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요수전기 키리아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판타지

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2
최근연재일 :
2021.06.25 23:4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3,901
추천수 :
578
글자수 :
309,390

작성
21.05.29 10:06
조회
49
추천
7
글자
18쪽

요조 로크(3)

DUMMY

6.

키리아는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협동.

모여서 서로를 돕는다고?

넬의 이타적인 행동자체만으로도 이해가 가질 않는데.

심지어 모두가 그런 행동을 하다니···.


“좋았어! 형씨, 조금 물러나있어! 금방 꺼내줄 테니까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몇 번인가 다시금 충돌소리가 이어졌다.

반대편에서 곡괭이 같은 것으로 성당 벽을 내리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열 댓 번의 시도 끝에 예배당 벽에는 사람 한명이 아슬아슬하게 드나들만한 구멍이 생겨났다.

그 틈 사이로 덩치 악사 유고의 펼쳐진 손이 뻗어왔다.


“자, 거기 두 사람. 얼른 나오라고!”

“저보단 키리아 양을 먼저···.”

“누구든 좋으니까! 아가씨 먼저 빨리!”


넬이 키리아를 떠밀자 유고가 키리아를 받아 구멍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다행··· 인건가?'

‘뭐가 다행이야? 어리석긴!’

‘너에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입 닥쳐. 너에겐 실망했다.’

‘응···.’

‘설마하니, 너 지금 우리의 본래 모습을 넬에게 보이지 않은 걸 안도하는 건 아니겠지?’


키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제님!”


이어서 넬이 균열의 밖으로 나오자 한 그림자가 그의 품에 달려들었다.

막 잠에서 깨어난 듯 헝클어진 머리의 소녀.

레렌이었다.


“괘,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신 데 없어요?”

“예, 예에.”

“다행이예요··· 만일 사제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저는···.”


레렌은 넬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유고는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난처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봐, 여기엔 보는 눈이 좀 많으니까··· 그, 감동의 재회는 좀 이따가 하지?”

“앗!”

“모두들···.”


넬이 주변을 둘러보니.

유고와 레렌 말고도 한스.

자경단 젊은이들과 더불어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이거 원, 한밤중에 힘 꽤나 썼군.”

“연주가 양반이 정말 대단했어. 그 두꺼운 벽을 완전히 박살내버리다니.”

"유고형은 사람이 아니라 곰이 둔갑한 요괴가 아닐까요."

“무슨 실례의 말을 하는 거야! 난 멀쩡한 인간이거든? ···그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무슨 소리가 들려서 밖을 보니 성당 2층이 무너지고 있더라고. 무슨 지진이라도 난 줄 알았어.”

“그래요, 사제님! 걱정이 돼서 성당에 와보니까 입구가 파묻혀있고···.”

“사실은··· 저도 자다 일어나서 무슨 일인진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모로 정신이 없었거든요.”

“쳇, 축제가 끝나자마자 이게 무슨 소란인지. 그래도 누가 크게 다치진 않아서 다행이··· 잉, 사제형씨? 그런데 손이 왜 그래?”

“아, 이거 말인가요? 별 것 아닙니다. 입구에서 실랑이하다 조금···.”

“앗, 사제님 다치셨잖아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위기 상황에 봉착해있던 사람들이 가볍게 대화하고 있어.

사제와 키리아가 무사한 것에 모두가 마음을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극적인 탈출에도 불구하고 키리아만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자신을 공격했던 적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기에.


“키리아 양?”


어째서일까?

모두가 자신들의 구출을 기뻐하는 와중에 유독 키리아 혼자서만 심각한 표정.


키리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경계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 사제님···.”


갑자기 레렌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레렌, 갑자기 왜 그래요?”

“저, 저기··· 저기 위에!”


레렌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넬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동시에, 넬의 얼굴에도 두려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저건···.”


주위의 남자들도 하늘에 시선을 빼앗겼다.

경악.

그 누구 예외랄 것도 없이 저마다 공포가 담긴 신음을 내뱉었다.


