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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이중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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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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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5,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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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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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소년 가장

DUMMY

“그만”


비무회를 주관하는 원허(圜虛)도장이 화산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라는 소문답게 빠르게 날아와 강의초 앞을 가로막았다.


“상처는 어떤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원허도장이 묻자 강의초는 대답을 하면서도 얼떨떨했다.

상대의 수법에 당하면서도 어떤 초식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결판이 났다.


“패배를 인정하나?”

“인정··· 합니다”


속이 쓰렸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화산비무회의 우승은 암향곡의 악운룡입니다”


원허도장의 공식적인 선언이 떨어지고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암향곡이 우승할 줄은 정말 몰랐네”

“암향곡이 어디야?”

“글쎄···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화산비무회는 근처 사람들에게 보기 드문 눈요기거리니 많은 사람이 몰려와 있었다.

그 중에서 암향곡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전무했다.

그게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악소평은 사형이 우승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이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오빠, 어떻게 된 거야?”

“으응 나중에 가르쳐 줄게”


악소평 뿐만 아니라 화산비무회의 진행을 위해 나온 화산의 고수들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심지어는 당사자인 악운룡까지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일격이었다.

다만 원허도장만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악운룡을 바라보았을 뿐


암향곡에 돌아오자 악붕이 다람쥐처럼 먼저 달려 올라가며 소리를 질렀다.


“사부님, 우리가 1등을 했어요, 형이 우승을 했다구요”


막내도 어지간히 기분이 좋았나 보다.


정자에 앉아 그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있던 사부들도 믿기지 않는 듯이 반문한다.


“뭐라고?”

“1등을 했다고?”

“화산비무회를 우리 암향문이 먹었다니까요”

“그게 정말이냐?”

“사부님은 사형이 1등을 했다는데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야 당연히 기쁘기는 하지만··· 믿기가 어렵구나”

“믿으세요, 진짜 1등을 했어요”


악소평이 화산비무회 우승 증표를 내밀자 사부들은 받아서 들여다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결국 악운룡은 자신에게 우승을 안겨준 수법을 모두에게 공개했다.

반응은 떨떠름 했다.


“그게 진짜 가능하다고?”

“눈으로 직접 보셨잖아요? 불가능한 일을 어떻게 하겠어요?”


악산과 연평사부는 제자가 시연해 보여주는 괴이한 검술을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검술이라기보다는 비술에 가까웠다.


“그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내공 운용법인데···”

“내공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마치 뭔가 이상한 비술을 사용하는 것 같구나”

“그걸 네가 직접 고안해 냈다는 것이 사실이냐?”


세 사부가 제각기 한 마디씩 했다.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말


“그렇다니까요”


머리 속에 갑자기 떠오른 수법이니 자신이 창안한 무술이라는 것은 틀림 없다.


“사형, 그럼 나도 해 볼게”


사매 약소평은 사형과 오빠라는 호칭을 제멋대로 넘나들며 사용한다.

화산파와 같은 명문대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암향문에서는 누구도 그런 자잘한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악운룡이 알려준 대로 악소평이 검을 들고 재현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 된다.


“나는 아무리 해 봐도 잘 안 되는데?”

“우선 응기(凝氣)부터가 안 되잖아? 기를 단단하게 뭉쳐야 탄발(彈發)이 가능하지”


악소평은 천재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건방진 동생이다.

사부들이 말끝마다 칭찬하고 떠받들어 주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건방을 떠는 게 눈꼴 시릴 때도 있을 지경인데

이 아이가 천재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다.


연평사부가 길거리를 떠도는 어린 아이를 주워 키웠다는데

무공은 허접하지만 사부의 지인지감만큼은 인정해 줄만 하다.


“거 참, 희한한 일이네”


곁에서 보고 있는 악산도 입맛만 다시고 있다.


“정말 그런 내기 운용법을 창안해 냈다면 너야말로 진짜 백 년에 한 번 나오기도 힘든 검술의 천재다”


악운룡은 악산이 주워다 키운 제자

성은 사부에게 물려 받고 이름도 그가 지어 주었다.

덩달아 사제들도 악씨 성을 물려받게 되었다.

각자 부모는 다르지만 형제처럼 도우면서 살라는 사부들의 뜻이었다.


“원래 그런 고급 무공은 쉽게 익힐 수 없는 법이다, 시간을 가지고 계속 수련해 보거라”


악소평은 천재라는 자부심에 상처가 났는지 입을 내밀고 있지만 사부의 말이 맞다.

이런 상승의 무리를 밥 먹듯 쉽게 익힐 수 있다면 세상에 고수가 넘쳐날 거다.

그렇지만 그는 악운룡이 응기탄발의 수법이 머리에 떠오르는 즉시 사용했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악운룡이 외출준비를 하고 나타났다.


