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절대 안 쓰러지는 건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에 실패한 용신이, 인간으로 환생한 건에 대하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건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9
최근연재일 :
2022.09.29 21: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19,107
추천수 :
618
글자수 :
469,824

작성
22.06.27 21:30
조회
81
추천
5
글자
10쪽

42. 인생의 풍파. (2)

DUMMY



19살 학창 시절, 마지막 겨울 방학.

11월에 치러진 수능은 모두 다 끝이 낫고, 현우의 고등학교 생활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끝은 또 다른 시작.


그는 이제 대학을 가야 한다. 가고 싶은 대학, 좋아하는 학과에 가고 싶은 건 당연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는가? 인기가 높은 학과일수록 경쟁은 치열했고, 성적이 낮으면 뒤로 밀려 날 수밖에 없다.

현우는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에 대학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고, 그 학과도 엄청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도 여기저기 원서를 넣어 보지만... 모 학과, 모집 인원 30명, 그의 후보 번호 107번. 거의 절망적이다.

예전부터 절대신의 가르침 대로 인생은 대충! 공부는 대충! 한 결과가 이런 것이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오늘도 이곳저곳을 알아보는 현우는, 오늘만 해도 총 5군데에 대학에 원서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합격 소식이 들려오길 희망하며, 제발 붙기를 희망한다.

대학 원서 제출을 마무리한 뒤. 현우는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이동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4명은 가끔 모여 학창 시절, 그 답답했던 고민들을 나누며 이야기하던 사이다.


월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인 광장코아로 향한다.


...


이제 나이도 20살이겠다.

술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나이다. 현우가 가장 늦었던지 친구들이 벌써 와서 앉아있다.

그가 온 것을 보고,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미안! 좀 늦었제? 원서 좀 넣고 오느라고.."

"아이다! 앉아라! 늦든 말든 왔으면 됐지!"


덩치가 크고 좋은 상진이라는 친구는, 현우의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다. 의리가 있고, 큰 덩치와는 맞지 않게 감수성이 풍부하고 착한 친구다. 그리고 그 옆에 덕구라는 친구는 대학은 별로 관심이 없고, 집안 가업을 이어 받아 열심히 일하는 친구다.

아! 그리고 한 명, 진영이라는 친구는 그나마 넷 중에 가고 싶은 학과로 진학해, 학교 걱정은 없는 친구다.


술자리가 무르익어가고, 20살. 그 좋을 나이에 현우는 기분이 별로라 술만 마신다.

자신의 주량도 모르고, 술 버릇도 모르는 20살. 그냥 어른들이 우울할 때면 술 먹는다는 소리에 똑같이 해보면 기분이 풀어질까? 연신 소주잔을 비우지만...


"으... 쓰다... 써...!"


상진이는 술만 먹으면 속 버린다고 안주 이것저것을 밀어준다. 대학 그까짓 것 안 가도 된다고, 우리 아직 많이 어리다고 위로해 준다.

현우도 그런 위로에 헤실헤실 웃으며, 술을 마시는 데...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


"야! 대학은 당연히 가야 되는 거 아니가?! 대학도 안 가고, 있으면 뭐가 되는데? 아무것도 안된다!"

"솔직히, 나 정도 대학 못 가면, 인생 포기해야지!"


아까부터 상진이와 현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진영이가, 대학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약간 비꼬는 듯이 말하고 있다.

교육학과에 들어간 진영이는 예전부터 허세나 겉 멋이 심한 친구라, 막말을 자주 하는 친구였지만, 현우는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주기에 별 탈 없이 지내 왔다.


-쾅!-


"야 이 새끼야! 그게 지금 친구한테 할 소리가?! 어!"

진영이가 계속해서 현우를 비꼬자. 상진이가 열받아 한 소리 한다.

무섭게 노려보는 상진이가 신경 쓰였던지, 고개를 돌리고 혼자 술 만 먹고 있는 진영이.


그러다 진영이는 아는 형들이 술 사준다고 연락이 왔다며, 쌩하고 나가버리고, 나머지 친구들도 자리를 마무리하고 각자 집으로 향한다.


...


추운 겨울밤.

집으로 걸어가는 길. 칼 바람에 온몸이 배는 듯하지만 현우는 추운 게 문제가 아니다.

즐겁자고 만난 자리에서, 나름 상처받은 것 같은데...


