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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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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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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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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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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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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5-

DUMMY

길을 건너 거리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소피아가 티 나게 좌우를 살피는 것이 더 수상해 보일 정도였다. 보다 못한 조지가 소피아에게 지적했다.


“저기, 그렇게 두리번거리면서 다니면 오히려 눈에 띄어요.”


소피아는 약간 놀란 듯 말했다.


“제가 그렇게 보였나요?”

“네. 긴장 풀고 평소처럼 걸어요. 어차피 그 사람들은 다 기억하고 있고 저도 눈치 보면서 걷고 있으니까요.”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곧 아까와는 다르게 주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걷는 것이었다. 이번엔 그래도 주위 신경을 좀 쓰라고 말해야 하나 싶었던 조지는 큰 의미가 없을 지적인 것 같아 단념했다.


깔끔한 분위기의 샌드위치 가게가 조지의 눈에 띄었다. 아마 저곳이 소피아가 들렀다던 가게일 것이다. 가게를 지나치자 거리 입구가 보였다. 적당히 큰 번화가의 모습이다. 소피아는 이곳을 돌며 연인을 찾았다고 했다. 큰 규모의 거리에서 혼자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을 상상한 조지는 그것이 꽤 힘든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거기 두 사람. 잠깐 서 줄래?”


대화 없이 걷던 두 사람에게 두 명의 경찰이 다가왔다. 조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시죠?”


조지가 보기에 경찰들의 표정은 조금 난감한 표정이었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는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서로 마주 보더니 조지의 물음에 대답했다.


“다른 건 아니고. 조금 시간을 내줄 수 있을까?”


조지는 그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경찰이 무슨 일로 용건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시간을 내달라고 한단 말인가. 그가 옆을 보자 소피아는 경찰들이 짓는 표정보다 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도 굉장히 불쾌한 기색을 섞어서. 조지는 뭔가 잘못 걸린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무슨 일 때문이죠? 용건을 말해주셔야죠.”


경찰들은 눈치를 보더니 소피아를 향해 물었다.


“학생, 이름이 소피아지? 따라와 줬으면 하는데.”


위험하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위험하다. 그렇게 느낀 조지가 시민의 권리를 들어 임의동행을 거부하려 할 때였다. 그의 귓속에 속삭이는 말이 들려왔다.


“뛰어요!”


소피아가 조지의 손목을 잡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조지는 그대로 이끌리더니 이내 제 속도를 찾아 스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경찰들 또한 달리기 시작했고, 거리에선 그들만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가 빠져나가길 반복했다. 얼마간 달리자 조지와 소피아는 뒤에서 우당탕하는 소리를 들었다.


소피아는 호기심에 뒤를 돌아보려 했다. 조지가 급히 말했다.


“돌아보지 말고 뛰어요!”


그 말이 맞았다. 뒤에서 경찰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든지 이제 그들의 책임인 것이다. 도망치는 입장에서 알 필요야 없다. 소피아는 정면을 보고 다시 빠르게 사람들 속으로 숨어들었다.


인근의 룸카페로 들어간 조지와 소피아는 맨 안쪽의 방을 잡았다. 소피아는 넓지 않은 방에 앉아 손으로 관자놀이를 받히고 있었다. 여유가 생긴 조지는 어떻게 공권력이 한낱 여학생을 찾게 되었는지 당사자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소피아가 한숨을 길게 쉬자 조지가 물었다.


“방금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으면 하는데요?”

“설명이요?”

“당신이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면, 아무런 혐의도 없는 학생을 잡는 데에 경찰력이 동원되는 게 상당히 이상한 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하거든요.”


소피아는 허공을 응시하며 뒤통수를 벽에 대었다.


“아, 아마 우리 아버지가 한 일일 거예요.”

“당신 아버지가 뭔데요?”

“이 지역 경찰서장이요.”

“세상에.”


조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경찰들이 왜 머뭇거렸는지 알 법했다.


