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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이중 빙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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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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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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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적으로부터 얻은 비전

DUMMY

“네?”


뜻밖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나의 사조와 너의 사조가 서로 원수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혹시 나를 원수로 생각하는 것인가?’


무슨 얘기를 하자는 것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상대는 한 눈에도 절대의 고수

과거 무령의 기세와 비교해도 전해 밀리지 않는다.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엄두도 나지 않는 까마득한 고수다.

이 사람이 나를 해치려 든다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삼백년 전의 일로 내가 너에게 원수를 갚는 일은 없을 테니”

“그럼···”


손상익의 성격은 극히 냉정했다.

지금도 앉으라는 말조차 없이 서서 대화하는 중


“나의 조사께서는 원수를 갚기 위해 암향검객을 쫓다가 마침내 찾아 내었다. 그 때는 이미 암향검객은 죽어 있었고 그가 남긴 검보 한 권을 수습했지”


그 후 그의 사문에서는 대대로 암향검법을 연구했지만 크게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사문의 무공과 너무 달라 익히기 어려웠다.

만난을 무릎쓰고 연마할만큼 사문의 무공보다 특별히 더 강한 무공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무공을 연구하다 암향검에 흥미를 갖고 십성까지 연마했다”


악운룡은 사부의 말이 진짜인지 궁금했다.


“암향검객은 당대 최고의 검객이었다는게 사실이었습니까?”

“흥, 그 때 누구도 천하제일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천하제일을 다투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지, 그나마도 일찍 죽어 천하제일의 명성을 얻을 기회조차 없었다”


‘사조가 천하제일에 근접했다고 해석한다면 그건 사실이잖아?’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난 검객이었다.

후인들이 자신들의 사조를 약간 과장해서 천하제일인으로 포장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암향검법이 천하제일의 검법도 아니다”


‘역시 마찬가지, 천하제일에 가까운 검법이라는 말이네’


“내가, 십성까지 연마한 이후 깨달은 사실은 이 검법은 십성까지 연마해도 뭔가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었다”


‘십성으로는 안된다는 말인가? 그럼 십이성까지 연마하면 어떨까?’


무공을 십성까지 연마하면 그 이상은 더 할 게 없다.

십이성이라는 것은 완벽하게 연마한 무공을 다시 한 단계 뛰어넘는 경지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검법을 연마하므로서 무학을 깊게 이해하게 되었으니 시간을 낭비했다고는 할 수 없지, 얻은 게 많았다”


그의 눈이 아득한 과거를 돌아보고 있었다.

무려 오 년이나 열정을 가지고 연마했던 검법

각고의 노력 끝에 십성의 경지에 올랐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만족스럽지 못했다.

검법의 완성도가 낮았는지 그의 기대가 과했는지는 몰랐다.

후일 생각해 보니 암향검법은 훌륭한 검법임에는 틀림 없었다.

단지 하나의 뛰어난 검법을 연마하는 것만으로 천하제일의 고수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후인으로 인정할만한 사람을 만났으니 암향검법을 돌려주겠다”


암향검법은 그가 절대의 경지에 오르는데 큰 도움이 됐다.

사문의 검법도 아닌데 큰 도움을 받았다.

암향검객에게 빚을 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악운룡이 싸우는 모습

싸우면서 시시각각으로 검법의 요체를 깨달아 가는 것을 보고 빚을 갚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그 이상의 경지에 올라 있는 그로서는 아쉬울 게 없었다.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것과 동시

자신이 손을 쓰지 않고 고초고 도리, 더 나아가 귀곡을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은 덤이었다.

물론 악운룡이 엄청난 천재라고 해도 도리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암향검법을 완전한 모습으로 전수받으면 쉽게 질 것 같지도 않다.


“감사합니다”


악운룡이 포권을 하고 감사를 표하면서 말을 이어가려 하자 손상익은 냉정하게 잘랐다.


“시간은 사흘 밖에 없다. 그 기간 동안 네가 몇 초나 익힐지 모르지만 나는 그 이상은 여기서 머물 생각이 없다”

“그럼 바로 시작하시지요”


사흘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그러나 암향검법과 같이 최고의 절기를 전수받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일분일초라도 아껴야 한다.


