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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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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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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2
추천수 :
396
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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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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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도둑들 -1-

DUMMY

화성과 목성 사이에 소행성대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무장이 그리 강하지 않은 칼리스토와 비견할 수 있을 텐데 칼리스토가 소규모 갱과 마피아의 온상이라면 소행성대는 조직 없는 잡범과 해적의 천국이었다.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지만, 누구나 눈치를 봐야 한다. 누구나 터를 잡을 수 있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소행성대만의 불문율이다. 그러니 이 남자, 렉터가 조마조마하며 주위를 살피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른 소행성에서 건너온 녀석들이 나의 뒤통수를 치지는 않나 주의하며 다니는 일도 그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소행성 구석에 자신의 소형정을 두고 온 그는 이젠 중형전투기에 도착했다. 렉터는 카드를 대고 해치를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중형전투기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큰 것도 아니고 달고 있는 무기도 대단치 않은 것들이었다. 코너를 하나 돌아서 잠깐 직진하는 것만으로 렉터는 조종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늦었네.”


조종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뒤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아, 미안. 소형정을 어디에 정박해둬야 할지 고민을 좀 했어.”

“어디에 뒀는데?”

“바로 뒤에 언덕 옆에.”

“가까이 뒀네. 그래서 쓸만한 정보는 들었어?”


렉터가 뚜벅뚜벅 걸어와 배낭을 테이블에 툭 던졌다.


“물론. 거기에 덤도 좀 있지.”


남자가 조종석에서 일어났다. 테이블로 다가오더니 배낭을 열어본다. 피식 웃으며 배낭을 뒤집자 지갑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실력은 여전하군, 그래.”

“생각보다 적은 양이지 않아?”


렉터가 낄낄거리며 농을 던졌다. 그때 돈 냄새를 맡은 양, 팔목에 문신한 남자가 복도에서 나타났다.


“렉터가 왔어? 근데 선물을 가지고 온 모양이네.”

“받고 싶으면 빨리 오라고. 아, 그 전에 엄마는?”

“식사하고 주무시는 중이야.”

“그래? 자랑은 내일 해도 되겠지. 와서 지갑 안에 내용물 좀 같이 빼줄래?”

“알았어.”


문신을 한 남자는 하품을 하며 테이블로 다가왔다.


“카일, 너도 와서 도와줘.”


렉터의 말에 테이블 앞에 서 있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세 사람은 모여서 지갑 안에 현금과 카드, 신분증을 빼서는 따로 모아놨다. 제법 많은 지폐가 쌓였고 신분증에 적힌 개인정보 역시 팔면 며칠 먹고 살 만한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카드야 우주 밖으로 던지면 처리 완료였다. 그런 일종의 작업을 하며 세 사람은 얘기를 나눴다.


“이틀 다녀온 것 치고는 많이도 털었네. 그렇게 허술한 녀석들이 많았어?”

“치안 좋은 곳에 사는 녀석들일수록 멍청하지.”


세 사람은 킥킥거리며 모르는 사람들을 비웃었다. 그러다가 카일이 물었다.


“그래서 정보는 어떤데?”

“뭐? 무슨 정보?”


문신한 남자는 처음 듣는다는 듯 어리둥절했다. 어처구니없다는 듯 카일이 대답했다.


“센, 너는 우리 일에 관심을 좀 더 가질 필요가 있어. 엄마도 말씀하셨잖아.”

“아, 맞아. 깜빡하고 있었을 뿐이야. 화성에 가서 무슨 정보를 찾는다고 했었잖아. 맞지?”


그 말에 렉터가 대답했다.


“정확히는 마약이지.”

“마약이라고?”


센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다 말고 물었다.




“콜린 씨, 이거 언제까지 여기에 둘 거예요?”


조지가 조종석 옆에 있는 위조지폐가 든 서류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콜린은 5천만이라는 거금이 든 그 가방을 조종석 옆에 두고 떨어트리지를 않고 있었다. 비록 가치라곤 같은 무게의 새 종이보다 못했지만, 콜린에겐 다른 것 같았다.


