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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요수전기 키리아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판타지

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2
최근연재일 :
2021.06.25 23:4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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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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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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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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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붉은 마수(2)

DUMMY

3.

어둠에 생기를 빼앗긴 대지 아래···.

이방인들의 마을은 깊은 잠에 빠졌다.


희미한 월광만이 안식의 땅을 비추자 불안한 정적만이 머물어.

그것은 흡사 폭풍전의 고요와도 같았다.


저벅.

저 멀리서 침묵을 깨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한밤중의 난봉꾼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침착한 걸음을 옮겼다.

공터 언덕에 자리 잡은 커다란 아름다리 나무에게로 푸른색의 인광이 거리를 좁혀온다.


검은색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성이 나타났다.

달빛이 그대로 통과해버릴 것만 같은 엷은 갈색머리.

네프리티나가 마을에서 벗어난 공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늦었어.”


먼저 도착해있던 누군가가 나무 아래 그늘에서 네프리티나를 반겼다.

자색의 소녀였다.


키리아는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언덕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를 망가뜨리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 강렬한 붉은 눈은 한 번 깜빡이지도 않는다.

오직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상대만을 주시할 뿐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길래 도망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오만한 미소.

소녀 키리아는 네프리티나를 도발했다.

그러나 네프리티나는 거친 바람을 흘려버리는 갈대와 같이.

키리아의 시비를 가벼운 웃음으로 넘겨버렸다.


“미안해요, 아이들을 재우느라 지각하고 말았네요.”


굳지 작정하고 되받아친 것이 아님에도 키리아의 미간이 꿈틀했다.

오히려 네프리티나의 저 여유 만만한 태도가 신경에 거슬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에 기가 눌릴 키리아가 아니었다.


“사과할 필요는 없어.”


키리아는 싱글거리며 길게 늘어뜨려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은 소름끼치는 잔인함이었다.


빙글빙글.

머리카락을 돌리던 손이 멈춘다.

동시에 키리아의 입술이 소름끼치게 비틀어졌다.


“넌 곧 내 손에 죽을 테니까 말이야.”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안광.

소녀의 눈동자가 타원형으로 휘어졌다.

범상치 않은 기운에 나뭇가지 위에서 선잠을 청하던 새의 무리가 날아가 버렸다.


흉조의 무리.

불길한 검은 빛을 가진 까마귀들이 깃털을 흩날리며 하늘 너머로 도망쳤다.


“후후후··· 농담도 심하셔라.”


네프리티나는 동요하지 않았다.

손을 입에 가져다 대고서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본 것처럼 웃어버렸다.


순간 네프리티나의 청안이 빛을 냈다.

사파이어와 같이 영롱한 빛을 내던 그녀의 눈동자가 폭풍처럼 일그러졌다.


“누가··· 누구 손에 죽는다고요?”


네프리티나는 키리아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왼손을 들어 올려 손짓하는 네프리티나, 키리아에게 움직임은 마치 먼저 덤벼보라는 것처럼 보였다.


“큭큭, 농담인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보시지!”


그때였다.

키리아의 가느다란 다리가 갑자기 크게 부풀어 올랐다.

동시에 서있던 바닥이 움푹 가라앉았다.


그리고 키리아의 모습이 사라졌다.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대기를 갈랐다.


‘···빨라!’


네프리티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백보 이상 떨어진 거리에 있던 키리아가 당장 코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소녀의 손끝이 반원을 그렸다.

붉은 잔상이 어둠에 그려졌다.

놀랍게도 그것의 반지름은 소녀의 팔 길이의 몇 배는 컸다.


키리아의 팔은 이미 재구축을 마치고 검으로 변해있었다.


“후우.”


그러나 그 공격은 적중하지 못했다.

네프리티나도 그 움직임에 반응하여 자세를 바꾸어 대처했기 때문이다.

키리아의 검이 닿기 직전 재빠르게 뒤로 물러난 것이다.


가볍게 착지하고서.

네프리티나는 키리아를 여유로운 미소를 보냈다.