암막.

그늘보다도 더 짙은 어둠이다.

거대한 무언인가가 하늘을 뒤덮으며 지상에 재앙을 드리우고 있었다.


‘놈들은 랑페르(지옥)에서 태어났다.’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은 지옥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넬은 어릴 적 민담에서나 나올 구절들을 떠올렸다.

마물, 마수, 요마, 요괴, 요수, 마귀, 악마···.

수도 없이 많은 공포의 이름들을 읊조렸다.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극도의 두려움에 사로잡혔어.

그것은 밤하늘만큼이나 짙은 기묘한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다섯 개의 섬뜩한 푸른빛이 밤하늘에 기이하게 빛났다.

흡사 갑충의 표피와 같은 흉측한 껍질.

기괴하기 짝이 없는 생물이었다.


이토록 무서운 광경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납작한 모습을 가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물체가 최소한의 펄럭임으로 공중에 유유히 떠선 지상의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설마··· 로크!”


넋을 잃은 채 하늘을 바라보던 유고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로크.

그것은 오래된 고대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악몽의 이름.

창공의 포식자라는 이명을 가진 무시무시한 괴물의 이름이었다.


‘역시 날개를 가진 놈이었군.’

‘하늘을 날 수 있는 동족이 드물게 있단 이야기는 너에게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용케도 저렇게 큰 몸집으로 떠있을 수 있네.’


키리아는 하늘을 나는 적을 노려보며 강렬한 적의를 불태우면서도 한편으론 감탄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적은 정말 신기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넙적한 머리는 비행 시의 공기저항을 최적화시키기 위한 것.

돛 모양 같이 생긴 날개의 막이 저 거대한 몸을 하늘에 뜨도록 만들어놓았다.

기이한 형상.

새가 날기 위해 뼛속을 비우고 가능한 무게를 낮춰가며 오랜 기간을 걸쳐 진화한 것과는 달리···.

저 로크란 요괴는 보다 이질적인 형태로 하늘을 정복한 것처럼 보였다.


“요, 요괴···.”

“세상에, 이럴 수가아!”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하늘 위의 괴물에게 넋이 빠져있다.

다들 달아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멍하니 고개를 위로만 향한 채로···.


그리고 그것은 키리아 바로 앞의 넬조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처음 보는 생물이 그렇게나 신기한 거냐?’


도망치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서 키리아는 혀를 찼다.

이래선 성당의 방에서 넬과 함께 갇혔을 때와 크게 변한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 순간.


“···갸아아아아아!”


로크의 몸통 앞부분이 갈라지더니 기묘한 괴성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요괴인 키리아는 물론 주변의 모든 인간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매우 큰 주파수였다.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큰 소음이 울려.

모두가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이것은 시끄럽기만 할 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포효였다.


키리아는 적이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사실 애초에 성당을 습격한 이유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여, 여러분 모두 피하십시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덕분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넬이 소리치자 모두들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서도 키리아는 청각을 조절하여 로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적이 이 틈을 노리고서 공격해 올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 놈 대체 무슨 생각이지?’


하지만 역시 적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공격하지 않아? 어째서?’


주변의 인간들은 신경 쓸 필요 없이 키리아를 노리고 공격하면 되었을 것을.

로크는 그저 하늘에 떠서 아래를 바라볼 뿐이었다.

기분 나쁜 다섯 개의 푸른 눈덩이들이 자신을 비추고 있어.

이 시점에서 키리아는 확신했다.


‘틀림없군. 녀석은 너를 알고 있어. 역시 우릴 노리고 습격한 거다.’


여관을 향해서 곧장 날아온 것이나 키리아가 있던 방을 공격한 것만 보아도 로크가 키리아의 인간 모습을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조금 전의 이상한 행동도 그랬다.


‘이상하잖아. 대체 무얼 위해서?’


키리아는 의문을 가졌다.

쓸데없이 소리는 왜 지른 것일까?

그 정도 음파가 동족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적이 모를 리 없었다.


