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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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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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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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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2.01.0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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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순도 99.9% -5- (完)

DUMMY

루이스는 전과 같이 화이트 불렛의 순도를 측정했다. 제이슨이 그것을 받아 적었고, 콜린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록을 마친 그들은 다시 다른 거리로 출발했다. 20여 분이 지났고 세 사람이 다시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콜린은 두 곳에서 성공적으로 마약을 구매했다.


마지막 클럽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아는 골든 혼의 조직원들이 없던 탓인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왔었다. 이번에도 그러길 바라면서 콜린은 알파즈 클럽이라고 적힌 곳으로 들어갔다. 쿵쿵거리는 음악 소리와 정신없는 조명. 삶의 무게를 내려놓은 사람들 사이에서 콜린은 구석에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다. 퇴폐적인 화장과 수많은 피어싱. 그 정도의 양이라면 몸에도 많은 곳에 구멍이 뚫려있을 것 같았다. 그 여자에게 다가가자 여자는 고개를 들어 콜린을 쳐다봤다.


“미안하지만 이쪽은 창녀가 아닌데?”

“이쪽도 그런 건 아니야! 물건을 구하러 왔을 뿐이야.”


여자는 껌을 씹어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무슨 일로 양복을 입은 남자가 약을 사러 왔는지 알 것 같다는 듯이. 물론 그녀의 짐작이 무엇이든 들어맞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어떤 걸로 주면 될까?”

“화이트 불렛! 30mL!”

“꽤 독한 걸 즐기시는군!”

“그쪽하고는 관계없는 일이야!”


여자가 피식 웃었다. 그녀는 가방을 뒤져 작은 병 세 개를 꺼냈다.


“파트너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살살 다루라고!”


여자는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콜린이 그 오류를 정정해줄 필요는 없었다. 물건만 얻으면 되니까.


그녀에게 화이트 불렛을 받기 전 주변을 살펴본 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콜린의 감이 불길한 것을 예감했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단순한 버릇이었을 수도 있었다. 일을 마치기 전에 확인하려는 버릇. 어쨌든 그 덕분에 콜린은 당장 만날 것 같지는 않았던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됐다. 클럽 입구로 들어와 계단으로 올라가는 저 남자의 얼굴은 그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콜린에게 옥새를 탈취하게 도와주면 5,000만 솔라리를 지불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던 산 리였다.


‘젠장, 골든 혼의 구역이더라니.’


그대로 여자에게 물건을 받아 챙긴 콜린은 빠른 걸음으로 클럽 출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산 리를 부른 건 도대체 누군지.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인지. 콜린은 마음을 바꿔먹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2층엔 몇 개의 방이 있었다. 그중 누군가 들어간 듯 곧 문이 닫히려는 방이 있었다. 콜린은 주머니에서 작은 무언가를 꺼내 닫혀가는 문틈으로 던졌다.




리는 평소에 불면증을 앓아 온 터라 야밤에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것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반가워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만의 생활 리듬이 깨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그를 부른 사람은 그가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도 잊은 채 그는 클럽에 들어왔다.


그는 클럽이 싫다. 무대고 노래고 사람이고 정신없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높으신 분이 아니었다면 이곳을 거부했을 것이다. 리는 터벅터벅 계단을 올랐다. 2층에는 룸이 있었다. 오늘 그와 만날 사람은 그곳에 있었다. 리는 눈 앞에 있는 문을 열었다.


한쪽 벽에는 1층을 구경할 수 있는 창문이 있었고, 방은 차가운 느낌이 드는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중앙에는 하얀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다양한 술병들이 놓여 있었다. 리가 안으로 들어가자 버건디색의 정장을 입은 중절모를 쓴 남자가 있었다. 리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건강하셨습니까?”

“아, 리. 어서 와. 앉게나.”


남자의 권유에 리는 자리에 앉았다. 긴 의자가 제법 불편하지는 않았다.


“일단 한 잔 받아.”

“감사합니다.”