“무서워라. 살기등등하네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너무 속이 뻔히 비치는 걸요? 이 정도는 여유롭게 피할 수 있···.”

“과연 그럴까?”

“앗.”


그때였다.

네프리티나의 상의 가슴 부분이 갈라졌다.

몸에는 직접 닿지 못했지만 적어도 네프리티나가 입고 있던 옷은 벨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네프리티나는 자세를 숙였다.

키리아의 사정거리가 예상보다 길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리를 벌려야만 했다.


“확실히··· 어제와는 다르단 건가요?”


키리아의 손은 어느새 평소의 작은 크기로 돌아와 있었다.

공격할 때마다 검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늘려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것.

이것은 키리아가 동족과 일전을 벌일 때 자주 사용하는 전술이었다.


“속임수···. 저는 정정당당한 싸움을 기대했는데.”

“하? 인간의 예의는 너나 실컷 배우시지.”


둘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음에도 이들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랑페르의 생물만이 보유한 청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지 말아요. 예의와 배려란 중요한 거랍니다. 당신도 배워두는 게 어때요? 앞으로 반드시 필요한 날이 올 거예요. 제가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죠.”

“그래? 그럼 배워보기로 할까? 너에게 다음이란 게 있다면 말이야!”


키리아는 다시 다리에 신경을 집중했다.


‘우리의 발이라면 저 녀석에게 다가가는데 2초면 충분해. 이번에는 좀 더 검을 멀리 뻗는다면 잡을 수 있다. 녀석은 널 보지 못했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공생하는 요괴의 속삭임에 키리아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땅을 박찼다.

하지만 적에게 먼저 도달한 것은 키리아 쪽이 아니었다.


“윽!”


자신을 향해서 터무니없는 속도로 날아온 검은 물체 때문에 키리아는 예정보다 빠르게 검을 뽑아들어야만 했다.


채앵.

하고 마찰의 불꽃이 키리아의 주변을 밝혔다.

키리아의 앞을 막아선 것은 로크의 생체 파편이었다.


‘예상대로야. 역시 의태한 상태에서도 날릴 수 있었어.’

‘순순히는 당해줄 생각이 없는 거겠지.’


쳇, 키리아는 혀를 찼다.


“놀란 표정이 귀엽네요. 얕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네요. 몸의 부분변화, 당신이 할 수 있는 걸 제가 못할 리 없잖아요?”


이래서는 접근을 할 수가 없어.

다가가려는 기색을 보이면 네프리티나는 원거리 공격을 해올 것이었다.


소리도 없이 날아드는 검은 조각은 밤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살려 어둠에 녹아들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것은 정확하고 치명적이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정말 성가신 무기야.’

‘거기다 신경 독까지 포함되어 있지. 일격조차 허용해서는 안 된다. 딱 잘라 말해서··· 상성이 최악이군.’


하지만 두 요괴는 물러나지 않는다.


키리아는 네프리티나의 도발에 강한 적의를 내뿜었다.


“뭘 하고 있어요? 제가 무서운가요?”


생긋하고 미소를 짓는 네프리티나.

그러나 그 온화한 미소와는 다르게 오른쪽 팔을 휘감은 이질적인 물체가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의 손가락 마디 사이로 검은 막이 보였다.

그 크기는 이미 자신의 몸집을 넘긴 상태.

네프리티나는 이제 팔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것을 키리아에게로 뻗었다.

하늘의 마수.

로크가 자랑하던 거대한 날개였다.


“상관없어요.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제가 가죠.”


쩌적, 쩌저적.


기괴한 소리를 내며 날개 표면에 날카로운 것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검은 빛깔의 생체 파편···.

그것들은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파괴력을 가진 투창이며, 닿기만 해도 마비되는 무적의 화살이었다.


“구멍을 잔뜩 뚫어서 벌집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나?”


키리아는 오른손을 뒤로 뺐다.

언제든지 휘두를 수 있도록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야 당연하죠. 저는 절대로 지지 않아요. 결코 질 수 없어요.”