“산 아래 마을에 잠시 다녀 올게요”

“먹을 건 충분히 있는데”

“화산비무회에서 우승을 했으니 잔치라도 해야지요”

“호호호··· 좋은 생각이구나”


산골에서 먹을 거라고는 사냥을 해서 말려놓은 산짐승이나 작년에 뜯어 놓은 산나물들

겨우내 매일 먹었으니 지겹다.

말을 그렇게 했지만 중요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가 찾아간 곳은 매검문

강의초는 의외라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악소협이 어인 연유로 본문에까지···”

“형, 우리 사이에 그렇게 체면 차리지 말고 편히 말해”

“그 그래, 네가 웬일이냐?”


어릴 적에는 서너 살의 차이도 크니 형, 동생으로 지냈지만 몇 년 못 보던 사이 덩치가 비슷해졌다.


“다친 데는 없고?”

“별로 다치지도 않았다, 그게 궁금해서 왔어?”


다행히 비무회에서 이겼다고 자랑하러 온 것은 아닌 모양이다.

만약 고깝게 군다면 몽둥이 찜질을 해 줄 생각이었는데


“동면하는 곰 굴 같은 움막을 치워버리고 집을 지을까 해서”

“거 참 좋은 생각이다, 좁고 컴컴한 움막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살려면 엄청 불편하지”

“형이 좀 지어 줘”

“돈이 많이 들 텐데?”


산아래 마을에서 집을 짓는 것보다 돈이 두 배는 더 든다.

건자재를 거의 산 꼭대기까지 나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인부들도 매일 왕복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인부들의 침식까지 제공해야 한다.


“돈은 충분하니까 잘 지어주기만 하면 돼”


난동을 피우고 혁립사부를 죽게 만들었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전낭에 있던 돈은 집을 짓기에 충분했다.


“집을 짓는 거야 우리 전문분야이니 문제가 없지”


매검문은 화산에서 난 나무를 이용해 건자재를 만들고 직접 집을 짓기도 한다.

오래된 문파이니 제자들이 벌인 사업이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다.


“이건 내가 그려본 설계도인데···”

“훌륭하네, 얌향곡의 형세로 봐서 이게 최선이야”


건축에 관한 얘기를 마치자 강의초는 아까부터 억누르던 궁금증을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런데 네가 마지막에 펼친 무공은 어떻게 된 거냐?”


그도 암향곡의 무공을 뻔히 알고 있는데 악운룡이 펼친 무공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하던 것이었다.

사문의 존장들에게 물어 보아도 전부 뜬구름 잡는 얘기들만 했다.


“아! 그거? 사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해 본 것인데 생각보다 위력이 크더라구”


악운룡의 태도는 형으로 대하는 것 같으면서도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격의가 없었다.

화산파와 같이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곳이라면 쳐맞아도 할 말 없는 행동이었지만 매검문 역시 암향곡과 별 차이는 없다.


“그걸 네가 창안했다고?”

“문득 생각이 떠오르길 내공을 이렇게 압축해서 검에 팽팽하게 밀어 넣은 다음 이렇게 발출하면되겠더라고, 그래서 한 번 해 본 거야”

“뭐? 내공을 압축해?”


무슨 개 풀 뜯는 소리냐는 듯이 바라보다 문득 놀라운 생각이 든다.


“너 그런 검술의 비기를 나한테 막 알려주고 그래도 되는 거냐?”

“뭐가 어때? 어차피 내가 만든 것인데”


이 놈 정신이 가출했나?

자신의 비기를 남에게 가르쳐 준다는 것은 사문의 역적이 되는 지름길이다.


“으음, 네 사부님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 같지 않은데?”

“사부님들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하지 않으셔”

“하긴, 제자바보··· 크흠, 너는 진작부터 소년가장이었으니까···”


사부들은 모두 큰 내상을 입고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해 무공이 제한되어 있다.

내상을 입는 즉시 영약이나 고수의 도움을 받았다면 그렇게 악화되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돈도 인연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악운룡은 이른 나이에 가장 노릇을 하게 되었다.

가장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사문에서의 발언권도 크다.


“우선 응기를 수련한 뒤에 탄발을 연마하면 될 거야”


강의초는 스스럼 없이 자신의 비기를 모두 전해주는 악운룡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고절한 수법을 나에게 거저 줄 리는 없고, 바라는 게 뭐냐?”

“헤헤헤··· 역시 형은 눈치가 빠르네, 내가 형에게 바라는 것은 한 가지야”

“뭔데?”


강의초나 매검문이 큰 부자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보물 따위는 더욱 없다.

그걸 다 알고 있을 텐데···


“내가 곧 산을 내려가 강호를 주유하려고 해, 그 때 사부님들 좀 잘 보살펴 줘”

“뭐라고? 그것만 하면 되는 거야?”

“그것 말고 형에게 내가 부탁할 수 있는 게 없잖아?”

