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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이중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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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1,024
추천수 :
258
글자수 :
355,081

작성
23.06.21 21:45
조회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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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조카바보

DUMMY

초식을 운용하는 데에도 역시 이렇게 지나치게 힘을 주면 정교함을 잃어 더 나빠진다.




도하람은 절정의 고수답게 몸을 뒤틀어 간신히 주먹을 피했다.

그러나 완벽하게 피하지는 못하고 옆구리를 살짝 스쳤다.


“으으윽”


살짝 스쳤을 뿐인데도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


‘이제 죽었네’


단 일초도 버티지 못하고 내상을 입었는데

대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 순간


‘어? 저 새끼가 추격을 멈추었잖아?’


아무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놈이었다.


‘이길 만 하면 오히려 도망치고, 결정적인 순간에 왜 추격을 하지 않는 거야?’


한 번만 더 때리면 죽일 수 있는데 추격을 멈추다니

그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미친놈이었다.

정신 나간 놈이 하는 짓을 억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짓은 정신건강에 해롭다.


악운룡은 추격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상황이었다.

섞였던 불순한 기운이 모두 발산되었다.

이 상태에서 또 흑령기를 뽑아서 추격하는 것은 미친 짓이고

내공을 사용해서는 추격이 불가능하다.


“하필이면 이 때···”


아쉽지 않을 수가 없다.


도하람은 저승의 문턱에서 천운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은 상태에서도 십성의 공력을 운용해서 달렸다.

내상의 악화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악운룡은 그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귀곡에 가서 전해라, 나의 앞길을 막는 자에게는 죽음뿐이다”


‘저거 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좀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이다.


“창의성이라고는 개뿔도 없는 놈”


그런 얼치기 같은 놈에게 패해서 도망치는 자신이 한심하다.

실제의 악운룡은 지나친 창의성이 오히려 문제

엉뚱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고초를 겪는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더 이상 쫓아오지는 않는 것 같은데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당장 수안성으로 돌아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귀호대(鬼虎隊)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

원래의 작전은 귀호대와 귀랑대가 협력하여 목가장을 치고 수안성을 장악하는 것

두 무력대가 목가장을 공격한다면 필승의 전력이었다.


도하람은 귀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썩은 무우를 씹은 표정


“그 개자식 얼굴은 죽어도 못보지”


귀호대장 엄한로(嚴漢魯)는 깐깐한 성격

원리원칙을 어찌나 따지는지 얼굴만 봐도 속이 답답해지는 놈이다.


게다가 자신보다 선임

선후배 사이의 예의를 너무나 중시한다.

윗사람을 보면 설설 기는 반면

아랫사람에게는 호랑이가 따로 없는 무시무시한 인물이었다.


그런 자에게 귀랑대를 국물도 남기지 않고 쫄딱 말아먹었다고 한다면?


“씨발, 무덤자리도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아무 생각 없이 엉뚱한 곳으로 가면 죽음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조카바보>

어릴 때부터 조카라면 껌벅 죽었던 고모

고초고(苦楚姑) 도리(陶梨) 밖에 없다.


고초고라는 별호는 그녀의 무기인 회초리에서 유래했다.

<아픈 회초리를 든 아줌마> 정도의 뜻


귀곡의 무인들을 훈련하는 임무를 오래 맡았었는데 수련생들이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도 결코 용서하는 일이 없기로 유명했다.

벌칙은 회초리

회초리가 얼마나 매서운지 회초리에 맞아 죽은 사람이 수십 명이라는 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싸리나무 따위로 만든 회초리가 아니었다.

특수한 쇠로 만든 기병이었다.

한 마디로 그녀에게 걸리면 죽음이다.

죽을 때까지 회초리로 맞는다면 그 고통은 생각하기도 끔찍할 지경이다.


그러나 조카인 도하람에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조카를 보는 재미로 살았다.


도하람이 기저귀에 똥을 싸도


“어머! 우리 람아 똥 색깔 좀 봐, 어쩌면 이런 예쁜 똥을 쌀 수가 있지? 게다가 냄새는 얼마나 좋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라고 할 정도

매우 지나친, 제정신이 아닌 조카사랑으로 유명했다.

한 마디로 정신 나간 <조카바보>


실력과 명성, 반반한 외모 덕에 수 차례 결혼에는 성공했지만

잔혹한 성정 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이로 인해 광적으로 조카에게 집착했다.


도하람이 젊은 나이에 귀랑대주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의 지원이 컷다.

동시에 그의 잔인하고 거만한 성격을 형성하는 데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고초고에게, 또 귀곡에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지 궁리를 해 보았다.


