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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요수전기 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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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2
최근연재일 :
2021.06.2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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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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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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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축제(3)

DUMMY

3.

그 무렵.

중앙 광장에서는 유고가 마을 사내들과 함께 한스를 레렌의 문제로 놀려대고 있었다.


“허어, 그럼 결국 그 레렌이란 여자애는 그 수도에서 온 사제 씨한테 푹 빠져있다 그 말이로다?”

“그렇지! 그동안 한스는 레렌한테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몽땅 놓쳐버렸다고.”

“야야, 꼬마 친구? 나서지 않으면 짝사랑은 언제나 짝사랑이라고? 언제 날을 잡아! 사랑하는 그녀에게 솔직담백한 고백을··· 이크!”


한스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유고를 노려보자 유고는 능청스럽게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나 입가가 실룩이는 것을 보아하니 역시나 별로 심각하게 여기진 않는 모양이었다. 한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 좀···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러시네요. 레렌은 그냥 소꿉친구고 또···.”

“또?”

“걔한텐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끙.

소년의 체념에 탐탁지 않은 듯 악사가 무거운 신음과 함께 팔짱을 꼈다.

유고는 답답한지 모자채로 머리를 북북 긁어댔다.


“솔직하지 못 하구만.”

“···무슨 상관이에요?”

“나 원, 하기야 내 입장에서 청춘남녀 연애에 끼어들 입장도 아니고··· 쳇.”


사랑이란 결코 강요해선 안 되는 것.

변방의 속담을 읊조리면서 유고는 한스의 어깨를 툭 쳤다.


“그보다 잘나신 사제 씨말인데, 그 양반은 그 아가씰 어떻게 생각한데?”


한스는 잠깐 망설이더니.


“···모르겠어요. 그런덴 관심 없다니까요.”

“생긴 건 어때?”

“잘··· 생겼어요.”

“나보다 더?”

“···.”

“농담이야, 농담.”

“멋지게 생기셨어요. 무척이나 근사하게, 거기다 키까지 크죠.”

“흐음.”

“그뿐만 아니에요. 수도에 있을 적엔 상당히 학식이 높으셨다고, 그래서 꽤나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셨다고 해요. 귀족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을 정도라니까.”

“뭐야? 관심 없다더니 잘만 알고 있잖아? 역시 사랑의 라이벌이 신경 쓰였던 거로구만.”

“길다가 마을 여자들이 말하는 걸 들은 것뿐인데요.”

“그래, 그래. 레리엔느 베이커 양은 지금 그 무지막지하게 멋진 성직자에게 푹 빠졌으니 이걸 어찌하면 좋으랴.”


유고는 갑자기 연극배우처럼 과장된 몸짓과 희곡 시인의 흉내를 내며 말했다.


“아아, 그대는 상대가 안될 만큼 완벽한 사내에게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겨버렸다!”

“유고 형!”

“그리고 겁에 질린 강아지 마냥, 계시를 받지 못한 시골 농부처럼 기가 죽었네!”

“그, 그만해요! 그만!”


유고의 익살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폭소했다.

한스는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자신의 머리 두 개보다 큰 유고의 입을 막으려 폴짝폴짝 뛰어댔다.


“야야야, 도련님.”


악사는 씩 웃으며 소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곤 귓속말을 했다.


“그런 기생오라비 같은 사제한테 지지 말라고. 갑자기 튀어나온 자식한테 아가씰 빼앗기면 안 돼. 확실히 반하게 만들어야지!”

“몇 번이나 말해요? 저랑 레렌은 그런 게···.”

“세상에 완벽한 녀석이 어디 있나? 높은 관직을 관두고 이런 변두리 마을에 부임 오다니. ···뭔가 냄새가 나는데? 분명히 뭔가 구린 데가 있을 거야. 도련님, 뭐 짐작 가는 거 없어?”


한스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넬 노튼 사제에게선 어떤 소문이 따라다녀.

그것은 그가 교리를 어겨 이곳으로 도망쳐왔다는 이야기였다.

사제가 교리를 어기는 것은 매우 큰 잘못이었다.

그 죄의 무게를 생각해본다면 높은 주위를 가진 넬이 이 마을로 흘러들어온 것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그냥 소문이요.”


한스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교단에서 교리를 어겨서 더는 승급하지 못하게 좌천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역시 그 사제 나리··· 속물이었군.”

