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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요수전기 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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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2
최근연재일 :
2021.06.2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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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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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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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붉은 마수(3)

DUMMY

어느새 키리아는 바로 네프리티나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두 마리 요괴의 눈이 마주쳤다.


푸른 바다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용암을 바라보는 네프리티나의 눈동자.


모든 것이 정지한 듯 순간의 정적이 시간의 흐름을 멈추었다.


파앗!

키리아는 공중에서 착지하기 직전, 몸을 크게 비틀었다.

그리고 채찍과 같이 다른 쪽 다리를 네프리티나에게로 날렸다.


얼핏 단순한 발차기.

그러나 그 신체 말단에는 한낱 생물이 가지기에는 너무나 위협적인 흉기가 달려있었다.

이미 소녀의 발끝이 붉은 빛을 내는 흉악한 칼날로···.


부웅!

가공할 추진력과 원심력이 합쳐진 키리아의 발차기가 네프리티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소녀의 다리가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네프리티나는 뒤늦게 날개의 팔을 들어올렸다.


“크읏!”


콰직!

네프리티나의 온몸이 크게 흔들렸다.

키리아의 발차기와 네프리티나의 날개가 충돌.

이 일격을 막아낸 것은 그야말로 도박에 가까웠다.

키리아가 공격하는 순간 날개를 모조리 생체 파편으로 각질화 시키지 않았다면 지금쯤 네프리티나 목숨은 없었을 것이리라.


“···꺄아악!”


콰직, 콰지직···.

날개의 방패가 부서져 내렸다.

막아냈다고는 하나 키리아의 공격을 완전히 상쇄시키지는 못한 것이었다.


네프리티나의 오른쪽 날개는 방금 전의 충격으로 인해 너덜너덜 해졌다.

날개는 어디까지나 날기 위한 것.

경화 시켰다고 해도 방패로 쓰기엔 너무도 무모한 짓이었다.


으득!

으스러지는 날개의 고통을 참아내고서 네프리티나는 팔을 휘둘러 키리아를 쳐냈다.

키리아는 여지없이 적의 후려침에 또 다시 하늘로 날려 보내졌다.


“키득!”


네프리티나에게서 튕겨져 날아가던 키리아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노리던 대로였다.


“크윽!”


네프리티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바로 앞에 붉은 비늘로 이어진 사슬이 아직도 키리아에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날카로운 세 개의 손톱은 요지부동 강하게 지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재구축.”


키리아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키리아의 몸은 다시 네프리티나를 향해 이끌려 날아갔다.

반동을 흡수하고 팽팽해진 키리아의 팔은 엄청난 속도로 원상복귀 되어갔다.

생체 사슬이 되돌아갈수록 키리아의 몸은 네프리티나에게 가까워졌다.


“내가 같은 수법에 두 번이나 넘어갈 것 같···!”


네프리티나는 남아있던 왼팔도 굳혔다.

급한 마음에 변형된 날개를 휘두르지만 네프리티나는 그 행동을 이어갈 수 없었다.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바람이 속삭였다.

잔혹한 요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느려 터졌거든, 이 등신!”


네프리티나는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푸우우욱!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만월 아래.

키리아의 붉은 검이 네프리티나의 가슴을 꿰뚫었다.


“커··· 크윽···.”


콰드득.

가슴 정중앙으로 밀려드는 키리아의 붉은 검은 네프리티나의 내장을 찢어 부수기 시작했다.


극심한 고통.

네프리티나의 동공이 수축했다.

그녀는 당장 체액을 굳혀서 손상을 줄이려했다.


“킥! 어딜?”


싸늘하게 미소와 함게.

키리아는 네프리티나가 내부에 응고물질을 분비하기도 전에 박혀있던 팔을 빼내버렸다.

끄집어내면서 반바퀴 회전하는 것은 덤.


혈관이 터져나가.

파손된 장기에 의해 혈액이 역류한다.

푸른색의 혈구가 높은 압력으로 상처에 몰려든다.


치이이이이익!

균열이 발생한 부위로 대량의 체액이 뿜어져 나왔다.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네프리티나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생명을 담은 푸른 액체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엄청난 양의 출혈에 키리아는 네프리티나의 체액을 뒤집어썼다.

소녀의 옷이 파랗게 물들어간다.


“아핫, 아하핫. 아하하하하!”


검푸른 피를 토해내는 네프리티나를 바라보며 소녀는 폭소했다.

더 이상 광기를 숨기지도 않았다.


“얕보고 있었나? 순순히 정면 승부를 할 거라고 생각했냐?”


상대에게 고스란히 대가를 치르게 해주었다.

