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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이중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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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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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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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글자수 :
355,081

작성
23.07.1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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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문의 적

DUMMY

암향검은 한 때 천하제일인이 쓰던 검술

그 말이 얼마나 사실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초절정의 경지 이상은 되지 않았을까?

비록 암향검 전체를 알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검법의 정수를 모두 깨우친다면 도리 따위는 상대할 수 있어야 한다.


문득 자신감이 차오른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맞아주겠다, 와라”


청탁조령공의 경지도 한층 높아졌다.

공수를 모두 흑령기에 의존하지 않고 호신용으로만 사용하는 운용을 해 보니 충분히 가능했다.


두 사람의 인영이 다시 얽혔다.

결과는 별 차이가 없었다.


퍼벅 퍽 퍼버버벅


악운룡이 일방적으로 얻어 맞는 형세

엄청난 고통에 너무 이를 악물어서 아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수십 대를 쳐맞던 어느 순간

그는 처음보다 고통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덜 아프네, 어찌된 일이지?’


생각해 보니 금강공이 한 단계 올라서 있었다.

그간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기도 했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수에게 사정 없이 얻어맞는 동안 금강공의 성취가 한 단계 올라 육성이 되어 있었다.


고통이 줄어들자 더욱 검술에 집중할 수 있었다.

뭔가 가물가물하게 손에 잡히지 않았던 암향검의 진수가 어두운 방에 불을 켠 것처럼 환하게 느껴진다.

실초와 허초를 구분할 수 없이 천변만화하는 도리의 회초리


땅 따당 땅땅


드디어 검으로 막아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도리와 대등한 싸움을 벌이게 된 것은 아니었다.

전에는 거의 불가능했던 수비를 해 내면서 간혹 공격까지 가능하게 되었어도 여진히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은 변함이 없었다.


도리도 그의 변화를 알아챘다.


“도대체 이건 뭐냐?”


싸우는 도중 갑자기 검법이 강해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마치 사기를 당하는 기분

비록 절정의 경지에 올라서 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농락할 수 있는 검법이었는데

한 순간에 거의 절정의 끝자락까지 실력이 늘어나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지?”


도리가 의혹을 풀지 못하는 동안 악운룡은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아! 이제서야 진짜 상승검법의 묘리를 깨달았다’


막 깨달은 상승의 묘리를 더욱 파고들고 연마하기 위해서 도리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상대

상대의 공수에 따라 검술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될지에 집중하다 보니

문득 코에 스며드는 향기를 맡았다.


‘이게 암향이구나’


암향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연유

검법이 경지에 이르면 은은한 향기가 나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 검법이 화산에 전해져 화산의 검법에서는 매화 향이 난다고 한다.

화산검법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전혀 허풍이 아니었다.


‘악사부의 말이 허풍인 줄 알았는데 아니잖아?’


검에서 향기가 난다는 말은 그가 지금 암향검의 정수를 이해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

용기백배해서 더욱 검법에 집중했다.


도리로서는 환장할 노릇

여태 패는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아무리 패도 죽지 않는 괴물을 상대하면서 슬슬 짜증이 나고 있는 판국인데

이제 검술마저 향상이 되고 있다면 싸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가려 하고 있다.


“나와 싸우는 짧은 시간에 이렇게 강해진다고?”


믿을 수는 없지만 현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녀는 다시 입술을 핥았다.

자신이 여태 상대의 검술 사법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괴물 같은 놈에게 검술을 가르쳐 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럼 빨리 죽여 주어야 한다는 말이네, 아쉽지만 백 대를 때리려던 말은 취소야”


말과 함께 회초리에 깃든 잠력이 한층 강해졌다.


휘잉 휘이이이


가느다란 회초리가 주위에 바람을 일으킬 지경이었다.


초절정의 고수가 본격적으로 살수를 펼치자 악운룡이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끄으으으으”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으며 검술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그렇지만 육성에 이른 금강공에

전력으로 호신영기를 펼치고

용피의까지 더한 삼중방어체계로도 밀려드는 고통을 다 막을 수는 없었다.


‘검법에 더욱 집중해야 해’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빨리 암향검법을 완벽하게 익혀내는 것

다른 사람이라면 절대 흉내낼 수 없는 행위

극한의 고통을 견디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련을 이어나가는 수법

극한수련이 다시 시작되었다.


근처에 있는 절벽에서 이들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그들이 나타났을 때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저건 고초고 도리잖아?”


도리는 과거에 만난 적이 있었다.

그의 일에 귀곡이 개입했는데 그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다.