‘그래. 마치 일부러 인간들을 위협해서 도망치게 만든 것처럼···.’


넬은 한손으로라도 귀를 막은 채, 다른 손으로는 키리아의 팔을 잡아끌었다.


“키리아 양! 이 틈에 어서···.”


그러나 키리아는 넬을 따르지 않았다.

진홍색 눈동자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있다.


“어서요!”


넬이 다시 언성을 높이려던 그때.

키리아는 돌발행동을 했다.


“앗!”


넬의 손을 뿌리친다.

그리고 넬이 이끄는 정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그와 동시에 로크의 시선이 움직였다.


‘인간들이랑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져야 해. 놈이 나만으로 주목하도록 해야···.’

‘너 제정신이냐? 이 지경이 되고서도?’

‘넬에게 시선을 돌리게 해서는 안 돼!’


사제는 소녀를 쫒으려 했지만.

두 발로 걷는 인간이 요괴의 빠르기를 따라갈 수 있을 리는 없었다.


“키리아 양!”


키리아는 어두운 거리의 골목에 뛰어들어 몸을 감추었다.

이제 넬의 시아에는 내가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골목의 끝은 막다른 벽.

허나 그것은 키리아에게는 방해물이 되지 못했다.

키리아는 가볍게 몸을 튕긴 것만으로도 간단히 벽을 뛰어넘었어.

담을 구름판 삼아 인접하는 건물의 지붕을 향해 도약했다.


소녀가 하늘을 날았다.


“갸아아아!”


하늘의 마물도 검은 날개를 활짝 펼치며 곧장 따라붙었다.

키리아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타넘는 와중에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적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부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심상치가 않아.

이번에는 도중에 멈출 생각이 없는 듯하다.


···모든 것이 키리아가 의도하는 데로 흘러갔다.


‘좋아, 이대로 계속 날아와! 마을 밖까지 끌고 나가줄테니!’

‘제기랄! 내 말은 하나도 들을 생각이 없구만!’


이제 이 주변에는 키리아와 로크, 단 둘 뿐이었다.

신경 쓰이는 사람의 시선도.

방해되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하지만 키리아는 알지 못했다.

지금 자신이 대치하고 있는 마수 로크가 얼마나 재빠르고, 또 얼마나 영악했는지를.


‘아니?’


일순간 바람의 흐름이 급격하게 변했다.

아까와는 달라, 성당에서 습격해올 때에는 갑자기 소리가 사라졌었지만 지금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기척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확연한 존재감이 키리아의 바로 뒤에서 느껴졌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만 같아.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 깜짝 놀란 키리아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기에.


“이건··· 터무니없는 가속이다!”

“말도 안 돼!”


대기를 그냥 통과해버리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시선을 향한 키리아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곧장 키리아를 향해 날아오던 로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혼란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짝 뒤에 있었는데, 그 거대한 몸뚱이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하지만 곧 키리아의 그 의문은 풀어졌다.

갑자기 로크의 모습이 키리아 앞에 나타났기 때문에.


“당했···.”


로크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압도적인 속도로 공기의 벽조차 부숴버리곤 키리아를 추월해버린 것이었다.

선회의 속도가 상상조차 못할 만큼 너무 빨라.

키리아의 반사 신경으로도 로크의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그 빠른 속도로 비행하다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하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날개 힘이었다.


순간 시간이 정지한 듯이 허공에서 키리아와 로크의 대면이 이루어졌다.


키리아의 고개가 슬로우 모션처럼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키리아는 요조와 눈이 마주쳤다.


키리아의 모습이 로크의 투명한 눈에 거울처럼 비춰졌다.

영롱한 보색과 같은 투명한 막은 초고속비행에 적합한 신체구조.

그것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도 목표물을 놓치지 않도록 만들어진 진정한 사냥꾼의 눈이었다.


“큭!”


엄청난 풍압이 키리아를 스쳐지나갔다.

로크와의 충돌직전.

키리아는 몸을 돌려 가까스로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로크 남긴 충격파까지 계산할 여유는 없었다.


