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신이 사는 동네.
요즘 들어 부쩍 현우가, 1층 저주신의 집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
그것은 저주신이 생각 보다 수학을 엄청나게 잘 했기 때문!!!
잘 안 씻고, 귀찮아하고, 늘어져있는 저주신도 할 줄 아는 게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저주신의 집으로 가, 수학을 배우고 있는 현우.
"아저씨! 아저씨는 어떻게 이렇게 수학, 잘하는 거예요?!"
"그냥 아는 거야! 팔리 풀어봐! 봐줄 테니까!"
처음에는 저주의 기운 때문에 서늘하기까지 했던 그의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평범한 가정교사가 따로 없다!
그리고... 한창 먹을 나이! 15세! 현우!!! 그가 저주신에 집에 갈 때면... 세계 각지의 희귀한 과자들과, 전쟁이 나도 몇 달은 거뜬하게 버틸 수 있을 것 만 같은 음식들이 있다!!!
"아저씨! 저 이거 먹어도 돼요?!"
"먹든가~!"
[맛있게 많이 먹어! 라는 소리다!]
아무래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저주신과 현우는 많이 친해진 것 같다.
"근데요! 아저씨! 아저씨 집안은 뭐 하는 집안이길래? 이렇게 놀고먹어도 괜찮은 거예요?"
-쿵!!!-
생각지도 못했다!!! 인간은 원래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하는 생물. 그런데 저주신은 맨날 집에 있지만...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왜냐고?!! 회장님 빽이 있으니까!
"아... 그... 그게!!! 그냥 돈이 많아... 그냥 그렇게 알아!"
"역시 재벌이었어!!!"
"재벌은 무슨. 훗!"
맛있는 걸 먹는 현우를 몰래 보며, 씩 하고 웃고 있는 저주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 아저씨! 어디 가세요?"
"잠깐! 문제 풀고 있어! 아저씨! 마트 좀!"
"네네네!!!"
현우를 집에 남겨 둔 채. 집을 나선다.
...
홀로 밖을 나와, 마트와 아파트 사이에 있는 놀이터에 서 있는 저주신.
그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저주의 기운을 살짝 들어내며. 허공에 대고 이야기한다.
"누구냐? 아까부터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놈이!!"
점점 더 고조되어 가는 상황.
저주신은 인간계인 것도 까먹은 채. 양손에 신력을 집중해, 놀이터 전체의 공간을 조금씩 일그러 트리고 있다.
"안 나오겠다면! 여길 통 째로 날려버리면 그만이다!"
[이 미친 신이!!!]
-펄럭 펄럭!-
갑자기 미끄럼틀 밑에서 하얀 천이 나오더니 세차게 흔들리고 있다.
"항~복!, 항~복!"
그렇지만 저주신이 요구한 것은 모습을 보이는 것.
"내가 나오라 했지! 천 쪼가리 흔들라 했냐?!!!"
-위잉!!!-
순식간에 미끄럼틀 뒤에 있던 사람은, 저주신의 신력에 이끌려 공중을 날아 멱살을 잡힌다.
"우호홍!!! 으엑!"
"오?! 넌! 혹시 그때.. 그 인간?!"
저번에 길에서 축복신과 부딪혔던 남자가 멱살을 잡힌 체 바들바들 떨고 있다.
"훗! 그런 것인가? 그때의 못다 한 승부를 하기 위해?! 오냐 받아주마! 긍지 높은 인간이여!!!"
[네 맘대로 생각 좀 하지 마!!!]
-콰과광!!!-
-부아아아앙!!!-
저주의 불꽃을 터트리는 저주신.
"아뜨! 아뜨! 뜨거워요!!! 내려주세요 신 님!!! 흐앙 ㅠ"
저주신의 진심에 울어버리는 남자.
"에이... 애도 아닌 게 울긴... 김빠졌다... 승부는 다음이다!"
무시하고 가려는 그의 바지를 손끝으로 살짝 잡는 남자.
"신 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부디 이야기를 들어주소서!"
"말투... 야! 주세요라고 해! 촌스럽게..."
"아... 목말라..."
"시시시시신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당장 마실 것을!!!"
멀어져 가는 남자를 향해 저주신은 외친다.
"난, 단 거~!"
...
잠시 후 돌아온 남자.
벤치에 나란히 앉은 인간과 저주신.
-톡!-
"쪼~옥!!! 음... 이거 맛있네!"
[저주신은 인간계에서 처음으로 바나나 우유를 맛보았다.]
빨대를 질겅질겅 씹으며, 흡사 불량배가 돈을 뜯듯. 남자를 바로 보는 저주신.
"그래서! 내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저의 이름은 감우초! 아파트 근처 상가에서 신당을 운영하며 신을 모시고, 사람들의 길흉사를 점쳐주는..."
"아~! 무당인가?"
"네네!!! 알아봐 주시니 황송하옵니다."
-빠직!-
"이 자식이!!! 조선시대 말투 쓰지 마!!! 한 번만 더 쓰면! 조선으로 데리고 간다 너!!!"
[저주신은 조선시대 말투에,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너무도 궁금해서 이렇게 찾아온 것인데... 이렇게 엄청난 신께서, 어찌 인간계에 오신 건지..."
-솔깃!-
-으쓱!-
"야! 너 뭘 좀 아는 녀석이구나! 편하게 앉아. 편하게!"
