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일반소설

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6,046
추천수 :
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1.12.10 20:20
조회
31
추천
1
글자
12쪽

첫 단추를 잇는 법 -1-

DUMMY

밖은 굉장히 화창했다. 휴일이었기에 건전한 가족이라면 나들이라도 가서 가족의 화합을 도모할 법했다. 콜린은 지금부터 만날 사람은 이 날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다. 범죄자와 작당을 하는 것에 날씨를 가릴 것이 있겠냐만, 화창한 날씨와 조직폭력배라는 두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고층 빌딩 앞에 택시가 멈췄다. 덜컥하고 문이 열리더니 곧 문이 닫혔다. 뚜벅뚜벅 걷는 그 남자는 콜린이었다. 빅풋 카페는 1층에 입점해있다. 마피아치고는 고급스러운 카페를 정했군. 그렇게 생각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해야 할수록 안쪽 자리가 제격인 법이다. 다행히 비즈니스맨들은 모두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려고 이 카페에 온 것 같다. 안쪽 자리가 휑한 것이 그 증거였다. 콜린은 적당히 싼 커피를 시키고 깊숙한 자리에 가서 앉았다.


상대가 콜린을 찾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바질 리브스 호의 정보를 다 알고 공을 들여 영상을 보낸 게 상대다. 때가 되면 들어와서 내 앞에 앉겠지. 장담할 수 있다. 나는 적절하게 얼굴을 보이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콜린은 팔꿈치를 탁자에 얹어 손가락을 깍지꼈다.


주문한 커피가 나온 시점에도 콜린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었다. 종업원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을 뿐, 입구를 집중해서 보는 그 눈에는 한치의 움직임도 없었다. 그쯤 되자 콜린은 스스로가 긴장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슐리어스 빌딩 앞에 또 다른 차가 섰다. 연식이 오래됐지만, 고급 세단이었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세차라도 했는지 더러운 구석이 없어 보인다. 조수석에서 내린 남자는 격식을 그렇게 차리지 않은 갈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차 문을 닫기 전 남자는 운전석에 대고 말했다.


“한 바퀴 돌고 와. 아니면 적당한 데 가서 시간 좀 때우고 있어. 갈 때 되면 부를 테니까.”


운전석에선 “네, 알겠습니다.”라며 각진 어투의 말이 돌아왔다. 남자는 그것이 버릇된 것인지 살짝 거만한 걸음으로 빅풋 카페에 들어갔다. 습관처럼 안쪽 구석부터 살펴보던 그는 곧바로 원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역시 콜린이 골랐던 것과 같이 적당히 싼 커피를 골라 가장 안쪽 구석으로 향했다.


“콜린 스털링.”


좌석 앞에 서서 중얼거리자 콜린이 답했다.


“제임스 새턴.”


제임스는 웃으며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내가 살아서 당신 같은 유명인을 보게 되다니.”


그리고는 허실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오해는 하지 말아 줘. 10년 전까지 레드 카프에 있던 사람이라면 당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았나.”


콜린은 그 말이 불편했다. 저도 모르게 쓸데없는 걸 지적하게 되었다.


“골든 혼 특유의 검은 정장을 입고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옷이 얼마나 눈에 띄는지는 알아? 오히려 그 올 블랙 패션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니까. 무슨 범죄자라도 보는 눈이야.”


마피아가 범죄자로 보이는 눈을 걱정한다니. 태클을 걸어주길 바라는 걸까. 콜린은 잠자코 있었다.


“다행히 우리 조직은 그렇게 복장에 빡빡하지 않아서 평소에는 단정하게만 입으면 돼.”

“잘된 일이군.”

“그렇지?”


제임스야 어떨지는 모르지만, 콜린은 확실히 제임스가 불편했다. 그로 인한 두 사람의 심리적 간극이 오갈 때였다. 종업원이 제임스의 커피를 가져왔다.


“고마워요.”


제임스가 눈인사를 건네며 말하자 종업원이 고개를 숙였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홀짝였다. 커피를 마시려던 콜린은 그 모습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아졌다.


“자, 그러면 누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게 좋을까?”


제임스는 자신이 완전히 우위에 있다는 듯 말을 꺼냈다. 당연한 일이었다. 제임스는 바질 리브스 호와 홀 토마토 호의 전력, 그리고 콜린 쪽의 인원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심지어는 콜린을 해칠 수 있다는 것까지 증명했다. 그와 다르게 콜린은 제임스 새턴이란 인물에 대해 아는 것이 부족했다. 전 레드 카프의 조장이라는 것 이외에는 그토록 터무니없는 시험을 꾸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정도밖에 모르는 것이다. 콜린은 섣부르게 말을 꺼내기는 싫었다.


“당신부터 하시지.”


제임스가 손뼉을 쳤다. 물론 주변에 눈길을 끌지 않을 정도로 작게.


“좋아. 사실 좀 긴장했어. 흥분했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네. 레드 카프 시절에 당신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거든. 당신도 알겠지만 당신 꽤 전설적인 조직원이었잖아?”