"그래 뭐... 내가 다 잘 못해서 그런 거... 누구 원망하겠노... 속상해하지 말자.."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린 현우가 집으로 가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고 있는데, 술이 덜 깬 건지..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상함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보는데, 아디다스 추리닝에, 새까맣고 두꺼운 외투를 입은 남자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현우를 바라본다.

"야! 꼬맹이! 술 마셨냐?"

"어! 형! 주신이 형이 여기 왜 있어요?!!"


저주신이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콧물을 훌쩍인다. 너무 추웠던지 저주신은 말을 하기보단 따라오라며 고개를 까딱 거린다. 분명 신계에서 한가닥 하는 저주신이지만, 지금 행색은 영락없는 동네 백수 형이다.


시간은 밤 10시. 저주신은 동네 술집으로 현우를 데리고 가는데, 생각보다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의 술집이다.

"이모~! 여기 돈까스, 돼지 두루치기, 오뎅탕 줘요!"

"형! 뭘 이리 많이 시켜요?"

"상관하지 마! 내가 먹으려고 시킨 거야!!"


[우울해하는 동생. 맛있는 거 사주는 줄 알았더니 지가 먹겠다고 한다.]


잠시 후.


주문한 안주들이 나오고, 저주신은 소주를 집어 들더니, 어디서 본 건 있었던지 팔꿈치로 밑부분을 톡톡 치고, 손목 스냅으로 소주 병을 휘릭하고 한 바퀴 돌린다. 현우에게 소주를 따라 주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따뜻해지니 술기운이 올라온 현우가 약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넥 슬라이스!-


"커헉!!"

"야 이 새끼야! 어른이 술을 따라주면 정중하게 두 손으로 받아야지!!"

"죄송합니다 형.."


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한 잔, 두 잔 먹기 시작하는 저주신과 현우.

수능을 개판친 현우를 보면 과외 선생님으로서, 넥 슬라이스 백 번은 내려 꽂고 싶지만, 아직 저주는 계속되고 있기에 저주신은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야! 대학 그거 안 나와도 돼! 인간들 보니까 그 학교, 그 학과 나왔다고 그거 하면서 사는 인간 별로 없다더라!"

"그리고! 니 친구가 그렇게 비꼬운건, 지금 당장 20살한테 내세울게 대학교가 가장 커서 그래! 근데 그거 별거 아니야!"


오래간만에 신 다운 말을 하는 저주신. 하지만 현우는 계속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다.

계속해서 인생 얘기며, 20살은 어쩌고저쩌고 이야기해 주는 저주신. 그런데 신이 실수한 것이 있었으니...

생각보다 술을 너무 많이 먹여 버렸다.

한참 이야기하던 저주신도 뭔가 이상했던지 현우를 유심히 보자. 놀랍게도 그는 웃고 있다!


"헤헤헤. 형! 오늘 형이 술도 사주고 좋네~!"

"솔직히 친구 새끼한테 그런 소리 듣고, 영 기분 별로였는데. 형 있으니까 좋~다!"


-쿵!-


그 딱 두 마디를 끝으로 현우는 테이블에 이마를 박고 잠들어 버린다.


...


난감한 표정의 저주신이 길거리를 걷고 있다.


그것도 다 큰 현우 업고 겨울 칼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자신이 사는 집으로 향하고 있다.

"더럽게 춥네!!! 아니! 이 새끼는! 고거 조금 먹였다고 기절을 하냐? 기절을!!!"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현우가 스륵하고 미끄러 지려고 하면, 다시 고쳐 업고 걸어간다.

저주신도 신이라 현우와의 접촉으로 그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신의 마음도 착잡해져 간다.

현우는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했지만, 저주신은 그 기억들 속에서, 그리고 자신에게 과외를 배우던 순간 속에서 알 수 있었다.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님을..


밤새 외우고 또 외우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지만, 학교에서의 체벌을 넘어선 폭행의 트라우마는, 나이가 들어도 고쳐지지 않았는지, 시험을 칠 때면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을...


어느덧, 집에 도착한 저주신.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축복신이 놀라. 현우를 부축한다.


"야! 주신! 현우, 왜 이래?!"

"술 처먹어서!"


-찰싹찰싹!-


"아! 아퍼!!! 왜 때려 왜!!!"

"네가, 애 이렇게 먹인 거지! 그렇지!"


[축복신은 눈치가 빠르고, 아주 예리하다.]


"아! 몰라!! 업고 오느라 힘드니까 난 잘래! 알아서 해!"


