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0.
요괴.
···그것은 사람의 인육을 탐한다.
몸서리칠 만큼 잔혹하며 그 어떤 생물보다 흉포하기 짝이없다.
놈이 가진 고풍스런 취미란, 달아나는 사냥감을 쫒아가며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일뿐···.
마침 또 어느 날, 요괴는 한 밤중에 갓난아기를 품고 달아나는 여인을 뒤따라간다.
교묘하게.
그리고 또 우아하게.
어둠에 스며든 그림자가 사방을 휘저으면, 두려움에 정신이 나간 어미가 산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려면 궁지에 몰리는 것이다.
더 이상 달아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서야, 이제 놈은 슬쩍 그 흉물스런 모습을 내민다.
그리고 여인에게 선택할 시간을 준다.
상대가 애원하길 기다려, 가장 즐거운 식사를 고대한다.
“아아, 제발! 산의 주인이시여! 이제 그만해주세요! 저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저를··· 이 몸뚱이를 잡아먹으세요! 그러니 이 아이만큼은···!”
푸욱.
여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것은 벌어졌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핏방울이 하늘로 튄다.
“···아가?”
간절히 부른다.
평소의 칭얼거리는 울음조차 들리지 않아.
서둘러 품속의 아이를 흔들어보아도 대답은 없다.
그저 아이를 감싼 천이 붉게 물들어갈 뿐.
몇 조각으로 찢겨진 살점만이 바닥을 나뒹군다.
조금 전까지 생기를 품고 있던 작은 생명이 뭉개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자식을 잃은 여인은 미쳐버린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
처음에는 비명.
그 다음에는 오열.
이어서 어미였던 자는 저주의 곡성을 토해낸다.
하지만 그 피눈물과 함께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둠 속에 숨은 자의 입 꼬리는 휘어진다.
“키득···.”
빼곡하고 뾰족한 이빨과 함께···.
그것은 아슬아슬하게 찢어질 듯, 아주 사악한 곡선을 그렸다.
“킥, 키득··· 키키키키킥!”
여인의 통곡과 마물의 조소가 겹쳐진다.
마치 지옥의 광경.
불경하기 짝이 없는 흉포한 이중창이었다.
요괴는 상대가 뿜어내는 증오와 저주를 한껏 받아들이며, 그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불과 수 초 만에 요괴는 이마저도 곧 질리고 만다.
그러면 아이와 같이 찢어발겨, 이제 한동안은 여운에 젖은 식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요마.
혹은 요물,
괴물.
마물.
괴수.
마수.
악귀.
악마.
무저갱의 존재.
형체를 가진 망령.
눈에 보이는 귀신···.
변방에서 온갖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
···그렇다.
관측자들이여.
단어와 문단, 문장을 통해서 이 세계를 인지하는 그대들이여.
이 끔찍하고 사악한 존재야말로, 무대의 주인공···.
의태한 자.
소녀의 가죽을 뒤집어쓴 요괴···.
먼 훗날 키리아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인간의 무리 속에 들어갈 아이.
앞으로 벌어질 처절한 여정을 이끌어갈 인도자이니.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지지.
하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관측자들이여.
부디 다음 장을 넘겨주길.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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