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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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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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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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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31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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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순도 99.9% -3-

DUMMY

다음 날 밤, 루이스 경사가 바질 리브스 호에 방문했다. 세 사람의 환대를 받은 루이스는 꼿꼿한 자세로 감사를 표했다. 그를 조종실로 모신 세 사람은 소파의 자리를 권했다. 긴 소파에 옹기종기 앉아 건너편을 보던 세 사람 중 콜린이 말을 꺼냈다.


“우선 소개를 드리죠. 저희 배의 선원인 데이지입니다.”


데이지가 고개를 숙였다. 루이스 역시 고개를 숙였다.


“이쪽은 조지입니다.”


조지 또한 고개를 숙였다. 루이스는 같은 방법으로 인사했다. 인사가 끝나자 콜린이 다시 말했다.


“저희에게 의뢰하신 사항이 간단하긴 하지만 다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루이스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말씀하시죠.”


콜린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저희가 이 도시 안에 있는 클럽을 돌아다니며 마약을 구입해서 가져다드립니다. 그럼 그쪽에서 순도를 검사하고 고순도의 마약이 있는 곳을 체크 하시는 거죠. 그렇죠?”

“맞습니다.”

“저희는 답례로 20만 솔라리를 받는 거고요.”

“그렇습니다. 일이 끝나면 바로 계좌로 넣어드릴 예정입니다.”

“그 돈은 만약 순도 99.9%의 마약이 나오지 않아도, 즉 수사에 진전이 없어도 주시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위험부담을 포함한 수고비니까요. 어차피 마약을 파는 곳은 모두 소탕할 예정이긴 합니다.”


콜린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요?”

“저희가 각 클럽 이름이 적힌 작은 통을 하나 드릴 겁니다. 클럽마다 마약을 구매하셔서 그 통에 넣고 돌아오시면 됩니다. 클럽이 있는 거리까지는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목록에 적힌 클럽을 다 돌고 돌아오시면 됩니다.”

“바로 출발하면 되나요?”

“그렇습니다. 다만······.”


루이스가 세 사람을 돌아가며 보았다.


“복장을 마약사범처럼 입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세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며 서로를 보았다.


“마약사범같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콜린의 의문에 데이지가 답을 했다.


“오케이. 말하자면 좀 날티 나게 옷을 바꿔 입어라 이런 말씀이신 거죠?”


루이스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뭐라 할까. 많이 정상적으로 보입니다.”


데이지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이럴 때 어울릴만한 옷이 있죠.”


자신만만하게 말한 데이지는 방으로 돌아갔다. 15분 정도의 시간이 흘러 데이지가 나왔다.


“어때? 마약사범같이 생겼어?”


찢어진 슬림핏 청바지에 큼직한 하트가 그려진 붉은 탱크톱. 수많은 징이 박힌 낡은 가죽 재킷을 입고 웃으며 나타난 데이지의 얼굴에는 대단히 진한 마스카라와 새빨간 립스틱이 발라져 있었다. 그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피부에 덕지덕지 바른 파운데이션은 얼굴을 창백하게 보이게 했다. 얼빠진 얼굴로 보던 남자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몸까지 숙여 가며 쿡쿡거리는 것을 보니 데이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심지어 루이스조차 고개를 돌리고 입을 가리고 있었다.


“왜들 쳐 웃냐?”


짙게 깔린 목소리에 세 사람은 자중했다. 데이지는 격정적으로 자신의 패션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클럽하면 펑크! 펑크하면 마약! 당연한 거 아니야? 저항의 정신을 가지고 노는 것이 젊은이들이라고. 게다가 정말 약쟁이처럼 보이기는 하잖아?”

“데이지 씨 굉장히 그거 같아요. 늙은이.”


조지의 말에 데이지가 그를 노려봤다. 조지는 눈길을 돌렸다. 콜린이 입을 열었다.


“아니, 그건 좋은데, 푸흡.(콜린은 의도적으로 데이지를 보지 않으려 했다) 웃긴 걸 어떡하냐. 그 시대착오적인 복장이.”

“시대착오는 무슨? 시드 비셔스의 정신은 죽지 않는다고.”


데이지의 중지와 약지를 접어 손등을 들어 보이자 루이스가 입을 열었다. 그 역시 데이지와 시선이 맞는 걸 피했지만 말이다.


“열의는 좋습니다만, 확실히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입는 복장은 아닙니다. 조금 덜 과해야 어색하지 않을 것 같군요. 일단 그 마스카라와 가죽 재킷을 좀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이지는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서는 마스카라를 조금 연하게 했고, 평범한 가죽 재킷으로 바꿔 입고 나왔다. 이번엔 그녀의 패션에 대해 비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정도면 어때?”


