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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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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6,006
추천수 :
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1.07.30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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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
추천
55
글자
18쪽

쉽게 온 건 쉽게 가는 법이지

DUMMY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정말 그러했다. 솔직히 누가 모르겠는가. 우주선 밖은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 투성이었다.


"우리 아버지가 집어던진 술병이 바닥에 깨졌을 때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콜린이 말했다. 그는 조종석에 앉아서 옆에 있는 조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버지 같은 건 없다고 저번엔 그래놓고."

"알 게 뭐야? 저리 가. 운전하는 데 방해 되니까."


콜린이 갈색 빛이 도는 자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어차피 자동항법장치가 다 알아서 해주잖아요."

"무슨 얘기를 하는 데 그래?"


질문을 한 건 요리사 데이지였다. 높지 않은 힐을 신고 조종실로 들어왔다. 콜린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닥에 깨진 술병 조각 같은 우주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뚜벅뚜벅 조종간 쪽으로 다가갔다.


"먹을래?"


데이지가 카스테라를 내밀자 조지는 좋아하며 그것을 받았다.


"저 별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거나 떠오르는 게 뭔지 얘기하고 있었어요."

"저 녀석 혼자 말이지."


조지는 그 말은 무시한 채 계속 말했다.


"생각해봐요. 이렇게 우주를 자연스럽게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무려 가니메데에서 화성까지 가고 있는데도 아직 우리가 가지 못한 저 수 많은 별들이 남아있잖아요. 우주에 발을 내딛으며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머나먼 별들을 보며 떠오르는 게 없냐 이 말이죠."

"누가 저 녀석을 타임머신에 태워. 1961년으로 보내 버리란 말이야."


콜린은 전부 귀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그의 말에 데이지는 깔깔 웃어대며 물었다.


"그래? 그럼 넌 어떤 게 떠오르는데?"


조지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 광활한 우주에 붕 떠 있는 약간의 두려움과, 스스로 중력을 역행하여 행성 간 이동하는 질주감!"


위성하고 행성인데? 라는 말을 조지는 또 무시했다.


"그리고 저 아름다운 별들이 선명해서 시시각각 내 눈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아름다움은! 말할 필요가 없지요. 인간이 땅 위를 밟고 있을 때는 흐려서 보지 못한다고요! 오늘도 어머니께 보여드릴 사진을 찍어야겠어요."


조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저 혼자 조종실을 나가버렸다.


"나가버렸네."

"음."


콜린은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조지가 말한 어느 것이든 반대하진 않았다. 그냥 찬성한 지 조금 오래됐을 뿐이고, 그도 그런 점은 알고 있었다.


콜린은 카스테라를 받아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두 눈은 밖에서 떼지 않았다.


"뭐라도 있는 거야?"


데이지가 그의 옆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뭔가 미행 같은 게 따라붙은 것 같아서."

"그래?"

"조금 위험한 놈들일 가능성이 커."


조금의 정적이 흐르고는, 데이지가 물었다.


"우리가 실은 화물 중에 남들이 관심 가질만한 것들이 있던가?"

"공식적으로 싣고 가는 것 중엔 없지."

"공식적으로는 말이지."


무장 강도가 따라붙었다는 말이었으나 데이지는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무력투쟁에서 진 가니메데 마피아 몇 명이 화성으로 도주한다고 했어. 그쪽까지 가지고 가려는 자금이 얼마 정도 있지. 마피아들은 따로 헤르메스 우주 열차를 타고 갈 텐데 눈에 띄길 싫어하니 삼등석에 앉을 거고, 삼등석 손님들이 가지고 있지 않을 만한 것 역시 가지고 타지 않을 거야.”

“그럼 우릴 따라오는 친구들은 마피아의 돈을 털어보겠다고 오는 거야?”

“몰라.”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고 콜린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그 돈이 지금 우리 배 안에 있다는 말이지?"

"그런 말이지."

"얼마 정도인데?"


콜린이 말한 액수는 남들이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액수였다. 그 많은 돈이 있는 카드를 가진 사람이 노려지기라도 한다면 큰일일 것이었다.


“마피아들이 자신들이 노려질 걸 대비해서 우리한테 운송을 부탁한 건가? 생각보다 겁들이 많으시네.”