콜린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10년이나 지난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그에겐 달갑지 않았다.


“옛날얘기나 하려고 온 건 아니길 바라.”

“물론 아니지. 일 얘기를 해야지. 영상 봤으면 알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죽어. 내 말이 맞지?”


골든 혼에서 전 레드 카프 출신들의 반발이 줄어들면 산 리와 쇼커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콜린을 추적해서 처치할 거란 의미였다. 지금은 콜린이 자극당하면 되레 전 레드 카프 출신들에게 비밀을 누설할까 봐 추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정하지.”


잠시 침묵하던 콜린이 말하자 제임스는 곧바로 말을 꺼냈다.


“당신이 살려면 우리 쪽 간부들을 상당히 많이 보내 버려야 하겠지. 그렇지?”

“그것도 인정하지.”

“그리고 나는 레드 카프의 부흥을 원한다. 위나라에 먹힌 촉나라의 강유가 된 심정으로 말이야. 삼국지란 소설을 읽어봤는지는 모르지만.”


콜린은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마치 선생님이 학생의 오개념을 바로잡아주듯이.


“그거 끝까지 안 읽어본 것 같은데 강유는 나중에 반란을 일으키고 싸우다 죽어.”


제임스는 말문이 막혔다. 벌레를 씹은 표정으로 커피를 홀짝이더니 입맛을 다셨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


콜린이 말을 꺼내자 제임스가 흔쾌히 허락했다.


“말해 봐.”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지 결국 당신 대신 그쪽에 성가신 간부들을 처리해달라는 말이잖아 그렇지?”

“맞아.”

“그런 거라면 괜히 내 처지를 각성시키려는 말은 그만두고 사실관계만 파악해서 얘길 하자고. 애들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의 처지는 서로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제임스는 콜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내 쿡쿡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얕봤군. 거슬렸던 언행은 사과하지.”

“미안하긴 뭘. 그리고 또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

“뭔데?”

“당신은 날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제임스는 다시 콜린을 쳐다봤다. 그러나 큭큭거리며 웃는 일은 없었다. 콜린은 말을 이었다.


“운송업을 하는 사람들을 뒤져봤으면 나인 줄 몰랐겠지. 출신지가 세탁되어 있었을 테니까. 짐작 하나 해보자면 옥새와 관련된 작전이 문서로 남겨져 있고 거기서 나에 대한 걸 본 것 같은데.”


제임스는 여전히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콜린을 바라봤다.


“옥새와 관련된 ‘작전’이라고 직접적으로 나한테 말해도 되나?”

“어차피 당신은 다 알고 있지 않나?”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콜린의 추리는 정확했으니까. 애초에 레드 카프와 골든 혼이 동맹을 맺기 쉬웠던 이유도 두 조직이 자기 조직에 관련된 걸 잘 문서화해놨기 때문이었다.


“제법이야. 내가 정말 얕봤구먼. 맞아. 회의실을 청소하다가 당시의 옥새를 탈취하는 작전에 대한 문서를 봤고 거기서 당신을 발견한 거야.”

“회의실을 청소하다가 나에 대한 정보를 봤다고?”


콜린은 그 부분이 제일 어처구니없었다.


“환장하겠군, 그래.”


기막힌 행정력인지 미지의 우연인지. 콜린은 혀를 차며 다시 커피에 손을 댔다.


“아무튼 그 서류의 거취를 오늘 이 자리에서 정했으면 해. 그건 당신이 쥐고 있는 내 목줄이니까. 내 처지는 이해하지?”

“좋아. 서로 원하는 점을 찾아보도록 하지. 그 대신 당신이 가지고 있는 내 영상에 대한 것도 어떻게 처분할지 정하자고.”

“썩 거슬리지 않는 얘기야.”


두 사람의 논의가 시작됐다.




“콜린 씨! 살아 돌아왔네요!”


바질 리브스 호로 돌아온 콜린은 감격에 찬 조지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삼도천을 갔다 온 것도 아닌데 뭘 그러냐.”

“걱정 많이 했다고요.”

“아무리 간 큰 마피아라도 대법원 건물 옆에서 난리를 피우진 못할 거다.”


콜린이 웃으며 조지를 안심시켰다. 조종실 안으로 데이지가 들어오며 말했다.


“어이, 잘 살아 돌아왔네?”

“그 말은 방금 조지한테 들었어.”

“어떻게 됐어? 그 제임스란 사람 말이야.”


콜린은 잠시 말을 아꼈다.


“설명해줄게.”


세 사람은 조종실에 있는 소파에 둘러앉았다. 상석에 앉은 콜린을 긴 소파에 앉은 두 사람이 지긋이 바라봤다.


“역시 그 녀석이 바라는 건 청부 살인이었어.”


콜린의 말에 두 사람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둘 다 짐작하고 있던 사항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타겟과 시간은?”