-그 새끼는 폭정단을 먹고 괴물이 됐습니다

-그걸 세 번이나 연속으로 했다고?


“니미럴, 말이 안 되네”


-그 새끼는 미친놈입니다

-왜?

-이길만 하면 도망가고, 결정적인 순간에 추격을 중단···


“제기랄,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데 누가 믿어 주겠어?”


아무튼 미친놈이 하는 짓거리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런 미친놈인줄 알았으면 절대 엮이지 않았을 거다.


그래도 고모를 생각하자 갑자기 희망이 샘솟는다.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면서 내뱉는 말


“악운룡, 너만은 꼭 죽이고야 만다”


악운룡은 멀어져가는 도하람을 허탈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도하람, 너만은 꼭 죽이고야 만다”


도하람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긴장이 풀리면서 다리가 후둘후둘 떨린다.

모든 기운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써버렸다.


청탁조령공은 외부에서 얻은 영기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영환에서 풀린 흑령기를 사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전의 진기와 섞여 문제를 일으키던 기운을 다 발산해버리니 씻은 듯 개운하다.


청파도 이제 모든 상황을 알았다.


-어린놈의 임기응변이 대단하구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지?

-다 청탁조령공을 전수해 준 청파 덕분이야

-허험, 청탁조령공은 천고의 절기이니라


조금만 칭찬해 주면 자랑이 하늘을 찌른다.

얄팍하기가 다섯 살 수준이다.


‘백 살쯤 되면 거의 신선 수준이 되는 줄 알았는데···’


늙으면 애가 된다더니 백 살쯤이 넘으면 오히려 점점 애들로 돌아가는 것 같다.


홍로는 생각이 많은 모양이었다.


-네 재능으로 보아 흑령기를 내공으로 변환시키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구나


북명신공을 십 년쯤 연마하면 무공의 기초가 잡힌다고 했는데

그래서야 언제 고수가 되나?

무령의 거대한 흑령기를 모두 소화시키는 기간도 십 년씩이나 걸릴 것 같지 않다.

만약 그렇게 되면 적어도 초절정의 경지에는 오르지 않을까?


홍로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뻔하다.

북령신공의 경지가 높아지면 어떻게 잡아먹어야 할지 벌써부터 궁리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멀지 않은 곳에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가 있었다.

골짜기를 헤매다 운기조식에 적당한 절호의 장소를 찾았다.


절벽에 자리 잡은 동굴이었다.

동굴 내부는 커다란 석실

누군가가 은거나 수련을 위해 사용하던 곳임이 분명했다.


‘여기는 이상하게 암향곡에 있었던 수련동과 너무나 비슷하네’


탁자와 의자, 침대 등의 최소한의 가구

그 밖에는 벽곡단 항아리 한 개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선가 홀연 암향검객이 나타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바닥에 앉아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흑령기가 어느 정도 안정되기 전에는 매우 위험하다.

언제 무슨 일을 계기로 다시 폭주할 지 모르는 일이었다.

또 죽기 아니면 돌기인 상황에 빠질 수는 없다.

만사를 제쳐놓고 흑령기가 넘쳐나는 영환을 통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번에는 끼어들지 마

-설마 또 그 정신 나간 짓을 하려는 거냐?

-한 번은 용케 넘겼다만 계속 그런 행운이 따라주지는 않는다.


홍로와 청파가 극구 말렸다.


-해 본 적 있어?-

-없다

-있겠냐?

-해 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


그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청탁조령공과 북명신공을 동시에 운기하기 시작했다.


흑령기가 풀려나와 정제를 거쳐 단전에 순수한 내공으로 차곡차곡 쌓여간다.

운기를 거듭할수록 더욱 속도도 빨라지고 내공의 순도 또한 높아진다.


청파는 영 못마땅하다.

흑령기의 영향력에서 벗어날수록 그녀가 악운룡을 잡아먹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괴물 같은 새끼, 어떻게 두 가지 심공을 한꺼번에 운기할 수가 있는 거야?

-그걸 몰라서 물어?

-알면 내가 벌써 써먹었지

-할매는 단전이 없으니까 써먹을 수가 없잖아?


홍로는 기분이 좋았다.


-양의심공이라도 배운 거냐?

-그딴 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데도 그렇게 위험한 짓을 태연히 하고 자빠졌냐?

-잘 생각해 봐, 청탁조령공이나 북명신공이나 운기법이라는 것은 똑같다.

-그렇지

-청탁조령공과 북명신공이 원래 하나였다고 가정하면 안 되나?