“그건 그렇지”


‘사제간에 사이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부를 끔찍하게 위한다니’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그런 이유만으로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이게 아니라도 네가 부탁한다면 가끔 올라가서 살펴드릴 수는 있는 일인데··· 혹시 무슨 꿍꿍이라도 감추고 있는 거냐?”

“꿍꿍이는 개뿔, 그깟 응기탄발의 수법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당장 저기 있는 화산파의 고수들만 해도 그 정도로는 상대할 수 없잖아?”


응기탄발은 엄청나게 빨라서 기습에는 효과적이지만 소림의 탄지신통과 같이 강력한 수법이 아니었다.

상승절기와는 거리가 멀다.


화산이 품은 조그만 문파들 사이에도 알력이 있다.

화산파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문파들도 상대방보다 조금만 세가 크면 뻐기면서 상대를 무시한다.

매검문은 그런 면에서 아주 젊잖은 문파

전부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 천하 무림은 군웅할거시대, 화산파가 대단하다고 해도 내일 백무련(百武聯)이 쳐들어 오면 하루도 버티지 못할 걸”


백무련은 백 개의 무가, 다른 말로 천하의 무술 문파를 모두 통합하겠다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있는 연합체

천하제일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맞는 말이긴 하다.


한편으로 화산은 그들에게 하늘과 같이 높은 곳

감히 쳐다보기조차 어렵다.

그런 화산파는 오히려 문파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암향곡 같은 곳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잘난 체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존중해 주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잔재주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 화산이 살아 남을 방법을 궁리해야 해”

“흐음···”


이후 두 사람은 한참이나 대화와 토론을 거듭했다.

이후 강의초는 크게 감탄했다.


“아우의 흉금이 이토록 넓어지는 동안 나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 너는 앞으로 어두운 무림의 등불이 될 거야”


강의초는 감탄을 넘어 감동의 눈물을 흘릴 기세

악운룡은 가볍게 말한다.


“나는 등불 따위가 될 생각은 없어, 그저 내 한 몸, 내 주위를 지킬 힘만 있으면 돼”

“그게 쉽지 않지, 언제나 하늘 위에는 하늘이 있고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니까”


맞는 말이다.

태극난동을 일으킨 붉은 노인과 푸른 여인만 해도 그 무공의 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고수들이었다.

하지만 백운룡은 태연했다.


“그러니 서로 도움이 되려면 응기탄발을 열심히 연마해”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강의초는 매검문의 차기 문주로 신망을 한 몸에 모으고 있는 사람

그가 문주위에 올라 매검문을 총동원해도 그리 큰 세력은 되지 못한다.


“나도 매검문이라는 조그만 세력을 믿고 뻐기며 다녔는데 네 말을 듣고 보니 시야가 확 트이는 것 같다”

“나는 바쁘니까 이만 갈게”


강의초는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같이 돌아다니면서 악운룡의 일을 도왔다.

결국 짐이 너무 많아 혼자서 들 수 없게 되자 암향곡까지 같이 등짐을 져 주고 내려갔다.


잔치준비가 끝나자 악운룡이 보따리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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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적으로부터 얻은 비전 23.07.12 68 2 11쪽
66 사문의 적 23.07.11 75 4 12쪽
65 쳐맞을 계획 23.07.10 85 4 11쪽
64 요괴현현 23.07.09 80 4 12쪽
63 하의실종 23.07.08 85 4 12쪽
62 회초리 마녀 23.07.07 80 2 12쪽
61 적과의 동침 23.07.06 92 3 11쪽
60 무공 장사 23.07.05 92 3 12쪽
59 화산의 비밀병기 23.07.04 96 4 12쪽
58 병아리가 된 천재 23.07.03 94 3 12쪽
57 2군 양성 23.07.02 91 4 11쪽
56 치료 취소 23.07.01 107 4 12쪽
55 악마의 새끼들 23.06.30 99 3 11쪽
54 거대한 전리품 23.06.29 104 3 12쪽
53 위험한 도발 23.06.28 99 3 12쪽
52 요괴의 승리 23.06.27 109 2 12쪽
51 얼마나 우려 먹으려는 거야? 23.06.26 110 2 12쪽
50 엉덩이신공 23.06.25 108 3 12쪽
49 백 살 어린이 23.06.24 122 3 11쪽
48 줄타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23.06.23 117 3 11쪽
47 조카바보 23.06.21 118 2 11쪽
46 줄을 잘못 섰네 23.06.21 119 3 11쪽
45 줄 때 먹고 보자 23.06.19 121 3 11쪽
44 줄타기 23.06.18 116 3 11쪽
43 죽거나 미치거나 23.06.17 126 3 12쪽
42 힘을 빼라 23.06.16 126 3 12쪽
41 귀랑대 23.06.15 120 3 12쪽
40 세 천재들 23.06.14 124 3 12쪽
39 남궁세가의 적손 23.06.13 1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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