리는 잔을 들어 위스키를 받았다. 그는 옆에 있는 위스키를 더 좋아했지만 굳이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골든 혼의 번영을 위해 한 잔 올렸다.


“지부장으로 승진했다면서? 잘 됐구먼, 그래.”

“다 부회장님께서 신경 써주신 덕분 아니겠습니까? 제 나이에 지부장을 하기는 좀 이르지요.”

“비슷한 나이에 조장도 있지 않나. 나이는 신경 쓸 거 없어.”


리는 제임스를 떠올렸다. 레드 카프에서 나오기 전까지도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다만 얼굴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제가 지부장이 돼서인지 쇼커 부회장님을 외경하는 사람들이 골든 혼에도 있습니다. 전 레드 카프이면서도 출신에 휘둘리지 않는다면서요.”

“그야 그들은 내가 자네를 골든 혼에 넣은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 아닌가.”


레드 카프와 골든 혼의 합병을 통해 부두목들은 조장으로 직함이 변경되었다. 그러나 레드 카프 내전을 제패한 쇼커는 합병 전, 레드 카프의 두목의 자리에 올랐고, 골든 혼과 합병하면서 이를 고려하여 부회장이 된 상황이었다.


리는 미소를 지었다. 쇼커가 물었다.


“헌데 자네 조장은 어떤가? 요즘 뭘 하고 있지?”


리가 대답했다.


“아리우스 조가 사실상 몰락하지 않았습니까? 클럽 한 채라도 얻으려고 구실을 찾고 있습니다.”


쇼커가 혀를 찼다.


“여전히 자네 조장은 한 치 앞밖에 보지 못하는군. 이 상황에 클럽 한 채라니. 다른 조랑 연합을 해야지.”

“맞는 말씀이십니다만, 저희가 그걸 말릴 수도 없는 터라······.”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바톨로뮤 데리에? 영 시원찮은 친구야.”


리는 잠자코 있었다. 부회장이 본인의 조장의 욕을 한다고 거드는 것은 조원에게 허락된 것이 아니었다. 대신 말을 돌리기로 했다.


“요즘 토니오 조장이 전 레드 카프 조장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말이 들립니다.”

“그 친구는 생각이 좀 있는 친구야. 내가 레드 카프에 있을 때도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끈 녀석 중 하나지.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균형이 깨질만한 일일까요?”

“아니, 그건 아닐 거야. 그 친구 성향상 극단적인 일은 벌이지 않아. 다만 아리우스 조가 남긴 것들의 분배 문제에서 힘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구먼.”


쇼커가 위스키를 음미했다. 리는 쇼커가 잔을 내려놓길 기다리고 물었다.


“많이 동조하겠죠?”

“일단 제임스 녀석은 힘을 주겠군. 조장이 된 것도 토니오 덕분이니.”

“이런 말씀 드리기 실례입니다만, 제임스 조가 조의 구실을 하고 있는 걸까요?”

“건방진 소릴 하는군.”

“죄송합니다.”


쇼커가 다시 잔을 들어 올렸다. 4분의 1쯤 남은 잔의 위스키 잔을 돌려보며 투과하는 빛을 감상했다.


“하지만 자네 말도 옳아. 확실히 그 조는 존재 자체가 애매해. 그런 조가 있으면 다른 조의 분파들이 헛된 꿈을 꿀 수도 있어. 도움이 안 된단 말이야. 조라는 단위에 의심이 생기면 안 되지. 때가 되면 천천히 정리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허, 딱한 처지시군. 제임스 씨.”


콜린이 던진 것은 소형 무선 마이크였다. 멋지게 문 틈으로 들어간 마이크는 디바이스와 연결되어 있었다. 화장실에서 그걸 통해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대강 들을만한 말은 다 들었다고 생각한 콜린은 디바이스를 껐다. 데이지와 조지가 기다리고 있을 차를 향하기 위해 콜린은 클럽 밖을 나섰다. 얼마인가 걷던 콜린은 이젠 눈에 익은 승합차를 발견하고 문을 열었다.