“우선 네가 펼치고 있는 세 초식부터 이야기하자”


악운룡이 처음 시전한 초식은 암향검법임에는 분명했지만 많은 부분에서 헛다리를 짚고 있었다.

이런 상승의 검법에서는 그 작은 차이가 크다.

결정적인 위력을 이끌어 내느냐 못내느냐의 갈림길이 된다.


그런데 그게 도리와 싸우면사 겨우 한 시진만에 진짜 암향검법으로 변화했다.

악운룡과 같은 천재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

그렇지만 천재 악운룡도 살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 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다 보니 생긴 결과였다.


“네 검법은 거의 완성에 가깝다, 놀라운 일이었다”


암향검객은 검법을 끊임 없이 개량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나중에 남긴 검보가 진짜 암향검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 전에 정식으로 지도를 받은 자가 있더라도 결코 완성된 암향검법을 알 수 없었다.

이 젊은이가 사용한 검법은 최종 완성본에 가까운 것

암향검객이 오랜 시간 연구와 실전을 거듭하면서 완성해 낸 검법과 같은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의미였다.

절대고수인 천애유객으로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릴만큼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세 초식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콕 집어 시범을 보였다.


“이 부분에서는 이렇게 변화해야 한다. 상대의 주의를 이 쪽으로 유도해 놓고 그런 헛점을 이용하지 못하면 바보다”


잘못된 원인까지 간단하게 지적해 준다.

비록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은 아니었지만 악운룡은 크게 깨우칠 수 있었다.


‘좋은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은 정말 축복이라고 할 수 있군’


극히 일부만 수정했음에도 검법의 위력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겨우 사흘에 불과한 시간

그렇지만 그게 절대의 고수에게 사사를 받는 시간이라면 황금보다도 귀한 시간이다.

악운룡은 서서히 검법 속을 침잠해 들어갔다.


암향검법은 총 일곱 초식

세 초식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고 네 초식만 배우면 된다.

네 초식을 배우는 데에는 만 하루가 걸렸다.


“이런 최고의 검법 네 초식을 겨우 하루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너는 대단한 재능을 타고 났다”


그 자신도 수 개월이 걸렸던 일

물론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게 아니라 검보를 통해 배웠으니 더 오래 걸렸다.

그걸 감안해도 악운룡의 성취는 입이 벌어질 지경이었다.


“이미 세 초식을 알고 있으니 서로 비슷해서 어렵지 않은데요?”

“허허··· 그게 그렇게 되나?”


하나의 검법에는 전체를 관통하는 검의가 숨어 있다.

한 초식을 익히면 다음 초식을 익히기는 조금 쉬워진다.

악운룡의 말에도 일리는 있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의 말대로 비슷한 면도 있지만

그럴 바에야 뭐하러 새로운 초식을 만드나?

비슷하면서도 결코 비슷하지 않다.


나머지 이틀 동안 숙달을 위해 수련했다.

손상익의 역할은 그저 구경하는 것

일곱 초식의 시연이 끝나면 잘 한 부분과 잘못한 부분을 지적해 주는 것뿐이었다.


사흘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 검법의 변화도 상당히 익숙해졌다, 삼성에 이르렀다”


삼성에 이르자 암향검법 특유의 옅은 향기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이 은은한 향기가 암향검법의 특징이다. 네가 제대로 시전하고 있다는 증거지”


암향검법과 같은 최고수준의 검법을 겨우 사흘만에 삼성이나 익혀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악운룡은 그 중의 새로 배운 네 초식을 익힌 것이었지만

그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다.


손상익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쯧··· 정말 가르치는 재미가 있는 녀석이야, 이런 아이를 제자로 삼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게 안타깝다.

조사끼리 원수였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지금 제자를 받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검법이 삼성에 이르렀다는 것은 기본적인 수법은 모두 배웠다는 의미다. 지금부터는 이 일곱 초식을 서로 연계해서 응용하는 것이니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야”

“알겠습니다,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그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암향곡의 세 스승에게도 무공을 배웠지만 항상 뭔가 미진했다.

