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저주는 계속된다(2) [용신의 흔적.]
엄청난 더위가 덮쳐버린 대구.
사실 대구는 매년 100년 만에 찾아오는 더위가 오는 것 같다.
현우는 인간이기에 더위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문제는 우리 신들...
"헥헥헥!!! 왜 이렇게 더운 거야!!!"
[참고로 저주신의 인간형 몸은 절대신이 창조해 주었다.]
"이런 젠장!!! 아주 인간이랑 똑같이!!! 만들어 놨구만!!! 그렇다면!!"
-위잉!!-
저주신은 인간형 몸에서 나와 더위를 피하고 있는데, 자신의 얼굴을 한 인간형 몸이 바닥에 누워 내팽개 쳐져 있으니, 그것도 땀을 아주 삐질삐질 흘리고 있으니, 몹시 불편하다!!
"아!!! 진짜!! 이러고 좀 있으면, 또 저 몸에 들어가야 하잖아!! 윽! 좀 냄새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그가 있는 곳은 인간계, 일단 다시 인간형 몸으로 들어간다.
샤워를 한 뒤, 저주신은 곧장 회장님에게 전화를 거는데...
-뚜루루룽-
"네! 주인님!! 무슨 일 있으신지요?!"
"더워! 더워! 더워! 덥다고!!! 어떻게 좀 해봐! 빨리!!!"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덩치 큰 사람들이 저주신의 집을 들락날락하더니 곧 설치되는 에어컨!
방문한 에어컨 기사에게 대충 설명을 들은 뒤, 에어컨을 가장 강하게 틀고 누워 있는 저주신.
"하~ 아~ 이것이 바로 천국...! 아니 아니지!!! 저주신이 천국 타령이라니!!! 하여튼 좋아 좋아!!!"
소파에 자리 잡은 저주신은 밖으로 나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똑똑똑.-
"응~! 누구야? 들어와!"
저주신은 평소, 문 따위 잠그지 않는다.
현우가 자연스레 문을 열고 들어와,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 책을 올리고 앉는다.
"형!!! 오늘 이거 가르쳐 주시기로 했는데..."
"그까짓 것! 빨리 줘봐!!!"
[얼마 전 까진 아저씨였지만, 지금은 형이라 부르라 해서 형이다!]
한여름 아주 시원 상태라 기분 좋은 저주신은, 무슨 말을 해도 다 오케이를 외치고 있다.
...
수업이 한창일 때.
현우가 집에 설치된 에어컨 들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
"우와~! 형!!! 아까 들어올 때부터 느낀 거지만, 이 좁은 집에 저렇게 큰 에어컨을..."
[에어컨은 역시 큰 거!!!]
"야! 네 거 아니잖아! 신경 끄고, 얼른 이거나 풀어! 수학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어디서 훈계질이야!!"
"아! 네!!"
열심히 문제를 풀어나가는 현우. 그리고 고개를 살짝 들자. 눈앞에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과자가 한가득이다.
"저기... 형... 이거..."
"뭐? 과자 부스러기들? 먹든가?!"
[저주신은 부캐로 츤데레신을 달아줘야 할 것 같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갑자기 저주신이 활짝 웃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표정에 현우가 식겁하며, 그의 상태를 살피는데...
"형! 어디 아파요?"
"입꼬리가 막 올라가고, 좀 이상해 보이는데..."
-쾅!-
먹던 쿠키를 테이블에 내려찍으며, 째려보는 저주신.
"야! 웃는 거잖아! 웃는 거!"
"아... 네네... 근데 형 왜 웃고 있는 거예요? 무섭게..."
그러자 손가락으로 책에 누군가를 가리키며, 한 번 더 씩 웃는다.
그가 가리킨 것은 수학 책 한쪽에 있는 수학자! 그 이름도 [피타고라스!]
"나, 얘 알아~! 하하하."
"아... 형... 이 사람은 저도 잘 아는데요? 아마 한국 학생들 중에 모르는 애들 별로 없지 싶은데?!"
[그렇다 학교 다닐 때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 피타고라스. 에이 제곱 플러스 비제곱... 음~ 머리 아퍼~!]
"얘가 그렇게 유명해?!"
"그럼요!"
"음... 얘랑 마셨던 술은 정말 맛있었는데 말이야 하하하."
그러자 현우가 웃으며, 저주신의 말에 맞장구를 쳐준다.
"하하하. 어떤 분이 셨는데요?"
"수학은 좀 하는데, 다른 건 좀 꽝이었어! 오죽하면 결혼도 못 할까 봐 내가 옆에서 연애코치까지 해줬다니까!"
[그 옛날 피타고라스를 만나던 저주신은, 꽤나 바빳나보다...]
"네?! 형이 연애코치를 했다고요?!!"
아래 위로 훑어보는 현우의 머리를 살짝 때리는 저주신.
"야! 내가 이래 보여도 사람 마음 하나는 엄청 잘 알거든! 그리고! 내가 어! 마음먹고 인간 세상에 꾸미고 나가면 다들 뻑이 갔다고!!"
"아~네..."
현우는 항상 이런 황당무계한 말을 하는 저주신을 보며, 주신이 형은 정말 이야기를 잘 지어낸다고 생각하고 있다.
...
수학 과외가 끝나고 돌아가는 현우.
