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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이중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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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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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9
추천수 :
258
글자수 :
355,081

작성
23.06.1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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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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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힘을 빼라

DUMMY

남궁세가의 차기 소가주가 이름도 없었던 화산의 제자 악운룡에게 패했다.

앞으로 소가주, 가주가 되어도 지울 수 없은 평생의 오점이었다.

자다가도 이불을 차고 벌떡 일어날 일


‘그나마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차 희미해져 갈 테니 다행이야’


소문은 이미 퍼졌으니 어쩔 수 없으나 이제라도 평생의 오점이 차츰 희미해져 갈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섭섭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참 재미있는 놈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여태 악운룡만큼 흥미 있고 충격을 준 사람은 없었다.

남궁세가에 대한 끝 없는 자부심

자신의 천재성에 대한 굳건한 믿음

흑은 흑이고 백은 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깨부순 자가 악운룡이었다.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비록 병 주고 약을 줬지만 효과는 확실하단 말이야’


요상단의 효능이 생각보다 매우 뛰어났다.

아마도 남궁세가의 단약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패고 나서 적에게 약을 주고 또 자신의 진신절학을 전수해 주겠다는 웃기는 놈이 또 있을까?’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 표정과 태도는 진심이었다.

자신이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그딴 짓은 못한다.


잠시 후 주홍이 나타났다.

그녀는 죽은 귀랑대의 시신을 세밀하게 조사한 후 몸을 일으켰다.


“귀랑대가 틀림 없네, 귀곡이 드디어 행동을 개시했어”


아쉬운 마음에 황충이 물었다.


“악문주가 살아서 돌아올 가능성이 있겠소?”

“걱정하지 마세요, 운룡이는 틀림 없이 살아서 돌아올 거예요”

“정말 그럴까?”

“나도 그가 어떤 방법으로 귀랑대를 상대할 지는 전혀 알 길이 없지만 어쩐지 귀랑대로는 그를 죽일 수 없을 것 같아요”


남궁혁빈은 주홍의 터무니 없는 믿음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무슨 근거로?’


근거는 주홍 자신이 얘기했다.

자기도 전혀 알 길이 없다고


악운룡은 수안성의 뒷산을 빠르게 달려 오르고 있었다.


‘다시 수안성으로 돌아가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을 끌고 멀리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게 정답이다.

그의 최우선 고려 대상은 목가장

수안성에서 이들을 막지 못하면 목가장이 불탄다.


만약 귀곡의 세력이 귀랑대뿐이라면?

당연히 수안성에 있는 고수들과 협력해서 잡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과연 귀곡이 이들만 보냈을까?

아니다.

귀곡은 여기서 뭔가 큰 일을 꾸미고 있다.

그렇다면 귀랑대 하나 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주도면밀한 귀곡이 나도 생각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틀림 없이 이들 못지 않은, 어쩌면 더 큰 세력이 수안성에 웅크리고 있다.


이들이 전가보와 서방을 정리하고 돌아가면

함께 목가장을 치기 위해 지원대가 대기하고 있을 게 틀림 없다.


이들을 지원하는 세력이 있다면?

자칫 수안성 내의 고수들과 목가장이 한꺼번에 홍수에 떠내려 가듯이 전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선의 방법은?

귀랑대를 내가 홀로 잡아야 한다.


논리적으로는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가능성은 없다.

이들을 잡는 것은 고사하고 이들에게 살아 남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봐야지


가느다란 실오라기 같은 가능성이라도 있는 곳은 머리 속의 두 노괴

이들을 이용해야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때마침 이들이 존재를 드러낸 게 다행이다.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귀랑대주는 절정 고수

아마 내가 달리고 있는 게 귀엽게 느껴질 거다.

여태 경신법에 불편을 느끼지 않았지만 절정의 고수를 상대로는 어림도 없다.

빠르게 추격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그가 보여준 방어수법을 아직도 분석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홍로, 좋은 경신법 하나만 가르쳐 줘

-경신법은 제길, 어차피 지금 아무리 상승 경공을 가르쳐 줘도 그걸 언제 익혀서 저들에게서 도망가냐?

-그건 내가 할 일이고

-가르쳐 주면 잘 따라 하기는 하더라만


그가 전송한 검탄은 즉각적으로 활용했다.

물론 이미 알고 있는 응기탄발과 거의 같은 수법

그래도 그렇게 내재된 수법을 사용하듯이 써먹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지금 네 수준으로 시현할 수 있는 것은 보자··· 종성월산(鐘聲越山)이 적당하겠다


즉시 경신법 종성월산에 대한 정보가 주르르 흘러 들어온다.


‘세상에 이런 수법이 있다고?’


종성월산이라는 경신술은 당연히 들어보지도 못한 수법

너무나 놀라운 신법이었다.


지금 그가 달리고 있는 곳은 산 속

그것도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험해지는 지형이었다.

