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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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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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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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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화산비무회

DUMMY

악운룡은 정신이 아득해지며 세상이 깜깜해졌다.

삽시간에 한 줄기 빛조차 찾을 수 없는 하늘 속 깊은 곳 어딘가로 끌려와 있었다.

차갑고 어두운 우주의 끝으로 영원한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었다.


붉은 장포의 노인이 그 모습을 보며 장검을 뽑았다.


“흐흐흐··· 네 멋대로 하도록 놔둘 수는 없지, 내가 비록 내공과 정기를 모두 소모했지만 마지막 한 줌 생기는 남겨놓았다”


검을 들고 비틀거리며 다가가는 순간


“크르릉···”


악운룡이 마치 짐승과 같이 거친 소리를 내면서 몸을 일으켰다.

눈에서 맹수 같은 안광이 번득인다.


“호호호··· 이 몸도 한 수 정도는 받아낼 수 있지, 영기는 고갈됐지만 육신의 상태가 최상급이야”


목소리는 악운룡이었지만

누가 들어도 푸른 여인의 말

묘한 기수식을 취하며 노인의 공격에 대비한다.


악운룡의 체내 잠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려 자신의 몇 수를 받아 내겠다는 의미

강력한 공격이라도 잠시 버틸 수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사용하면 잠력이 고갈되어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노인은 담담히 응시하면서 검을 겨누었다.


“네 년이 아무리 발광을 해도 남의 몸을 빌려서는 내 일검을 받아낼 수 없어”


노인의 장검에 붉은 기운이 서린다.

놀랍게도 그것은 강기였다.


“나에게 남은 모든 생기를 집중하면···”


악운룡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든다.

마치 ‘이 자가 아직도 이런 한 수를 숨겨두고 있었다니’라는 표정

지금 악운룡의 몸으로는 무슨 수법을 써도 막을 수 없다.


“한 초식은 사용할 수 있다”


노인이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찔러갔다.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최상승의 검술

노인이 평생 연마한 상승의 절학이 모두 녹아 있으니 이 일검은 화산의 장문이라도 피할 수 없다.


악운룡의 목이 막 뚫리려는 순간

홀연 검이 멈추었다.


“아니, 내가 꼭 너를 죽이고 같이 죽을 필요가 없잖아? 네가 전령대법(轉靈大法)을 쓴다면 나도 이혼전백(移魂轉魄) 수법쯤은 알고 있거든”


노인은 검을 던진 다음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지옥까지라도 따라가 기어이 결판을 내 주마, 흐흐흐···”


곧 그의 머리에서 붉은 기운이 무지개처럼 뻗어 나오더니 곧바로 악운룡의 머리를 향했다.

붉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무지개 다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악운룡의 뇌리에서 천지가 진동하는 굉음이 울렸다.


펑 콰콰광


동시에 엄청난 두통이 몰려왔다.

머리가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아아악”


악운룡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자 혁립이 외친다.


“용아야, 무슨 일이냐? 괜찮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스승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문득 현실을 자각했다.


‘내 머리 속에서 붉은 노인과 푸른 여인이 싸우고 있어’


빌어먹을 태극난동의 전장이 화산의 봉우리에서 그의 머리 속으로 옮겨져 있었다.


“끄아악”


견딜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리다 문득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이것들이 내 사부님들을 모조리 죽이고 이제 나까지 죽이려 들어?’


어디까지나 내 머리 속은 내 것

무단 점거한 요괴들이 설치게 놔둘 수는 없다.


“나가, 당장 내 머리 속에서 나가란 말이야”


있는 힘을 다 해 소리쳐 보았지만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


꽈광 꽝


“끄어어어···”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프니 정신이 아득한 와중에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잡것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 보니 옛날 얘기에 등장하는 요괴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있었다.

불이었다.


하지만 불이 진짜로 효과가 있을지

머리 속에 들어와 있는 요괴를 쫓아내기 위해 불을 어떻게 피워야 할지 알 리가 없다.


격렬한 두통으로 정신이 혼란한데다

극심한 분노에 휩싸여 생각할 틈도 없이 외쳤다.


“나가, 불길로 모조리 태워 죽이기 전에”


화르륵


머리 속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불길이 어떻게 생긴 것인가 하는 것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요사스럽고 잔인한 잡귀들을 태워버리기에는 딱이네’


크고 거대한 화염은 어두운 사방을 환히 밝히더니 푸른 기운을 향해 날아갔다.

푸른 기운이 도망치려 했지만 불길은 삽시간에 덮쳤다.


-끼아악


비명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붉은 기운을 향해 불길을 날렸다.