콜린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데이지는 답을 듣는 것보다는 적을 처치하는 것이 더 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 마리나 따라왔네. 콜린 씨. 이렇게 되면 역시 그 녀석을 한 번 꺼내줘야 하지 않을까?”


이 말에도 콜린은 답이 없었다.


“저기 콜린? 상대는 소형 기체들이라고? 같은 급으로 한 번 놀아주는 게 예의범절이라든가, 남들 보기에도 좋지 않을까?”


바로 그때, 조지가 조종실로 들어왔다.


"좌현에 무장한 소형정이 따라붙었어요!

"레이더에도 이미 셋이나 잡히는 걸? 아무래도 슬슬 우릴 털어버리려나 봐."


데이지가 겁을 주려는 듯 조지를 쳐다봤다.


"그럼 어떡하죠?"

"어떡하긴 정당방위가 뭔지 보여줘야지."


콜린은 급하지 않은 듯 아무 말이 없었다. 대신 조지를 데리고 움직인 건 데이지였다.


"무전기부터 켜. 너는 좌현으로 가. 내가 우현으로 갈게. 머신건 잡는 법은 기억나지?"

"네."

"그럼 가서 대기 해."


데이지와 조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갔다.


바질 리브스 호는 화물선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도 개인적으로 개조하여 무기를 탑재하고 있었다. 택배나 싣는 배라고 안심하는 저런 개조 소형정들이라면 걸레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기관총이 양현 후미에 하나씩 붙어 있다. 화물칸 뒤편으로 들어가면 구석에 숨겨진 문이 있었다. 들어가면 밖에선 보이지 않는 유리로 외벽이 이루어진 조종실이 있었고 그 바깥에 기관총이 배기관인 양 숨겨져 있었다.


"텅텅 비었잖아?"


화물칸에 들어선 데이지는 의아했다. 가로 20미터 세로 30미터 남짓한 화물칸에 있는 것이라곤 컵라면 두 상자와 비닐로 감싸진 커다란 인형, 그리고 열어본 지 1년은 된 것 같은 냉장고뿐이었다.


데이지는 마피아들이 부탁한 카드라면 필시 화물칸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드를 넣어뒀을 만한 가방 비슷한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생각 같은 건 더 할 수 없었다. 당장 급한 건 따라붙은 소형정 셋이었다. 지금은 따라오기만 하지만 몇 초 뒤에 공격을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시간이 지체되어선 안 된다. 숨겨진 문을 능숙하게 찾아 열고 기관총의 조종간을 잡았다.


"조지, 들어왔어?"

"아직 문을 못 찾았어요!"

"빨리 찾아. 잘못하면 모두 우주 한복판에 싸늘한 시체가 될 거라고."

"지, 지금 들어왔어요!"

"오케이, 빨리 앉아!"


조지는 다급한 마음에도 좌현의 기관총 조종석에 제대로 앉았다.


“좌현에 소형정이 하나가 있어요. 움직이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이쪽에도 하나 보인다. 잘 봐. 얼핏 보면 거리를 유지하는 것 같지만 천천히 다가오고 있어.”


그때 무전기 너머로 콜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녀석들은 그 속도로 다가와서 이 배에 좌현, 우현, 후미에 작살을 걸 거다. 그대로 작살을 감아서 접근한 후 안에 있는 것들을 털어갈 거야. 혹시 우리가 화물을 버려도 자기들이 차지하기 위해서지.”

“버릴 마음은 없지?”

“당연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접근을 허락하면 안 돼.”

“후미에 있는 적은 어떻게 할 거야?”

“적 하나쯤은 어쩔 수 없어. 두 기체를 처리하고 따로 처리한다.”

“조지, 우선 네 쪽에 있는 녀석을 조준하고 있어. 작살을 걸려면 조금 더 가까이 와야 할 거야. 그때까지는 쏘면 안 돼.”

“알았어요!”


데이지의 말대로 주의 깊게 소형정들을 보니 조금씩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자신들이 들켰는지 알면 잽싸게 다가왔을 텐데 그러지는 않았다. 이쪽 역시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쏘는 것이 선체에 손상이 적었기에 이 상태가 나쁘지 않다. 퀵 앤 데드. 누가 먼저 뽑는가.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지금이야!”


데이지의 신호와 동시에 소형정들이 작살을 발사했다. 바질 리브스 호 좌현과 후미에 작살이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조지가 말했다.


“빗맞은 것 같아요!”