“소문일 뿐이라니까요.”


무언가 고자질을 한 것 같아.

소년의 표정을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한스가 넬을 못마땅해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랑에 빠진 소녀에게 소년의 충고는 그저 사모하는 사람에 대한 험담일 뿐.

거기다 넬 노튼은 이방인.

타지의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한스로서는 사제를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흥, 하지만 소문도 허투루나는 게 아니란 말씀이야.”


유고의 편견은 꽤나 극단적이었지만.

사실 한스는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단 사실이 그렇게 기분 나쁘진 않았다.


“가자, 도련님! 속물 놈팡이한테서 공주님을 구해오는 거야.”

“아니래도요.”

“자고로 남자란··· 어, 이야길 꺼내기 무섭게 저기 오는군.”


유고가 손날을 이마에 붙이며 멀리 내다보았다.

한스도 그를 따라 고개를 돌린다.

악사의 시선이 가리킨 곳에는 두 남녀가 성당으로부터 광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자, 속물 녀석 얼굴이나 한번 볼까?”

“싸움은 그만두세요. 축제 기간에 소란을 일으키면 당장 추방이라고요!”

“누가 싸운데? 난 섬세하고 친절한 예술가야. 말 그대로 낯짝이나 볼 거라고. ···뭐시기, 진짜 못된 놈이라면 몇 대 후려주긴 하겠지만 말이야.”

“유고 혀엉!”


한스가 전투적인 유고를 말리는 사이, 어느새 두 사람이 다가왔다.

광장에 발을 내디디는 사제와 소녀의 모습을 악사는 놓치지 않았다.

앗. 한스는 유고와 실랑이를 벌이다 레렌의 접근을 피하지 못했다.

찰랑이는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소녀의 하늘빛 원피스에 다시금 소년의 마음이 두근거렸다.


“아, 안녕. 레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한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한심한 인사였다.


“흥.”


그리고 획하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레렌.

그 차가운 반응에 한스의 눈초리와 자신감은 바닥에 떨어졌다.


“안녕하세요, 한스. 레렌과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넬의 질문에 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넬에게 입을 연 것은 거구의 악사.

유고였다.


“안녕, 예쁜 아가씨. 그리고 거기 형씨도 안녕하신가?”


유고가 부릅뜨며 노려보자 넬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곧 고개를 숙였다.


“예, 안녕하세요. 저, 당신은 이 마을 분이 아니시군요?”


유고는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그렇수다. 여기저기 축제나 찾아다니며 돌아다니는 방랑악사지.”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넬 노튼이라고 합니다. 이 마을의 사제지요.”

“행, 그런 건 댁 차림세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어!”

“하하, 그렇군요.”

“아앙? 뭐야? 그 얼굴은? 설마하니 내 모습은 악사랑 안 어울린다던지 그런 생각한 거 아니야?”

“설마요. 그 어깨에 짊어진 수금을 보면 누구나 연주자님이란 걸 깨달을 겁니다.”

“잉, 어엉?”

“표면에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데도 관리가 잘 되어있군요. 현도 팽팽히 잘 다듬어져있고··· 훌륭한 악기입니다. 분명 좋은 소리가 나겠죠.”

“이런, 음악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친구였나?”

“아뇨. 그렇게 깊은 지식은 없지만.”

“···이거, 내가 초면에 좀 무례했던 것 같군.”

"하하, 아뇨. 부디 멋진 연주를 들려주시길.”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넬의 반응에 유고의 눈썹이 기묘하게 실룩거렸다.

악사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어, 이게 아닌데···.’


꿍꿍이가 있다곤 상상조차 못할, 일말의 악의도 없는 미소.

유고는 조금 전까지 자신이 생각하던 사제의 이미지를 지워야만했다.

투박하고 큰 손은 마지못해 사제의 손을 잡았다.


“으, 으음.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리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유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끄덕였다.

넬은 해맑게 웃음으로 손을 위 아래로 흔들었다.


“얘, 한스. 저 아저씨 뭐야?”

“앗! 아파, 레렌···.”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레렌이 갑자기 한스의 귀를 잡아당겼다.

그러더니 광장 옆 나무 뒤로 질질 끌고 가버린다.


“너희 집에서 신세지고 있다던 악사가 왜 사제님한테 시비를 거는 건데?”