“왜지?”

“저에게는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키리아는 비꼬는 말투로 네프리티나의 각오를 비웃었다.


“오글거리는 소릴 하네. 기껏해야 장난이면서, 놀이에 너무 심취한 주제에.”


네프리티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또 다시 놀이라고 비웃다니.

그것은 네프리티나의 지난 세월을 전부 부정하는 말이었다.


“···키리아 아가씨, 당신은 정말 안타까워요.”

“뭐야?”

“부러운 거죠? 저에겐 당신이 가지지 못한 게 있으니까.”

“또 지긋지긋한 헛소릴···.”

“질투는 추하답니다, 키리아 아가씨.”


네프리티나가 다시 한 번 팔을 들어올렸다.

접혀있던 날개가 순식간에 네 개로 펼쳐져.

어둠에 녹아든 검은 날개가 허공을 갈랐다.


“나는 당신에게 지지 않아요. 절대로···!”


네 개의 마디에서 어둠의 화살이 뿜어져 나왔다.


“놀고 자빠졌어!”


흥, 하고서 콧 웃음을 치며 키리아는 자세를 크게 잡았다.

소녀의 오른손에 붉은 빛이 스며들었다.


챙, 채앵, 채앵!

세 번의 동작.

키리아는 빠르게 빨을 휘둘러 적의 창을 튕겨냈다.


“···큭!”


하지만 역시 모든 공격을 받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시간차 공격.

네프리티나는 생체 파편을 교묘하게 날려 바로 키리아가 쳐낸 직후, 또 하나의 파편을 뒤에 숨겨두었다.


키리아는 고개를 옆으로 젖혀 차마 막을 수 없는 조각을 피해냈다.


‘빌어먹을··· 너무 빨라!’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한 탄도.

모두가 하나 같이 치명적인 급소만을 노리고 있었다.

키리아가 피하지 않고 계속해서 맞부딪혔더라면, 지금쯤 생체파편은 틀림없이 이마에 명중했을 것이었다.


“훌륭해요. 그걸 용케 다 피했어요.”


네프리티나는 키리아의 정확한 판단을 칭찬했다.

거의 동시에 날아든 생체 파편들은 어느 방향으로 피하든 하나는 적중하도록 궤도가 계산되어 있었다.

그런 생체 파편을 짧은 시간에 간파하고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낸 키리아의 반응속도는 같은 동족인 네프리티나가 보기에도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요?”


네프리티나가 미소를 흘렸다.

그러나 그것은 평소의 유순한 미소가 아닌, 잔혹한 차가움이 서린 요괴 본연의 웃음이었다.


다시 한 번 네프리티나의 날개가 펄럭였다.

바람을 뚫고서 일직선으로 악마의 깃털이 흩뿌려졌다.

소리도 없이.

어둠에 융화된 채 소녀에게로 날아들었다.


네프리티나의 검은 날개는 계속해서 원을 그렸다.

그 회전마다 검은 조각의 수는 절망적일 정도로 늘어갔다.


“체엣!”


키리아의 오른손이 몇 번이고 불꽃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막아낼 수 없을 정도로 몰려드는 숫자에 키리아는 몸을 돌려 피해야만 했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어 소녀가 지나갈 때 마다 여지없이 생체 파편이 그 위치에 날아들었다.


“긴장을 풀지 마! 단 한 방만 맞아도 끝장이야!”

“알고 있어! 그래도···.”


이래선 끝이 없다.

당장 키리아가 네프리티나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러다 키리아의 체력이 다 하고 만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뭘 하고 있어요? 고작 그것 밖에 안 되나요?”


네프리티나는 연신 키리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조롱의 웃음을 보냈다.

집중력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이었다.


“나를 죽인다면서요? 네에?”

“···그래. 확실하게 그 숨통을 끊어주지.”


순간···.

접근하지 못하고 화살을 피하느라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키리아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빠르게 움직이던 키리아의 다리가 느닷없이 정지했다.