“난 운 좋게 작살을 맞춘 것 같아.”

“어떡하면 좋죠?”

“우리가 무장하고 있다는 걸 적들이 알았으니 이쪽으로 섣불리 다가오지 못할 거야. 계속 쏴.”


조지와 데이지는 계속 기관총을 쐈다. 콜린은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거칠게 운행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렇게 움직이면 어떡해요!”

“알 게 뭐야! 빨리 계속 쏘기나 하라고!”


크기가 큰 화물선이어서인지 총알을 조금 맞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큰 타격이 되지 않았다. 서로 사격을 계속하고 조금 시간이 지났다.


“맞췄어요!”


조지가 승전보를 알렸다. 작살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만큼 조준하기 쉬웠던 까닭이었다.


“좋아, 그대로 후미에 있는 적도 부탁해.”


조지는 그대로 후미에 작살을 박은 소형정을 향해 기관총을 쐈다. 전투의 열기가 한창인 가운데 데이지가 말했다.


“있잖아. 내 쪽 적이 안 보이거든? 아마 선수 쪽을 노리는 것 같은데.”

“뭐?”

“위쪽으로 날더니 앞으로 가버렸어. 저기, 선수에 있는 적은 못 쏘는데, 이번에야말로 그걸 써야 하지 않을까?”


콜린은 답이 없었다.


“그쪽은 운전을 해야 하잖아요? 내가 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잠시 망설이던 콜린이 마지못해 말했다.


“어쩔 수 없지. 데이지. 홀 토마토 호를 타라.”

“그렇게 하지요.”


데이지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조종간에서 손을 떼고 기관총실을 나갔다. 조지는 그동안 계속 기관총을 쐈다.


“으아아! 도저히 안 맞아요.”

“총알 낭비하지 말고 기다려. 홀 토마토 호를 타고 나가면서 바로 묶여있는 후미의 적부터 처리하는 거야. 신호하면 바로 다시 쏘면 돼.”


데이지는 우선 홀 토마토 호의 열쇠를 가지러 조종실로 갔다.


“똑바로 써라. 흠집이라도 나면 수리비는 전부 네가 부담하게 될 테니까.”

“조심히 다뤄 줄게요.”


데이지는 계단을 올라 윗 층으로 갔다. 거기에 있는 것은 어두운 붉은 색의 잘 빠진 소형 전투기였다. 그것의 입구로 올라가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My precious boy.”


그렇게 말하자마자 무전기에서 호통이 들렸다.


“그 배는 내 거라고! 그딴 말은 하지 마!”

“네, 네.”


데이지가 홀 토마토 호에 탑승하며 웃었다. 이 예쁜 아이와 적들을 데리고 술래잡기를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녀는 흥분하고 있었다.


“조지. 곧 출발할 거야. 조준 잘하고 있어.”

“네.”


조지는 숨도 쉬지 않고 눈으로 쫓고 있었다. 잠시 후 우주선의 상단이 열리면서 홀 토마토 호가 등장했다.


“지금이야!”


데이지의 신호를 기점으로 조지가 기관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위에서도 발진한 홀 토마토 호를 향해 총알이 날아왔다. 데이지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방향을 이리저리 비틀며 총알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작살에 걸린 후미의 소형정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것은 조지가 쏘는 기관총을 피해 오른편으로 몰리고 있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록온하는 데 성공했다. 그 직후 미사일 두 발이 적을 격추했다.


“해냈어요, 데이지 씨!”

“안심하긴 아직 일러. 내가 놓친 녀석이 있다고.”


데이지는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어디냐. 일 대 일이다. 정정당당하게 붙어보자. 나온다면 내 애마가 가진 무기로 숨통을 갈아주마. 그러나 적은 나오지 않았다.


“콜린 씨. 설마.”

“설마고 자시고, 그 녀석은 도망쳤다.”

“그래···.”


데이지는 풀이 죽어 대답했다.




일련의 싸움이 끝나고 우주선은 이제 막 목적지의 중간에 가까워져 갔다. 더 이상 따라오는 적들은 없는 것 같았다. 딸칵하는 소리와 함께 솟아 나온 맥주 거품이 데이지의 엄지로 흘렀다. 흡하고 입술을 갖다 대고는 그대로 꿀꺽꿀꺽 마셨다.


“겁쟁이 같으니라고.”