“좀 늦었네요? 무슨 일 있었어요?”


조지의 물음에 콜린이 대답했다.


“아니, 별일 없었어. 자, 여기 마약들 가져왔습니다.”


경찰들은 마약을 받고 똑같은 방식으로 순도를 쟀다. 콜린 역시 디바이스에 루이스가 말하는 농도를 적었다. 99.9%의 순도가 나오지 않은 것은 경찰들에겐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모두 99%에는 미치지 못하는군요.”


콜린이 말하자 루이스가 수긍했다.


“그렇습니다.”

“많이 아쉬우시겠습니다.”


루이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저희가 더 열심히 수사하면 될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배까지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세 사람은 배에 돌아오고 경찰과 헤어졌다. 진 빠지는 밤을 보낸 세 사람은 저마다 조종실 소파에 드러누워 정신을 가다듬었다.


“슬슬 씻고 자야겠네요. 저부터 씻어도 되죠?”


조지가 일어서며 말했다. 그러자 데이지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잠깐! 기다려. 나 할 말 있어.”

“뭔데요?”


콜린과 조지가 데이지를 바라봤다.


“아까 두 번째 거리에서 있었던 일인데, 중년 남자가 판매상이었거든. 내가 마약을 사는데 그 남자가 갑자기 나를 인질로 잡는 거야.”

“인질? 아니 뭐 때문에?”


콜린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데이지는 머릿 속을 정리하려는 듯 신음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마약을 사고 딱 나가려는 순간에 어떤 남자들이 계단을 올라왔어. 그러더니 그 아저씨가 권총을 꺼낸 거야. 올라온 남자들도 권총을 꺼냈고, 마약상이 나를 팔로 휘감아 인질로 잡은 거지. 그리고 어떤 대장 같아 보이는 녀석이 올라왔지. 클로어라고 하던데? 클로어가 말하길 울프 맨의 끄나풀이 아직도 여기서 장사하느냐고 했고, 마약상이 부정했어. 자기는 당신 조직원한테 마약을 맡겼을 뿐인데 왜 자기한테 그러냐고 억울해 했지.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내 머리에 구멍이 뚫릴 것 같아서 제압하고 마약 가져왔어.”


조지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데이지를 바라봤다.


“어떻게 하면 자기를 팔로 휘감은 총든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거죠?”

“여자만의 비밀이 있지. 아무튼 이런 일이 있었어.”


콜린은 턱을 손으로 매만졌다. 확실히 데이지가 겪었던 일은 희안한 일이긴 했다.


“울프 맨이라면 골든 혼과 경쟁하는 조직이야. 말이 경쟁이지 사실 한참 뒤떨어져서 골든 혼이 흘린 거나 주워 먹는 신세인데 말이지.”


이윽고 콜린이 데이지를 돌아봤다.


“정보 고마워. 제임스와 상의하도록 하지.”


데이지가 말했다.


“고맙긴 뭘.”


콜린은 지친 몸을 일으켜 디바이스를 꺼냈다. 조지는 호기심에 씻으러 가는 걸 멈췄다. 번호를 누르고 귀에 대자 제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자동차 정비소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경찰들이 맡긴 일은 끝났어. 우선 좋은 소식이 하나 있지. 그것부터 알려줄까?”


전화기 너머로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선 좋은 소식이 있다는 건 나쁜 소식도 있다는 것. 제임스는 나쁜 소식은 대책을 세워야 하니 나중에 듣는 것이 옳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일단 들어보지.

“자네나 자네 선배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증거들은 이미 완성됐어. 바로 보내주도록 하지.”

-그것참 잘된 일이군.

“다음은 질문이야. 클로어란 사람에 대해 알려줄 수 있겠나?”

-클로어? 그 녀석은 왜?

