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일반소설

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6,033
추천수 :
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1.11.10 03:54
조회
33
추천
1
글자
12쪽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1-

DUMMY

“정말로 갈 거예요?”


조지는 등받이에 기대어 있는 콜린에게 물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있던 콜린이 옆에 두었던 레몬 소다를 마셨다.


“가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

“함정일 가능성이 있잖아요. 위험하지 않아요?”


콜린은 조지를 보지는 않았다. 다만 대답은 해주었다.


“그만한 조직에서 날 노리는 게 목적이었으면 그전에도 죽일 수 있었어. 해적선을 상대할 때나 많이 말썽이 되긴 하지만 피해를 감수한다면 호텔에서 처리할 수도 있었지. 그래도 하지 않았다는 건 저 제임스란 놈이 진심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거야.”

“그렇긴 하지만······.”


조지는 다른 걸 묻기로 했다.


“그럼 뭐하러 이런 난리를 친 거예요? 얌전히 파일만 메일로 보내면 우리가 응했을 텐데요.”

“그렇진 않았을 거야.”

“아니라고요?”


콜린의 부정에 조지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선 녀석들은 자기들이 나를 죽일 수 있으면서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어. 쉽게 말해 널 죽이는 데에 관심이 없다는 걸 말해주는 거지. 그리고 우리의 전력을 알아낼 필요가 있었을 거야. 만약 우리 전력이 형편없었으면 해적선을 상대하면서부터 도망쳤거나 의뢰를 안 받아들였겠지. 우리는 싸웠고, 덕분에 어떤 무기들이 있는지 그 녀석들이 알게 되었어. 덤으로 그 녀석이 말했던 것처럼 예상대로 움직여주는지도 알게 되었고 말이야.”

“우리 전력을 알아냈다고요?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잖아요.”

“귀찮게도 이 모든 걸 계획한 녀석이야. 전력을 알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 말은 곧 널 죽이는 데에는 어느 정도가 필요한지 알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지상에서 죽을 때는 신고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우주 한복판이라면 달랐다. 재수 없게 여러 가지 사유로 허공에서 부서져 간 배들은 실종되어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제임스라는 남자가 당장은 해를 끼치지 않아도 나중에 골든 혼이 콜린을 처치하러 나설 때도 가만히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일선에 나서지 않아도 정보를 얼마든지 조직에 알릴 수 있는 것이다. 콜린은 그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었다.


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콜린은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그나 데이지가 뭐라고 해도 생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숱하게 그래 왔듯이.


“좋은 전력일까요, 그 사람?”

“그 친구 입장에서도 쿠데타를 선언한 셈이야. 전력은 안 돼도 방해는 못 할 거야. 유감스러운 방식이 뭘 뜻하는 거겠어?”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콜린의 목숨이 걸린 것처럼 적도 골든 혼의 높은 자리에 오르는 데에 사활을 걸었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콜린이라면 그 동영상을 엉뚱한 곳에 유출하거나 하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그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디스크는 콜린의 방에 있는 금고에 넣어져 있다. 행여 바질 리브스 호에 도둑이 들어도 안전할 것이다.


그때 데이지가 조종실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다.


“밥 다 됐으니까 밥 먹어.”


그들은 식당으로 향했다.




“아아.”


조지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누웠다. 식사 후에 조종실 소파 대신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 들어간 건 오랜만이었다. 전등 하나가 밝히는 천장을 바라봤다. 투박하고 썩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눈을 깜빡이며 그 빛에 적응한다. 조금 나른하긴 했지만 잠이 오는 건 아니었다.


식사 전 콜린과 했던 얘기를 곱씹어 봤다. 콜린은 당연하다는 듯 얘기를 했었지만 조지는 콜린이 걱정되었다. 천천히 떠올려봤다. 콜린은 괜찮은 걸지, 너무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보험이 필요하지 않을지. 아쉽게도 이런 일에 휘말려본 적이 없는 그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깊은 갈등이었다. 결국 고민의 근원이 바뀌는 방향으로 생각은 틀어졌다. 콜린만을 걱정하고 있는 자신이 바보 같아진 것이었다. 콜린은 골든 혼만을 신경 쓰고 있는 채이고, 어쩌면 데이지와 자신을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다. 자신만 콜린에 대해 그런 일방적인 걱정을 하고 있다면 꽤 한심한 일이 아닐까 하며 우중충한 반발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어쩌면 데이지와 나를 신경조차 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건 아무리 지금 같은 상황이어도 너무 한 것 아닐까?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책상 위에 카메라가 보였다. 바질 리브스 호는 아직 가니메데에 있다. 며칠 뒤 어슐리어스 빌딩이 있는 지역으로 출발할 것이긴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콜린은 약속 당일 출발하겠다고 말했으니 사흘 동안의 자유시간이 생긴 셈이다. 방 안에 있어 봐야 할 일도 없고 답답한 기분을 전환하고 싶었다. 조지는 기지개를 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야구모자를 하나 골라 머리에 썼다. 조종실로 나오자 콜린과 데이지가 소파에 누워 있었다. 나갈 채비를 한 조지를 본 데이지가 물었다.


