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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요수전기 키리아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판타지

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2
최근연재일 :
2021.06.25 23:4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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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6
추천수 :
578
글자수 :
309,390

작성
21.06.0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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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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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요조 로크(5)

DUMMY

8.

···그녀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막을 수 없었다.

좀 더 강하게 붙잡았었더라면, 좀 더 일찍 키리아 양의 상태를 눈치 챘었더라면 충분히 저지할 수 있었을 텐데.


모두, 전부 다 나의 실책이다.

그때와 똑같아.

그 아이를 구하지 못했던 그때와···.


내가 좀 더 필사적이었다면 그 아이는 살릴 수 있었겠지.

어째서냐?

어째서 나는 이토록 무력하고 무능한가?


나는 한발 늦게 키리아를 뒤 쫒았다.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러나···.

정작 또 중요한 순간에 바닥에 넘어져 그녀를 놓쳐버렸다.

키리아가 뛰어간 방향으로 하늘의 괴물이 몸을 돌리자 마음이 초조해졌다.


어서 일어서.

뛰어야한다.

봐, 보라고!


네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키리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잖아.


어서 달려.

숨이 차오르는 걸 신경 쓸 겨를 따위 없단 말이다!

또 눈앞에서 잃고 싶은 거야?

또 지키지 못하고 빼앗기고 말거야?


···아니, 예전과 같은 고통스런 경험을 하는 건 이젠 싫다.

악몽에 시달리며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이제 신물이 난다.

또 다시 그런 비극이 일어난다면··· 나는 이제 견딜 수 없을 테니.


“키리아 양··· 제발···.”


나는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키리아 양은 분명 요괴를 본 공포 때문에 나를 뿌리치고 도망친 거야.

지금도 겁에 질려 어딘가에서 떨고 있을 것이 틀림없겠지.


그때의 그 아이처럼.

내가 지켜주지 못한 그녀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지만을 바라면서!


콰앙!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가 난 방향에 키리아가 있을 거라고 직감했다.

확신따위 없어.

나는 또 무작정 달렸다.


“···아아아아!”


나는 겨우 그녀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위험했다.

키리아 양은 어째선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의 외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괴물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무엇이 우선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어.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안 돼!”


위험해, 라고 경고를 건넬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키리아 양의 머리 위에 커다란 파편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기에.


···생각은 그만두자.

달려라.

나는 조금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이번만큼은 구해야해.

또 다시··· 뻔히 보는 앞에서 생명을 잃을 순 없다.


···아아, 불과 십 수 발자국 거리인데 이토록 멀게 느껴질 수가 있단 말인가?


신이시여.

이렇게 간절하게 빕니다.

지금까지 당신은 제 모든 기도를 무시하셨습니다.


역병에 걸린 여인과 아이도.

전장에서 쓰러져가는 젊은 병사도···.

요괴에게서 도움을 요청했던 소녀의 요청에 마저 답해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한 번이면 충분해.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제발···.

제발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저에게, 저에게 키리아 양을 구할 수 있는 힘을···.


‘됐···다!’


간절한 바람이 닿은 것일까?

내 손은 겨우 키리아에게 닿을 수 있었다.

파편이 떨어지기 직전에 겨우 그녀를 밀어낼 수 있었다.


“앗···.”


퍼억!

기괴한 소리와 함께 내 주변의 풍경이 휘어졌다.

키리아 양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은데···.

시야가 멋대로 하늘을 향해서 도저히 균형을 잡을 수 없다.

걷잡을 수 없게 어지럽다.


뭘까?

무슨 일이지?

나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하나 만큼은 확실해.

나는 해냈어.

분명히 구해냈다.

그녀를···.

레아를 구해냈다!

레···아?

이상하군.

아니지, 그건 내 동생의 이름인데···.

하하, 그럼 내가 구해낸 건 누구?

···아, 그렇지.

그랬었구나.

그래도 나는 지켜냈어.

이번만큼은··· 잃지 않았어.


“···!”


누군가 큰소리를 지르는 것 같아.

하지만 전혀 들리지 않는다.

눈앞이 흐릿해.


“······!”


계속해서 그 목소리는 이어진다.

