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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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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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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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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글자수 :
355,081

작성
23.05.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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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화산의 늙은 거렁뱅이

DUMMY

“오랜만의 잔치인데 이렇게 해진 옷을 입을 수는 없죠, 새 옷으로 갈아 입으세요”


보따리에서는 다섯 명 모두 계절마다 입을 수 있는 옷들이 쏟아져 나왔다.

산골에서 다 떨어진 허름한 옷만 걸치고 살다 새 옷을 입고 잔치를 즐기는 사부들은 기분이 좋았다.


“네 덕분에 정말 호강을 해 보는구나”

“내가 제자복 하나만큼은 타고난 사람이야”


즐거운 잔치가 끝나자 분위기가 금새 가라앉았다.


악운룡은 늘 화산비무회에서 우승을 하면 산을 내려가 강호를 주유하겠다고 말했었다.

이제 잔치까지 했다는 의미는 그 시간이 됐다는 것


“내일 아침에 하산할 생각이냐?”

“그럴 생각인데···”


순간 악운룡의 뇌리에 뭔가 복잡한 생각이 주르르 떠올랐다.


지난번 화산비무회에서 떠오른 것보다 내용도 많을 뿐 아니라 대단히 복잡하고 정교했다.


“잠시 생각을 해 본 뒤에 말하겠습니다”

“그래라, 먼 길을 가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지”


움막 구석에 틀어박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건 여태까지 내가 배운 무공과 전혀 달라, 누구도 익히지 않는 새로운 무공이다’


무공의 기초는 내공

우주의 기를 받아들여 단전을 만들고 그 내공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여태 가장 효율적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모두가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무공은 내공과는 다른 기

즉 <영기>를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이었다.


우주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 기운이 충만해 있으니 그 중에서 어떤 기운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그 중 가장 영험한 기운이라는 의미에서 <영기>라고 부른다.


근본적으로는 일반적인 내공에 사용하는 <기>와 큰 차이는 없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많은 차이를 만들어 낸다.

단전을 뜻하는 영환(靈丸)

이를 이용한 내공을 영공이라 한다.

영공이라는 말은 내공을 이용한 무공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왜 자꾸 떠오르는 거지?’


화산비무회에서는 총망중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으므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때의 현상과 똑 같다.


‘이건 틀림 없이 그 푸른 여인이 쓰던 수법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아’


그렇지만 푸른 요괴 할머니는 이미 죽었고

사특한 술법으로 머리 속에 들어왔던 혼백마저 뜨거운 불길로 태워버렸다.


‘혼백의 조각이 남아 있었나?’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창안한 수법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럼 응기탄발의 수법도 내가 창안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여태까지 뻐기고 다닌 것이 다 거짓말이 돼버렸다.


우선 영환부터 만들어야 한다.

수련이 완성되어 영환(靈丸), 즉 약간 성질이 다른 단전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상승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틀림 없이 상승의 길로 가는데 든든한 밑받침이 될 것이다.


‘일단 수련해 보고 난 뒤에 생각하자’


좁은 움막 구석에서 악운룡이 생각에 잠겨 있자 모든 사람들이 그의 주의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띠를 찾더니 눈을 가리고 밖으로 나간다.


악산이 연평에게 속삭인다.


“저 아이가 지금 뭘 하려는 거지?”

“글쎄... 한밤중에 눈을 가리고 뭘 하려는 건지 저 아이가 하는 일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눈을 뜨고 돌아다녀도 잘 보이지 않는 산속인데

안대를 하고 돌아다닌다면 제정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악소평과 악붕 역시 그의 뒤통수를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었다.


눈을 가린 상태에서 악운봉은 성큼성큼 걸어 산을 올랐다.

움막 근처는 손바닥처럼 알고 있으니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발걸음을 떼어놓기 어려웠다.


한 발작을 옮기는데 한나절이 걸렸다.

결국 발을 들어 조심스럽게 앞을 디뎌 본 후에 체중을 옮긴다.

화산의 험준한 산세는 한 발자국이라도 잘못 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곳이 흔하다.


악운룡은 밤이 새도록 들어오지 않고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도 들어오지 않았다.


“평아야, 네 사형은 뭘 하는데 밥 먹으러 들어오지도 않는 것이냐?”

“눈을 가린 채로 산을 헤매고 있어요”

“······.”


아무도 그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느닷없이 저런 이상한 짓을 한두 번 벌이는 게 아니므로 점점 관심에서 멀어졌다.





원허도장은 멀리 한 봉우리를 쳐다보았다.

무공이 낮은 사람은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가지가 절벽으로 뻗어 있는 고목

그 가지에 밧줄 하나가 걸려 있고

밧줄 위에 한 사람이 누워 있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스승님이 돌아오셨다. 빨리 준비를 해 줘"


제자가 준비해 준 보따리를 들고 산을 오른다.

