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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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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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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5,081

작성
23.07.0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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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공 장사

DUMMY

악운룡이 귀호대와 싸우는 모습을 본 그는 그가 출전하면 무조건 일패를 안고 시작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판승부로 간다면 그냥 패배다.

화산파의 제자가 자파의 이해가 걸린 비무에 출전한다는데 말릴 명분이 없다.

좀 이상한 관계인 것 같기는 해도


“친선비무를 한다면 출전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해 보겠다”


잠시 후 화산과 남궁세가는 회의실에 마주 앉았다.


예상대로 협상은 평행선을 달린다.

남궁혁빈은 계속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원허는 외교의 달인답게 우물우물, 얼렁뚱땅, 유들유들, 교묘한 미사여구를 구사하면서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었다.


화산노걸과 악운룡은 아예 협상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원허가 다섯 사제들과 참석했을뿐


이들의 관계는 같은 사부를 두고 있으니 사형제간이다.

겉으로는 누가 보기에도 사제간

외견상으로는 그가 제자로 보였지만 원허는 사부에게 일초반식도 배운 적이 없었다.

사문에서 사부로 지정해 주니 사부가 됐을뿐


그 이유는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해 왔다.

사부가 비밀리에 수행하고 있는 일을 보좌하는 동시

그와 화산 사이의 다리가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말장난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결국 남궁혁빈이 폭발했다.

아무리 천재라도 직업적으로 오랜 동안 문파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온 원허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무공이 천재라도 혀를 단련하지는 않은 모양

입심은 확연히 밀린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비무로 결정합시다, 모름지기 무림의 일은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실력으로 판가름 하는 법이지 않습니까?”

“비무를 한다면 조건은 뭡니까?”

“패자는 이번 협상에서 거론된 현안 중에서 세 가지를 양보하는 겁니다”


예상 그대로다.

현안이 세 가지이니 세 가지를 양보한다는 것은 무릎을 꿇고 패배를 인정하라는 말과 같다.


협상은 요식행위

거의 의미가 없는 절차였다.

원허 역시 이렇게 될 줄 알고 대비하고 있었다.


“좋소, 그렇다면 나도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이번에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결코 재론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오”

“그거야 당연한 일입니다, 비무는 삼판 양승으로 합시다”

“수락합니다”


원래 남궁가의 계획은 남궁혁빈 한 사람이 나서서 비무를 하는 것

그런데 악운룡이 출전한다면 무조건 지게 된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판 양승으로 하면 된다.

한 판을 져도 두 판을 이기면 비무를 이길 수 있다.


그 사이 악운룡은 화산노걸과 담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늬 말은 네 금강공과 내 영공을 교환하자는 거지?”

“같은 화산의 문파끼리 서로 도우며 살자는 거지요”

“그 말이 그 말이잖아?”

“맞습니다”


이 노인네에게서 영공을 얻어내는 방법은 금강공을 주고 사는 것뿐이다.

다행히 영 흥미가 없지는 않은 듯


“전수 범위는?”

“문파 내에서는 무제한으로 하지요, 화산의 입장에서도 영공은 익히지 못하는 제자가 많은데 금강공은 다 익힐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되잖아요?”

“그건 그런데···”

“화산으로서는 있으나 마나 한 영공을 주고 알토란 같이 써먹을 수 있는 무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 할배가 고민하는 이유는

너무나 터무니 없는 제안에 머리 속이 혼란스럽기 때문

이런 일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영공이 훌륭한 무공이라는 것은 틀림 없다.

그러나 아무리 가르치려 해도 입문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

이로 인해 사형과 싸우게 되고 결국 화산의 산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 후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이가 갈릴 지경


그의 사고방식과 행동거지는 원래도 끊임 없이 다른 제자들과 마찰을 일으켰다.

늙어서 할배라 불리는 지금도 마찬가지


그 후 화산에는 거의 십 년이나 발길을 하지 않았다.

화산에서도 그가 지나친 고집으로 문제를 일으켰지만 사문을 위한 행동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화산파도 그가 귀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상태

비밀리에 숨겨둔 희망이었다.


“할배의 영공은 얼마짜리입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영공을 팔아서 먹고 사는 장사꾼인줄 알아?”


그는 무공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는 정신 나간 놈이 어이없다는 표정

무공을 거래하자는 제의를 받는 순간부터 헷갈렸다.


‘하긴 거래를 하자면 기준이 있어야 하니 돈으로 환산하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금강공은 만 냥짜리입니다, 무려 금자가 만냥이라는 말입니다”


금자라는 말에 유난히 힘을 주었다.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돈 고생을 엄청 했던 화산노걸로서는 상상도 되지 않는 금액

무공이 뛰어나도 돈 버는 재주는 특출나지 못했다.