바람이 남긴 후폭풍만으로도 키리아는 휩쓸려 날아가 버렸어.

공격을 피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만일 정면으로 부딪혔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으리라.


“제···길! 어서 몸을, 균형을 잡아!”

“아아악!”


키리아의 몸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지면으로 낙하했다.


콰앙!

키리아는 바로 아래에 있던 단층 건물에 추락하고 말았다.


투둑투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무판자로 만든 지붕이 박살나버렸다.


하늘로 튀어 오른 나뭇조각들과 돌 파편들이 다시 아래로 떨어지며 불규칙적인 소리를 냈다.

피어오른 흙먼지들이 낙하의 속도가 얼마나 무지막지 했는지를 과장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갸아아아아!”


난장판이 되어버린 지상의 풍경과는 다르게 로크는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 마냥 허공에 유유히 떠있을 뿐이었다.

그 고요한 날개 짓에는 여유마저 느껴졌다.


“···뭘 다 이긴 듯이 내려다보는 거냐?”


적의 오만한 태도에 속이 뒤집히는지, 무너져 내린 집 아래에서 키리아에게 공생하는 요괴의 앙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유감이야.”


이어서 키리아가 파묻혔던 건물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피어오르는 회색의 먼지가 뒤섞이는 가운데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 몸은 꽤 튼튼하거든.”


날카로운 목소리에 이끌리듯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시아를 흐릿하게 가리고 있던 먼지구름들이 가라앉자 선명한 보라색 머리카락이 모습을 드러냈다.


“···착각하지 말아줘.”


가녀린 그림자가 자신의 몸을 누르고 있던 파편을 밀쳐내며 진홍빛 안광을 빛냈다.

그 눈동자에는 노기가 서려있어.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담겨있었다.


“내가 지금껏 도망친 건··· 네가 무서워서가 아니니까!”


가라앉은 흙먼지 사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도약.

다시금 키리아가 날아올랐다.

붉은 궤적이 하늘로 향해 솟구쳤다. 그것은 가공할 각력이었다.


파아앗!

키리아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목표물을 향해 나아갔다.

키리아의 오른손이 허공을 갈랐다.

소녀의 오른팔이 가리키는 궤도의 끝에는 하늘을 나는 거대한 적···.

로크가 있었다.


“쳇!”


그러나 로크는 키리아의 접근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다.

키리아가 목표로 삼았던 위치에 다다르기도 전에 로크는 날갯짓 한 번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버렸다.

이것이 고도를 자유자제로 조절하는 능력···.


“치사한 놈!”


창공은 이 요괴의 영역이란 말인가?

키리아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증오스런 적이었지만 하늘을 누비는 그 움직임만큼은 예술 그 자체였기에.


키리아의 몸은 중력에 이끌려 바닥으로 곤두 박칠 쳤다.

떨어지는 와중에도 키리아는 적에게서 눈을 떼지 못해.

하늘을 누비는 검은 날개의 사냥꾼이 이 틈을 놓칠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온다! 반격에 대비해!”

“알고 있어!”


예상이 적중했다.

로크는 키리아가 지상에 무사히 발을 디디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바람과 같은 빠르기.

가공할 속도의 급강하.

로크는 지면을 향하는 키리아를 따라잡았다.


절체절명의 위기.

방금 전에 키리아는 로크가 지나친 후폭풍만으로도 지면에 처박혔었다.

하늘에서는 몸을 가누지 못해.

그저 추락하고 있을 뿐인 키리아로서는 로크의 다음 공격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킥.”


키리아가 나지막이 웃었다.

가공할 속도로 돌진해오는 적이 자신을 노리는 상황에서···!

그것은 그야말로 기행처럼 보였다.


하지만 키리아의 시선을 그대로 로크를 향하고 있었다.

키리아의 실소은 모든 것을 포기한 체념이 아니었기에.


“걸려들었어!”


충돌직전.

키리아는 팔을 크게 휘둘렀다.