“저번처럼 경찰이 영장을 가지고 들어올 일이 생기면 어떡할 거예요? 그대로 걸리면 우리는 줄줄이 쇠고랑을 차게 될 거라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일단 놔둬.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내가 뒤집어쓸 테니까 말이야.”


콜린은 위조지폐를 버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선 이건 지금 그가 유일하게 가진 골든 혼과의 연결 고리였다. 금성에서 조직인 좋은 친구들의 위조지폐를 가지게 된 그였다. 좋은 친구들이 가니메데의 골든 혼과 거래를 하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어딘가 써먹을 구석이 있을지 몰라서 위조지폐를 품에 두고 있던 차였다. 데이지와 조지는 그 종이 쓰레기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그리고 왠지 재수가 없어 보여요.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우환이 생길 게 뻔하다고요.”


콜린은 한숨을 쉬었다. 조지는 흠칫하며 놀랐다. 너무 기어올랐던 건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조지. 나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 있어. 그건 알고 있을 거야. 너희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리고 이 물건은 나한테 유일하게 남은 단서고. 어쩌면 버리는 게 좋을지도 몰라. 버려도 상관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왠지 버릴 수가 없어. 무슨 일이 생기든지 너희에게 피해는 안 가게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콜린이 화를 내지 않자 조지는 걱정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저번에 콜린이 데이지와 얘기할 때까지만 해도 조직에 복수하려는 마음이 진심일까 싶었다. 그 마음이 굳건하다는 것을 방금 콜린의 말을 들으면서 알게 되었다. 일개 개인이 대단한 조직을 어떻게 격파해 나갈지를 모르지만, 콜린은 그걸 해내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콜린의 마음을 돌릴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얘기들 하고 있었어?”


데이지가 조종실로 들어와 물었다. 조지가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요?”

“어디 갔다 오긴 밥하고 왔지. 다들 먹으러들 와.”


그제야 조지가 탄식하며 시계로 눈을 돌렸다. 천장에 시계뿐만이 아니라 그의 생체시계도 영양분을 보급해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콜린과 조지는 데이지를 따라 식당으로 갔다.


“이젠 슬슬 알려줄 때도 되지 않았어?”


닭고기와 감자샐러드를 먹던 데이지가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 콜린과 조지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슬슬 말해줄 때가 되지 않았어? 설마 명왕성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데이지의 물음에 조지는 콜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게요.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사정이 있으니까 나중에 알려준다더니 그 나중이 언제예요?”


콜린은 포크를 내려놓았다. 두 사람은 콜린을 계속 쳐다봤다. 잠깐의 침묵이 있고서 콜린이 입을 열었다.


“가니메데.”

“가니메데요?”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이, 그거 좀 위험한 거 아냐? 당신 큰일 날 수도 있을 텐데 괜찮겠어?”

“콜린 씨, 그건 범의 아가리에 목을 넣는 꼴이라고요. 무슨 의뢰든 거절하고 다른 걸 받는 게 좋지 않겠어요?”


두 사람의 우려가 깊어져 갔다. 그런 반응을 보일 것을 알았기에 최대한 늦게 알려줄 예정이었다. 시간이 됐고 이제 콜린은 두 사람을 안심시켜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


“조직의 세력권에서 좀 떨어진 곳이야.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 가니메데에는 그 조직만 있는 게 아니라고.”


데이지와 조지는 더한 반대를 할 수 없었다. 행선지는 정해졌고 가니메데라면 곧 도착할 곳이었다. 출발 전이라면 몰라도 더는 말해봤자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인지 데이지가 물었다.


“정말 안전한 거 맞아?”

“그래,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를 들어보니까 바로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하는 일이야. 잠깐 들르면 되는 일이니까 진정들 해.”


그의 말에 식사는 계속됐다.




돈을 빼다 만 센에게 카일이 말했다.


“센, 손이 멈췄어.”