더구나 대부분의 시간을 가르치는데 쓰고 있으니 돈을 벌 길도 마땅치 않았었다.


화산파의 제자들은 결코 그를 할배라고 부르지 못한다.

하지만 악운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 큰 청년이 되어서도 새삼스럽게 할배라고 부르는 건 어지간히 능청스럽지 않으면 안되지만


어릴 적 화산 아래 동네에는 그가 나타나면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고목할배 왔다


화산노걸은 아이들이 하는 유치한 얘기를 허허거리며 받아주었다.


-할배, 오늘은 사탕 안 줘?


그러면 코흘리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누추한 옷자락을 뒤져 꼬깃꼬깃 꼬불쳐 놓았던 사탕을 꺼내고는 했다.

악운룡은 가끔 뒷전에서 사탕이나 얻어 먹었지만 두 사람 모두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내 영공은 결코 금강공의 아래라고 할 수 없어”

“누가 그걸 만 냥에 사기라도 한답니까?”

“그건 아니지만··· 너 그러고 보니 코흘리개 때부터 좀 엉뚱한 놈이었어, 이제 너하고 무공을 거래하고 있다니···”


이놈의 말을 듣다 보면 뭔가 엄청 이득을 보는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기만 한다.


그래도 금강공은 누구든지 배울 수 있다는 것을 틀림 없다.

물론 그 역시 배우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노력하면 배울 수 있는 무공


하지만 그도 금강공과 같은 호신무공을 배워본 적은 없기 때문에 미처 알지 못하는 것

금강공이 십성에 이르도록 수련하려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하게 맞아야 한다.

화산의 제자들이 이걸 견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좋다, 그렇게 하기로 하자”


말발에 밀린 것 같기도 하고

금강공을 들고 가면 장문인에게 면목이 크게 설 것 같기도 하다.


두 사람이 나가는데 주홍이 나타났다.


“악운룡, 요즘 얼굴 보기가 왜 그렇게 힘들어?”


화산노걸이 주홍의 얼굴을 민망할 정도로 뚫어져라 보며 말한다.


“처자는 누구신가? 내 이 나이를 먹도록 이토록 젊은 나이에 이렇게 고절한 경지에 오른 처자는 처음이네”

“저는 구룡삼대주 주홍이어요”

“아! 구룡삼대주라면··· 구룡사네?”

“맞아요,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나는 화산의 늙은 비렁뱅이야”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갓 입학한 유치원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첫 만남이지만 대화에 아무런 격식이 없다.

천진스러울 정도로 가식이 없고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내뱉는다.


“너 저놈과는 어떤 관계냐?”


주홍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한다.


“할아버지가 바로 화산노걸인가요? 악운룡을 비밀리에 키운 은거고수 맞아요?


각자 자기가 궁금한 것을 묻는다.


“누가 그러디?”

“그런 소문이 파다한데요?”

“저런 능글맞고 징그러운 놈을 제자로 받았으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겠니? 아마 복장이 터져서 죽었을 거야”

“그럼 아닌가보네”


화술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마치 십년지기 친구처럼 수다가 끊일 줄 모른다.

그냥 놔 뒀다간 밤을 새고 만다.


“주홍, 심판을 봐 줘”

“왜? 비무를 하려고? 상대가 누군데?”

“남궁세가”

“남궁혁빈이 너랑 비무를 하겠대?”

“그건 가서 보자”


그들이 회의실 앞에 도착하니 화산과 남궁세가의 고수들도 회의실을 나선다.

모두가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협상의 결과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비무장으로 가는 거야?”

“그렇다”

“친선비무인가?”

“아니다, 정식 비무를 하기로 했다”

“그거 아무래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기는 한데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뭐”


비무장으로 가는 도중 원허에게 다가서며 전음을 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가 비무자로 나서겠습니다

-그래 주겠는가?

-화산의 일이라면 남의 일이 아니잖아요? 제가 화산비무대회 우승자입니다

-허허허···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맙기 한이 없네


화산비무대회의 수준은 지금의 비무과 비교할 수 없다.

거기서 우승한 경력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화산파가 주최하는 화산만의 비무대회

그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추억이니 금강문과 화산을 감성적으로 묶어주고 있다.

새삼 그 얘기가 나오자 원허는 가슴이 따듯해지는 느낌이었다.


두 사람은 상대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잠시 의논했다.