집으로 올라가던 중. 복도 창문 밖으로 보이는, 보기 드문 캠핑카.
"우~와! 차가 집이네! 신기하다! 방학인데, 저런 거 타고 놀러 가면 재밌으려나?"
-툭툭!-
"왜?에? 현우, 놀러 가고 싶어?!"
"어?! 하루 누나!!"
갑자기 나타난 축복신, 인간계 이름 정하루.
"오늘도 주신이 형한테 공부 배우고 가는 거야?!"
"네! 잘 가르쳐주셔서 오늘도 많이 배웠어요!"
"하하하. 그 인간이 그래도 그런 재주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건 그렇고! 현우! 놀러 갈래?!"
하루 누나의 이야기에 눈이 반짝이기 시작하는 현우.
"진짜요?! 전 가고 싶긴 한데..."
"그래! 알았어! 그럼! 1층 형이랑! 4층 아저씨랑, 나랑! 이렇게 놀러 가자! 현우 엄마한테는 누나가 잘 이야기할게!"
곧 장 현우와 같이 집으로 올라가 현우의 엄마를 만나 허락을 받아내는 축복신.
"저기 근데 누나~! 어디로 놀러 가는 거예요?!"
"응?! 그건 비밀! 준비는 누나랑 형들이 다 할 테니까 현우는 간단한 짐만 가지고 오면 돼!"
"네! 누나~!"
"삼일 뒤에 떠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네! 누나!!"
...
여름방학을 맞아 놀러 가기로 한 날.
현우가 그렇게 신기해하던 캠핑카를 사버린 축복신.
아파트 앞에 주차하고 현우를 기다리고 있다.
"현우야~!"
아파트 입구에서 나오자 번쩍번쩍한 캠핑카가, 그를 맞이하고 있다!
"우와!!! 누나 이게 다 뭐예요!!! 대박이다!! 진짜!!!"
"누나가 현우랑 놀러 가려고, 준비 좀 했지~!"
[축복신은 복권 1등이 수시로 당첨됨으로, 돈이 아주 많다.]
그리고 그 뒤에... 안 그래도 평소 분위기가 서늘한 저주신이, 온몸이 서늘한 채로 나오고 있다.
"아이고... 추워라... 머리도 아프고... 토할 것 같고... 아..."
"형! 상태가 왜 이래요! 어디 많이 아파요?!"
"아잇 몰라 나도!! 자고 일어났더니 이런 꼴이라고!"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절대신의 웃음소리!
"크하하하하 주신이는 완벽하게 인간이구나~!"
무언가를 눈치챈 저주신. 곧장 도끼눈을 뜨고 절대신을 째려보며 말한다.
"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거여?!!!"
"너! 덥다고 에어컨 계속 틀고 생활했지?! 잘 때도 더우니까 틀고 자고?"
"아니 그걸 어떻게?! 우리 집, 감시합니까?!!"
"바보냐?! 네 상태를 봐! 너 그거 냉방병이야~!"
[절대신은 저주신의 인간형 몸을 만들 때, 아주 세세한 것까지 모두 신경 썼다고 한다.]
분노에 차오르던 저주신은 아프다... 그냥 조용히 차에 올라탄다.
"이런 젠장... 그러면 그렇다고... 아니면, 이딴 몸, 사용 설명서라도 줬어야지!!! 아~ 머리 띵해..."
모두 차에 타고 출발하려는 찰나.
"아! 잠깐만 기다려! 두 명 더 오기로 했어!"
"뭐라고? 야 주신! 그런 소리 없었잖아!"
"아! 내 손님도 한 명 있어!!"
절대신도 누군가를 초대한 듯 한마디 하자 축복신의 태도가 변한다.
"아! 그래요? 생각보다 인원이 많아졌네요 재밌겠다! 호호호!"
[온도차 확실한 축복신.]
...
잠시 후.
달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주신님!!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약과 챙겨오느라 늦었습니다!"
[엄청난 양의 약과를 챙겨온 감우초... 저주신은 그놈의 약과가 그렇게 맛있나 보다.]
저주신의 부하 감우초가 도착했다.
그리고 뒤이어 도착한 한우!!
[옛 12지신의 소 일족 우두머리의 환생!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상태!.]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고기 좀 챙기느라!! 하하하."
[맛있는 고기를 챙겨온 한우는, 환영받고 있다.]
한우는 곧장 현우의 옆으로 가 앉는다.
"현우야! 오랜만이다! 요즘 공부한다고, 마트도 자주 안 오고! 하하하.!"
"잘 지내셨어요? 아저씨! 헤헤."
현우의 모습에서 옛 용신의 모습이 겹쳐 보여, 한우는 감정이 복잡 미묘하다.
이로써 초대한 손님이 모두 도착하고, 출발하는 축복신의 캠핑카!
캠핑카가 출발하고 몇 십분 뒤, 현우가 조금 이상했던지 저주신에게 묻는데...
"저기~ 형! 형은 두 명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다 왔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형 잔다! 깨우지 마라~"
"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뛰어온 건 감우초 한 명인데... 저주신은 계속 두 명이라 한다.
-척!!-
캠핑카 위!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들고, 늠름하게 서서 웃고 있다.
"하하하하. 이 캠핑카는 내가 지킨다! 길을 비켜라!!!"
[확실히 저주신은 두 명 부른 거 맞다!]
-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