센은 다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렉터에게 물었다.


“마약이라니 무슨 소리야? 우리가 마약상이라도 되는 거야?”

“처음은 아니지만, 최종적으로는 그렇게 되겠지.”

“제대로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


렉터는 카드를 빼면서 말했다.


“며칠 전에 마약상 녀석들이 하던 얘기를 들었어. 금성에서 어떤 조직이 가지고 있던 마약을 급히 처분한다는 소식이었지. 그 녀석들, 위조지폐 건 때문에 조직이 날아갈 위기라서 마약을 싸게 처분해서 윗대가리들의 보석금을 내야 한다더라고. 그리고 그걸 화성에 어떤 조직이 샀는데 그쪽이 총리가 마약과의 전쟁인지 뭔지 그런 걸 선언해서 화성 내부에선 팔기 힘들어졌다고 하더라고.”

“그쪽 총리는 왜 갑자기 그런 걸 선언한 거야?”


센의 물음에 카일이 대답했다.


“선거철이니까 그렇지. 만만한 게 범죄자니까 그런 걸 때려잡으면 지지율이 오르잖아.”


렉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마약이 어디로 가냐. 바로 우리가 있는 소행성대를 지나쳐 가니메데로 간다 이 말씀이야.”


거기까지 말하자 센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걸 운반하는 우주선이 바로 우리 다음 타겟이란 거구먼.”

“그렇지.”


얘기가 통하자 렉터도 웃음을 지었다. 웃지 않는 건 카일 뿐이었다.


“둘 다 손이 멈춰있잖아.”


카일의 말에 렉터와 센은 다시 열심히 지갑과 내용물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15개는 되는 지갑도 세 사람이 같이 안에 든 것을 빼내니 금방이었다. 현금은 묶어서 금고 안에, 신분증은 서랍에, 카드는 명함과 같이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들이 일을 마쳤을 때, 후덕한 중년의 여자가 조종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 주무신다고 들었는데요?”


렉터의 말에 엄마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이 안 오는구나. 센, 부엌에서 허브차를 좀 해다 주겠니?”


엄마의 말에 “예.”라고 말한 센이 부엌으로 갔다. 엄마는 소파에 앉아 렉터에게 물었다.


“그래, 렉터. 정보를 얻으러 갔다더니 소득은 좀 있었니?”

“정보만 있던 게 아니에요. 부수입도 있었는데 현금만 거의 10만 솔라리나 되던걸요?”


카일의 말에 엄마가 미소 지었다.


“그래. 정말 수고가 많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렴.”


센이 차를 타올 동안 렉터는 아까 두 사람에게 했던 말을 엄마에게 들려줬다. 그녀는 크게 흡족해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큰일을 한번 할 수 있게 됐구나. 갔다 오느라 고생 많았어.”


너그러운 그녀의 목소리에 렉터가 얼굴을 멋쩍은 듯 웃으며 좋아했다. 곧 센이 차를 가져오자 그녀가 한 모금 했다.


“다들 얘기는 다 들었지? 이번에 크게 한탕 하면 좀 쉴 수 있을 거야. 꼭 성공해서 거금을 손에 넣도록 하자. 렉터. 그 마약을 운반하는 배에 대해 아는 걸 알려주겠니?”

“네, 커다란 녹색 배라고 했어요. 출발 시간으로 보면 틀림없이 이 근처를 지나칠 예정이고요.”


그들의 말을 듣던 카일이 물었다.


“마약의 양은 얼마나 되고 추후 누구한테 팔 건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3kg 정도 되고 옆 구역의 마약상 놈들한테 팔면 짭짤하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렉터의 대답의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의 전력은 얼마나 되지?”

“10명 정도로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선체는 중무장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돼요. 현상금이 걸린 놈들이라 눈에 띄는 무장을 하기 꺼려질 테니까요.”


엄마가 미소를 지었다. 아까와는 다른 교활한 웃음이었다.


“좋아. 그럼 작전을 세워야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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