“아리우스 볼턴이라는 골든 혼 간부야. 시간은 다시 그 녀석이 연락하기로 했어.”


조지가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는 긴 한숨을 쉬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요, 안 할 수는 없는 거죠?”

“해야 해. 내 복수심은 차치하고서도 내가 살려면 말이야. 그 녀석이 보낸 영상은 너도 봤잖아? 이젠 둘 중 하나가 파멸하지 않는 이상은 끝나지 않아.”


조지는 울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콜린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아리우스 볼턴이란 녀석을 죽여야 하는 거야. 간단하게 소개하면 그 녀석은 내가 있던 레드 카프와 가장 먼저 친분을 쌓은 골든 혼의 조장이야. 지금이야 조장이지만 그땐 지부장이었어.”

“지부장은 얼마나 높은 건데요?”

“조장 바로 밑이야. 다만 지부장에서 조장으로 영전하는 놈들은 손에 꼽지. 아무튼 합병 전까지 두 조직이 깊은 친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한 녀석이야.”

“합병할 때는 관여한 바가 없는 거야?”


데이지의 질문에 콜린이 대답했다.


“아쉽게도 합병은 다른 조에서 주도한 거라 이 녀석이 뭘 할 건덕지는 없었어. 대신 여전히 레드 카프 쪽 조에 꽤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이 녀석을 죽이면 단숨에 이 녀석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전 레드 카프 조의 고삐를 푸는 셈이 되는 거지.”

“첫 타겟으로는 적절하네. 어떻게 죽일 거야?”

“그게 좀 곤란하단 말이지.”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콜린이 잠시 뜸을 들이자 두 사람의 얼굴이 그에게 가까워졌다.


“사고사로 위장해야 해.”

“사고사요?”

“이번만이 아닐 거야. 앞으로 어떤 간부든 녀석들이 눈치채기 전까지는 계속 사고사로 위장해서 처치해야 해. 녀석들을 빨리 자극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미치겠네.”


데이지가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녀의 난감함은 상식적인 이유였다. 사고사로 위장을 하려면 필시 다른 무고한 사람들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교통사고를 일으키든지, 가스 누출을 시켜서 화재를 일으키든지 언제나 상관없는 사람들이 끼어들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콜린은 복수귀가 아니라 단순한 살인자에 불과해지는 것이다. 콜린 역시 그런 전개는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말을 이었다.


“생각을 잘 해봐야 할 것 같아. 녀석의 일정은 다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얘기할 건 이 정도야.”

“괜찮겠어요?”


조지가 다시 걱정하자 콜린은 아까처럼 웃으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 나도 살려고 무던히 노력 중이니까.”


말을 마친 콜린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작가의말

오늘도 저녁에 올리게 됐네요... 면목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7 순도 99.9% -5- (完) 22.01.05 31 1 17쪽
76 순도 99.9% -4- 22.01.03 29 1 12쪽
75 순도 99.9% -3- +1 21.12.31 29 1 12쪽
74 순도 99.9% -2- 21.12.27 24 1 12쪽
73 순도 99.9% -1- 21.12.24 27 2 16쪽
72 첫 단추를 잇는 법 -6- (完) 21.12.22 25 1 12쪽
71 첫 단추를 잇는 법 -5- 21.12.20 27 1 11쪽
70 첫 단추를 잇는 법 -4- 21.12.17 27 1 13쪽
69 첫 단추를 잇는 법 -3- 21.12.15 31 1 12쪽
68 첫 단추를 잇는 법 -2- 21.12.13 30 1 13쪽
» 첫 단추를 잇는 법 -1- 21.12.10 32 1 12쪽
66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6- (完) 21.12.08 29 1 16쪽
65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5- 21.12.06 37 1 12쪽
64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4- 21.12.03 30 1 12쪽
63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3- 21.12.01 29 1 12쪽
62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2- 21.11.29 29 1 14쪽
61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1- 21.11.10 34 1 12쪽
60 원한다면 와라 -4- (完) 21.11.07 32 1 13쪽
59 원한다면 와라 -3- 21.11.05 30 1 11쪽
58 원한다면 와라 -2- +1 21.11.03 37 1 12쪽
57 원한다면 와라 -1- +1 21.11.01 40 1 11쪽
56 도둑들 -3- (完) 21.10.29 30 1 15쪽
55 도둑들 -2- 21.10.27 33 1 13쪽
54 도둑들 -1- 21.10.25 35 1 11쪽
53 정치인과 꾸는 꿈 -6- (完) +1 21.10.22 34 1 12쪽
52 정치인과 꾸는 꿈 -5- +1 21.10.20 35 1 12쪽
51 정치인과 꾸는 꿈 -4- 21.10.18 32 1 12쪽
50 정치인과 꾸는 꿈 -3- 21.10.15 34 1 15쪽
49 정치인과 꾸는 꿈 -2- +1 21.10.13 34 1 12쪽
48 정치인과 꾸는 꿈 -1- 21.10.07 37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