“경찰서장이나 되시는 분이 실종신고를 해서 정식으로 처리하시려는 생각은 못 하신 건가요?”

“무슨 뜻이죠?”

“아니, 그렇잖아요. 아까 그 경찰들은 분명 사건을 맡아서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어요. 위에서 몰래 시키는 일을 하느라 곤란해하는 눈치였지. 무슨 마피아도 아니고 위에서 까라면 까는 게 경찰들의 일 중 하나라니 불쌍하기 짝이 없네요.”


아마도 서장의 개인사에 철저하게 이용당하는 경찰들은 분명 이런 일까지 해야 하냐는 고뇌를 안고 있었으리라.


“경찰서장 딸이 가출한 걸 어떻게 실종이라고 해요, 집안 부끄럽게!”

“맙소사, 얼마나 대단한 집안인가 했더니 그래도 지체 높은 집안인 건 맞았군요.”

“계속 비아냥댈 거예요?”


조지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서 계속 다투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지역 경찰이 서장의 가족일 해결에 동원된다는 건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 걸 지적하는 것보다 다른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밖에 사람이 엄청 많던데 평소에도 이렇게 많아요?”

“왜 그런지 몰라요?”

“네?”


소피아가 조지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조지는 살짝 짜증을 내며 말했다.


“되물었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가르쳐주시죠?”

“축제잖아요. 저녁에요. 시에서 주관하는 거요.”


조지는 그런 귀찮은 일이 있냐는 생각을 했다.


“전 외지인이라 잘 몰라요.”

“아, 그랬어요? 그건 몰랐네요. 고향은 어딘데요?”

“유로파요.”

“그렇군요.”


소피아는 예의상 물어본 양 조지의 고향에 대해 더 캐묻지 않았다. 조지는 그토록 차분한 소피아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괜찮은 거예요?”

“뭐 가요?”

“축제라면 사람이 많을 테고 그 말은 곧 당신 남자친구분을 찾기 더 어려워질 거라는 말이잖아요.”


소피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조지는 그녀가 정말 몰랐던 거라면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나았을까 생각했지만, 쌓여가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그런 생각은 저편으로 치워졌다.


“이제 어떡하면 좋죠?”

“뭘 어떻게 해요? 글쎄요. 상황은 굉장히 좋지 않아요. 사람이 많아지는 만큼 경찰은 많아질 테고, 그럼 우리가 당신 남자친구를 찾을 확률은 낮아졌어도 경찰한테 걸릴 확률은 그대로겠죠.”


소피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지는 면역력이 발휘되었는지 슬슬 못 봐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또 울려고 하네. 부탁이니까 그러지 말아요.”


소피아는 휴지를 집어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작은 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고는 화장을 고쳤다.


‘화장을 고칠 정신은 있는 건가.’


화장을 고치는 건 금방 끝났다. 소피아는 그사이 무언가 결심한 듯 결의에 찬 표정을 보였다. 그녀가 조지를 바라봤다.


“왜, 왜요?”


어린 여자가 그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조지에게는 조금 부담이 되었다. 그런 걸 알 리 없는 소피아는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가야겠어요. 그 사람을 찾을 거예요.”

“갑자기요?”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서 찾지 않는다면 다시는 그 사람을 보지 못하겠죠. 그럴 바에야 아무리 위험해도 찾으러 나가는 게 확실히 낫겠죠.”

“아니, 그런 게 궁금한 건 아니었는데요.”

“그럼 뭔데요?”

“갑자기 주동적이고 용기 있는 말을 하길래······.”


노려보는 소피아에게 흠칫 놀란 조지는 몸을 살짝 뒤로 뺐다. 그러나 의외로 날이 선 욕설은 들려오지 않았다.


“거울을 보면서 느낀 건데, 제 얼굴이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가 없었어요. 여기서 울면서 주저앉으면 진심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거겠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 그렇죠.”