너무도 간절하게 외치고 있다.

미안해.

답해주고 싶지만 아무것도 안 들려.


뭐라고 하는 걸까?

왜 이토록 필사적으로?


···머리가 울린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책을 읽느라 통 잠을 못 잤지.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졸려서 정신을 유지할 수 없다.


‘아아, 레아.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너를 내버린, 무서워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나를···.’


괜찮아.

나는 손을 내밀어 내 앞의 소녀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

이 아이는 살아있다.


“정말, 다행···이야."


나는 아마 지금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8.

키리아는 넬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몰랐다.

하지만 단 하나, 넬이 몸을 날려 자신을 밀어내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넬은 키리아를 구해냈다.

그리고는 무너져 내린 건물의 파편에 부딪혔다.


머리.

그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부위.

뇌에 상처가 생기거나 파손되면 인간은 죽는다.

아니, 설사 운이 좋아 죽지 않는다고 해도.

말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평생 움직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영혼이란 그 두개골 안에 들어선 작은 기관으로 인해 존재하는 것이기에.


다시 말해, 사람은 단지 살아있는 것만으로는 만족 할 수 없다.


마음이.

감정이 없으면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것이다.


“아···.”


바닥에 널 부러진 넬은 초점이 흐린 눈으로 키리아를 보고 있었다.


피.

넬의 이마를 타고 검붉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머리의 상처는 심각해 보여.

아래로 흘러나오는 피의 양도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키리아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도저히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머리에 파편을 맞고서 쓰러진 넬의 모습에 키리아는 사고능력을 잃었다.

그저 목청을 높여 사제의 이름을 울부짖을 뿐이었다.


“···넬!”


키리아는 겨우 남은 신경을 동원해 쓰러진 넬의 바로 앞까지 기어갔다.

자신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움직이는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네에에엘!”


계속해서 이름을 불러보지만 반응이 없다.


거짓말.

키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틀림없는 장난일 것이라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보처럼 실실 웃고 있었으니까 갑자기 이렇게 힘없이 쓰러질 리 없다고 말이다.


“···아.”


그때였다.

넬의 손바닥이 키리아의 얼굴을 쓰다듬은 것은.


“정말, 다행···이야. 무사··· 해서.”


천천히.

부드럽게 얼굴 사이로 미끄러지는 힘없는 손길.

키리아는 가슴 어느 한 부분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지끈 거렸다.


‘아파··· 뭐야, 이 아픔? 근래 느낀 그 어떤 것보다 아파! 조금 전에 하늘의 적이 날린 파편을 파낼 때보다도, 며칠을 굶어 죽기 일보 직전에 달했을 때보다도 더욱 더···.’


곧 넬의 손은 키리아 얼굴에서 멀어졌다.

이내 바닥에 툭하고 떨어져버렸다.

그 얼굴은 편안하게 눈을 감고서 행복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갸아아···.”


넬의 눈이 감긴 그 순간.

로크의 재생도 끝이 났다.


창공의 포식자는 천천히 날개를 다시 움직여 상태가 얼마나 양호한지를 체크했다.

새로 만들어진 날개의 검은 막은 아직 불완전한 모양인지 달빛이 그대로 통과되었다.

로크는 만족스러운 모양인지 로크는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리고는 거슬리는 주변 돌덩어리들과 판자조각들을 털어내며 날아올라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


키리아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눈을 뜨고 있지만, 정작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갸, 아아아아아아아아!”


로크가 포효했다.

승리의 나팔을 불어대듯이 큰 소리로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그 끔찍한 소리에 키리아는 반응하곤 서서히 고개를 돌려 적을 주시했다.

소녀의 눈동자에 불길한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동공이 급속도로 수축하고 휘어졌다.

그것은 이미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


키리아는 신경이 이어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했다.


“···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짓이냐? 진정해! 그만둬! 자칫하면 몸이 망가진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발악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키리아의 공생체가 경고했듯.

무리한 움직임에 겨우 이어놓은 체내의 혈관이 터져버렸다.


온몸에 부서져버릴 것만 같은 고통.

하지만 키리아는 그만두지 않았다.


“죽인다··· 죽일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만은 반드시!”


