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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이중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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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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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5
추천수 :
258
글자수 :
355,081

작성
23.07.0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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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적과의 동침

DUMMY

화산파의 진영에서 명옥림이 천천히 걸어 나온다.

남궁혁빈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하고 예를 갖춘다.


“저는 화산파의 명옥림이라고 합니다, 부족하나마 남궁혁빈 소공자의 절기를 견식하고자 합니다”


‘왜 이 자가 나오는 거야?’


남궁혁빈은 잠시 어리둥절

의도를 파악하려고 해 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이 자가 악운룡보다 강할 리는 없고’


어쨌든 한 판을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혹시라도 변심할까 봐 즉시 검을 빼들고 공격해 들어갔다.


“조심하시오”


명옥림 역시 검을 들어 겨누었다.


남궁혁빈의 검이 깊게 찔러 들어갔음에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보통은 검을 쳐내기 위해 서로 부딪히며 챙 챙 소리가 나야 하는데

두 검은 부딪히지 않았다.


대신 그의 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내기의 덩어리 같은 것이 튀어나오더니




남궁혁빈의 가슴에 적중했다.


“크응”


순간적인 고통으로 잠시 신음을 흘렸지만 다행히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강력한 내공을 이용하여

매일 이보다 열 배는 매서운 막칠의 주먹을 맞으면서 단련한 금강공 덕분이었다.

아마 금강공이 없었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아 허점을 보였을 상황이었다.

상대도 절정고수이므로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이게 무슨 수법이지? 듣도 보도 못했던 검법이네’


검법이 아니었다.

세상에 영공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로서는 생면부지의 무공

무슨 수법인지조차 몰랐다.


고통으로 인해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고수답게 허점을 보이지 않고 공격을 계속했다.

한 방 맞았지만 승패와는 관계가 없다.

화가 나서 날뛰거나 기가 죽는 것 모두 좋지 않은 태도

차분하게 공격을 이어가는 게 최선이었다.


남궁혁빈의 검에 푸른 빛이 어리었다.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창궁대연검법에 절정 이상의 고수만이 시현할 수 있는 검기가 씌워져 있다.

한 방 맞으면 그냥 골로 간다.


반면 명옥림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그의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위력적인 검기 같은 것 보다는 빠르고 간결하게 공격한다.


‘왜 나의 폭령탄(爆靈彈)을 맞고도 끄떡도 하지 않는 거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금강문의 제자라면 금강공을 익혀서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남궁세가에도 저렇게 철벽 같은 호신무공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도 검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정면대결은 피했다.

검기는 내공을 많이 소모한다.

상대의 내공이 훨씬 강하니 진기 소모가 많은 수법은 피하는 게 유리하다.

전력분석회의 때 결정된 내용


이런 상황이 계속되었다.

남궁혁빈은 강력한 검기를 두른채 갖가지 검법을 동원해서 화려한 공격을 계속하고

명옥림은 외곽을 돌면서 폭령탄을 연사한다.


파바바바바방


연타로 쏘아내는 폭령탄을 검으로 대부분 막아내기는 했지만 워낙 빠르게 난사하니 다 막아낼 수는 없었다.




남궁혁빈은 고통을 참기 어려웠지만 아픈 게 문제가 아니다.

이 비무에서 진다면 몇 배의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계속 얻어 맞으면서도 침착하게 공격을 이어갔다.


금강공의 방어력은 내공의 수위에 의해 좌우된다.

심후한 내력이 없었다면 벌써 무릎을 꿇었겠지만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

일방적으로 얻어맞으니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막칠에게 맞는 것 보다는 낫다.

뒈지게 맞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견딘 보람이 있다.


명옥림 또한 연신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현격한 내공의 차이를 만회할 방법은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한참을 이어지자 주홍이 손을 들었다.


“그만”


두 사람이 거리를 벌리자 판정을 내린다.


“둘 중 누구도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무승부로 판정한다”


두 사람 모두 불만족스러운 판정이었지만

둘 다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남궁혁빈은 큰 충격을 받았다.

발 아래로 생각했던 화산에 저런 고수가 있었다니

그것도 자기보다 너댓 살 밖에 많아보이지 않는 청년이다.


‘화산이 기묘한 무공을 숨기고 있었어’


무승부로 판정은 났지만 자신은 한 대도 때리지 못하고 뒈지게 얻어맞기만 했다.

부상은 없어도 전신 뼈마디가 쑤신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감정상의 일패를 당한 기분


‘금강공이 아니었으면 손도 써 보지 못하고 패했을 거야’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비무를 해 보니 새삼 금강공의 효용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더불어 천하제일의 천재라는 자부심을 이제는 내려 놓아야 할 때였다.