저주신은 현우를 벽에 내팽개치고 들어가 버리고, 축복신이 현우를 챙겨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다.


...


2층으로 올라온 저주신.


마침 거기 있던 절대신과 마주치자. 슬며시 그의 옆으로 가 앉는다.


"술 먹었나 봐?"

"뭐 조금..."

"현우랑? 술 먹었네?"


모든 걸 아는 듯한 그의 말투에 저주신은 평소처럼 짜증 내지 않고, 차분히 대화를 이어나간다.

현우가 속상했던 일, 그리고 그가 지금 걱정하고 있는 대학 문제까지... 그리고 자신이 현우를 저주하고 있는 이 순간이 맞는가에 대해서도 ...


"흠... 그냥 내버려 둬! 어떻게든 현우의 인생은 흘러갈 거야~!"

"그럼 저 녀석은, 계속 저런 식으로 사는 거야?!"


저주신이 뽀로통한 얼굴로 한마디 하자. 절대신은 오히려 더 밝게 웃으며.

"훗! 안 그렇게 하려고, 내가 여기 온 거잖아!"

"저주신! 앞으로 좀 더 강도 높은 저주가 필요할 거야!"

"옆에서 봐서 알겠지만, 현우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이제 트라우마를 심어줄 폭력 교사들도 없어! 그렇다면 분명 저 녀석은 길을 찾으려 애쓰겠지... 그런데 그게 지금은 아니니 방해해 줘~!"


"그게 무슨 개떡같은 소리야!!! 그딴 짓은!!!"


저주신이 흥분하며, 소리치자 절대신이 다시 싱긋이 웃으며 말한다.


"친구로서 부탁이니, 계속 저주해 줘 알았지?"


20년째 저주받고 있는 현우는 과연 얼마나 더 저주받아야 할까?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생에 실패한 용신이, 인간으로 환생한 건에 대하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5 54. 경고. (2) 22.07.13 97 5 10쪽
54 53. 경고. 22.07.12 92 4 9쪽
53 52. 축! 퇴소?!! 22.07.11 90 4 9쪽
52 51. 축! 입대! 22.07.08 101 4 9쪽
51 50. 인과응보. 22.07.07 102 4 9쪽
50 49. 국가가 그대를 부른다. 22.07.06 102 4 9쪽
49 48. 악연. (3) 22.07.05 102 4 10쪽
48 47. 악연. (2) 22.07.04 88 4 10쪽
47 46. 악연. 22.07.01 90 4 10쪽
46 45. 설레는 날. (3) [다신 술 많이 먹지 않겠다!!] 22.06.30 92 4 9쪽
45 44. 설레는 날. (2) [대낮에 술?] 22.06.29 95 4 10쪽
44 43. 설레는 날. 22.06.28 97 4 9쪽
» 42. 인생의 풍파. (2) 22.06.27 82 5 10쪽
42 41. 인생의 풍파. 22.06.24 95 4 10쪽
41 40. 시간은 흘러간다. (3) [전생의 인연.] 22.06.23 97 5 10쪽
40 39. 시간은 흘러간다 (2) [뜻밖의 소식.] 22.06.22 85 4 10쪽
39 38. 시간은 흘러간다. 22.06.21 98 4 10쪽
38 37. 원숭이의 왕. 22.06.20 96 4 10쪽
37 36. 저주는 계속된다.(4) [용신의 흔적.] 22.06.17 96 4 10쪽
36 35. 저주는 계속된다. (3) [용신의 흔적.] 22.06.16 96 4 9쪽
35 34. 저주는 계속된다(2) [용신의 흔적.] +4 22.06.15 105 5 9쪽
34 33. 저주는 계속된다. +2 22.06.14 113 5 10쪽
33 32. 이어지는 악연. (3) 22.06.13 101 5 10쪽
32 31. 이어지는 악연. (2) +2 22.06.12 107 5 9쪽
31 30. 이어지는 악연. +4 22.06.11 123 6 10쪽
30 29. 귀문이 열린다. (2) +4 22.06.10 118 6 10쪽
29 28. 귀문이 열린다. +2 22.06.09 164 4 9쪽
28 27. 신이 사는 동네.(때는 2002년 월드컵) 22.06.08 111 4 10쪽
27 26. 신이 사는 동네. +2 22.06.06 120 5 9쪽
26 25. 전생의 기억(2) +2 22.06.05 125 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