파직!

파지직!

독은 키리아의 체내에서 아직도 신경전달에 장애를 일으키켜 여전히 강하게 그녀를 속박했다.

몸을 움직이려고 할수록, 맹독도 빠르게 몸속의 신경을 타고 이동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만은 반드시 !”


필사적으로 저주의 말을 뱉어냈다.

이제 키리아에게 정상적인 사고는 무리였다.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적의 목숨을 빼앗아버리겠다는 흉포한 일념뿐이었다.

하지만 무력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채 하늘을 노려보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제 희망은 없었다.

이대로 로크가 공격해온다면, 무방비한 키리아는 속무무책.

하늘의 적에게 승리는 확실해보였다.

그런데···.


“···뭐?”


갑자기 로크는 예상 밖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마무리 일격을 하지 않아.

오히려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키리아의 표정이 굳어 졌다.



“···멈춰! 거기 서!”


키리아는 다시 소리쳤다.

갑자기 자신을 피하며 도망치기 시작한 적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얕보고 있는 거야?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거야? 돌아와! 돌아오라고! 다시 싸우잔 말이야! 난··· 나는 아직 지지 않았단 말이야!”


극도의 굴욕감.

몰아치는 치욕감에 키리아는 이를 악물었다.

적에게 무시당했다.

그럼에도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키리아는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나 매정하게도 로크의 모습은 저 멀리 회색의 구름 사이로 희미해져갔다.

결국 어둠에서 찾아온 적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9.

···언제나처럼 아침의 햇살은 눈부셨다.


하늘은 맑고 높아.

바람에서는 봄의 향기가 물씬 스며있었다.

마치 전날의 습격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


그러나 파괴된 성당과 로크가 추락한 흔적들은 전날의 악몽이 결코 거짓이 아니란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빴다.

무너진 건물들을 보수하기 위해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까지 팔을 걷고 나서야만 했다.


지금 마을에서 건물 보수에 힘을 쓰지 않는 사람은 부상당한 넬과 실의에 빠진 키리아 뿐이었다.


더 큰 절망을 수도 없이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었을까?

마을 사람들의 대처는 상당히 빨랐다.

다행스럽게도 재산의 손실은 겨울 동안 비축해둔 자잘한 음식들과 몇몇 잡화 외에는 없어.

당장 집을 잃은 사람들이 잠자리를 구하는 것을 이웃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사태가 진정된 후.

넬은 마을의 의원으로 옮겨졌다.

로크의 독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키리아의 모습은···.

자경단원들이 보기에 요괴의 충격 때문에 실의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넬.’


머리에 붕대를 감고서 깊은 잠에 빠진 넬.

키리아는 아무 말 없이 핼쑥한 사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너 때문이야!’


전날 밤, 레렌이 내뱉었던 말이 키리아의 가슴 속에 맴돌았다.


‘그때 네가··· 네가 요괴가 있는 방향으로만 가지 않았다면 사제님은!’


증오의 화살은 비난이란 형태를 통해 날아왔다.

그때, 키리아는 레렌이 휘두른 뺨따귀를 피하지 못했다.

독의 영향이 남아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왜 네가 아니라 사제님이··· 어째서!’


그러게.

왜 자신일까?

그 질문에는 키리아 스스로도 답할 수 없었다.

요괴는 다친 넬을 지켜보는 내내 정체모를 무력감에 시달릴 뿐이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

‘좀 작작 해. 네가 기분이 가라앉으면 나에게도 영향이 미친단 말이다.’


자꾸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몰려와.

키리아는 넬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을 때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치잇, 어울리지 않는 짓이다. 언제부터 네가 인간의 신변 따위를 걱정했었냐? 저 놈은 자업자득이야. 괜히 주제넘게 까불다가 머리를 깨뜨린 것뿐이다.’

‘···맞아. 전부 스스로 선택한 거지.’

‘애초에 너도 저 놈을 죽일 생각이었잖아?’

‘맞아. 하지만···.’