조지는 왠지 모르게 동의를 해버렸지만, 다시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소피아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조지에게 말했다.


“가요. 빨리요.”


그렇게 빠른 감정 변화를 보지 못했던 조지는 당황하며 일어섰다. 두 사람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던 점원을 뒤로한 채 룸카페를 나갔다.


“어디로 갈지는 정했죠?”


조지의 물음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역시 아까 그 카페 쪽 라인을 넘어가서 돌아다니는 게 제일 좋겠죠? 찾아보지 않았던 곳이니까요.”


조지는 당장 대답하지는 않았다. 대신 자기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서 소피아에게 건네줬다.


“이건 왜요?”

“일단 쓰세요. 얼굴은 가리는 게 낫잖아요?”


소피아는 그 말에 수긍했다.


“고마워요.”

“그나마 모자가 잘 어울리는 옷이어서 다행이네요.”


하늘하늘한 원피스 같은 걸 입고 있었으면 오히려 눈에 띌 뻔했다. 조지는 말을 이어갔다.


“아깐 그런 말도 나왔지만 정말 당신 남자친구가 이 거리를 다니고 있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천천히 이 거리를 뒤져보는 게 낫겠죠.”

“그런가요?”

“가게 안을 찾아다니는 건 수상해 보일 테니 일단 거리만 보는 걸로 하고요. 경찰은 내가 볼 테니 주변 사람들 확인하는 것만 신경 쓰세요.”

“네.”


확고한 결의가 소피아의 눈에서 보였다. 조지는 아까처럼 울기만 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가죠. 사람들 더 많아지기 전에요.”




해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는 것이다. 주홍빛 노을이 눈에 스며들기 시작하니 데이지와 에릭도 잠시 숨을 돌리게 되었다.


“거리가 꽤 크네요.”


데이지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말했다.


“처음엔 별로 안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꽤 시간이 드네요. 벌써 해도 지고 말이죠.”

“솔직히 금방 찾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너무 오래 걸리긴 하네요.”

“거기다가 점점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오늘 무슨 날인가요?”

“시에서 주관하는 축제에요. 모르셨어요?”

“축제요?”


데이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릭이 말했다.


“네. 이쪽 거리에서 길 통제해서 퍼레이드도 하고, 가수도 초대하고, 찻길 쪽으로 가보면 벌써 노점상들도 많이 있을 거예요.”

“그래요? 이쪽 출신이 아니어서 몰랐네요.”

“아,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하셨죠.”


두 사람의 대화가 잠시 끊겼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말을 먼저 꺼낸 것은 데이지였다.


“슬슬 가보죠?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은 점점 많아질 거라고요.”


에릭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슬슬 자신이 없어지네요. 어쩌면 그녀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요?”

“그건 모르는 일이잖아요.”

“사실 그게 더 나은 걸 수도 있어요. 여자친구네 집은 저랑은 달리 사회적인 지위가 있으니까요. 저 같은 건 빨리 잊고 다른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보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죠.”

“비관적인 생각을 현실에 덮어서 포기하려 하지 말아요.”


에릭이 데이지를 돌아봤다. 무언가 말하려고 하더니 결국 입술을 다물었다. 데이지가 말을 이었다.


“아직 거리를 다 찾아다닌 건 아니에요. 거리의 끝까지는 조금 남았어요. 거기에 당신 여자친구가 없다고는 못하잖아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아야죠. 당신을 애타게 찾고 있으면 어떡해요?”


에릭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차마 그러지 않는 모습이었다. 데이지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자 에릭 역시 데이지를 따랐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열심히 시네요.”


에릭의 말은 약간 비꼬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었지만 데이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태까지 열심히 찾았는데 나 못하겠습니다. 하고 갈 수는 없잖아요?”


에릭이 피식 웃었다. 데이지는 뭐든 웃음이 났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의 가게들과 거리를 뒤져봤지만, 에릭의 연인이 모습을 보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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