

현수의 어깨를 잡았던 손이 미끄러지고, 무릎을 꿇고 바짓가랑이를 부여잡는다.

현수의 마음이 약해진다.

게다가... 방금 가람의 말을 듣고서야 현수는 중요한 걸 깨달았다.

가람은 현수의 전 재산을 투자금이라는 명목으로 가지고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숨값을.


짧은 시간 동안 현수의 머릿속에 전 재산을 날렸다는 가정이 스쳐간다.

이미 여친 부모님께 인사드렸고 결혼 허락도 받아서 식만 올리면 되는데... 결혼은 어쩌지?

가구 공방만으로는 수입이 불규칙해서, 결혼 생활 유지하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매달 받는 사외이사 월급 없이 생활할 수 있을까?

그냥 건설현장 목수로 일용직을 전전해야 하나?

가람이가 감방에 가면 투자금은 다 날리는 건가? 아버지 생명 보험금을 한 번에?


참담한 이야기다. 4억은 허공에 날리기에는 너무 큰 돈이다.

가람이를 감방에 보내는 건 안 된다.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현수는 결국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하아. 설명해봐...”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


“하아... 씨발... 이 새끼가 이젠 전화를 안 받네”


유가람은 머리를 쥐어뜯기 일보 직전이었다.

온갖 선물에서부터 룸살롱 접대까지. 필사적으로 비위를 맞춰가며 영업해서 빌라 단지 공사를 따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공사를 무사히 끝내 놨더니 나태석 부장이 돈도 안 주고 전화도 안 받는다.

지난 몇 달간, 온갖 트집을 잡으며 잔금을 못 준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다.


“유가람 대표님. A동 시공 상태가 왜 이래요? 하아~ 돈 받기 싫으신가?”


“유가람 대표님. 이 정도로 큰 공사를 맡아서 진행했으면, 입주 청소 정도는 대표님이 서비스로 해 주셔야죠~ 그래야 고객들이 깨끗한 집 보고 홀딱 반해서 분양해가지. 안 그래요?

아직 젊고 경험이 없으셔서 잘 모르시나 봐? 입주 청소 비용? 아니 공사대금이 얼만데 그걸 우리한테 달라 그래?”


“유가람 대표. 우리가 언제 돈 안 준 적 있어? 분양이 아직 안 돼서 이러는 거잖아. 기다려~”


“거참. 유가람 대표. 젊은 친구가 의욕이 있어서 기껏 밀어줬더니 자꾸 잔금 이야기할 거야? 누가 안 준데? 좀 기다리라는 거잖아!”


속에서는 천불이 나는 걸 예의 차리면서 잠자코 기다렸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사정이 생겼다. 떼먹는 거 본 적 있냐 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이미 다른 현장에서 선금으로 받았던 돈과 창업할 때 넣은 자본금, 앞으로 들어올 공사대금까지 돌려가면서 버틴 거다. 이대로면 하청업체와 일용직 사람들에게 대금을 못 주고 파산하고 만다.

가람이 책상 위에서 서류를 집어 들어 확인한다.

[피의자출석요구서]

이미 세 번째 출석요구서다. 이번에는 조사받으러 갔다가 자칫 잘못하면 현장에서 그대로 구치소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더는 못 기다린다. 깽판을 쳐서라도 받아내야 한다.


“홍성일 부장. 나랑 같이 우리 건설로 갑시다. 나태석 부장 멱살이라도 잡아야 할 거 같아.”


가람이 성일과 함께 시공사인 우리 건설로 찾아간다.

다들 현장에 갔는지, 사무실에 사람들이 없다.

가까운 자리에 앉은 여직원에게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더원 건설에서 왔습니다. 대표님 좀 만나 뵈러 왔는데요.”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 신가요? 혹시, 선약하고 오셨을까요?”


“아뇨, 잔금 결제를 계속 미루셔서 찾아왔습니다. 대표님 연락처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잔금 결제가 밀린 게 있나요? 제가 전화 걸어서 말씀드려 볼게요. 어디 현장이라고 말씀드릴까요?”


“검단신도시 신축 빌라 단지요.”


“네? 제가 알기로 검단신도시 빌라 건은 공사대금 지급 진즉에 다 끝났을 건데? 잠시만요.”


여직원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말고, 서류철을 몇 개 꺼내 뒤척인다.

가람에게 은행 이체증을 내밀며 보여준다.


“여기 보세요. 이미 올 2월에 잔금 결제 완료됐네요. 16억 6천만 원.”


“무슨 소립니까? 1년이 다 되도록 받은 게 없는데!?”


가람이 놀라서 확인해보니, 진짜로 은행 이체증이 첨부서류로 붙어 있다.

자세히 보니 컬러로 인쇄한 인쇄본이다.


“사본 말고 은행에서 받은 실제 이체증은요? 저희는 진짜로 받은 게 없습니다.”


가람이 급하게 스마트폰 모바일뱅킹으로 이체 내역을 찾아보지만 역시 입금 내역이 없다.

여직원에게 모바일뱅킹 내역을 보라면서 내밀자 여직원도 당황해한다.

보낸 쪽의 이체증은 컬러 인쇄된 사본만 있고 받은 쪽의 내역은 없는 상태.