‘뭐가 하지만이냐? 연기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뭔가 착각이라도 하셨나? 아니면 잠깐 인간들이랑 어울리다가 돌아버린 거야? ···명심해둬, 나는 좋아서 너와 붙어있는 게 아니다. 지금까진 어쩔 수 없이 어울려줬지만 계속 이딴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다.’

‘···그러셔? 뭘 어떻게 할 건데?’

‘너에게서 이 몸을 빼앗아주지.’


공생하는 요괴의 공격적인 태도에 키리아의 입가가 올라갔다.


‘···신중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난 지금 기분이 정말 나쁘니까.’

‘꼴에 자존심은 있나? 왜 기분이 상했지? 하늘을 나는 놈에게 손도 못써보고 패배해서? 아니면 저 넬 노튼이 너로 인해서 상처 입었기 때문에?’

‘닥쳐.’

‘큭큭큭, 후자로군!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지. 넌 약해졌다. 고작 요 며칠간의 여흥이 널 쓰레기로 만들었어.’

‘언제부터 수다쟁이가 되셨지? 내 속을 긁어봐야 너에게 득이 될 게 없을 텐데? 도려내지고 싶어?’

‘큭큭, 그래. 어디 한 번 해봐라. 그만한 배짱이 있다면 말이지.’

‘···좋아. 안 그래도 미치도록 짜증났는데 마침 잘 됐네. 이번 기회에 거슬리는 널 끄집어내서 완전히 세상에서 지워줄게.’

‘그전에 네 숨통을 끊어주마!’


창문이 닫혀 바람이 들어올 리 없는 방안에서 키리아의 보랏빛 머리가 일렁거렸다.

소녀의 머리카락은 마치 의지를 지닌 듯 기묘하게 피어오르더니 끝이 날카로운 말려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키리아의 오른팔에서도 붉은 잔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두 마리의 요괴는 진심으로 서로를 죽이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나 다름없어.

이대로라면 양쪽 다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다행히 두 요괴의 싸움은 방해자의 출현으로 미루어졌다.


“실례합니다.”


끼익.

누군가가 문을 밀어내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느닷없는 방문.

키리아와 그녀의 몸에서 공생하는 요괴는 서로 상대에게 신경 쓰느라 끝까지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했다.


“사제님은 좀 어떤가요?”


곱고 부드러운 목소리.

아는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려서 옆의 사람을 확인해보니, 그 자리에는 엷은 갈색 머리칼을 가진 여자가 있었다.

네프리티나.

병문안을 왔는지 한 손에는 바구니를 든 채였다.


“···.”


키리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잠든 사제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음, 혈색은 괜찮아 보이네요.”


다행히 넬은 상태는 양호해.

사실 네프리티나는 마을 최고의 치료사인 마가렛의 말을 이미 들었었다.


그의 증상은 뇌진탕으로 인한 기절.

머리의 피부가 좀 찢어진 탓에 출혈이 커보였던 것뿐.

목숨에 지장이 갈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다.


“당신은 어때요?”


네프리티나가 포기하지 않고 또 질문을 건냈다.

마지못해, 키리아는 성가신 듯이 입을 열었다.


“···전 아무대도 다치지 않았어요.”


말을 받아친 키리아는 속으로 상대가 꺼져버리길 바랐다.

허나 그런 키리아의 바람과는 달리, 네프리티나는 방을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넬의 옆으로 다가가 탁자에 짐을 올려놓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바구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천으로 만든 붕대였다.

네프리티나는 마가렛의 부탁으로 넬의 머리에 감긴 면포를 갈아주러 온 모양이었다.


네프리티나는 넬의 헌 붕대를 풀어내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게 됐어요.”


상황에 맞지 않는 말.

느닷없는 사과에 키리아는 의아하기만 했다.


무슨 헛소리지?

키리아는 놀란 얼굴로 네프리티나를 마주보았다.


“이제와 말해봐야 믿지 못하겠지만, 그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요.”


예상치 못한 일?

무엇이?


‘···녀석이다.’

‘뭐?’


그 순간 키리아는 일렁이는 푸른 눈동자와 마주쳤다.

네프리티나는 미소와 함께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하필 거기서 사제님이 갑자기 나타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거든요.”


키리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너어어어!”


키리아는 겨우 깨달았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자의 진짜 정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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