“아야아아! 이, 이거 좀 놓고 말해.”


획하고 한스를 내팽개치는 레렌.

소년은 욱신거리는 귀 언저리를 부여잡으며 아파했고.

소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또 무슨 사제님 험담이라도 한 거야?”

“아, 아냐. 난 그냥···.”

“입 가벼운 남자는 질색이야! 너 한번만 더 그래봐, 너랑은 평생 말도 안 할 거야!”

“펴, 평생?!”


쾅!

한스의 가슴 속 어딘가가 무너져 내렸다.

레렌은 그런 소년을 두고서 고개를 매정히 돌려버렸다.

그리곤 바로 사제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대담하게 팔짱을 꼈다.


“자아, 얼른 가요. 모두가 사제님 기도를 기다리고 있어요.”

“레렌? 어, 어어?”

“어서요.”


지나가는 길에 한스를 슬쩍 흘겨보면서 혀를 내미는 것으로 결정타.

한스는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음···.”


유고는 무언가 복잡한 표정으로 실의에 빠진 소년에게 다가왔다.


“이야, 도련님! 저 사제 형씨, 좋은 사람 같던걸? 악기를 알아보는 사람 중에서 악인은 없거든.”

“···.”

“하하하! 여, 역시 소문은 믿을게 못되나 보다. 모름지기 사람이란 서로 얼굴을 터놓고 말을 나눠봐야······.”

“···유우고오오오오 형!”

“우, 우악!”


그 날.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평소 얌전하기만 하던 한스가 처음으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7.


넬은 광장에 단상 위에 올라 광장을 내려다봤다.


북적이는 사람들.

표정을 보니 모두가 하나같이 들떠있다.

그들은 넬의 축사를.

축제의 개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저분이 새로 오신 그 사제님? 참 멋지기도 하셔라···.”

“그러게. 내일부턴 나도 성당에 나가봐야겠는 걸.”

“아서라, 마가렛. 넌 남편도 있으면서?”




옆에서 쑥덕이는 마을 여자들을 주책이라 생각하면서도.

레렌은 늠름하게 위에 선 넬의 모습에 어째서인지 자신이 다 으쓱해졌다.


“다들 조용히, 사제님께서 축복의 말씀을 전하실걸세.”


장로가 나무판을 지팡이로 두드리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침묵했다.

그 누구도 떠들지 않는다.

그들의 이목은 오직 사제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고요하지만 들뜬 정적.

드디어 사제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넬 노튼 사제입니다. 우선 마을 분들에게 오늘처럼 기쁜 날에 제가 축사를 드릴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런 중책을 맡겨주시니 더욱 분발해야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성당 취임식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다시금 잘 부탁드립니다.”


넬의 인사는 전형적인 사제의 모습이었다.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그에게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호감을 느꼈으리라.


“좋은 마을입니다. 여기서 생활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군요. 저는 앞으로 일생을 이 마을을 위해 지내며 봉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일생.

그 말에 어째서인지 레렌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늘 저는 촌장님으로부터 축복의 기도를 부탁받았습니다만 축제의 시작을 딱딱한 축의도문으로 장식하는 것이 조금 망설여지는군요. 그래서 모쪼록 장로님과 다른 분들에게 선처를 부탁드려도 되겠는지요?”


일순간 인파가 술렁였다.

축복의 기도를 하지 않는다니.

그럼 사제는 무슨 생각으로 단상에 올라선 것일까?

레렌은 넬이 비난받기라도 할까 가슴을 졸였다.

장로와 마을 간부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촌장의 안색을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촌장은 별달리 신경 쓰지 않는지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이 마을에 굳이 성국의 종교를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주제넘은 독단입니다만 결코 축복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는 아닙니다. 모두들 그걸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축의도문은 이미 오늘 아침 새벽기도에서 올렸습니다. 충분히 이 마을은 여신의 가호를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루하기만할 뿐인 기도를 여러분께서 들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한가지뿐입니다.


넬은 방긋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




“다들 축제를 즐기도록 하죠.”

“오!”

“짧아서 좋구만! 사제 양반!”


넬의 발언은 교단에서 감찰관이 왔다면 크게 분노했을 문제였지만.

이 변방의 마을에선 오히려 가벼운 축사가 호응을 주었다.