화산노걸은 아쉽기 한이 없었다.


‘내 평생을 걸고 키운 제자이니 시원하게 이겨줬으면 좋았을 텐데’


무려 수십 명의 제자들을 키웠지만 대부분 실패

남은 것은 다섯 명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수제자 명옥림은 자신의 뒤를 이을 큰 희망

승리를 기대했지만 무승부는 어쩔 수 없었다.


‘저 녀석 아무래도 금강공을 익힌 것 같은데, 게다가 내공의 차이가 너무 커’


다른 사람도 아닌 남궁혁빈

천하에 유명한 천재와 비긴 것으로 만족하는 수 밖에 없었다.


주홍은 명옥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화산에도 영공을 익힌 고수가 있을 줄은 몰랐군’


비록 비기기는 했지만 무공의 수준이 상대에 비해 높았다.

내공이 비슷했다면 무조건 그의 승리였다.

세상의 모든 무공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구룡사에서도 영공을 익힌 무인은 흔치 않았다.

심판을 본 덕에 화산의 비밀 일부를 훔쳐 본 느낌이었다.


악운룡 역시 느낀 점이 많았다.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는데 수법을 살짝 바꾸니 검탄보다 위력이 열 배는 되는군’


폭령탄은 검탄의 상위판


‘완전히 새로운 무공을 창조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지만 이렇게 개선하고 조합하는 것 만으로도 큰 변화가 있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은 느낌이었다.


폭령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내공의 수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 기초는 이미 갖추고 있다.

이렇게 무공을 변화시키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기반이 되는 운기법

청탁조령공과 북명신공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


남궁혁빈은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석위창에게 출전을 지시했다.

그가 질 리는 없지만 이겨도 겨우 무승부

그래도 질 수는 없다.


석위창이 출전했다.


주홍도 그의 명성을 알고 있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막히지 않고 소개했다.


“남궁세가에서는 독특하게 붉은 색의 검기를 사용해서 석양검(夕陽劍)으로 커다란 명성을 얻고 있는 석위창대협이 출전하셨습니다”


그 사이 화산노걸이 휘적휘적 걸어 나왔다.


“화산에서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은거고수 화산노걸께서 출전하시는군요”


주홍은 강호의 인물에 대한 견식도 넓었지만 심판 역할에도 능숙했다.

허구헌 날 비무가 이루어지는 구룡사이니 경험이 많았다.


두 사람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비무에 들어갔다.


양상은 전과 똑같았다.

석위창은 휘황하게 빛나는 붉은 검기를 휘날리며 맹렬하게 공격해 들어가고

화산노걸은 가벼운 걸음으로 피하면서 폭령탄을 연사했다.


따다다다다다당


아까보다 훨씬 큰 소리

화산노걸이 쏘아대는 폭령탄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것

그것을 막아내는 석위창의 붉은 검기가 막강하다는 의미였다.


폭령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똑바로만 쏘아져 나가는 게 아니라 좌우, 위 아래로 휘어져 들어간다.

그것도 단발로 튕겨내는 것뿐 아니라 쉴 새 없이 쏘아낸다.


붉은 검기의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

상대의 공격이 다양한 경로로 돌어온다는 의미

신비한 붉은 빛줄기가 그의 주위를 온통 뒤덮고 있으니 석양검이라는 별호가 너무나 실감나게 다가온다.


거리를 좁히기 위해 돌진하면서도 물샐 틈 없이 상대의 공격을 방어했지만


퍼억


결국 한 방을 막아내지 못하고 팔에 맞고 말았다.

찌르르 팔이 저려오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던 초식의 전개가 일순 멈칫한다.


그 후로는 일방적인 흐름


따다다다

퍼벙 펑 펑


점점 방어의 성공률이 떨어지고

곧바로 주홍이 손을 들었다.


“그만, 화산노걸의 승리입니다”


가장 믿었던 패인 석위창은 오히려 제대로 손조차 써보지 못하고 패했다.

남궁세가의 기둥 중의 하나인 고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완패


화산노걸은 수법은 물론 내공에서도 그에 비해 우세였다.

게다가 그는 남궁혁빈과 같은 호신무공도 익히지 않았으니 어찌 해 볼 방도가 없었다.


남궁혁빈은 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화산노걸이 저렇게 엄청난 고수였나? 그런데 왜 강호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


머리가 띵한 와중에 악운룡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저놈과 붙어서 이길 사람이 있나?’


다시 한 번 둘러보아도 절대 불가

아무리 충격이 크더라도 이제는 인정하는 수 밖에 없었다.