데이지가 고개를 숙였다. 붉은 생머리가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싸우지 않고 이겼으니 병법의 극의를 깨친 거 아니냐.”

“이미 그전까지 신나게 총질했거든?”

“정말 조마조마했다고. 홀 토마토 호가 부서지면 어쩌나 싶어서.”

“내가 부서지는 건 신경도 안 쓰는 거야?”


한창 둘이 대화하는 와중에 화장실을 갔던 조지가 들어왔다.


“큰돈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일도 생기네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콜린은 레몬 소다를 마시고 말했다.


“가니메데 마피아겠지.”

“아깐 모른다면서? 숙청한 녀석들이 냄새를 맡은 거야?”

“아니, 그랬으면 아마 무서울 정도로 많은 녀석들이 왔을걸?”


데이지와 조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너희들에게 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


콜린은 다 마신 소다 캔을 건너편 소파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한 현상금 사냥꾼이 도주하는 마피아들의 소재를 파악했지. 그러면서 마피아들의 비자금에 대해서도 어떻게 들은 것 같은데, 그 녀석은 비자금을 옮기는 차를 습격해서 비자금을 훔쳐냈어. 망해가는 조직이라 지키는 놈들이 얼마 없었댔지.”

“직접 듣기라도 한 것 같은데?”

“그 후에 나를 찾아와서 화성까지 운반만 해주면 10퍼센트를 떼어주겠다고 했거든.”


콜린은 조종석 아래에 있는 케이스를 꺼내와서 열었다.


“돈으로 바꾼 다음에 주겠지만 말이야.”


케이스 안에는 금괴 10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일동 모두 금빛을 구경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카드가 아니라 금이었구나.”

“그런데 이 금을 노리고 마피아들이 왔다는 건···.”

“아마 들켰겠지. 그 녀석, 지금쯤 죽지 않았을까?”

“이런 중대한 일을 왜 우리한텐 얘기 안 한 거야?”

“너희들이라면 이 금 훔쳐서 튀었을 거잖아?”

“그건 그렇죠.”


셋은 계속 금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조지가 입을 열었다.


“저기, 이렇게 된 마당에 이거 계속 가지고 있기엔 위험하지 않아요?”

“그렇겠지.”


다시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걸 깬 건 콜린이었다.


“어차피 망한 조직이다. 우릴 쫓아올 여력도 없을 거야. 그냥 갖자고.”

“그래도 괜찮은가요?”

“물론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화성까지 가서 환전하자고. 너희들도 싸웠으니 돈을 어떻게 나눌지나 생각해!”


그렇게 우주선이 화성에 가까워지는 동안 셋은 열띤 토론을 벌이게 되었다. 일을 가져온 건 나니까 제일 많이 가져야 한다, 적을 격추시켰으니 더 받을 자격이 있다, 가장 빠르게 상황 판단을 하고 지휘를 한 건 나라는 주장 등이 토론판에 꽃피워졌다.


셋이 각자 만족할 만한 배당금을 약속할 때쯤 배는 화성에 도달했다. 활주로를 따라 우주선이 지면에 도착할 때였다. 그들이 무사히 화성 지면에 도착하기 전 경찰들이 다가왔다.


“바질 리브스 호. 귀 우주선은 우선 본 경찰선을 따라와 주세요.”

“콜린,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그러게나 말이다.”




바질 리브스 호가 화성에서 안착한 곳은 공항 터미널에서 좀 떨어진 구석에 있는 활주로였다. 우주선에서 내리자 길이라는 경찰이 마중하고 있었다.


“콜린 스털링 씨. 잭 도리안이라는 현상금 사냥꾼을 아시죠? 지난주에 가방을 운반해달라는 의뢰를 받지 않으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가니메데에서 활동하던 마피아들을 사살하고 금을 훔친 혐의로 우리 서에 잡혀 있습니다. 그자가 당신의 우주선에 그 금이 있다고 증언한 바가 있으니 수색하도록 하겠습니다.”


길이 영장을 보여주며 말하자, 대기하던 십 수 명의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조종실에서 어렵잖게 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건 마피아들이 가니메데에서 불법적으로 취득한 금이기에 저희가 압수하겠습니다.”


