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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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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87,322

작성
22.11.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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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7
추천
27
글자
11쪽

2.

DUMMY

“형장은 서쪽 산에서 온 검객이시오?”

“ ? ”


고개를 돌려 보니 언제부터 있었는지 백의 무복을 걸친 사람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소.”


짧게 끊어 말하고 가려던 위진성을 빤히 바라보던 백의인이 재차 불쑥 말을 건넸다.


“별이 흐르고 흘러 모여드는 곳.”

“ ? ”


가려던 위진성은 난데없이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백의인을 돌아보았다. 그 자는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를 뒤로 넘겨 질끈 동여 맺다. 잡티 하나 없이 뽀얗고 깨끗한 피부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남장 여자인가 싶어 자세히 봤지만 얼굴 하관이 발달되어 있고 목젖이 나왔다. 목소리도 중저음의 다소 묵직한 음성이었고.


남자인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었다. 남성과 여성이 섞인 느낌? 위화감이 느껴졌다.


백의인은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별빛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는 위진성을 보자 약간 실망의 기색을 내비쳤다.


“미안합니다. 내가 아는 사람인가 싶었습니다.”


그가 낮게 깔리는 묵직한 소리로 사과를 했다.


“아는 사람이 아니어서 미안하군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소.”


무례를 했지만 상대가 저렇게 나오니 기분이 괜찮은지 백의인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형장도 무림맹 총단에서 열리는 천하 무림대회에 참여하는 게 목적인가요?”


그가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꼭 본인 목소리를 들으며 재밌어 하는 것 같았다.


“사정이 있어 참가하게 되었소.”

“오호? 그런가요? 천하 무림대회가 목적이 아닌가요?”


대답을 해야 할지 무시하고 지나칠지 생각하던 위진성이 짧게 말하려 할 때였다. 다른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허허, 소협들이 장안 무림대회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같소이다.”


소리가 난 곳을 보니 몇 걸음 떨어진 곳에 텁석부리 장한과 찢어진 눈을 가진 자가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서로 나누던 얘기가 끊어진 틈에 위진성과 백의인의 말을 들었나 보다.


“내 몇 차례 장안 대회에 참가했지만 그 때마다 소협들 같은 사람들이 있었소. 하지만 결선 십육좌에도 오르지 못하고 금방 떨어지더이다.”


텁석부리 장한에 이어 찢어진 뱀눈의 사내도 한마디 했다.


“장안 대회는 난다긴다하는 무림인들도 심심치 않게 참가하는 곳이오.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단 말이외다.

듣기로 이번 대회도 몇몇 팔대세가뿐만 아니라 좌의화검, 방천장, 태명창 같은 고수들도 참가한다 하더이다.”


사람이 많으면 오지랖 넓은 인간이 꼭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이런 큰 무림대회에는 저런 부류가 대체로 있어 왔다.


“아, 그런가요? 그럼 두 분은 십육좌에 올랐겠군요?”


백의인의 다분히 가시 돋힌 질문에 두 참견자들은 눈에 살짝 힘을 주었다. 하지만 장소도 그렇고 하니 그들은 더 훈수를 두진 않았다. 단지 텁석부리가 기분 상한 어조로 받아쳤다.


“십육좌가 그렇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오. 처음이니 그게 어느 정도인지 모를테지만 말이오.”


재미를 못 느꼈음인지 제 말만 던지고 둘은 저쪽으로 갔다.


“흥!”


작게 코웃음 친 백의인은 위진성을 보며 단정적으로 말했다.


“내 그 어렵다는 대 장안 무림대회 십육좌에 올라 보겠소. 흐흐흐”

“미리 축하드리오. 그럼”


가려던 위진성을 이번에도 백의인은 다시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형장도 혼자 참가하는 거 같고 또 대회에서 볼 수도 있는데 통성명 정도는 하는 게 어떻겠소?”


백의인의 별빛 같은 눈을 보니 괜찮을 것 같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위진성을 보며,


“나는 진소명이라 합니다. 형장은?”