“세 번째 판은 포기하겠소”


이게 차라리 덜 창피를 당하는 방법이었다.


악운룡은 즉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동생이 양보해 준 덕분에 화산이 이길 수 있었어”


‘양보는 개뿔···’


“이것으로 화산과 남궁세가의 친선비무가 아무런 사고가 없이 끝나 다행입니다, 이제 양측의 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지기로 하지요”


‘이건 또 무슨 개소리···’


분명히 친선비무가 아니라고 했는데 얼렁뚱땅 친선비무로 바꿔 놓는다.

그렇다고 그게 아니라 정식 비무라고 강변할 용기도 나지 않는다.


“모두 저를 따라 오십시오”


악운룡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뜻밖에도 넓고 화려한 연회장이었다.

많은 시비들이 단정한 복장으로 진수성찬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건 또 뭐냐?”

“친선을 다지기 위해 비무를 했으니 이제 뒤풀이를 할 때 아닌가?”


‘이 자식은 도무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놈이라더니 정말이네’


주홍의 말을 다시 실감한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자 원허가 다가와 술을 권한다.


“남궁세가와 화산파가 이렇게 친목을 도모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웃는 낯에 침을 밷을 수도 없고

졸지에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회동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모임으로 바뀌었다.

마치 적과 동침하는 기분

패한 입장에서 손해 볼 것은 없지만 이들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악운룡이 남궁혁빈의 옆자리에 앉아 술을 권한다.


“동생, 한 잔 하면서 얘기하자구”


어쩔 수 없이 받아 마시고 답주를 권하자 예의 능청스러운 표정이 나온다.


“동생, 이제 쓸 데 없는 감정은 풀어, 우리가 귀곡의 장난에 놀아날 필요는 없잖아?”

“모든 게 귀곡의 장난이라고 보는 거냐?”

“뻔하잖아? 머지 않아 증거가 드러날 거라구”


천하의 천재라고 자부하던 그도 악운룡이 자신보다 인간으로서 확실히 도량이 넓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말로만 동생이라는 줄 알았는데

비무를 친선비무로 얼버무리면서 체면을 세워준 다음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하자는 의도

이러면 막나갈 수도 없다.


“지금은 우리끼리 다툴 때가 아니라 오히려 손을 잡고 같이 귀곡에게 대응해야 할 때야”

“귀곡이 정도회나 세가련도 노릴 것으로 보는 거냐?”

“갈 길이 뻔하잖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해 보았다.

귀곡이 비록 강력한 세를 과시한다고 하지만 혼자서 세가련 전체를 상대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도끼눈을 뜨고 반박할 수는 없다.


“그들이 그럴 능력이 있을까?”

“세가련 전체를 상대한다면 모르지만 적어도 남궁세가보다는 강하지 않겠어?”


그건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1;1로 귀곡과 싸운다면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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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적으로부터 얻은 비전 23.07.12 67 2 11쪽
66 사문의 적 23.07.11 74 4 12쪽
65 쳐맞을 계획 23.07.10 85 4 11쪽
64 요괴현현 23.07.09 79 4 12쪽
63 하의실종 23.07.08 84 4 12쪽
62 회초리 마녀 23.07.07 80 2 12쪽
» 적과의 동침 23.07.06 92 3 11쪽
60 무공 장사 23.07.05 92 3 12쪽
59 화산의 비밀병기 23.07.04 95 4 12쪽
58 병아리가 된 천재 23.07.03 94 3 12쪽
57 2군 양성 23.07.02 91 4 11쪽
56 치료 취소 23.07.01 105 4 12쪽
55 악마의 새끼들 23.06.30 98 3 11쪽
54 거대한 전리품 23.06.29 103 3 12쪽
53 위험한 도발 23.06.28 99 3 12쪽
52 요괴의 승리 23.06.27 107 2 12쪽
51 얼마나 우려 먹으려는 거야? 23.06.26 110 2 12쪽
50 엉덩이신공 23.06.25 107 3 12쪽
49 백 살 어린이 23.06.24 119 3 11쪽
48 줄타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23.06.23 116 3 11쪽
47 조카바보 23.06.21 117 2 11쪽
46 줄을 잘못 섰네 23.06.21 117 3 11쪽
45 줄 때 먹고 보자 23.06.19 119 3 11쪽
44 줄타기 23.06.18 116 3 11쪽
43 죽거나 미치거나 23.06.17 124 3 12쪽
42 힘을 빼라 23.06.16 124 3 12쪽
41 귀랑대 23.06.15 119 3 12쪽
40 세 천재들 23.06.14 124 3 12쪽
39 남궁세가의 적손 23.06.13 1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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