“···무슨 짓이죠?”


마치 맞춰보라는 듯.

소녀는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 정중앙을 가리켰다.


뭔가 낌새가 있어.

그런 확신을 받았지만 네프리티나는 날개 짓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표적이 가만히 있는 다면 네프리티나에게 그 이상으로 좋은 상황은 없을 것이기에.


단죄의 날개가 펄럭였다.

검은 비가 내렸다.


“저기, 혹시 그거 알아?”


키리아가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소녀의 오른손이 뿜어내는 붉은 빛이 늘어갔다.

달빛을 받아들이는 잔상의 흐름이 더욱 선명해진다.


키리아는 오른팔에 이어 왼팔도 들어올렸다.

아래를 향해 내리치는 붉은 궤적은 두 개가 되었다.


“조잘조잘조잘··· 너 말이야, 너무 시끄러워.”


번쩍!

바닥에 처박힌 생체 파편들 위로 붉은 빛을 발하는 악몽의 쌍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자루.

여기저기에 뚫린 기묘한 구멍들과 달빛에 반사되는 섬뜩한 붉은 칼날.

지옥의 검은 소녀의 양팔로 존재하고 있었다.


새빨간 번개가 친다.

오른팔의 검이 지연 없이 생체 파편을 양단하고.

왼팔의 검이 연달아 날아드는 조각들을 튕겨낸다.

정밀한 동작.

놀라운 신속의 움직임.

키리아는 네프리티나의 검은 조각을 모두 받아내고 있었다.


네프리티나는 적인 키리아의 움직임에 크게 감탄했다.

그 짧은 시간에 생체 파편의 속도를 완전히 파악하고 적응했단 말인가?


아니, 그럴 리 없어.

결코 불가능했다.

제아무리 요괴의 동체시력이라 할지라도, 네프리티나가 짜놓은 불규칙한 리듬을 이렇게 쉽사리 적응하지 못할 것이기에.


무엇보다 전방에 산탄처럼 흩뿌려지는 조각의 수는

단 한 마리의 요괴가 받아낼 정도의 공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잊고 있었네요. 그 쪽이 둘이라는 걸.”

“큭큭, 너 꽤 눈치가 빠르군.”

“맞아. 우리는 혼자가 아니거든.”

“다른 한 개체에게 육체의 권한을 넘겨주기 위해서


그랬다. 키리아와 또 다른 요괴는 어느새 양쪽에서 협력하여 두 개의 시선으로 맞대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느새 변이한 왼팔의 칼날에는 기괴한 안구와 입이 만들어져 씨익 웃고 있었다.


“2 대 1이라··· 쉽진 않겠네요.”


소모된 새 조각을 만들어내기 위해 네프리티나는 날개를 접어들어야만 했다.

탄환의 보충.

키리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팟.

키리아의 다리가 땅을 박찼다.

상체를 숙이고서 빠르게 돌진했다.


“어딜!”


소녀의 접근을 용서치 않고 네프리티나는 다시 날개를 들어올렸다.

재장전은 순식간에 완료.

다시금 악몽의 화살들이 소녀에게 빗발쳤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충돌의 굉음 뿐.

불꽃과 함께 생체 파편들은 목표물에 닿지 못하고 튕겨졌다.


붉은 그림자는 계속해서 거리를 좁혀왔다.


“뻔히 보이거든?”


더 이상 요령이 아니야.

이번엔 막지 않고 피해버린다.

두 마리 요괴의 시선이 생체 파편의 속도조차 완전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키리아와는 달리, 또 하나의 공생체가 보는 세계는 적외선 너머를 꿰뚫을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한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아직··· 아직 멀었어!”


네프리티나의 몸이 크게 회전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한 바퀴.

네프리티나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 마다 각질화 된 생체 파편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전탄 사격.

눈앞의 반경 10미터 내를 가득 매운 검은 조각.

보인다고 해서 회피할 양이 아니었다.