이런 곳에서 정신 없이 달리다가 자칫 가시덤불 속에라도 처박히면?

개에게 쫓기다가 대가리만 담장 틈에 쳐박는 닭과 같은 꼴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험한 산 속에서 지형지물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최고의 효율을 내는 경신법

지금 상황에 기가 막히도록 부합하는 절기였다.


‘이걸 창안한 사람은 틀림 없이 산 속에 살았을 거야’


어떻게 이런 경신술을 창안할 생각할 했는지 그 자체가 경탄스러웠다.


전체적인 이해가 끝나자 실습을 시작했다.


일단 바위를 힘차게 차고 날아 오른다.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을 하고

다시 날아 올라 옆으로 돌기

앞으로 돌기

뒤로 돌기


한참을 하다 보니 희열이 느껴진다.


‘이게 되네’


여태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공중돌기 묘기들

막상 해 보니 스스로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었다.

이런 묘기 같은 움직임을 활용해서 험산을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렇다면 실제 산을 달려 오르는데 활용해 봐야지’


바위를 차고 날아 오른 뒤

나뭇잎들을 뚫고 굵은 가지를 차고 뛰어서

가로막고 있는 가지를 앞으로 회전하면서 몸으로 휘감듯이 넘고

밑에 있는 가지를 발로 차면서 날아 오른다.


마치 우거진 수초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 같은 모습


다시 곁에 있는 바위를 차고 비스듬히 날아 올라

아름드리 나무 줄기를 차고 사선으로 나아간 뒤

방해가 되는 줄기는 옆으로 빙그르르 돌아 피하고

윗부분의 나뭇가지를 손에 잡고 탄력을 이용해서 빙그르 돌아 더 윗쪽의 바위에 내려선다.


올빼미가 우거진 숲속을 거침 없이 날아다니듯

최단의 거리를 활용해서 쭉쭉 위로 올라갔다.

뒤를 돌아 보니 잠시 사이에 스스로도 놀랄 만한 거리를 날듯이 올라왔다.


홍로가 맘에 드는지 헛기침을 한다.


-크흠, 그 정도면 쓸만한 오성이군


반대로 청파는 무척 못마땅한 기색


-지랄들 하고 자빠졌네, 그딴 짓을 하다가 대가리나 깨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한참 신이 나서 날아오르던 악운룡도 기분이 나빠졌다.


-할망구, 생사가 달려 있는데 초를 치는 거야?

-그 따위 수법으로 추격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불만이 있으면 뭔가 이것보다 더 도움이 되는 수법을 내놓아 보든지

-······

-개뿔도 도움이 안 되는 주제에···


그 사이 다시 굵다란 가지 하나를 차고 올랐는데


빠각


팔뚝만한 가지가 어이 없게 부러져버렸다.


퍼벅


아래쪽에 있는 나뭇가지에 사정 없이 들이받고 말았다.


“으어어억”


가슴이 빠개질 것 같고

삭정이에 찔린 팔이 극한의 고통을 호소한다.


“끄응”


삼중방어체계가 없었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졌을 것

도주는 종지부를 찍었을 상황이다.

다행히 몸을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다시 돌아 보니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밑둥이 썩어있는 가지였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기승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외친다.


“저 새끼 갑자기 뭔 짓을 하는 겁니까?”

“얄팍한 잔재주를 부리는 거야”

“그래도 저건 너무 빠른데요?”




지기승의 머리통에 딱밤이 작렬했다.


“억”


고수의 딱밤은 내공으로 대비해도 엄청 아프다.


“너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냐? 우리가 왜 이렇게 공격은 하지 않고 추격만 하고 있지?”

“그거야 저 새끼 내공이 바닥나기를 기다리는 것이죠”

“저런 짓거리를 하면 내공이 훨씬 빨리 고갈되지 않겠나?”

“아하! 역시 대주님의 신기묘산은 따를 자가 없습니다”

“크흠”


도하람은 악운룡이 뭔가 알 수 없는 신병이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무리하게 공격을 가하다가는 추가로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아직 절정에도 이르지 못한 놈을 잡으려다 또 부하를 잃을 수는 없다.

귀곡의 징계는 가혹하다.


제대로 요점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악운룡의 가장 큰 약점은 내공이었다.


“시간을 걸리겠지만 대신 저놈을 잡으면 천잠보의와 같이 대단한 방호구를 얻을 수 있다”

“대주님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칼침을 세 방이나 맞고도 끄떡 없는 것을 보니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보물이야”


악운룡은 새처럼 날아서 빠르게 산을 올랐다.

정상에 가까워졌을 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으으으, 내공이 너무 빠르게 소진됐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경신법을 너무 과하게 사용했다.


-이 멍청한 새끼야 힘을 빼고 달려야지

-그걸 몰라서 그랬나? 아직 그 수준이 안 되는 걸 어떻하라고?