공중을 질주하던 로크와 키리아의 몸이 교차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키리아는 괴물의 몸에 부딪혀 아래로 추락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통과해버렸어.

그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보였다.

그저 희미한 붉은색 궤적이 하늘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갸아아아아아아!”


소름끼치는 포효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로크는 추락했다.

활공 중에 몸을 가누지 못해 지면에 떨어진 것이다.

하늘의 왕이···.

창공의 포식자가 꼴사납게 바닥에 처박혀버렸다.

그 모습을 놀리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그 순간 짓궂은 달빛이 그림자로 가득 차있던 지상을 비추었다.

그러자 로크가 자랑하던 거대한 날개의 흉한 모습이 드러났다.

키리아의 일격으로 로크의 왼쪽 날개가 반 이상 베어져 있었다.


“어머나, 가엽기도 해라.”


키리아는 가볍게 땅에 착지하며 적에게 조소를 보냈다.


“···살짝 빗나갔나?”

“맞아.”


바닥에 박힌 채 몸을 꿈틀거리는 적을 향해, 키리아는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완전히 찢어버리려 했는데 말이야.”


공격은 성공했지만 그것은 키리아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베어내는 키리아의 손끝이 닿은 그 순간, 로크가 급격히 하강하는 속도를 줄인 것이다.

정말이지 놀라운 대처능력.

그 덕분에 날개가 완전히 베인 것만은 피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네가 자랑하는 속도도 이제 무용지물이 됐구나?”

“큭큭큭, 날지도 못하는 반쪽짜리 날개에 무슨 의미가 있지?”


키리아는 최대의 무기를 잃은 적을 비웃었다.

그만큼 상황은 어려워.

부상당한 로크는 키리아에게 꼼짝없이 죽임당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나···.


“갸아아!”


키리아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자신들 ‘랑페르에서 흘러온 자’가 가진 가공할 능력을···.


“···뭐?”


로크의 날개가 여덟 개로 갈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요수전기 키리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소중한 독자님들의 팬아트! +1 21.05.14 331 0 -
42 에필로그 +2 21.06.25 109 8 10쪽
41 붉은 마수(6) +1 21.06.25 39 5 19쪽
40 붉은 마수(5) +2 21.06.23 38 5 18쪽
39 붉은 마수(4) +2 21.06.22 53 7 19쪽
38 붉은 마수(3) +2 21.06.20 35 8 12쪽
37 붉은 마수(2) 21.06.20 33 7 17쪽
36 붉은 마수(1) +2 21.06.10 44 7 19쪽
35 요조 로크(8) +3 21.06.09 47 9 12쪽
34 요조 로크(7) +2 21.06.08 44 10 14쪽
33 요조 로크(6) +2 21.06.03 51 8 13쪽
32 요조 로크(5) +3 21.06.01 41 8 17쪽
31 요조 로크(4) +3 21.05.31 44 8 19쪽
» 요조 로크(3) +2 21.05.29 50 7 18쪽
29 요조 로크(2) +2 21.05.28 43 8 15쪽
28 요조 로크(1) +4 21.05.27 48 8 13쪽
27 축제(8) +2 21.05.26 40 7 24쪽
26 축제(7) +2 21.05.25 48 7 13쪽
25 축제(6) +3 21.05.24 54 6 20쪽
24 축제(5) +4 21.05.23 58 10 25쪽
23 축제(4) +2 21.05.22 56 11 21쪽
22 축제(3) +2 21.05.21 57 11 17쪽
21 축제(2) +2 21.05.20 65 10 14쪽
20 축제(1) +4 21.05.19 72 12 19쪽
19 전야제(5) 21.05.19 45 11 15쪽
18 전야제(4) +2 21.05.18 58 13 12쪽
17 전야제(3) +5 21.05.18 54 11 17쪽
16 전야제(2) +3 21.05.17 71 12 23쪽
15 전야제(1) 21.05.17 57 12 18쪽
14 키리아(6) +3 21.05.16 69 1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