이것은 로크가 수 없이 많은 적들을 쓰러뜨린 궁극의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런 로크의 회심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키리아의 맹렬한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지금이다! 뛰어라, 키리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키리아는 하늘로 날아올라 파편들의 공세를 피해냈다.

허나 네프리티나에겐 오히려 이쪽이 더 반가웠다.


“어리석긴! 공중에선 더는 피할 수 없어!”



또 다시 장전과 동시에 네프리티나는 팔을 휘둘렀다.

검은 조각은 키리아가 뛰어오른 위치를 정확히 겨냥하고 발사되었다.


위기.

키리아에겐 더는 달아날 길이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은 공생하는 요괴가 꾸민 계략이었다.


“좋아, 여기서 다시 재구축이다!”

“하아아앗!”




키리아의 오른팔은 다시 변형을 시작했다.

흡사 식물의 줄기가 뻗어나가 듯, 마치 수많은 벌레가 꿈틀거리는 것 같은 그 과정은 순식간에 ‘검’이었던 소녀의 팔을 전혀 다른 형태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그것은···.


“가라, 키리아!”


키리아가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세 개의 붉은 사슬이 잔영을 남기며 나아갔다.

생체 조직으로 이어붙인 견고한 고리 모양의 기관.

그 끝에는 날카로운 악마의 손톱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챙강!

각각 다른 방향에서 소리를 내며 생체 사슬이 하늘로 발사된 네프리티나의 화살을 요격했다.

교차하는 세 개의 붉은 궤적은 망설임 없이 네프리티나를 향해 나아갔다.


“이런!”


네프리티나는 적의 느닷없는 원거리 공격에 생체 파편의 발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슬아슬한 순간에서야 발을 디뎌 뒤로 나자빠졌다.


목표를 베지 못한 키리아의 사슬은 속도가 떨어져 네프리티나를 추격하지 못하고 바로 앞에 박혔다.


“···아깝게 됐네요. 이번엔 정말 위험했어요.”


네프리티나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시 동안이었다.


“아니!?”


키리아의 사슬은 궁지에 몰린 키리아가 감행한 원거리 공격이 아니었다.

그것은 접근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붉은 사슬이 고정된 위치를 향해, 하늘에서 키리아의 본체가 날아오고 있었다.

다시금 신체를 재구축하는 것으로 길게 내리뻗은 팔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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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붉은 마수(5) +2 21.06.23 38 5 18쪽
39 붉은 마수(4) +2 21.06.22 53 7 19쪽
38 붉은 마수(3) +2 21.06.20 36 8 12쪽
» 붉은 마수(2) 21.06.20 34 7 17쪽
36 붉은 마수(1) +2 21.06.10 45 7 19쪽
35 요조 로크(8) +3 21.06.09 47 9 12쪽
34 요조 로크(7) +2 21.06.08 45 10 14쪽
33 요조 로크(6) +2 21.06.03 51 8 13쪽
32 요조 로크(5) +3 21.06.01 41 8 17쪽
31 요조 로크(4) +3 21.05.31 44 8 19쪽
30 요조 로크(3) +2 21.05.29 50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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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요조 로크(1) +4 21.05.27 48 8 13쪽
27 축제(8) +2 21.05.26 41 7 24쪽
26 축제(7) +2 21.05.25 49 7 13쪽
25 축제(6) +3 21.05.24 55 6 20쪽
24 축제(5) +4 21.05.23 58 10 25쪽
23 축제(4) +2 21.05.22 57 11 21쪽
22 축제(3) +2 21.05.21 58 11 17쪽
21 축제(2) +2 21.05.20 66 10 14쪽
20 축제(1) +4 21.05.19 72 12 19쪽
19 전야제(5) 21.05.19 46 11 15쪽
18 전야제(4) +2 21.05.18 58 13 12쪽
17 전야제(3) +5 21.05.18 55 11 17쪽
16 전야제(2) +3 21.05.17 71 12 23쪽
15 전야제(1) 21.05.17 57 12 18쪽
14 키리아(6) +3 21.05.16 69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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