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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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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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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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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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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치인과 꾸는 꿈 -5-

DUMMY

콜린이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오는 빛이 없었다. 콜린은 자기가 눈을 뜬 건지 의심이 갔다. 몇 번 눈을 깜빡인 후에야 콜린은 자신이 빛이 거의 없는 방에 갇혀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하인가?’


콜린은 벽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문고리를 잡을 수 있었으나 그것은 역시 굳게 잠겨 열리지 않았다. 대략적인 방의 크기를 가늠한 콜린은 주머니를 뒤졌다. 권총이며 디바이스까지 중요한 물건은 모조리 빼앗긴 것 같았다.


“빌어먹을 자식들 같으니.”


다음부터는 절대로 남이 주는 음료는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애꿎은 벽을 발로 찼다. 저음이 공진하는 특유의 주파수 덕분에 쿵 하는 소리가 울렸다. 아쉽게도 벽이 깨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시 고요함 속에 갇힌 콜린은 상황을 파악하길 시도했다. 정체 모를 약을 탄 차를 먹이고 나를 이 방 안에 두었다. 죽이지 않고 살렸다는 건 나에게 캘 정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녀석들은 다시 이 방에 올 것이다. 고문을 당할 가능성은 작지 않다.


고문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자마자 콜린은 몸서리를 치우는 듯했다. 콜린은 정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이렇게 된다면 그놈들이 올 때까지 피폐해질 상상 밖에 할 수 없다. 콜린은 억지로 그들이 원하는 정보가 뭔지 생각하려 애썼다. 그들의 질문을 맞추려 애썼다. 방 중앙에 앉아 조용히 생각했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의 습기가 올라오는 듯했다. 두려움을 느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렸다.




데이지와 조지, 제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 거리는 몹시 짧았기에 세 사람은 도착한 곳이 조지와 제리가 찍었던 저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건을 벗을 수 있게 된 건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였다. 1층의 문을 열자 6명의 남자들이 그들의 두건을 벗겼다. 습기 냄새가 세 사람의 코를 찔렀다.


“내려가.”


총구가 허리를 찌르고 두 손이 포박당한 채로는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하실에는 여러 방이 있었다. 철창 감옥 같은 곳은 아니었지만 방의 모든 문은 철로 된 단단한 문이었다. 거기에 모든 방문은 밖에서 잠글 수 있게 되었다. 남자들의 협박에 못 이긴 세 사람은 그 방 중 한 방으로 몰이를 당하듯 들어가게 되었다.


세 사람이 들어가자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세 사람이 탄식했다.


“잘 됐구먼. 항상 숙면을 취하고 싶었는데 이런 호텔 방을 들어오게 해줬으니.”


제리의 말에 데이지가 말했다.


“이 봐요, 아저씨. 그 점은 미안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좀 건설적인 말을 해줬으면 하거든요.”

“건설적이긴 얼어 죽을. 그럼 우선 절망스러운 사실을 재확인해볼까? 혹시 디바이스를 운 좋게 안 빼앗긴 사람 있나? 그럴 리 없지.”


데이지와 조지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물론 방이 어두웠기 때문에 제리가 그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난 총도 빼앗겼어.”


데이지의 말에 제리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내었다.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데이지가 이어 말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궁금한 거나 서로 알아가 보자고. 내가 가장 신경 쓰인 게 뭔지 알아? 자기네 사진 한 방 찍었다고 이렇게 지하실에 가둬 놓는 경우가 어딨냐는 거야. 난 처음에 그냥 사진기나 좀 보고 삭제하라고 을러댈 줄 알았어. 뭔가 켕기는 게 있으니까 우리에게 이런 대접을 하는 거겠지?”

“저도 그 점이 신경 쓰이는데요? 카메라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눈앞에서 부수지는 않았잖아요?”


조지의 추임새를 받아 데이지가 계속 말했다.