당한 것을 되갚아주었다.


고통스런 얼굴로 신음하는 네프리티나가 너무도 우스워서 키리아는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다.


“이젠 끝이야.”

“큭, 크하··· 후, 후우··· 후후후후후···.”

“뭣?”

“과연··· 그럴···까요?”


키리아는 웃음을 거두어 들였다.

네프리티나의 눈이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내가··· 하아, 이겼··· 어···.”

“무슨 헛소리냐? 너무 아파서 정신이 나간건가?”

“흥, 상관없어. 아무래도 좋아. 이제 끝내버릴 거야.”


키리아는 다시 팔을 들어올렸다.

이번에는 붉은 검이 네프리티나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요괴의 재생능력은 무시할 수 없기에, 키리아는 만에 하나라도 네프리티나가 허튼 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끝장을 낼 셈이었다.


“뒈져버려.”


잔혹한 자색의 처형자가 단두대를 내리쳤다.

그런데···.


“···뭐?”


갑자기 키리아의 다리가 멈췄다.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근육이 무거워.

몸 전체가 삐걱 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질적인 느낌.

거북한 기분···.

키리아는 알고 있었다.

이미 경험해본 것이었다.


그것은 몸을 마비시키는 로크의 신경 독이었다.


“이럴 수가?”

“어째서!”

“녀석의 생체 파편에는 단 한 번도 맞지 않았는데!”

“잘 생각해봐라! 어디에 스치기라도 했나?”

“···그럴 리 없어. 상처 하나 생기지 않고 녀석에게 칼날을 박아 주었어. 너도 알잖아? 우린 검은 조각도 모두 튕겨내었단 말이야!”

“후후···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네요.”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버린 키리아에게 네프리티나는 짓궂게 말했다.


“너어, 무슨 짓을 한 거야!”


적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를 지어졌다.


네프리티나가 가진 최강의 무기는 경이로운 비행을 가능케 만드는 날개가 아니었다.

적을 전투불능으로 만드는 신경독마저도 그 일부에 불과해.

네프리티나, 로크의 최대 능력은 바로 적을 자신이 의도하는 데로 조종하는 계략이었다.


“어머나, 그 옷 좀 봐. 내 피를 그렇게나 잔뜩···.”

“···설마?!”

“제길, 당했다!”


키리아와 또 다른 요괴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신경 독을 퍼뜨리는 것이 생체 파편뿐이 아니었다.

네프리티나의 체내의 모든 혈액이 독소를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피의 색깔이 유난히 푸른빛을 띠었던 것도···.

전부 몸 안에 독을 담기 위해서였다.


“후··· 정말 인정사정없네요. 여기저기 엄청나게 망가뜨려 놨어··· 크으···.”


네프리티나의 출혈이 순식간에 멈추었다.

설마하니 무력화된 모습을 보인 것마저 연출이었단 말인가?


아니, 그것은 허세였다.

단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놓은 것에 불과했다.

아무리 요괴라 할지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몸 안에서 끊어진 혈관과 장기를 이어붙이는 데에 역부족이었기에.


퉤.

네프리티나는 입 안에 고인 핏덩어리를 뱉어내며 여유롭게 내부 공사를 시작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키리아는 독에 마비된 채 움직이지 못해.

네프리티나에겐 자신의 재생속도가 상대의 해독보다 빠를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있었다.


“너··· 너어어어···!”

통제 불능이 된 다리가 무너지고.

무릎이 땅에 닿았다.

키리아는 바닥에 주저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네프리티나를 죽어라 노려보았다.


“인정할 수 없어! 고작 피부에 노출 된 것뿐인데 이렇게 빨리···.”

“후후, 그게 궁금해요? 좋아요. 저승길 가는데 선물로 알려드리죠.”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키리아는 쓰러지지 않으려 버텼다.

네프리티나는 살며시 웃으며 키리아가 궁금해 하는 것을 설명했다.


“어제 당신은 분명히 독에 당했었죠?”

“그래. 아주 처참하게 당했었지.”

“그게 뭐 어쨌단 거야!”

“요컨대 중독이라는 거예요. 제 독은 많이 특별하거든요. 일단 한 번 몸이 독을 받아들이면 그 다음부터는 무서운 속도로 몸에 스며들죠.”

“큭···.”


네프리티나의 설명 끝났지만 키리아의 분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것 같은 네프리티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키리아는 이를 악물었다.


“으··· 으아아아아아!”


무력화된 패배 따위를 받아들일 마음따윈 없어.

키리아는 이따위 편협한 계략에 죽고 싶지 않았다.