-뭐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새꺄


무엇보다 철천지 원수 홍파의 절기와 자신의 신공이 하나라는 말에 매우매우 기분이 잡쳐버린 기색이다.


청파도 견디지 못하고 딴지를 건다.


-나의 고절한 절기를 어따 갖다 붙여?

-할멈은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청탁조령공으로 시작해서 북명신공으로 끝맺음 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잖아?

-···.

-무공을 꼭 병렬로 사용할 필요는 없잖아? 필요하다면 직렬로 연결하면 되지


병렬이니 직렬이니 너무 어려운 말을 썼나?

나이만 처먹었지 무식하기 그지 없는 자들인데

한참이나 지난 뒤에야 반응이 온다.


-동시에 두 개의 심법을 사용한 게 아니라 두 개를 연결해서 하나처럼 생각하고 쓴다는 말이구나

-그럼 아무런 문제가 없잖아?

-내 나이 백오십에 그렇게 터무니 없는 말은 처음 들었지만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구나


터무니가 있던 없던 잘만 굴러가면 된다.

운기를 계속 하다 보니 점점 원활하게 돌아간다.

조금씩 빨라지면서도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

마치 청탁조령공이 마차의 앞바퀴, 북명신공이 뒷바퀴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해 보니까 진짜 개꿀인데?’


질 좋은 정순한 내공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동시에 청탁조령공과 북명신공의 성취도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두 심법을 따로 연마했다면 두 배의 시간이 걸렸을 것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연결한 것은 신의 한 수

영환을 사용하는 무공과 단전을 사용하는 무공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였다.


악운룡이 동굴을 나선 것은 열흘 뒤


아직까지 흑령기는 겨우 일 할 가량 밖에 정제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온몸에 힘이 넘쳤다.


“영약이 따로 없네”


거액을 지불해도 구하기 어렵다는 영약을 먹은 느낌

고진감래였다.


험한 절벽을 원숭이처럼 달려 내려왔다.

험준한 지형일수록 빛을 발하는 종성월산이 이제서야 제 주인을 만났다.

몸이 가벼우니 구태여 용을 쓰고 힘을 줄 필요가 없다.


‘힘을 빼야 고수가 되는 게 아니라 고수가 되어야 힘을 뺄 수 있는 게 맞네’


달리다 보니 마음이 급해진다.

수안성에는 분명히 귀곡의 일당이 있는데

그 사이에 무슨 짓을 벌였을지 모른다.


-홍로, 이제 나도 절정 수준의 내공을 가지게 된 거지?

-턱걸이는 했다

-먼 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절정에 어울리는 경신술 없어?

-맞겨 놨냐?

-싫음 말고, 청파의 수법도 매우매우 고절하던데···


이 영감한테는 청파가 쥐약이다.


-허엄, 초상비(草上飛) 정도면 쓸만 할 게다

-그거 일류만 돼도 쓸 수 있는 거잖아?


‘자신의 절기는 풀어놓지 않겠다는 심보인가?’


개뿔도 모르면서 한 번 넘겨짚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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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요괴현현 23.07.09 78 4 12쪽
63 하의실종 23.07.08 83 4 12쪽
62 회초리 마녀 23.07.07 80 2 12쪽
61 적과의 동침 23.07.06 91 3 11쪽
60 무공 장사 23.07.05 91 3 12쪽
59 화산의 비밀병기 23.07.04 94 4 12쪽
58 병아리가 된 천재 23.07.03 93 3 12쪽
57 2군 양성 23.07.02 90 4 11쪽
56 치료 취소 23.07.01 104 4 12쪽
55 악마의 새끼들 23.06.30 98 3 11쪽
54 거대한 전리품 23.06.29 103 3 12쪽
53 위험한 도발 23.06.28 99 3 12쪽
52 요괴의 승리 23.06.27 106 2 12쪽
51 얼마나 우려 먹으려는 거야? 23.06.26 110 2 12쪽
50 엉덩이신공 23.06.25 106 3 12쪽
49 백 살 어린이 23.06.24 118 3 11쪽
48 줄타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23.06.23 115 3 11쪽
» 조카바보 23.06.21 117 2 11쪽
46 줄을 잘못 섰네 23.06.21 116 3 11쪽
45 줄 때 먹고 보자 23.06.19 118 3 11쪽
44 줄타기 23.06.18 115 3 11쪽
43 죽거나 미치거나 23.06.17 124 3 12쪽
42 힘을 빼라 23.06.16 123 3 12쪽
41 귀랑대 23.06.15 118 3 12쪽
40 세 천재들 23.06.14 123 3 12쪽
39 남궁세가의 적손 23.06.13 14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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