-화산이 지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자네가 나서준다니 든든하기 짝이 없네


자신이 비무에 나서기로 작정했지만 화산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질 것 같지는 않다.

영공의 감각으로 느낀 것이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비무장의 시설은 훌륭했다.

가운데 튼튼하고 말끔한 비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사방에 원을 그리며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관람석이 있었다.

밤에도 비무대를 환하게 비추는 조명시설만 해도 천하에 보기 드문 것이었다.

이보다는 작지만 크고 작은 비무장만 해도 수십 개나 된다.

날마다 크고 작은 비무를 밥 먹듯 하는 금강문으로서는 안성맞춤의 시설이었다.


남궁혁빈은 긴장을 풀기 위해 잠시 심호흡을 했다.

엄격한 가주인 아버지는 자기가 지시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꼴을 보지 못한다.

아무리 아들이라도 예외는 없다.

가주가 지시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비무대에 뛰어 올랐다.


“먼저 남궁세가를 대표해서 저 남궁혁빈이 출전하겠습니다, 상대자는 나와 주십시오”


악운룡을 바라보았다.


이런 비무에서 약관의 청년이 출전했는데 상대로 장로가 출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상대는 정해져 있다.


‘이 판을 지고 두 판을 이기면 돼’


석위창과 의논해서 작전을 정해 놓았다.

초절정에 이른 그가 출전하면 무조건 일승

다른 한 명은 절정이지만 거의 초절정 수준의 강력한 무인이었다.


‘승산은 충분해’


이상하게도 화산은 원허 외에는 모두 베일에 싸여 있는 전력이었다.

처음부터 비무로 담판짓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던 듯


화산노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철이 없고 이상한 짓을 자주 해서 사문에서 쫓겨난 괴짜

-늙어서 거렁뱅이 꼴이 되니 화산이 다시 받아주었다

-현직 장문인 원통의 사숙이므로 상당한 무공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정도였다.


그를 제외한 다른 제자들은 모두 전혀 알지 못하는 자들이었다.


주홍이 비무대로 날아 올랐다.


백학량시(白鶴亮翅)


한 마리 백학이 날개를 활짝 편 듯 우아한 자태로 날아 비무대에 내려 서는 그녀의 모습은 무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심판으로서 자신의 무공을 과시하는 동시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기 위해 자주 쓰던 신법이었다.


짝짝짝


“멋진 신법이야”


탄성을 발한 사람은 악운룡뿐이었다.

화산노걸의 다섯 산골 촌놈 제자들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구경하느라 박수따위를 칠 겨를이 없었다.

여태 산골에서 죽어라 수련만 하느라 치마 두른 인간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심판이 나오라는 신호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나오면 어떻게 해?”

“아! 대주가 심판입니까?”

“벌써 나왔으니 됐어,


비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의문의 일패를 당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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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적으로부터 얻은 비전 23.07.12 67 2 11쪽
66 사문의 적 23.07.11 74 4 12쪽
65 쳐맞을 계획 23.07.10 85 4 11쪽
64 요괴현현 23.07.09 78 4 12쪽
63 하의실종 23.07.08 84 4 12쪽
62 회초리 마녀 23.07.07 80 2 12쪽
61 적과의 동침 23.07.06 91 3 11쪽
» 무공 장사 23.07.05 92 3 12쪽
59 화산의 비밀병기 23.07.04 94 4 12쪽
58 병아리가 된 천재 23.07.03 93 3 12쪽
57 2군 양성 23.07.02 91 4 11쪽
56 치료 취소 23.07.01 104 4 12쪽
55 악마의 새끼들 23.06.30 98 3 11쪽
54 거대한 전리품 23.06.29 103 3 12쪽
53 위험한 도발 23.06.28 99 3 12쪽
52 요괴의 승리 23.06.27 107 2 12쪽
51 얼마나 우려 먹으려는 거야? 23.06.26 110 2 12쪽
50 엉덩이신공 23.06.25 107 3 12쪽
49 백 살 어린이 23.06.24 118 3 11쪽
48 줄타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23.06.23 116 3 11쪽
47 조카바보 23.06.21 117 2 11쪽
46 줄을 잘못 섰네 23.06.21 117 3 11쪽
45 줄 때 먹고 보자 23.06.19 118 3 11쪽
44 줄타기 23.06.18 116 3 11쪽
43 죽거나 미치거나 23.06.17 124 3 12쪽
42 힘을 빼라 23.06.16 124 3 12쪽
41 귀랑대 23.06.15 119 3 12쪽
40 세 천재들 23.06.14 123 3 12쪽
39 남궁세가의 적손 23.06.13 14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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