그가 도착한 곳은 조그만 암자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식사준비를 마친 후 밖을 향해 외쳤다.


“사부님, 식사하세요”


곧 하늘에서 하나의 인영이 떨어져 내리더니 연기처럼 그의 앞에 나타났다.

빠른 행동에 비해서 너무나 자연스러운데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나타난 사람은 덩치가 작은 노인

남루한 차림새지만 눈빛만은 유현하다..


“사부님, 건강은 어떠세요?”


사부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은 흔히 화산노걸(華山老乞)로 부르지만

화산에서는 고목(古木) 할배라고 부른다.


화산노걸은 <화산의 늙은 거렁뱅이>라는 뜻이고

고목이라는 이름은 <고목에서 사는 괴짜 노인>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너는 어째 항상 묻는 말이 똑같냐? 사람이 발전이 없어요, 발전이···”

“그야 항상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이니까 그렇죠”


건강을 묻는 말에 발전이 없다고 책을 잡는 것도 늘 똑같았는데

자신도 발전이 없다는 것은 모른다.


고목은 우적우적 음식을 먹고 원허는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 그래서 요즘 화산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고목은 게걸스럽게 먹고 마시기 바빠 대답도 없다.

원허도장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 그런데 그 비무의 승패를 결정한 것이 조금 이상한 수법입니다”


원허의 이야기를 듣던 고목이 문득 씹기를 멈추고 입 안에 음식이 가득한 채로 묻는다.


“그런 수법이라면 응기탄발 밖에 없는데 진짜 응기탄발이었냐?”

“응기탄발은 화산에서도 오래 전에 실전된 수법이니 제가 알 길이 없죠,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응기탄발과 똑같아 보였어요”

“화산에서 그게 실전된 이유가 뭔지 아냐?”

“저야 모르죠”


사제간에 대화하는 모습이 예의에 얽매이지 않고 편하기 그지 없다.

화산파답지 않은 광경이다.


“그거 위력이 크지 않은데 비해 연마해 내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자연스럽게 실전되어버린 거야, 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실제로 구현해 내는 게 더럽게 힘들거든,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뭔가 아쉽다는 표정


“그렇다면 갑자기 암향곡에 나타난 게 진짜 응기탄발일 가능성은 거의 없군요”

“그건 내가 직접 봐야겠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목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런 일에 익숙한 원허도 사부의 빈 자리를 보며 툴툴거린다.


“아 씨, 그 지저분하고 냄새 나는 옷이나 좀 갈아 입고 가시지···”


고목의 신형은 오래 지나지 않아 암향곡을 마주보는 봉우리에 나타났다.

그는 한참이나 암향곡을 바라보고 있다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점은 없는데, 이 자식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가 악운룡을 발견한 곳은 건너편 봉우리의 암향곡 뒤편이었다.

악룬룡은 여전히 띠를 질끈 묶어 눈을 가리고 산을 헤매고 있었다.


고목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허허··· 이 자식 한 술 더 뜨고 있잖아? 설마 성령기환(成靈氣丸)을 연마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성령기환은 응기탄발의 다음 단계

응기탄발은 간단한 한 가지의 수법에 불과하다.

내공을 사용해도 가능하지만 영환을 사용하면 훨씬 쉽고 강해진다.


지금 악운룡이 하고 있는 행동은 더 높은 수준의 무공을 사용하기 위해서 영환을 연성하는 방법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고목은 성령기환을 연마하기 위해 절벽에 있는 고목나무에 밧줄을 묶어 놓고 그 위에서 살았다.

밧줄 한 줄기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이제 습관이 돼서 아무렇지도 않지만 처음에는 목숨을 걸고 도전한 일이었다.

고목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얻게 됐다.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일

위험하고 힘들고 오래 걸리는데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당연히 제자인 원허에게도 입조차 벙긋하지 않았다.


“저 자식 아무래도 성령기환을 연마하는 것 같은데? 저 놈은 저런 방법을 쓴다 그거지? 아무튼 희한한 놈일세”


멀리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고목의 미간이 점점 찌부러진다.


“그럼 시험해 보는 방법이 있지”


고목은 악운룡을 향해 미약한 기운을 발사해 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직은 이 정도는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군, 그럼 좀 더 강하게 해 볼까?”


고목이 기운을 발사하자 악운룡이 문득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으니 그를 발견했을 리는 없고 자신이 쏘아 보낸 기를 느낀 게 분명하다.


“저거 진짜 성령기환을 연마하는 게 맞네, 아주 웃기는 놈일세, 어디서 저런 놈이 나타난 거야?”