사제의 경건한 모습을 기대했던 사람도.

애초에 기도 따위 번거롭기만 할 것이라 생각하고 형식적으로 몰려든 사람까지도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사제님도 참···.”


내심 불안했던 레렌도 겨우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갑자기 이상한 말씀을 해서 놀랬잖아요?”


툭.

소녀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단상을 내려오는 사제의 가슴을 살짝 때렸다.


“하하, 그랬나요? 하지만 모두가 기도를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요. 네프리티나, 키리아 양처럼 서쪽 출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더욱 더···.”

“서쪽 출신인 게 왜요?”

“본래 서국 분들은 여신을 믿지 않는답니다. 그 사람들은 이곳과는 다른 신앙을 숭상하죠. 굳이 여기서 주류인 의식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 음··· 그, 그렇네요.”


무언가 어려운 이야기 겠구나.

레렌은 넘겨짚었다.

소녀는 혹여 사제가 자신을 무지한 꼬맹이라고 여기진 않을까 싶어 걱정될 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사제가 악의를 품고 의식을 거부한 것은 아니야.

적어도 깊은 생각이 담긴 배려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어라라, 벌써 축사가 끝났나요?”


나긋한 여인의 목소리.

넬과 레렌이 돌아보자 그 자리에는 두 명의 미인이 그들을 반겼다.


“아, 네프리티나. 이제 오셨군요. 키리아 양은··· 앗.”


넬이 탄성을 질렀다.

레렌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후후후, 이 정도면 미의 요정이라도 한 수 접을 수준이죠?”


넬과 레렌만이 아니었다.

광장에 몰려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그 자리에는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이.

청조의 미와 세련된 멋을 동시에 머금은 한 소녀가 있었다.

단정히 쓸어내린 보랏빛 머리카락이 마음을 움직인다.

일렁이는 주황빛 눈동자는 마치 보석과 같다.

순진하게 벌어진 분홍빛 입술.

은은하게 풍겨오는 이름 모를 향수의 농밀함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


가느다란 목선을 타고 내려온 목걸이.

어깨가 드러난 프릴달린 쪽빛 드레스가 더욱 더 소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해.

어떤 자가 부정할 수 있을까?

어느 누구라도 수긍할 것이리라.

이 축제의 주인공은 바로 이 소녀···.

키리아라는 것을.


“후후후, 사제님 또 그러신다. 전에 가르쳐드렸잖아요? 아리따운 숙녀에게 건네야 할 말은?”


아무 말 없이 넋이 나간 넬을 지적하는 네프리티나.

사제는 금방 정신을 차려 소녀에게 말을 건넸다.


“아, 저··· 키리아 양.”

“네?”


고개를 기울이며 소녀가 대답했다.

사제는 자신이 느낀 그대로를 이야기했다.


“잘 어울리십니다. 정말 아름다워요.”


그것은 단지 형식상의 예가 아닌, 순수한 미에 대한 경배였다.

넬은 진심으로 키리아의 아름다움에 탄복했다.


“아가씨, 뭐하고 있어요? 최고의 찬사를 받았는데 답례를 해드려야죠. 방금 가르쳐드렸잖아요?”


이번에는 키리아가 가만히 있자 네프리티나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 치마를 살짝 잡고.”

“네, 네에.”


소녀는 가볍게 치마 가장자리를 들어 올리며 발끝을 보였다.

그리곤 어깨를 올리고 고개를 살짝 낮추었다.


수도의 인사.

귀족 여인의 단아한 자태였다.

그것은 정말로 귀족가의 영애라고해도 믿을 만큼 기품 있는 모습이었다.


키리아의 인사에 환호가 이어졌다.

소녀의 모습을 지켜본 이들 모두가 아름다움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이 와중에 키리아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주목받는 자신이 싫어.

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을까?

아니.


지금 소녀의 입가는 부드럽게 휘어져있었다.

미소 짓고 있었다.


말로는 표현 못할 들뜬 감정.

그러나 한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리라.


아름답다.

그 한마디가 키리아는 정말로 기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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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붉은 마수(2) 21.06.20 33 7 17쪽
36 붉은 마수(1) +2 21.06.10 45 7 19쪽
35 요조 로크(8) +3 21.06.09 47 9 12쪽
34 요조 로크(7) +2 21.06.08 45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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