“내 추리는 이거야. 우리는 오늘 이 지역에 왔다 이거야. 이 지역에 살던 사람은 당신 밖에 없어. 그러니까 당신이 뭐 하던 사람인지 알아야겠어. 또 당신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었는지도 말이야.”

“날 의심하는 거야?”

“뭐, 당신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 그래도 우리 중엔 가장 당신 때문일 가능성이 높거든. 당신 역시 이 건물을 카메라로 계속 찍었잖아? 감시하듯이 말이야. 조지처럼 쫓길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말해 봐. 당신에 대해서.”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는 제리가 한숨을 쉬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던 데이지와 조지는 경청하기 시작했다.


“난 기자야. 여러 사건을 취재하다가 이 저택의 주인인 조직이 불법 정치 자금과 관련된 정황을 포착했어. 그래서 여길 오게 된 거야.”

“죽치고 앉아서 사진만 찍고 있던 이유는 뭐야? 증거를 수집하러 다녀야 하는 거 아니야?”

“오늘 녀석들에게 현금이 전달된다는 말을 들었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조직원이 아닌 사람이 조직에게 무언가 전해주는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네가 나타나서 모든 일을 망치려고 했지.”


데이지는 얘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마 당신에 대한 얘기는 조직 안에서도 돌고 있었나 보군. 그래서 조지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흥분했던 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듣던 조지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전 별것도 아닌 일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거예요? 어이가 없네.”


그 말에 제리가 발끈했다.


“별것도 아닌 일이 아니야! 민주주의를 우롱하는 세력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어? 어이가 없는 건 네 태도야.”


뜬금없이 화를 내는 제리에게 조지는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 그래요. 알았어요. 그래도 억울한 건 사실이에요.”

“그 점은 이해하지. 네 잘못이라고는 폭력단의 거처를 찍었다는 것 뿐이니까.”


데이지는 잠시 생각한 뒤 질문했다.


“그런데 내가 처음에 당신을 협박했을 때 말이야.”

“협박했다고는 인정하는군.”

“아무튼 말이야. 당신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었잖아. 내가 소리를 질러 당신이 잡히면 당신도 저 여자의 동료를 당신네가 쫓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올 수도 있었는데 왜 그러지 않았던 거야?”

“그게 왜?”

“솔직히 잘 협박당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해서.”


제리가 한숨을 쉬었다.


“남이 나를 칼로 찔렀다고 해서 내가 칼로 찌를 순 없잖아.”

“착한 사람이군.”

“너무 원칙적인데요.”


데이지와 조지의 말에 제리가 피식 웃었다.


“맘대로 생각하셔. 그래서 여긴 어떻게 나갈 거야?”

“일단 이 묶인 손부터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두 사람은 조지의 말에 동의했다.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데이지의 머리에서 생각이 번뜩였다.


“제리, 당신. 주머니에 술이랑 라이터 아직 가지고 있어?”

“그렇긴 한데?”


데이지는 해볼 만한 일이 떠오른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손이 묶여있지 않았다면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노끈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거야.”

“잘못하면 화상을 입을 텐데 누구 손목에 불을 지지려고?”


데이지는 말을 멈추었다. 그때 조지가 나섰다.


“제가 할게요.”

“뭐?”

“제 손목에 불을 갖다 대세요. 노끈이 끊어지면 제가 여러분들 끈도 풀어드릴게요.”


결의를 다진 목소리로 말하는 조지의 각오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은 없었다. 데이지가 제리의 주머니에서 힘겹게 라이터를 꺼냈다. 제리는 꺼낸 라이터를 잡고 불을 켰다.


“자, 그럼 가져가 댄다?”


제리의 말에 조지는 “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은 아무도 보지는 못했지만 이미 그들은 조지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끄악, 악! 껙! 으으으아! 뜨, 뜨, 뜨거······ 으으.”


괴상한 소리를 내며 온몸을 비트는 조지에게 데이지가 말했다.


“조지, 아직 안 갖다 댔어.”

“아, 그래요? 세상에나.”