거금이 떠나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아쉬운 마음을 내보일 수는 없었다. 불법적으로 취득한 금을 나눠 가지려 했다는 것을 알리면 그것대로 경찰이 물고 넘어질 것이다. 콜린은 최대한 자신은 저 케이스를 열어본 적도 없고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도 몰랐다고 항변했다. 나머지 둘은 콜린과는 잘 아는 사이가 아니며, 그냥 화성으로 가는 길에 얻어 탄 거라고 한껏 그와의 친분을 부정했다.


경찰의 조사를 받는 동안 화성에서 발이 며칠 묶이게 되었다. 그나마 참 다행히도 현상금 사냥꾼 잭은 콜린이 경찰에 잡힐만한 증언을 하지 않았기에 그는 풀려날 수 있었다.




“어이, 거기 아저씨!”


카페테리아에 앉아있던 데이지가 콜린을 발견하고는 불렀다.


“누구시더라.”

“아직도 삐친 거야? 당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거였잖아. 되도록 경찰하고 안 맞대는 게 좋지 않아?”

“화내지 말라구요. 밥은 우리가 사줄게요.”


콜린은 언짢은 얼굴로 다가갔다.


“베이컨 에그 핫케이크. 커피는 핸드 드립으로.”

“네, 여기 주문이요!”

“나 같은 건 손절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러는 거야?”

“어차피 내가 아니면 우주로 못 나가니까 이러는 거지? 기다리지 말고 사라져버리지 그랬냐.”


커피를 마시던 데이지는 슬쩍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니라니까. 여태까지의 우정이 있는데.”


조지가 끼어들었다.


“저는 그런 이유 때문에 기다리자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말하면 내가 그런 이유 때문에 기다리자고 한 것 같잖니.”


콜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다려 준 녀석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그는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본인의 호인 같은 면을 속으로 자찬하며 말을 꺼냈다.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 것 같아?”




우주선에 시동이 걸렸다. 이윽고 탑승한 세 사람은 강해진 중력을 느꼈다.


“금성은 처음인걸요? 비너스라는 이름만큼 아름다운 여자들이 많겠죠?”


조지의 말에 콜린이 비웃었다.


“날 믿는 게 좋아.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아.”


데이지가 끼어들었다.


“그럼 내가 가면 평균 외모가 상승하겠네?”

“제발 닥쳐줘라.”


데이지가 깔깔대며 웃었다. 그 경박한 웃음소리에 질린다는 듯 콜린이 혀를 찼다. 조지가 중얼거렸다.


“외모는 됐으니까 부디 멀쩡한 사람들만 있으면 좋겠네요.”

“뭐라고?”


콜린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데이지는 두 사람에게 깊은 유감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고 소리를 내던 우주선은 어느새 태양계 항로를 타고 올라갔다.


반짝이는 등대들이 널린 검은 바다로, 바질 리브스 호는 그렇게 나아갔다.


작가의말

처음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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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후기 22.09.01 24 1 15쪽
129 에필로그 -2- (完) 22.09.01 20 1 16쪽
128 에필로그 -1- 22.08.31 22 1 13쪽
127 고독의 습격 -2- (完) 22.08.29 19 1 16쪽
126 고독의 습격 -1- 22.08.29 22 1 12쪽
125 폭풍전야 -3- (完) 22.08.18 21 1 12쪽
124 폭풍전야 -2- 22.08.16 19 1 11쪽
123 폭풍전야 -1- 22.08.16 21 1 13쪽
122 공연을 준비해라 -3- (完) 22.08.16 16 1 12쪽
121 공연을 준비해라 -2- 22.08.12 21 1 11쪽
120 공연을 준비해라 -1- 22.08.12 28 1 14쪽
119 준비 없는 부재 -3- (完) 22.08.11 23 1 14쪽
118 준비 없는 부재 -2- 22.06.19 17 1 13쪽
117 준비 없는 부재 -1- 22.06.16 18 1 13쪽
116 마피아의 사정 -5- (完) 22.06.14 18 2 13쪽
115 마피아의 사정 -4- 22.06.10 18 2 13쪽
114 마피아의 사정 -3- 22.06.04 2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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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마피아의 사정 -1- 22.05.21 19 2 12쪽
111 침입자들의 문제 -3- (完) 22.05.17 24 2 11쪽
110 침입자들의 문제 -2- 22.05.11 19 2 13쪽
109 침입자들의 문제 -1- 22.05.10 20 2 13쪽
108 서로 알아가는 과정 -6- (完) 22.05.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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