-끄어억


찰나간에 머리 속이 잠잠해졌다.


붉고 푸른 기운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싸움이 멈추자 두통도 없어졌다.


“후우···”


악운룡이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자 혁립사부의 목소리가 들린다.


“용아야, 괜찮으냐?”


악운룡이 사부에게 다가가 자꾸 힘없이 떨어져 내리려는 머리를 부축했다.


“요괴들이 내 머리 속으로 침입했는데 다 태워 죽였어요”

“그래? 요괴를···?”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신 나간 소리라고 생각할 거다.


“걱정 마세요, 사그리 태워버렸으니까··· 그런데 사부님은···”


혁립의 얼굴에 쓸쓸한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어차피 곧 죽을 사람이었다. 저 자들 때문에 며칠 앞당겨졌을 뿐이야”

“다른 사부님들은···”

“걱정 마라, 잠시 기절했으니 곧 깨어날 거다”


혁립은 떨리는 손을 옮겨 악운룡의 손을 부여 잡았다.


“나는 네 뜻을 알고 있다. 내가 아무리 말려도 복수를 할 생각이지?”


서로 유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부는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나 보다


악운룡은 마지막 길을 가는 사부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평소 그는 복수를 하지 말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그게 옳은 일일까?


잠시 침묵이 흐르자 혁립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런 원한이 없다, 복수할 생각은 하지···”


말을 마치지도 못하고 사부의 목에서 힘이 풀렸다.


“사부님”


구슬프게 외치던 악운룡은 벌떡 일어나 붉은 노인에게 달려가 다짜고짜로 뺨을 때렸다.


짝 짝 짝


때리다 보니 곁에 푸른 여인이 누워 있다.


조금 전만해도 매력적인 젊은 여인이었지만

어느 새 쭈글쭈글한 할머니 송장이 되어 있었다.


따귀를 때리려 손을 번쩍 들었다가 힘 없이 내렸다.

죽어버린 할머니를 때리기에는 차마 손이 나가지 않았다.


“후우, 죽은 요괴의 따귀를 때려서 뭐하겠어?”





혁립 사부는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장례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슬픔 속에서 장례를 치른 후에 청홍 요괴들을 묻었다.


붉은 노인에게서는 장검 외에 금자가 들어있는 주머니가 나왔으며

푸른 여인의 품에서는 길이 한 자 정도의 단검과 전낭 외에도 옥구슬 두 개, 옥 병 한 개가 나왔다.

옥구슬과 옥병은 아무리 보아도 용도를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섬세하고 아름다운 세공으로 보아 귀한 물건임에 틀림 없었다.





장례를 치르고 닷새 후

악운룡은 화산비무회의 마지막 상대와 마주하고 있었다.


화산비무회는 화산파의 제자들이 겨루는 대회가 아니다.


화산에는 화산파가 생기기 수백 년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이유로 기거하고 있었다.

무예를 연마하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고 도를 닦는 도사는 물론 부처를 모시는 불승도 있었고 영험한 화산의 기운을 받기 위해 기도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러한 전통은 아직까지도 이어져 왔다.

화산파가 강호의 대파가 된 후 그 중에서 무예를 연마하는 사람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첫째 목적은 이들이 산적 등 악행을 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이들도 화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또한 같은 화산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서로 외면하기 어려운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문파들이 과거 화산에서 갈라져 나온 방계의 무공을 가지고 있다.

암향곡은 특이한 경우로 화산이 명문으로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매화검법의 창시자가 암함검이라고 믿는 곳이다.


화산비무회에서 우승하면 정식으로 화산파의 인정을 받고 화산파라는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준다.

물론 화산파의 본산인 상청궁의 제자와 똑 같은 대우를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식품이나 의복 등은 지급해 준다.

화산파의 행사에 참여하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른다.

말하자면 화산파의 1차 협력업체쯤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화산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모두 대단한 영광으로 여긴다.

따라서 그들은 화산파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행동을 조심하며 화산파의 일에 협조하게 된다.


객관적으로 화산비무회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참여하는 곳들의 세력이 크지 않아 문도가 열 명을 넘는 곳이 몇 개 되지 않는다.

많은 곳이 일인전승의 문파다.


넓은 화산 곳곳에 소규모로 숨어 있는 수십 개의 문파들 가운데는 희한한 곳도 많다.

예를 들면 두꺼비 흉내를 내는 합마공을 연마하는 합마곡과 같은 곳

두꺼비 흉내가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화산파보다 더 유서 깊은 화산의 터줏대감으로 화산비무회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다.


예선을 어렵지 않게 통과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의 상대 매검문(梅劍門)은 만만치 않았다.