“위진성이오. 반갑소, 진형.”


진형이라는 말에 눈꼬리가 살짝 접히며 웃던 진소명이 말했다.


“반갑군요, 위형...”


말을 하다가 진소명이 시선을 다른 곳에 주며 말꼬리를 흐렸다.


“ ?! ”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포권을 쥐어 보이던 진소명은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총총 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뜬금 없기도 하고 묘한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었다.


호리호리한 몸에 긴 팔다리로 걸어가는데 단정하고 표홀한 느낌이다. 눈으로 따라가 보니 진소명이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색 바랜 누런 장삼을 입었고 등에 봇짐을 메고 허리에 장검을 차고 있었다. 얼핏 보면 얼굴도 위진성과 닮은 데가 있었고.


단지 차이라면 위진성은 시원시원하게 생겼다면 그는 좀 더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다.


그런 그들을 쳐다보던 위진성은 이내 흥미를 잃었다. 그는 인파에 묻혀 휘적휘적 청룡장 밖으로 향했다.


#


남문대로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죽림로라는 길이 있다. 양 옆으로 그리 크지 않은 객잔과 주점들이 이어져 있고 대나무들이 길을 따라 심어져 있는 곳이다.


이곳은 북천대로에 있는 객잔이나 주점처럼 화려하고 으리으리하지 않았다. 소양로에 있는 그곳들처럼 초라하거나 지저분하지도 않았다.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가게들이 연달아 있었다. 그리고 죽림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의 가게들이 대나무들을 심어 놓았다.


그 중에서도 유달리 대나무들이 많은 죽림객잔의 작은 방이 위진성이 묵고 있는 곳이었다. 그는 지금 다탁에서 차를 홀작이고 있었다.


후우~ 흐릅.

흠···


식후 따뜻한 차를 마시니 노곤한 느낌이다. 몸을 뒤로 젖히고 다리를 쭉 폈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깜깜해 졌는지 둥근 달이 떠 있있다. 멍하니 한참을 보니 문득 사부의 얼굴이 겹쳐졌다.



#



“진성아!”

“예, 사부님.”


지금처럼 둥근 달이 떠오른 어느 날 사부는 피묻은 기침을 해가며 말했었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필히 마음에 새기거라.”

“예”

“우리의 사문은 동주천이라 한다.”

“?... 동주천이라시면?”

“그래, 비천이라면 알겠느냐?”

“비천이요? 정마대전의 그 비천이요?”

“그렇다. 동주천이 비천이다. 우리가 나서서 우리는 동주천이다라고 말하지 않으니 무림인들이 비천이라 부른 것이지.”


아 아—

비천!


유구한 무림사. 그 장구한 역사에는 몇 차례의 큰 굴곡이 있었다. 대부분이 마교의 발호에 정파에서 응전한 것이다.



1차 정마대전


천년 전.

마교의 대교주인 진마대제가 중원에 마교천하를 외치며 십만대산에서 일어나 천하를 피로 물들인 혈사!


당시 마교는 자신들의 교리를 받아들이고 교주를 받든다면 백도라 하더라도 혈겁을 일으키지 않았다. 허나 굴복하지 않는다면 사마외도도 모두 궤멸시켰다.


단 며칠 만에 공동파가 무너졌고 종남파는 불탔다. 천하를 호령하던 구대문파 중 두 문파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은 당시 무림에 큰 충격이었다.


마교의 마공이 신랄하고 괴이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파괴적이고 강력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급하게 힘을 모은 백도 세력들은 맞서 싸웠으나, 당시 마교의 힘은 거칠 것이 없었다. 차례차례 화산의 현판이 부서졌고 아미파 주지인 명율사태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정파뿐만 아니라 녹림십팔채도 장강수로연맹도 그리고 당시 흑도 최강 세력인 흑사회도 무너졌다.