엄청난 신이라는 말에 저주신은 어깨동무를 해준다.
"가.. 감사합니다."
"그래 내가 뭐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궁금하단 말이지?..."
"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주신을 바라본다.
"그냥... 신계는 따분해서 말이야. 놀러 온 거야 놀러!"
신이 그렇다고 하니, 감우초는 끄덕끄덕하며. 더 이상 질문을 이어 나갈 수가 없다! 왜냐고? 놀러 왔다니까!
몹시 황당한 듯한 표정을 짓는 감우초를 향해. 저주신이 먼저 말을 내뱉는다.
"근데 말이야! 너! 아까 신을 모신다 만다 했는데... 뭘 모시는 거냐?!"
"저... 제가 모시는 신은! 기백이 엄청나고, 존재감은 바다와도 같은...!"
"오! 바다와 같다라... 야! 네 신당 어디야?! 안내해! 그 신좀 보러 가자!"
"네? 신당에요?"
"뭘 그리 당황해! 혹시 알아? 내가 아는 신일 수도 있잖아! 걱정하지 마! 그냥 인사만 나눌 거야!"
...
성당 주공아파트 주변 감우초의 신당.
저주신은 신당으로 들어가고, 그의 엄청난 저주의 기운은 신당안에 있던 신을 풀 무장 시키게 된다.
"이! 어마어마하게 불길한 기운은 무엇이냐?!!! 마치 내가 살아생전에 겪었던, 그 어떤 전장보다도 거대한 기운!!!"
언월도를 집어 드는 신당의 신!
"이렇게 신이 되어서도, 나의 가슴을 이토록 떨리게 하는 날이 오다니! 오냐! 오너라!!! 이미 죽은 몸! 여한은 없다!!"
-척!-
신당의 입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때!!! 점점 다가오는 검은 기운! 그리고 나타난 자는! 저주신!
"왜... 웬 놈이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불경스러운 기운을 내뿜는 것이야!!!"
"에? 넌 보아하니 인간은 아니고, 아! 그럼 이 녀석이 말한 신인가?"
"이 녀석?"
신당의 신이 저주신의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고개를 숙인 감우초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있다.
"아니 이것은 대체?!"
"신령님! 인사하시지요~! 이쪽은 저주를 관장하는 상급신. 저주신님 이십니다."
-!!!!!!-
감우초의 말에 순간 언월도를 겨눈 채 얼어버린 신당의 신.
-빠직!-
"아니! 요즘 신들은 위아래도 없나?! 딱 봐도 아래 것으로 보이는 구만... 칼 안 치우냐? 싸우려고? 나랑?"
"아... 아니 그것이 아니옵고!"
신당안에 공기가 탁해진다. 그리고 저주신의 눈이 빛나기 시작하며. 오른손에 하이퍼 메가 저주의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네놈이었군... 인간에게 시답지 않은 조선시대 말투를 가르친 녀석이..."
"아니 그것이 무슨 소리이신지요!"
-빠직!-
"그냥 인사다 생각하고, 한대 맞아라!"
"울트라 하이퍼 메가 하이닉스! 저주 펀치!"
[나오는 대로 짖거리지 마!!!]
-쿵!-
-털썩!-
신당의 신은 쓰러지고, 감우초는 울고 있다.
...
잠시 후 깨어난 신당의 신.
그 앞에는 저주신이 약과를 먹으며, 그를 바라본다.
"일어났냐? 살살 쳤는데..."
놀란 신당의 신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저주신에게 말하길.
"관성제군. 관우!!! 저주신께 인사 올립니다!!!"
[그렇다... 신당의 신은 관우. 아까 들고 있었던 건, 그의 전용 무기인 청룡언월도였다.]
"어! 그래! 반갑다! 음... 이 약과도 맛있네. 더 없냐?"
"네네!!"
감우초가 약과를 산처럼 가져오고, 자리에 반쯤 누워 이야기하는 저주신.
"긴장하지 말고 이리 와서 앉아! 누가 너네 잡아먹는데? 그리고 잡아먹을 거였음 내가 이 약과만 먹고 있겠냐?"
[살벌한 소리를 잘도 한다.]
관우가 저주신에게 공손하게 말을 건네며..
"저주신께서는 어찌 이 누추한 곳까지..."
"아! 그냥 나랑 같은 신이 있다고 하길래 아는 녀석인가? 싶어 와 본 거야!"
"그건 그렇고! 니들! 앞으로 내 부하해라!"
-띵!!!-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놀란 토끼 눈을 한 감우초와 관우가 저주신을 바라보고 있다.
"별건 아니고 내가 필요할 때 심부름해주고, 그러면 돼! 인간계에 오고, 부하 하나가 생기긴 했는데 그 녀석은 좀 바쁘거든..."
[첫번째 부하 지박령은 열심히 현우, 경호 중!!]
거절할 수 없다! 거절하면 신당은 저주받을 것 같다.
"다!!! 당연히 해야죠!!!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당장은 시킬 일, 없으니까 알고만 있어! 아! 그리고 나 가끔 올 테니까 약과 준비해 놓고!"
"네! 알겠습니다 저주신님!!!"
이로써 현재 저주신의 부하.
인간 : 감우초.
영혼 1. 지박령.
영혼 2. 관우.
성당 주공 아파트에 아주 특색 있는, 저주신의 부대가 결성된 순간이다.
-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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