“우리 동료 중 한 명이 아까 클럽에서 마주쳤거든. 상황을 설명하자면 화이트 불렛을 사고 있는데 어떤 남자들이 눈앞에 나타났다고 하더군. 마약상은 그들을 경계했는지 권총을 꺼내 우리 동료를 인질로 잡았어. 다행히 호신술로 빠져나왔지만, 그때 그 녀석들이 하던 대화가 수상해서 말이야. 녀석들은 마약상을 울프 맨의 끄나풀이라고 불렀다더군. 마약상 녀석은 억울하다면서 부정했고 말이야. 일개 마약상이 당신네 경쟁 상대랑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나타난 남자들 가운데 한 명이 클로어였던 거지.”


이번에도 전화기 너머로 신음이 들려왔다.


-일단 울프 맨 따위를 우리 경쟁 상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그 점은 충분히 이해하네.”

-일단 클로어는 아리우스 조의 최선임 지부장 되는 놈이야. 가장 먼저 지부장이 됐지. 의심이 많은 아리우스가 후계자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자네 말대로 궁금한 건 왜 일개 마약상을 울프 맨의 끄나풀이라며 잡으러 갔냐는 건데······.


아리우스가 뭔가 감이 온다는 듯 조금 흥분하며 말했다.


-나와 내 선배에게 도움 될만한 증거가 모였다는 건, 우리가 관리하는 클럽들 중에서 순도 99.9%의 마약을 유통하지 않는 곳이 나왔다는 것 아닌가?

“나온 정도가 아니야. 어느 곳도 99.9%의 화이트 불렛을 파는 곳은 없었어.”


짝, 하는 박수소리를 콜린을 들을 수 있었다.


-아리우스 녀석, 아예 마약을 빼돌리고 모든 클럽에 낮은 순도의 마약을 풀었구먼.

“덕분에 경찰 수사는 넘긴 것 같지만 말이야. 순도 99.9%의 마약을 파는 마약상을 찾고 있었거든.”

-그렇게 된 거군. 아무튼 클로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 그 녀석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 것 같군.

“자기네 조직이 마약을 빼돌린 게 들킬 것 같으니까 애꿎은 마약상들한테 뒤집어씌운다는 거야?”

-뭐 어때? 우린 마피아들이라고. 그 정도 꾀는 내야 살아남을 수 있지.

“그리고 우리한테 들켜버렸구먼, 그래?”

-그렇지 제대로 걸렸지.


두 사람은 쿡쿡거리며 웃었다.


-증거가 하나 더 모였군. 덕분에 말이야.

“축하해. 레드 카프의 힘이 실리게 됐군.”

-그래서? 나쁜 소식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뭔가?


콜린은 잠시 생각했다. 아까 들었던 리와 쇼커의 대화를 말해도 되는 걸지. 짧은 시간을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


“자네 쇼커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나?”


이번엔 즉시 대답이 들려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마지막으로 들른 클럽에서 리와 쇼커를 봤어.”

-자네 안전한 것 맞나?

“그래. 몰래 따라가서 초소형 마이크로 대화를 엿듣게 되었지.”

-세상에 간도 크군. 걸렸으면 당신 죽었어.

“안 걸렸으니 된 것 아닌가? 그래서 그 녀석이 뭐라는 줄 아나?”

-말 해봐.

“너희 조가 다른 조들 사이에서 좀 애매하게 껴있는 처지 같던데. 쇼커는 너희 조를 나중에 천천히 없애겠다고 했어.”

-우릴 없앤다고?


제임스의 목소리는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쇼커란 양반과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 사람이 일개 갓 지부장이 된 녀석과 그런 대화를 나눴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진짜인가?

“녹음 파일이 있지. 들려줄까?”

-그래 한 번 들어보지.

“알려줄 건 이상. 끝이야. 좋은 밤 보내라고.”


전화가 끊겼다. 콜린은 음성 파일과 화이트 불렛의 순도를 적은 메모를 첨부해서 제임스에게 보냈다.