한 단계 더 파고들면 그들이 가진 밑천이 금방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암향검법은 최고수준의 절기

게다가 절대고수의 가르침은 한 마디 한 마디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한 경험이었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선배님의 사문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으음, 우리 문파는 일인 전승이므로 구태여 사문의 이름을 짓지 않았다. 내가 곧 사문이지, 굳이 이름을 부르자면 천애문(天涯門)이라고 할 수 있다. 대대로 별호에 천애라는 말을 넣었었기 때문이다”


문파의 이름으로는 좀 특이하다.

무림에는 지역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문파가 많다.

무당이나 화산도 그런 예

천애라는 말을 문파의 이름으로 쓴다는 것은 은근히 천하제일의 문파라는 자부심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일인전승의 문파지만 광오하기 짝이 없다.


손상익은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말했다.


“나는 여기를 떠나 금사탄(金沙灘)으로 가려고 한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손상익으로서는 보기 드문 경우

사흘에 불과했지만 그로서도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었기에 그나마 이 몇 마디 말이라도 한 것이었다.

말을 하면서도 그의 표정은 아련한 과거의 가슴아픈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일인전승의 문파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이미 한 명의 제자을 두었다.

무려 십 년이나 가르친 후

자기 손으로 제자를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사문의 규율때문이었다.

천애문의 정종무공을 제대로 이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그를 죽이고 새로운 제자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사문의 무공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천애문의 제자는 언제나 최고여야 한다는 자부심이 그에 미달하는 제자를 죽이도록 만들었다.


그런 면에서 악운룡을 제자로 받는다면 최고의 선택

또 다시 자기 손으로 제자를 죽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지금의 그에게는 사문의 대를 잇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

귀곡자를 넘어서서 천애문의 자존심

대대로 천하제일의 무인을 배출했다는 절대적인 명제가 더 중요한 일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묘하게 엇갈리고 있었다.


악운룡은 금사탄이 어떤 곳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손상익의 성격을 알고 있으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단지 좀 멀리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저기 도리가 오고 있구나, 그럼 잘 싸우길 바란다”


손상익은 간단한 격려의 말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참으로 단순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목표 이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한눈을 팔지 않는 사람

무예의 극의를 보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는

무공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내가 도리와 싸우는 것을 구경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누구라도 자신이 가르친 사람이 제자가 아니더라도 그 싸움의 결과가 궁금할 텐데

관심조차 없다는 듯 홀연히 떠나갔다.

적어도 싸움의 승패는 확인한 후 떠날 줄 알았다.


달려오는 도리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전보다 더 화려한 치마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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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가을에 새로운 작품으로 23.07.12 43 0 -
» 적으로부터 얻은 비전 23.07.12 67 2 11쪽
66 사문의 적 23.07.11 74 4 12쪽
65 쳐맞을 계획 23.07.10 85 4 11쪽
64 요괴현현 23.07.09 78 4 12쪽
63 하의실종 23.07.08 84 4 12쪽
62 회초리 마녀 23.07.07 80 2 12쪽
61 적과의 동침 23.07.06 91 3 11쪽
60 무공 장사 23.07.05 91 3 12쪽
59 화산의 비밀병기 23.07.04 94 4 12쪽
58 병아리가 된 천재 23.07.03 93 3 12쪽
57 2군 양성 23.07.02 91 4 11쪽
56 치료 취소 23.07.01 104 4 12쪽
55 악마의 새끼들 23.06.30 98 3 11쪽
54 거대한 전리품 23.06.29 103 3 12쪽
53 위험한 도발 23.06.28 99 3 12쪽
52 요괴의 승리 23.06.27 107 2 12쪽
51 얼마나 우려 먹으려는 거야? 23.06.26 110 2 12쪽
50 엉덩이신공 23.06.25 107 3 12쪽
49 백 살 어린이 23.06.24 118 3 11쪽
48 줄타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23.06.23 116 3 11쪽
47 조카바보 23.06.21 117 2 11쪽
46 줄을 잘못 섰네 23.06.21 117 3 11쪽
45 줄 때 먹고 보자 23.06.19 118 3 11쪽
44 줄타기 23.06.18 116 3 11쪽
43 죽거나 미치거나 23.06.17 124 3 12쪽
42 힘을 빼라 23.06.16 124 3 12쪽
41 귀랑대 23.06.15 119 3 12쪽
40 세 천재들 23.06.14 123 3 12쪽
39 남궁세가의 적손 23.06.13 14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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