그 일로 귀곡과는 감정이 좋지 못했는데 그 중에서도 도리는 더욱 반갑지 않은 얼굴이 되었다.


도리가 젊은 청년을 죽이려 추격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왜 치마는 벗어던지고 반라의 상태로 저런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세히 보니 상대는 영준하게 생긴 청년

사태가 짐작된다.


“저년이 또 제 버릇 개를 주지 못하고 일을 벌였군”


청년을 겁탈하려다 도망치니 추격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고초고 도리가 과거에 몇 번이나 젊은 청년을 겁탈했다는 소문이 있었으니 그렇게 생각할만도 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개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특히 귀곡의 일에는 더욱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청년이 쓰는 검법이 눈에 익었다.


“저건 틀림 없이 암향검법인데 제대로 전수 받지 못했군, 마치 다른 검법으로 보일 지경이야”


암향검객은 몇 사람에게 암향검법을 전수하기는 했지만 모두 완성된 검법은 아니었다.

그마저 충분히 수련할 시간이 부족하고

자질이 미치지 못해서 제대로 전수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적전제자를 남기지 못했었다.


동굴 앞에 앉아서 느긋하게 땅콩을 꺼냈다.


“깊은 산 속에까지 달려와 구경거리를 제공해 주니 고맙기 그지 없군”


강건너 불구경

전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태가 기이하게 진전된다.

악운룡의 검법이 조금씩 바뀌더니

급기야는 진짜 암향검으로 변해가는 게 아닌가?

평생 무림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기사였다.


“저 아이는 도대체 어찌 된 아이야?”


검법만 흥미로운 게 아니라 도리의 매서운 회초리를 연신 쳐맞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게 놀랍다.


“요즘 금강권왕의 금강공이 다시 나타났다고 하던데..”


소문을 들었지만 짧은 시간에 금강공을 벌써 저런 경지까지 연마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금강공과 비슷한 다른 무공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무릎을 쳤다.


“맞다, 용피의, 금강공과 함께 용피의를 입고 있다면 저것도 가능하지”


흥미가 더욱 샘솟는다.


시간이 더 지나자 악운룡의 검법은 완벽한 암향검법이 되었다.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빠른 속도로 상승의 검법을 깨닫고 익혀낸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악운룡은 암향검법을 사부로부터 배운 게 아니라 검보를 보고 연구하여 얻어낸 것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기 때문에 올바른 길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저 정도면 암향을 피울 수 있겠군”


멀리서 벌어지는 결전이지만 암향이 코끝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빚을 갚는 셈 치자”


절벽을 마치 평평한 연무장처럼 달려 내려가 두 사람 가운데 날아 내렸다.


퍼벙


두 사람의 공격을 각각 한 손으로 막아낸 후 도리를 바라보았다.


“고초고 도리, 나를 기억하겠나?”


도리는 홀연 엄청난 고수에 의해 싸움이 중단되자 깜짝 놀라 훌쩍 물러섰다.

얼굴을 보니 잊을 수 없는 자다.


“천애유객(天涯遊客) 손상익(孫相益) 선배님? 선배님이 여긴 왠일이세요?”


천애유객 손상익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귀곡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과거에 그와 얽힌 일이 없었다면 그녀도 결코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었다.


“싸움을 잠시 멈춰라”


도리는 그의 말을 듣자 결코 환영할 만한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손상익은 귀곡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과거 귀곡자에게 혼이 나서 상가집 개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친 경험이 있다.


‘나를 건드렸다가 귀곡자에게 알려지면 죽은 목숨이야, 세게 나가자’


“그렇게는 할 수 없어요, 이 아이는 내가 반드시 죽여야 해요”


천애유객으로서도 충분히 예상했던 답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거부한다면 너를 죽여서 여기에 묻겠다, 시험해 보겠나?”


시험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와 귀곡의 관계는 좋지 않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죽여 여기 묻어버릴 작자다.

여기서 죽으면 귀곡자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녀가 누구의 손에 죽어 어디에 묻혔는지 알 길이 없게 된다.


‘생각보다 세게 나오는데? 곤란하게 생겼어’


천애유객이 정말 자신을 죽이려 든다면 대항할 수 없다.

그는 천하를 다 뒤져도 많지 않은 절대지경의 고수다.

그래도 한 번 더 버텨본다.


“선배께서는 귀곡의 일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지금 나의 일을 방해하면 귀곡자께서 좌시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시나요?”