멋쩍은 듯 웃으며 조지는 다시 불을 대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럼 진짜 한다.”


조지의 손목에 불이 붙었다. 노끈은 서서히 타오르며 끊어져갔다. 조지는 뜨거움을 인내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된 것 같아!”


데이지가 말하자 제리가 조지의 손목으로부터 불을 멀리했다.


“어때 조지? 괜찮아?”


조지는 풀린 두 손목을 매만지며 말했다.


“전 괜찮아요. 잘 풀렸어요. 두 분 것도 빨리 풀어드릴게요.”


작은 라이터 불빛에 의지하여 조지가 데이지와 제리의 손목에 감긴 줄을 풀었다. 춤을 출 수 있을 정도의 자유를 되찾은 세 사람은 이젠 거주이전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자, 이제 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데이지 씨. 밖에 적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나가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조지의 말에 제리가 말했다.


“그 말도 옳긴 하지만 우리가 여기 들어올 때는 1층 문 앞에만 경비가 있었지, 아래에는 없었어. 내가 보기엔 어차피 철문이 있고 출구도 한 곳뿐이니까 아래에는 감시가 없는 것 같아.”

“그럼 남은 건 저 문을 어떻게 뚫냐는 거군.”


세 사람은 문고리를 바라봤다.


“영화에서 보면 철사 같은 걸로 어찌어찌해서 솜씨 좋게 따던데요.”

“방 안에 그런 게 있겠어?”


세 사람은 잠시 고민했다. 침묵이 방 안을 머금고 있을 때 조지가 소리쳤다.


“아!”


콘크리트 방 안에서 조지의 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은 귀를 잠시 막고는 풀었다.


“깜짝이야.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죄송해요.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뭔데 그래?”


조지는 제리를 보며 말했다.


“아저씨 기자라고 했죠? 카메라도 들고 다니고 수첩도 볼펜도 들고 다니겠네요?”

“그렇긴 한데 왜?”

“볼펜에 용수철이 있으면 그걸로 할 수 있을지 몰라요! 영화처럼요.”


제리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 시도해볼 가치는 있어. 볼펜이라면 늘 두세 개씩 들고 다니는 중이야. 이럴 때 쓸 수 있어서 다행인걸?”


그때 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세 사람의 시선이 벽으로 집중되었다.


“무슨 소리지?”

“갇힌 사람이 그냥 발로 찬 것 같은데요?”

“일단 신경 쓰지 말고 우리 할 일 하자고. 나중에 구해주든가 하고 말이야.”


조지는 잠시 벽을 바라보고는 문 손잡이 쪽으로 다가갔다.


“그래서 빨리 볼펜 좀 분해를······.”

“잠깐 기다려 인마. 잘 안 보인단 말이야.”


볼펜을 분해한 제리는 용수철을 길게 늘였다. 나름대로 괜찮은 철사가 되자 조지에게 물었다.


“할 수 있어?”

“네?”

“문을 열 수 있겠냐고.”


조지는 잠시 침묵했다.


“하실 수 있나요?”


그 말에 제리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내가 해볼게.”


제리는 두 철사를 잡고 열쇠 구멍에 넣어 이리저리 돌려보기 시작했다. 조지는 데이지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어떻게 알게 된 사람이에요?”

“술 사다 만난 악연이지.”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말고요.”


데이지는 소곤거리며 말을 계속했다. 어떻게 만났는지 헤어진 후 어떻게 다시 만났는지에 대해 말하자 조지는 신음했다.


“두 번 본 사람을 협박할 정도로 당당하실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이쪽은 그럼 방도가 없었단 말이야. 화도 났었고.”

“아무튼 잘했어요. 덕분에 라이터와 철사가 있는 사람을 구했으니까요.”

“그래 결과적으로는 잘 됐지.”


문손잡이에서 찰칵하는 소리가 났다. 조지와 데이지의 이목이 끌렸다. 제리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자 데이지가 말했다.


“가자.”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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