데이지의 질문에 루이스가 답했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음은 조지 씨.”


그 말에 조지가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옷장을 연 조지는 고심하며 옷들을 뒤적였다. 5분 정도 지나자 조지가 조종실로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빨리 정했네.”


그렇게 말한 데이지는 뒤를 돌아봤다. 야구 모자에 야구 점퍼. 면바지까지. 흔하고 평범한 대학생의 복장이었다. 다만 그 옷들은 전부 낡아 보이고, 구겨져 있었다.


“어, 어떤가요?”


수줍은 목소리로 평가를 기다리는 조지에게 루이스가 말했다.


“좋습니다. 특히 낡아 보이는 옷을 선택한 점이요. 좋은 선택을 하셨군요.”

“아니 그냥 대충 구겨 넣어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머리를 긁적이며 칭찬을 곱씹는 조지를 본 데이지는 씁쓸하다는 듯 가볍게 혀를 찼다. 콜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음은 저인 것 같군요.”


루이스가 그런 콜린에게 말했다.


“아, 콜린 씨에게는 따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최대한 깔끔한 정장을 입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무슨 이유에서죠?”

“콜린 씨가 연배가 있으신 걸로 보이기 때문에 조직의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내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루이스는 콜린의 외모를 폄하할 마음은 없었겠으나 이미 데이지와 조지는 키득거리고 있었다.


“들었냐? 노안이라는 거잖아, 노안.”

“세상에 얼굴 나이가 늙어서 조직의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니 어떡해요.”


콜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데이지를 비웃은 전적이 있으니 큰 유감을 표하는 것은 자제하기로 했다. 말없이 방으로 들어간 콜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왔다.


네이비색 정장에 새하얀 셔츠. 넥타이는 하지 않았다. 다만 이상한 점이라면 셔츠 칼라를 밖으로 빼서 정장 칼라를 덮어두었다는 것. 그것을 본 조지와 데이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콜린 씨 그거 뭐예요?”

“뭐라니? 양아치 조직원처럼 입은 거잖아.”


데이지가 불현듯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요즘 그렇게 입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 나한테 시대착오적 운운하더니 당신이야말로 뭐 하는 거냐고!”


부들거리던 콜린은 결국 인내심이 바닥나고 말았다. 데이지에게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요즘 것들이 뭘 모르는 거지! 나 때만 해도 이렇게 입는 것이······.”


말을 이으려던 콜린은 목소리를 죽였다. 루이스의 눈치를 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루이스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콜린을 바라보기만 했다. 하마터면 본인의 과거를 자백할 뻔한 콜린은 긴 한숨을 쉬며 마음을 달랬다.


“데이지 씨의 말대로 셔츠 칼라는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 외에는 다 괜찮군요.”

“알겠습니다.”


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지와 조지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출발하시죠.”


루이스의 말에 네 사람은 바질 리브스 호 밖으로 나갔다. 해치 앞에는 경찰 마크가 그려지지 않은 승합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루이스가 뒷문을 열어주었고, 세 사람은 차례로 차에 탔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인사를 건넸다.


“제이슨 경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 저희야말로.”


콜린이 가벼운 인사를 끝내자 루이스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세 분이나 되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이슨 경장이 말했다. 루이스가 대답했다.


“빨리 끝나고 좋지 않나? 이런 건 금방 끝내야지.”

“그건 그렇죠.”


승합차에 시동이 걸렸고 곧 출발했다. 러시아워가 한참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차가 막히는 건 없었다. 시원스레 도로를 달리던 승합차는 20분 정도 지나서 속도를 줄였다.


“도착했습니다.”


차가 멈추자 루이스가 종이와 검은 유성펜을 건넸다.


“각자 이걸 받으시지요. 여기 적힌 클럽들을 돌아다니시면 됩니다. 각자 세 곳이고 클럽 구석에 어색하게 서성이는 녀석이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을 찾아서 물건을 좀 찾는다고 말하시면 됩니다. 마약은 작은 통에 담아서 받으실 수 있을 거니 그 통에 클럽 이름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각기 30mL면 됩니다. 판매자는 디바이스로 얼굴을 보내드렸으니 다른 손님하고 구분하기에 어렵지는 않으실 겁니다.”


세 사람은 루이스가 건넨 물건들을 받아들었다. 주머니에 펜을 넣고는 종이를 살펴 자신이 갈 클럽의 이름들을 눈에 새겼다. 조지가 불만이 있다는 듯 말했다.