파직.

팔의 신경을 이으려했지만 몸은 여지없이 그것을 거부했다.


‘움직여, 제발 움직여!’


키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온갖 악을 다 썼다.


“소용없어요.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요? 내 독의 힘은 절대적이에요. 겪어봐서 알잖아요? 그렇게 발악한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어요. 무리하면 더욱 몸이 망가질 뿐이에요.”


부질없는 짓.

네프리티나는 키리아의 노력을 무시했다.

하지만 이미 신경 독은 네프리티나의 말처럼 몸속 깊숙이 파고들어 신경을 하나하나 파괴하고 있었다.


“쳇, 가만히 있어도 몸이 부서질 것 같군.‘

“아직··· 아직이야! 나는 좀 더···.”


그러나 끔찍한 고통에도 키리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독한 적의.

처절한 악의.

키리아는 단지 눈앞의 적을 찢어죽이겠다는 증오만으로 아픔을 견뎌내고 있었다.


“불쌍하게도··· 당신은 마지막 순간까지 빼앗는 것만 생각하는 개체였군요. 그 고통, 금방 끝내드리죠.”


너무 괴롭혔던 건가?

키리아를 지켜보는 네프리티나의 눈동자에 슬픈 빛이 감돌았다.



“이제 쉬도록 해요.”


네프리티나의 왼손이 올라갔다.

평소처럼 사용하는 것은 무리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키리아의 숨통을 끊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웃기지···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붉은 피보라.

네프리티나의 왼손이 사라졌다.



“맙소사, 이게 무슨?”

“뒈지는 건 네 녀석이야···.”


네프리티나가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

키리아가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씩.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몸을 지탱해가며 일어났다.

네프리티나에게 그것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그랬다.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키리아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만 찾아오는 요괴 그 자체였다.

소녀의 눈동자에서 지옥 밑바닥에서 흘러나온 연옥의 업화가 일렁였다.


“말도 안 돼··· 이건···.”


네프리티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일이 생길 리 없어.

키리아는 지금 쯤 모든 신경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해야 할 터였다.


“설마!”


네프리티나는 자신의 과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래, 그 설마다. 도박이나 다름없는 모험이었지만 통한 것 같군.”

“있을 수 없어. 그런 건 절대···.”

“이봐, 우리는 요괴라고? 괜히 인간들이 랑페르에서 흘러온 자들이라 부르는게 아니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 아냐?”


사실 키리아조차 자신의 몸이 이토록 빨리 마비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애초에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지 않고서 네프리티나를 상대할 것이라 마음을 먹었었다.

스스로도 확신이 서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운이 나쁘면 생체기라도 생체 파편을 맞아 신경 독에 당할 위험성이 있었기에.


그래서 키리아와 또 하나의 요괴는 방법을 강구했다.

가능한 공격을 피해가면서도, 혹여 당했을 경우를 대비한 필승의 대비책을.


“최초의 독에 당했을 때 회복 시간이 길어졌던 게 다행이었다. 네 녀석의 독을 분석하는데 충분한 여유가 있었지. 중독··· 이라고 했나? 그건 말이야, 달리 이야기하면 독을 빨리 받아들이는 동시에, 또 하나의 효과가 있지.”

“이럴 수가···.”

“바로 독에 내성을 가지게 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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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붉은 마수(4) +2 21.06.22 53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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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붉은 마수(2) 21.06.20 33 7 17쪽
36 붉은 마수(1) +2 21.06.10 44 7 19쪽
35 요조 로크(8) +3 21.06.09 47 9 12쪽
34 요조 로크(7) +2 21.06.08 44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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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요조 로크(5) +3 21.06.01 41 8 17쪽
31 요조 로크(4) +3 21.05.31 44 8 19쪽
30 요조 로크(3) +2 21.05.29 50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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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요조 로크(1) +4 21.05.27 48 8 13쪽
27 축제(8) +2 21.05.26 40 7 24쪽
26 축제(7) +2 21.05.25 48 7 13쪽
25 축제(6) +3 21.05.24 54 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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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축제(3) +2 21.05.21 57 11 17쪽
21 축제(2) +2 21.05.20 66 10 14쪽
20 축제(1) +4 21.05.19 72 12 19쪽
19 전야제(5) 21.05.19 46 11 15쪽
18 전야제(4) +2 21.05.18 58 13 12쪽
17 전야제(3) +5 21.05.18 54 11 17쪽
16 전야제(2) +3 21.05.17 71 12 23쪽
15 전야제(1) 21.05.17 57 12 18쪽
14 키리아(6) +3 21.05.16 69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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