곰곰이 생각을 해 봐도 암향곡에 저런 수법이 전승되었을 리가 없다.

암향곡은 가늘지만 질기게 오래도록 이어온 문파다.

수십 년 이전의 과거 암향곡에 대해서는 악운룡보다 더 잘 안다.

예나 지금이나 별 볼일 없는 곳이다.


“내가 발사한 기운을 느꼈다는 것은 저 녀석이 성령기환을 연성해 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얘긴데··· 재미 있네, 정말 재미 있어”


고목이 한참이나 바라보다 사라졌다는 것도 모르고 악운룡은 밤이 새도록 산속을 헤매고 다녔다.


약 한 달 가량이 지났을 때 악운룡은 토끼 한 마리를 들고 나타났다.

사냥이야 약초를 캐는 것과 함께 암향곡의 주업이었으니 이상할 게 전혀 없다.


“토끼 잡았냐?”

“네”


여상하게 대답하고 들어가는 그를 보고 악산은 문득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너 혹시 그거 눈을 가리고 잡은 거냐?”

“네”

“헙”


악산은 자신의 입을 가렸다.

하마터면 ‘너 내 제자 맞아?’라고 말할 뻔 했다.

그런 수법은 가르쳐 준 일도 없을 뿐더러 자신도 상상조차 하지 않은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강의초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악사부님, 운룡 아우는 어디 갔어요?”


악산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도 제자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지 못했다.


“사냥··· 하러 같나 보다”

“부지런하기는···”


곧 이어 사람들이 각종 건축 자재들을 들쳐 메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게 다 뭐냐?”

“운룡 아우에게 듣지 못했어요?”

“금시초문이다”

“지금부터 집을 지을 거예요, 밑에서 다 준비를 해 와서 여기서는 조립만 하면 돼요, 아마 사흘이면 뚝딱 집이 완성될 거예요”


강의초는 전문가답게 참신한 발상을 했다.

모든 작업을 미리 마친 후 현장에서의 공사는 조립만 하면 완공될 수 있도록 만든 것

공기가 단축되는 것은 물론 비용이 훨씬 절감된다.


“흐음, 룡아가 집을 주문했다는 말이구나”

“며칠만 기다리시면 훌륭한 집이 완성될 겁니다”

“그럼 수고해 주게”


악산과 연평은 흐뭇한 표정으로 공사를 지켜보고

악붕은 신이 나서 목수들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고 다녔다.


잠시 후 악운룡이 토끼 다섯 마리를 들고 나타났다.


“점심을 준비해야 되는데 잘 됐네, 이걸로 토끼탕을 하면 되겠어”


악소평이 기뻐하고


“토끼를 많이 잡았네”


강의초가 반가와 하는 중에

악산은 묘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험한 산속에서 눈을 뜨고도 혼자 토끼 다섯 마리를 잡는 게 쉽지 않은데 눈을 감고 다섯 마리를 잡았다고?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식사를 한 후 악운룡은 변함 없이 산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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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적으로부터 얻은 비전 23.07.12 69 2 11쪽
66 사문의 적 23.07.11 75 4 12쪽
65 쳐맞을 계획 23.07.10 85 4 11쪽
64 요괴현현 23.07.09 81 4 12쪽
63 하의실종 23.07.08 85 4 12쪽
62 회초리 마녀 23.07.07 81 2 12쪽
61 적과의 동침 23.07.06 94 3 11쪽
60 무공 장사 23.07.05 92 3 12쪽
59 화산의 비밀병기 23.07.04 96 4 12쪽
58 병아리가 된 천재 23.07.03 94 3 12쪽
57 2군 양성 23.07.02 91 4 11쪽
56 치료 취소 23.07.01 107 4 12쪽
55 악마의 새끼들 23.06.30 100 3 11쪽
54 거대한 전리품 23.06.29 104 3 12쪽
53 위험한 도발 23.06.28 100 3 12쪽
52 요괴의 승리 23.06.27 109 2 12쪽
51 얼마나 우려 먹으려는 거야? 23.06.26 111 2 12쪽
50 엉덩이신공 23.06.25 108 3 12쪽
49 백 살 어린이 23.06.24 122 3 11쪽
48 줄타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23.06.23 118 3 11쪽
47 조카바보 23.06.21 119 2 11쪽
46 줄을 잘못 섰네 23.06.21 119 3 11쪽
45 줄 때 먹고 보자 23.06.19 121 3 11쪽
44 줄타기 23.06.18 117 3 11쪽
43 죽거나 미치거나 23.06.17 127 3 12쪽
42 힘을 빼라 23.06.16 127 3 12쪽
41 귀랑대 23.06.15 120 3 12쪽
40 세 천재들 23.06.14 125 3 12쪽
39 남궁세가의 적손 23.06.13 1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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