개개의 문파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강호의 제 문파들은 위기 앞에 힘을 모았다. 남은 구대문파와 사대세가 그리고 군소 방파들은 물론 흑도의 세력과 거물들도 힘을 합쳤다.


그들은 파죽지세로 혈겁을 자행하는 마교의 진군을 무산에서 막아섰다.



이른바 무산대전


힘이 하나로 모인 중원 무림의 저력은 강했다. 거칠 것 없던 마교의 진군이 처음으로 막혔다. 기세가 꺾인 마교는 잠시 전열을 고르는 듯 했다.


이 기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림연합은 선공을 했다. 그러자 마교는 처음으로 후퇴를 했었다. 그러나 승기를 잡는 듯 했던 무림연합은 곧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 동안 정마대전에서 안 보이던 마교의 대교주 진마대제와 사대 마인이 밀리던 전선을 단번에 뒤집은 것이다. 그들의 마공은 엄청났고 특히나 진마대제는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계속된 무림연합의 패퇴로 천하가 곧 마교일통될 것 같았다. 아니,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러나 세상은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불이 있으면 물이 있다 하던가?


파죽지세로 천하를 피로 물들이던 마교 앞에 그들이 나타났다. 그 동안 무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비한 무인들이 마교를 막아섰고 마공은 그들의 신공을 넘지 못했다.


호북성 평강평야에서 마교를 상대로 무림연합과 함께한 신비단체는 대혈전을 벌였다. 그 결과는 무림연합 측의 승리.


이곳에서 불세출의 대교주로 받들어지던 진마대제는 신비단체의 공격에 첫 패배를 했다. 그리고 사대마인은 이대마인이 되었다.


무림연합은 늦추지 않았다. 바로 추적해 마침내 십만대산의 마교 본전에서 최후의 일전을 벌였다. 이곳에서 진마대제는 가슴이 갈라졌고 십팔 마가들은 대부분 본전과 함께 불탔다.


무림연합측은 승리의 함성을 불렀다. 그리고 제대로 신비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찾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 이후 무림인들은 이들을 비천이라고 불렀다.




“1차 정마대전 이후 다시 평온을 찾은 무림은 이전으로 돌아갔다. 위기 없이 무림연합을 유지하기에는 무림이 너무 복잡했겠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 칠백여 년 전 2차 정마대전이 있었다. 그때도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 동주천은 다시 마교를 물리쳤다. 그때 흑도가 빠진 무림맹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로 입술을 축인 사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사백 년 전 3차 정마대전은 다시는 마교가 발흥하지 못하도록 근원을 멸절시키기 위해 동주천과 무림맹이 끝까지 추적했다고 한다. 허나 결국 마화령을 갖고 도망친 제사장을 끝내 찾지 못했다.”

“마화령이요?”

“그래. 마교에서는 성화령이라 부른다. 그들은 고대 이래로 한 번도 꺼지지 않은 불을 영겁성화라 부른다. 그 불이 담긴 것이 성화령이다.”

“중요한 것인가 보군요?”

“마교도들에게 영겁마화는 현세에 있는 신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고 또······ 신묘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불세출의 인물이라는 진마대제의 본신 마공도 그 영겁마화에 담긴 마화령으로 얻었다고 한다.”

“사부님, 만약 그 제사장을 잡았다면 4차 정마대전은 없었겠군요?”


사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랬겠지. 백년 전 4차 정마대전은 필연이었다 하더구나. 마교의 마가들은 힘이 강성해졌고 교주의 힘이 약화되었다 한다.

그래서 서로 상잔을 면하기 위해 힘을 외부로 돌린 것이 4차 정마대전이었다.”

“쌓인 힘과 불만을 무림으로 돌린 거군요?”

“맞다. 당시엔 교주와 4대 마인보단 마가들의 힘이 정말 대단했었다. 십팔 마가 중에 약한 곳이 없었다 하니···.”

“역시 동주천이 막았겠죠?”


위진성은 약간의 흥분으로 달아오른 얼굴로 사부에게 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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