제임스가 전화를 끊자 곧 얼마 안 있어 메일이 도착했다. 제임스는 첨부된 메모 대신 우선 음성 파일을 열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실례입니다만, 제임스 조가 조의 구실을 하고 있는 걸까요?”

“건방진 소릴 하는군.”

“죄송합니다.”

“하지만 자네 말도 옳아. 확실히 그 조는 존재 자체가 애매해. 그런 조가 있으면 다른 조의 분파들이 헛된 꿈을 꿀 수도 있어. 도움이 안 된단 말이야. 조라는 단위에 의심이 생기면 안 되지. 때가 되면 천천히 정리할 거야.”]


제임스는 다시 파일을 뒤로 돌렸다.


[“확실히 그 조는 존재 자체가 애매해. 그런 조가 있으면 다른 조의 분파들이 헛된 꿈을 꿀 수도 있어. 도움이 안 된단 말이야. 조라는 단위에 의심이 생기면 안 되지. 때가 되면 천천히 정리할 거야.”]


그리고 계속 파일을 뒤로 돌렸다.


[“때가 되면 천천히 정리할 거야.”]

[“때가 되면 천천히 정리할 거야.”]


제임스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책상 위에 디바이스를 내려놓았다.


‘쇼커가 우리 조를 없애려고 한다라.’


제임스는 쇼커에 대해 생각했다. 회장의 나이는 어느덧 은퇴 시기에 접어들었다. 골든 혼의 부회장이라면 충분히 회장 자리를 탐낼만하다. 그가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우리 조를 없앤다니.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는 다른 조의 분파들이 헛된 꿈을 꾼다고 했다. 소규모의 조가 늘어나면 그것이 안 좋은 걸까? 포섭해야 할 조직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쇼커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는 있겠지.


정말로 그런 이유 때문만이라면? 민들레가 가는 길에 피어 있으니 밟고 지나가겠다는 것이다.


제임스는 콜린을 생각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리나 쇼커 모두 원수지간이다. 언젠가 두 파벌 중 하나가 사라져야 하는 상황이다. 가만히 두면 언젠가 콜린이 죽듯이 언젠가 제임스 조도 사라질 것이다.


“제대로 같은 배를 타게 됐군, 그래.”


제임스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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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첫 단추를 잇는 법 -5- 21.12.20 27 1 11쪽
70 첫 단추를 잇는 법 -4- 21.12.17 26 1 13쪽
69 첫 단추를 잇는 법 -3- 21.12.15 30 1 12쪽
68 첫 단추를 잇는 법 -2- 21.12.13 29 1 13쪽
67 첫 단추를 잇는 법 -1- 21.12.10 31 1 12쪽
66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6- (完) 21.12.08 29 1 16쪽
65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5- 21.12.06 36 1 12쪽
64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4- 21.12.03 29 1 12쪽
63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3- 21.12.01 29 1 12쪽
62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2- 21.11.29 29 1 14쪽
61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1- 21.11.10 33 1 12쪽
60 원한다면 와라 -4- (完) 21.11.07 32 1 13쪽
59 원한다면 와라 -3- 21.11.05 29 1 11쪽
58 원한다면 와라 -2- +1 21.11.03 37 1 12쪽
57 원한다면 와라 -1- +1 21.11.01 39 1 11쪽
56 도둑들 -3- (完) 21.10.29 29 1 15쪽
55 도둑들 -2- 21.10.27 33 1 13쪽
54 도둑들 -1- 21.10.25 35 1 11쪽
53 정치인과 꾸는 꿈 -6- (完) +1 21.10.22 33 1 12쪽
52 정치인과 꾸는 꿈 -5- +1 21.10.20 34 1 12쪽
51 정치인과 꾸는 꿈 -4- 21.10.18 32 1 12쪽
50 정치인과 꾸는 꿈 -3- 21.10.15 33 1 15쪽
49 정치인과 꾸는 꿈 -2- +1 21.10.13 33 1 12쪽
48 정치인과 꾸는 꿈 -1- 21.10.07 3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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