“여기 이곳은 게이클럽 아니에요?”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아니, 대놓고 ‘온리포맨즈’라고 적혀있는데 모를 수가 있나요.”

“혹시 내키지 않으신가요?”

“제가 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다지 가고 싶은 곳도 아니군요.”

“여기서 그런 클럽에 어울리는 사람이 조지 씨뿐이라서요. 부탁드립니다.”


조지는 영 찝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인제 와서 바꿔 달라고 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할 수 없이 상황에 수긍하며 말했다.


“그럼 출발하죠!”


세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끝없이 펼쳐진 환락가의 모습은 생각보다 퇴폐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그것은 양지의 모습을 베끼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목조 인테리어가 된 술집, 말끔한 타일로 입구를 장식한 칵테일 바, 얼핏 낡아 보이지만 내부는 튼실한 포장마차가 연상되는 가게 등. 그것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법했지만, 네온사인과 시끌벅적한 소음에 섞여 거리 안에 어우러졌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그럼 시작하자고.”


콜린의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은 헤어졌다.


조지는 우선 첫 번째로 적힌 클럽을 찾아가기로 했다. 디바이스에 따르면 가장 가까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거리 안으로 들어가자 금방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클럽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얼마 걷지 않아 조지는 하얀 바탕에 클럽 VO라고 적힌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조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첫 경험은 대부분 긴장이 되는 법이다. 당당하게 걸어 클럽 입구까지 도착했다. 본인은 몰랐겠지만,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주위를 살피는 것이 누가 봐도 수상해 보였다. 다행이었던 것은 아무도 조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시죠.”


덩치가 큰 남자가 조지 앞을 가로막았다. 짧게 깎은 머리에 화려한 무늬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있었고 피곤한지 눈이 조금 풀려있었다. 거구가 주는 위압감에 조지는 긴장하게 되었다.


“왜, 왜 그러시죠?”


뭔가 수상한 일을 하러 온 걸 알고 있는 걸까? 이제부터 클럽 뒤편으로 끌려가서 배후를 불라고 협박당하게 되는 걸까? 흠씬 두들겨 맞은 다음 그대로 버려지게 되는 걸까? 온갖 부정적인 미래가 상상에 올랐다. 덩치 큰 남자가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어려 보여서요. 신분증 가지고 계십니까?”

“아.”


조지는 순간 깊이 안도했다. 동안으로 보여서 좋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냈다.


“여기 면허증이요.”


면허증을 받은 남자는 이리저리 보더니 그것을 조지에게 돌려줬다.


“실례했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쉰 조지는 거구의 남자를 지나쳐 들어갔다. 클럽은 지하에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저음이 둥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온몸에 박동하는 그 진동이 심장을 두근거리에 하는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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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첫 단추를 잇는 법 -5- 21.12.20 27 1 11쪽
70 첫 단추를 잇는 법 -4- 21.12.17 26 1 13쪽
69 첫 단추를 잇는 법 -3- 21.12.15 30 1 12쪽
68 첫 단추를 잇는 법 -2- 21.12.13 29 1 13쪽
67 첫 단추를 잇는 법 -1- 21.12.10 31 1 12쪽
66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6- (完) 21.12.08 29 1 16쪽
65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5- 21.12.06 36 1 12쪽
64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4- 21.12.03 29 1 12쪽
63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3- 21.12.01 29 1 12쪽
62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2- 21.11.29 29 1 14쪽
61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1- 21.11.10 33 1 12쪽
60 원한다면 와라 -4- (完) 21.11.07 32 1 13쪽
59 원한다면 와라 -3- 21.11.05 29 1 11쪽
58 원한다면 와라 -2- +1 21.11.03 37 1 12쪽
57 원한다면 와라 -1- +1 21.11.01 39 1 11쪽
56 도둑들 -3- (完) 21.10.29 29 1 15쪽
55 도둑들 -2- 21.10.27 33 1 13쪽
54 도둑들 -1- 21.10.25 35 1 11쪽
53 정치인과 꾸는 꿈 -6- (完) +1 21.10.22 33 1 12쪽
52 정치인과 꾸는 꿈 -5- +1 21.10.20 34 1 12쪽
51 정치인과 꾸는 꿈 -4- 21.10.18 32 1 12쪽
50 정치인과 꾸는 꿈 -3- 21.10.15 33 1 15쪽
49 정치인과 꾸는 꿈 -2- +1 21.10.13 33 1 12쪽
48 정치인과 꾸는 꿈 -1- 21.10.07 3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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