“어디 나가게?”

“답답해서요. 사진이라도 찍어보려고요.”

“얼마 만에 찍는 사진이지?”

“놀리는 거예요?”


데이지가 피식 웃었다. 조지는 웃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는 콜린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콜린, 저 나가요.”

“그래.”

“뭐 할 말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콜린이 이상하다는 듯 조지를 쳐다봤다. 잠깐 생각하는 듯하던 그가 입을 또 열었다.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고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바로 몸을 숨겨.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연락하고. 알겠지?”

“아······. 그래요.”


상투적인 그의 말에 조지는 자신이 실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살아온 인연만으로 그저 그런 말을 하는 것일 뿐이라면 그것만으로 좋은 걸까? 분명 아니다. 콜린은 그렇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지는 자신이 콜린의 상황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콜린은 다시 눈을 감았다. 해치를 나선 조지는 긴 한숨을 쉬었다.


날씨는 선선한 것이 적당했다. 환경의 변화는 생각의 전환에 도움이 된다. 밝은 빛을 본 조지는 여태까지 생각하던 것을 그만 생각하는 것에 엄청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밖에 나오지 않았으면 모르되 이왕 밖에 나온 거 괜찮은 사진이나 찍어가면 좋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멀지 않은 곳에 도시가 있었고 그곳으로 가면 스냅샷을 몇 장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걸으면 걸을수록 건물이 점점 빽빽해져 갔다. 조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눈에 담기는 작은 풍경, 골목길, 꽃과 나무 등 찍을만한 건 꽤 있었다. 심미안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의 잘못이라면 그건 아닐 테지만 어쨌든 조지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걷기만을 하게 되었다.


‘카페라도 가볼까?’


그가 요즘 봤던 사진들은 잡지에서나 커뮤니티에서나 카페 사진이 많았다. 혹시 괜찮은 구도를 발견할 수도 있었다. 창조는 모방에서부터 시작하는 법. 비슷한 풍경을 발견하고 찍는다면 실력 향상에도 괜찮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조지는 디바이스를 켜서 카페를 검색했다. 운이 좋게도 여러 곳이 있었다. 조지는 가볼만한 곳을 거르기 시작했다. 일단 가벼운 이미지를 가진 프랜차이즈 카페는 사양이었다. 캐주얼한 분위기를 가졌지만 덕분에 깊이가 없는 인테리어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깊이가 없는 인테리어란 것이 뭔지 정확히 설명할 능력은 없었지만 어쨌든 걸렀다.


가격대가 강한 곳도 유보했다. 사진을 찍는 재주는 없었지만 새 렌즈를 가지고 싶다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였으니까. 거기에 언제 어머니가 또 쓰러지실지 몰랐기에 월급의 일부분을 저축하고 있었다. 조지로서는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사진을 찍고자 한 잔에 천 솔라리가 넘어가는 값비싼 커피를 마시고 싶지는 않았다. 더불어 그런 가격대를 유지하는 카페의 분위기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갈만한 곳은 이 정도인가.”


근방에서 서너 곳의 카페를 뽑아봤다. 우선 갈 곳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내부 분위기를 보고 괜찮은 카페를 정했다. 카페 자체가 크고 좌석이 많은 곳이었다. 공장을 하던 건물 안을 개조해서 카페로 쓰고 있다고 했는데 그것이 딱딱함과 따스함 사이의 거친 매력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역시 제대로 설명해보라면 못할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걸어서 15분.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걸었다. 물론 오는 길에 찍을만한 것을 발견할 수도 있었으나 카페에서 어떤 구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던 조지는 거침없이 지나쳤다.


번화가에서 약간 벗어나 골목에 위치한 카페는 투박한 멋이 있었다. 지저분하고 난잡한 인테리어일 거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적당한 벽은 유리로 교체했고, 회색 콘크리트 벽과 천장은 도를 넘게 거칠지 않았으며 청소 또한 매우 잘 되어있었다.


‘빵은 좀 비싼 것 같은데.’