무공을 배울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

<힘을 빼라>는 것

맞는 말이다.

하지만 웃기는 게 모든 무공이 공통적으로 힘을 빼고 시전할 수 있으면 이미 고수가 됐다는 증거다.

초보자에게 힘을 빼라는 것은 맞으면서도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거의 기다시피 간신히 올랐다.


“허억, 헉 후욱”


-멍청하기가 닭대가리보다 못한 놈들, 그 따위 쓸 데 없는 짓거리는 하지 말라고 했잖아?


청파가 화를 낸다.


-이 할망구야, 지금 빠르게 내공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나 말 해

-그런 게 있으면 내가 하지 왜 너한테 알려 주겠니?

-그럼 속이나 긁지 말고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

-이 똥물에 튀겨 죽일 호로자식···


다시 홍로에게 물었다.


-귀랑대가 바짝 다가왔는데 좋은 방법 없어?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나는 네 선배 중에서도 대선배, 아니 대대대선배야, 게다가 나의 명성은···

-쓰잘 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남의 몸을 뺏으려는 도둑놈에게 이 정도면 됐지 어떻게 더 예의를 갖추나?


홍로는 욕을 한참 해 대더니 한숨을 쉰다.


-후우, 나더러 겨우 반 다경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거냐?

-그 정도는 돼야 존자(尊者)라고 불릴 수 있지

-없다

-그러니까 네가 북명존자가 아니라 홍로 밖에 될 수 없는 거야

-이 빌어먹을···


홍로가 다시 욕을 퍼붓기 시작하다 청파가 빈정거린다.


-놀고들 있네, 흡정령주만 삼키면 모든 게 간단하게 해결 될 것을 왜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냐?

-안 돼,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귀령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결정을 망설일 시간이 없다.


최후의 순간까지 버티면서 장렬하게 전사할 것인가?

아니면 흡정령주를 먹고 마인이 돼서 저 자들을 모조리 해치운 다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만약 내가 마인이 된다면?

그것도 최악의 경우 홍파가 조종하는 허수아비 마인이 된다면 어떤 참혹한 일이 발생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청파, 너는 홍로를 잡아 먹기 위해 싸웠지?

-그렇다

-홍로를 잡아 먹고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면 뭘 하려고 그토록 오랜 시간을 고련했나?

-그걸 물어 봐야 알아?

-물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면 천하가 다 내 꺼가 되는 거지


‘빌어먹을, 이 할망구도 무령과 별 차이가 없는 거야?’


이제 귀령대도 이미 정상에 올라 걸음을 늦추었다.

도하람은 산 바람에 장포를 펄럭이며 다가온다.

어둠 속에서 그의 모습은 사신으로 보였다.

사신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있다.

여유만만


“네가 도망 가 봤자 몇 걸음이나 가겠어? 궁금한 게 있다”

“뭔데?”

“네가 입고 있는 게 천잠보의지?”


그는 이왕 입을 보물이라면 이름이라도 알고 입어야 하겠다는 생각

기진맥진해서 혀를 길게 빼고 있는 복날 개 같은 악운룡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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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적으로부터 얻은 비전 23.07.12 66 2 11쪽
66 사문의 적 23.07.11 74 4 12쪽
65 쳐맞을 계획 23.07.10 84 4 11쪽
64 요괴현현 23.07.09 78 4 12쪽
63 하의실종 23.07.08 83 4 12쪽
62 회초리 마녀 23.07.07 80 2 12쪽
61 적과의 동침 23.07.06 91 3 11쪽
60 무공 장사 23.07.05 91 3 12쪽
59 화산의 비밀병기 23.07.04 94 4 12쪽
58 병아리가 된 천재 23.07.03 93 3 12쪽
57 2군 양성 23.07.02 91 4 11쪽
56 치료 취소 23.07.01 104 4 12쪽
55 악마의 새끼들 23.06.30 98 3 11쪽
54 거대한 전리품 23.06.29 103 3 12쪽
53 위험한 도발 23.06.28 99 3 12쪽
52 요괴의 승리 23.06.27 107 2 12쪽
51 얼마나 우려 먹으려는 거야? 23.06.26 110 2 12쪽
50 엉덩이신공 23.06.25 106 3 12쪽
49 백 살 어린이 23.06.24 118 3 11쪽
48 줄타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23.06.23 115 3 11쪽
47 조카바보 23.06.21 117 2 11쪽
46 줄을 잘못 섰네 23.06.21 117 3 11쪽
45 줄 때 먹고 보자 23.06.19 118 3 11쪽
44 줄타기 23.06.18 116 3 11쪽
43 죽거나 미치거나 23.06.17 124 3 12쪽
» 힘을 빼라 23.06.16 124 3 12쪽
41 귀랑대 23.06.15 118 3 12쪽
40 세 천재들 23.06.14 123 3 12쪽
39 남궁세가의 적손 23.06.13 14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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