누가 봐도 횡령이 떠오를 상황. 여직원이 어버버 거리면서 헛소리를 한다.


“어... 저희 쪽에서는 이미 결재도 났고. 입금도 했잖아요. 선금이랑 중도금도 같은 계좌로 보내서 받으셨고. 잔금 이체했다는 서류도 있고요.

저희 쪽인지, 더원건설 쪽 문제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셔야 할 거 같은데요?”


“아뇨, 보셨잖아요. 입금된 내역 자체가 없는 거. 이체는 누가 한 겁니까? 그 이체증 위조된 거 아닙니까!? 지금 원본은 없고 사본만 있는 거잖아요? 담당자인 나태석 부장이 제 전화를 안 받습니다. 나태석 부장은 회사에 있습니까!?”


‘나태석 이 개새끼. 잔금 준다고 준다고 계속 미루면서 나한테 장난친 거구나!’


상황이 이해가 된 가람의 목소리가 점점 격해진다.


“아. 아뇨. 나태석 부장님은 엊그제부터 휴가입니다. 다음 주까지요.

입금... 나태석 부장님이 직접 한 거로 알고 있는데...”


“그럼 나태석 부장이 횡령한 거 아닙니까?!”


“횡령이요?! 아직 아무것도 확인 안 됐는데 그렇게 단정 지을 건... 저희도 알아볼 테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세요. 대부분 직원이 현장에 있어서 지금은 확인이 안 됩니다.”


“횡령이라고 확인되면, 잔금을 주기는 하는 겁니까?”


“어... 저희는 일단 집행이 끝났으니까. 횡령이 맞다면 그 사람에게 직접 받아내시는 게 맞는 게 아닌지...”


탁!

가람이 화를 못 참고 아까 여직원이 줬던 서류철을 테이블에 던지며 소리친다.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딨습니까!? 누군 이러다 감방 가게 생겼는데!? 대표님은 어딨어요?! 나태석은 어디에 있고!?”


“... 자꾸 그렇게 소리 지르고 위협적으로 나오면 경찰 부를 거예요! 가세요! 할 말 다 했으니까 가시라고요! ... 거기 경찰서죠?!”


가람이 계속 위협적으로 나오자, 여직원이 수화기를 들어서 경찰을 부르려한다.

성일이 가람을 말리면서 이만 돌아가자고 밖으로 끌어낸다.

성일이 다시 들어가서 ‘죄송합니다.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하고 사과를 하고 나온다.

밖으로 나와 진정된 가람에게 성일이 말한다.


“대표님, 그래도 협조적으로 나온 여직원이었는데, 화를 내신 건 조금 아닌 것 같습니다.”


“... 그러게. 나중에 사과해야겠다. 미안하네.

성일아 네가 봐도 나태석이 중간에 횡령한 게 확실한 거 같지?

네가 경찰서 가서 횡령 사기 이런 거로 나태석 신고 좀 하고 와라. 나는 나태석 집으로 한번 가볼게.”


“나 부장 집을 아십니까?”


“어. 저번에 접대하고 바래다준다고 아파트까지는 가봤어... 가서 관리사무소 같은데 한번 물어봐야지.”


“네, 그럼 신고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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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0. 행적 23.08.16 18 0 17쪽
31 29. 담금주 23.08.16 19 0 10쪽
30 28. 동맹 23.08.16 19 0 11쪽
29 27. 대치 23.08.16 19 0 11쪽
28 26. 굴레 23.08.16 17 0 9쪽
27 25. 다솜분식 23.08.16 17 0 10쪽
26 24. 합의 23.08.16 23 0 9쪽
25 23. 장막 23.08.16 17 0 13쪽
24 22. 교살 23.08.16 19 0 11쪽
23 21. 우리종합건설 23.08.16 20 0 10쪽
22 20. 설득 23.08.16 17 0 13쪽
21 19. 춘천 데이트 23.08.16 21 0 10쪽
20 18. 일상 23.08.16 21 0 10쪽
19 17. 그린벨트 23.08.16 22 0 14쪽
18 16. 술 장식장 23.08.16 24 1 11쪽
17 15. 선 긋기 23.08.16 21 0 10쪽
16 14. 뒷처리 23.08.16 26 0 11쪽
15 13. 대리운전 23.08.16 25 0 10쪽
14 12. 루나코인 23.08.16 24 0 10쪽
» 11. 공사대금횡령 23.08.16 24 0 11쪽
12 10. 이민가방의 정체 23.08.16 30 0 9쪽
11 09. 검은색 이민가방 23.08.16 28 0 11쪽
10 08. 압수수색 23.08.16 28 0 8쪽
9 07.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3.08.16 31 0 10쪽
8 06. 롤렉스의 주인 23.08.16 30 0 11쪽
7 05. 목매단 시체 23.08.16 34 0 11쪽
6 04. 더원종합건설 23.08.16 33 0 11쪽
5 03. 단서 발견 23.08.16 40 0 11쪽
4 02. 실종자 명단 23.08.16 47 0 12쪽
3 01. 신원미상의 시체 23.08.16 70 1 12쪽
2 00. 프롤로그 23.08.16 67 0 5쪽
1 0. 작품소개 23.08.16 97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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