커피와 즐길 빵이 조금 비싼 것이 흠이었다. 그러나 큰 흠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는데 이유는 빵의 퀄리티를 보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크림과 과일이 우아하게 장식된 빵은 다른 공장에서 나온 것이 아닌 이 가게에서 직접 구운 것이었다. 유혹을 참을 수 없던 조지는 사이에 크림을 바른 페이스트리를 하나 골랐다. 아메리카노와 함께 쟁반에 들고 적당한 자리를 찾은 조지는 한눈에 카페 풍경이 보이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앉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뷰파인더 너머로 주위를 둘러봤다. 줌을 이리저리 돌리고 프리셋을 만져본다.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한 조지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커피잔을 들었다. 살짝 홀짝이고는 잔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늘 디바이스로 우주에서 밖에 보이는 별들만을 찍었다. 그러다가 사진에 흥미가 생겼기에 카메라를 샀다. 조지는 카메라로 여태까지 찍었던 사진들을 돌려봤다. 찍었을 땐 몰랐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쓸만한 사진이 없었다. 이쯤 되니 소질이 없는 건가 생각을 해봤지만 카메라는 환불할 수 없었다. 페이스트리를 베어 문 조지는 단맛을 느끼며 마음을 다잡았다. 찍다 보면 실력은 나아지고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거라고. 다시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둘러봤다.


‘오, 저 구도는 꽤 괜찮은데?’


언젠가 커뮤니티에서 봤던 것과 흡사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잘만 찍으면 비슷하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렌즈의 줌을 조정해서 적당한 배율을 잡았다. 사실 원근감이라는 게 있으니 거리도 같이 재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조지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조명 또한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셔터를 눌렀다. 뷰파인더에서 눈을 때고 LCD창으로 찍힌 사진을 보았다. 어떤 창작자든지 자신이 방금 만든 작품은 이상한 점을 찾기 힘들다. 조지 역시 늘 그랬다. 아까까지의 낙담이 거짓말인 것처럼 스스로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찍었던 사진들과 비교하며 좋은 카페에 오길 잘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잔잔한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누군가가 바로 건너편의 의자를 당기는 기척이 났다.


고개를 들자 젊은, 아니 어리다고 할 수 있을 여자가 벌레를 씹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당연하다는 듯 당당하게 다리를 꼬는 것이 그 불쾌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7 순도 99.9% -5- (完) 22.01.05 31 1 17쪽
76 순도 99.9% -4- 22.01.03 28 1 12쪽
75 순도 99.9% -3- +1 21.12.31 29 1 12쪽
74 순도 99.9% -2- 21.12.27 24 1 12쪽
73 순도 99.9% -1- 21.12.24 26 2 16쪽
72 첫 단추를 잇는 법 -6- (完) 21.12.22 25 1 12쪽
71 첫 단추를 잇는 법 -5- 21.12.20 27 1 11쪽
70 첫 단추를 잇는 법 -4- 21.12.17 26 1 13쪽
69 첫 단추를 잇는 법 -3- 21.12.15 30 1 12쪽
68 첫 단추를 잇는 법 -2- 21.12.13 29 1 13쪽
67 첫 단추를 잇는 법 -1- 21.12.10 31 1 12쪽
66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6- (完) 21.12.08 29 1 16쪽
65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5- 21.12.06 36 1 12쪽
64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4- 21.12.03 29 1 12쪽
63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3- 21.12.01 29 1 12쪽
62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2- 21.11.29 29 1 14쪽
»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1- 21.11.10 34 1 12쪽
60 원한다면 와라 -4- (完) 21.11.07 32 1 13쪽
59 원한다면 와라 -3- 21.11.05 29 1 11쪽
58 원한다면 와라 -2- +1 21.11.03 37 1 12쪽
57 원한다면 와라 -1- +1 21.11.01 40 1 11쪽
56 도둑들 -3- (完) 21.10.29 29 1 15쪽
55 도둑들 -2- 21.10.27 33 1 13쪽
54 도둑들 -1- 21.10.25 35 1 11쪽
53 정치인과 꾸는 꿈 -6- (完) +1 21.10.22 33 1 12쪽
52 정치인과 꾸는 꿈 -5- +1 21.10.20 35 1 12쪽
51 정치인과 꾸는 꿈 -4- 21.10.18 32 1 12쪽
50 정치인과 꾸는 꿈 -3- 21.10.15 33 1 15쪽
49 정치인과 꾸는 꿈 -2- +1 21.10.13 33 1 12쪽
48 정치인과 꾸는 꿈 -1- 21.10.07 37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