매검문은 이름만 들어도 화산파의 방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문파

문도가 삼십여 명에 이르는 가장 큰 곳이었다.

검술 역시 본산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다른 잡다한 문파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후욱, 훅”


악운룡의 호흡은 이제 확연히 거칠어져 있었다.


그가 배운 무공은 다양했다.

사부가 세 명이나 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상승절기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무공은 하나도 없었다.


첫째 사부 악산에게서 배운 암향검은 본래의 절기가 대부분 유실되어 이름만 남아 있는 검법

심지어는 진짜 암향검인지도 의심스럽다.

그나마 둘째 사부 연평에게서 배운 경신법이 제법 뛰어나서 여태까지 버티고 있다.

부족한 검술을 신법으로 메우려다 보니 빨리 지칠 수 밖에 없다.


매검문의 강의초는 도의를 아는 청년이었다.

두 손으로 검을 들어 검례를 갖추며 말했다.


“암향곡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니 감탄을 금할 수 없소, 이제 그만 하는 것이 어떻겠소?”


문파를 대표하여 출전한 공식적인 대회이니 존대를 해 준다.


악운룡과는 안면이 있을 뿐 아니라 과거에도 수 차례 겨뤄본 경험이 있다.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실력이 확 늘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차이가 분명했다.


악운룡 역시 실력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나이도 서너 살 많지만 무엇보다 배운바 검술의 수준이 다르다.


하지만 그는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야 했다.

스승과 사매, 사제

사문의 기대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기서 우승을 해야 홀가분히 강호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일초만 받아 내면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암향검을 십성까지 연마한지도 오래 되었다.

그것으로는 절대로 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안 후

암향검을 뛰어 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서 스스로 창안한 한 초식

이것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패배를 인정하는 수 밖에 없었다.


“좋소, 공격해 보시오”


상대가 검을 청안으로 겨누고 준비를 마치자

악운룡은 마지막 일초를 머리 속으로 그려보았다.


성공 확률은 별로 없다.

하지만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마지막 한 호흡까지 쏟아 부어야 한다.


막 검을 내밀려 하는 순간

뇌리에 여태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무공의 요체가 주르르 떠오른다.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상한 수법

떠오른 요결을 생각해 보니 어둠 속에서 헤매던 검술에 대한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이 든다.


‘아! 내공을 그런 식으로 운용하는 방법이 있었어? 정말 멋지군’


깨닫는 동시에 몸을 날리며 일검을 내질렀다.

여태까지 사용하던 검술보다 빠르고 의외의 수법이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별 차이가 없으니 강의초가 검을 들어 걷어내려는 찰라




악운룡의 검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탄환처럼 튀어 나오며 강의초의 가슴을 때렸다.


“억”


강의초가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일격을 맞고 제 자리에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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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적으로부터 얻은 비전 23.07.12 67 2 11쪽
66 사문의 적 23.07.11 74 4 12쪽
65 쳐맞을 계획 23.07.10 85 4 11쪽
64 요괴현현 23.07.09 79 4 12쪽
63 하의실종 23.07.08 84 4 12쪽
62 회초리 마녀 23.07.07 80 2 12쪽
61 적과의 동침 23.07.06 92 3 11쪽
60 무공 장사 23.07.05 92 3 12쪽
59 화산의 비밀병기 23.07.04 95 4 12쪽
58 병아리가 된 천재 23.07.03 94 3 12쪽
57 2군 양성 23.07.02 91 4 11쪽
56 치료 취소 23.07.01 106 4 12쪽
55 악마의 새끼들 23.06.30 98 3 11쪽
54 거대한 전리품 23.06.29 103 3 12쪽
53 위험한 도발 23.06.28 99 3 12쪽
52 요괴의 승리 23.06.27 107 2 12쪽
51 얼마나 우려 먹으려는 거야? 23.06.26 110 2 12쪽
50 엉덩이신공 23.06.25 107 3 12쪽
49 백 살 어린이 23.06.24 119 3 11쪽
48 줄타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23.06.23 116 3 11쪽
47 조카바보 23.06.21 118 2 11쪽
46 줄을 잘못 섰네 23.06.21 117 3 11쪽
45 줄 때 먹고 보자 23.06.19 119 3 11쪽
44 줄타기 23.06.18 116 3 11쪽
43 죽거나 미치거나 23.06.17 125 3 12쪽
42 힘을 빼라 23.06.16 124 3 12쪽
41 귀랑대 23.06.15 119 3 12쪽
40 세 천재들 23.06.14 124 3 12쪽
39 남궁세가의 적손 23.06.13 1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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