“간섭하지 않기로 한 것은 그 때의 사안뿐이다. 이건 전혀 별개의 문제야”

“기어이 간섭하시겠다는 말이예요?”

“굳이 이 아이의 편을 들어 너를 공격하지는 않겠다”


긴장감이 살짝 풀린다.

손상익이 직접 손을 쓰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타개가 가능하다.


“나는 이 아이와 할 얘기가 있다, 얘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주면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군요”


도리는 몸을 돌려 걸어가다 멈추더니 고개를 돌렸다.


“얼마나 있다가 다시 오면 될까요?”

“사흘”


나중에 귀곡자가 안다고 해도 그녀의 행사를 좌절시키지 않고 사흘 정도 늦춘 것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잠시 생각하던 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흘 뒤에 이 자리에 다시 올께요”


도리가 몸을 날려 사라졌다.


그녀는 천애유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입으로 한 번 뱉은 말은 절대로 어기지 않는 사람이다.

약속을 어겨 악운룡을 죽이지 못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 사흘 동안 상처를 회복하고 푹 쉰 다음 싸울 준비를 하면 된다.


‘귀곡의 고수들을 몰고 와서 상대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불가능하다.

사흘 이내에 동원할 수 있는 초절정 이상의 고수는 없다.

그보다 경지가 더 낮은 자들은 아무리 많이 데리고 와도 소용 없다.


천애유객 손상익은 악운룡을 흘끗 바라보더니 손짓을 했다.


“따라 와라”


그를 따라 달려 올라간 곳은 바로 과거 자신이 잠깐 빌려 썼던 동굴

청탁조령공과 북명신공을 연성했던 석실이었다.


“여기가 바로 선배님이 수련하시던 곳이었군요”

“누군가가 왔다 갔던 흔적이 있더니 그게 너였나?”

“그렇습니다”


손상익은 곧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너는 암향검법을 누구에게 배웠느냐?”

“사부님에게 배웠습니다”


암향곡의 악산을 비롯해 과거 암향검객이 남긴 유묵을 찾은 일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비록 실전된지 오래 됐지만 저희 사문의 검술입니다. 현재는 세 초식에 불과하지만 점차 복구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럴 필요 없다, 나머지 초식은 내가 알고 있다”

“네? 그럼 선배님은 암향검객의 후예이신가요?”


반가운 생각이 든다.

다 망해버린 사문

암향문에 서광이 들더니 드디어 제대로 전승을 이은 선배를 만났다.

여태까지 사부의 말에 그다지 신빙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새삼 암향문이 대단한 사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니다, 오히려 나의 사문은 너희 암향문의 조사인 암향검객의 적이었다”


이건 또 뭔 소리?

조사의 적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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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가을에 새로운 작품으로 23.07.12 43 0 -
67 적으로부터 얻은 비전 23.07.12 66 2 11쪽
» 사문의 적 23.07.11 74 4 12쪽
65 쳐맞을 계획 23.07.10 84 4 11쪽
64 요괴현현 23.07.09 78 4 12쪽
63 하의실종 23.07.08 83 4 12쪽
62 회초리 마녀 23.07.07 80 2 12쪽
61 적과의 동침 23.07.06 91 3 11쪽
60 무공 장사 23.07.05 91 3 12쪽
59 화산의 비밀병기 23.07.04 94 4 12쪽
58 병아리가 된 천재 23.07.03 93 3 12쪽
57 2군 양성 23.07.02 90 4 11쪽
56 치료 취소 23.07.01 104 4 12쪽
55 악마의 새끼들 23.06.30 98 3 11쪽
54 거대한 전리품 23.06.29 102 3 12쪽
53 위험한 도발 23.06.28 99 3 12쪽
52 요괴의 승리 23.06.27 106 2 12쪽
51 얼마나 우려 먹으려는 거야? 23.06.26 109 2 12쪽
50 엉덩이신공 23.06.25 106 3 12쪽
49 백 살 어린이 23.06.24 118 3 11쪽
48 줄타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23.06.23 115 3 11쪽
47 조카바보 23.06.21 116 2 11쪽
46 줄을 잘못 섰네 23.06.21 116 3 11쪽
45 줄 때 먹고 보자 23.06.19 118 3 11쪽
44 줄타기 23.06.18 115 3 11쪽
43 죽거나 미치거나 23.06.17 124 3 12쪽
42 힘을 빼라 23.06.16 123 3 12쪽
41 귀랑대 23.06.15 118 3 12쪽
40 세 천재들 23.06.14 123 3 12쪽
39 남궁세가의 적손 23.06.13 14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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