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일반소설

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6,020
추천수 :
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1.11.03 00:39
조회
36
추천
1
글자
12쪽

원한다면 와라 -2-

DUMMY

“그래, 좀 부탁해.”


제임스가 전화를 끊었다. 걸레질하던 시류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봐?”


시류가 대답했다.


“청소를 끝냈습니다.”


제임스가 주위를 둘러보니 회의실이 말끔했다. 남은 거라곤 서류를 정리하는 일밖에 없었다. 먼저 도와주겠다고 했던 것이 내심 부끄러워진 제임스는 시계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벌써 그렇게 됐나?”

“저도 같이하겠습니다.”


제임스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래.”


두 사람은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반 정도는 정리가 되었기에 얼마 걸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네가 우리 조직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갑작스러운 질문에 시류는 잠시 주춤했다.


“6개월 정도 됐습니다.”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남다른 열정이 이해가 갔다.


“그렇게밖에 되지 않았나?”


시류는 웃으며 그렇게 얘기하는 제임스의 말에 당황했다.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건지, 자신을 책망하는 건지 알 수 없었기에 반사적으로 용서를 빌었다.


“죄송합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의문을 표한 제임스는 한 가지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시류는 아직 자기가 편하지 않다.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과는 달랐다. 말단 조직원과 조장의 간극이란 것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 사실이 못내 아쉬웠던 제임스는 말을 돌리려 했다.


“벤한테 소개를 받아서 들어 왔었지?”

“네, 그렇습니다.”

“들어와 보니 어때? 그렇게 좋은 대접은 아니지?”


시류의 손이 멈췄다.


“미안하지만 좋은 취급은 받지 못하고 있단 말이야. 어른들의 사정이라고 생각하라고.”

“저는······.”


시류의 말에 제임스가 귀를 기울였다.


“각오하고 있던 바입니다.”

“흐음.”


제임스는 내심 신기해했다. 오를 수 없을 것을 알면서 썩은 줄을 골랐단 말인가. 자신이 놓여질 처지를 알고도 발을 내디뎠다는 건 그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했다.


“우리 조가 흥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 점은 잘 모르겠지만, 그에 필요한 일을 할 각오 역시 되어있습니다.”


가시밭길을 스스로 걷는 것은 체제에 순응하는 것과는 달랐다. 정상으로 올라갈 의지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아부라면 수준 낮은 말에 불과했겠지만, 제임스는 지난 6개월간 시류를 보면서 어느 정도의 신뢰를 느끼고 있던 차였다. 그렇게 빈말일 것 같지는 않았다.


“정리는 다 끝난 것 같습니다.”


마지막 서류를 책장에 넣자 시류가 말했다.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문으로 나온 두 사람은 주차장으로 갔다. 운전석은 시류의 자리였다.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제임스는 뒷자리에 앉았다. 그렇기에 조수석에 앉은 그를 보고 시류는 조금 당황했다.


“뭐냐?”


조장을 상대로 왜 옆에 앉냐고 묻기엔 용기가 없었다.


“아닙니다.”

“출발하자.”

“예.”


차는 어느샌가 시내 도로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향했다. 말없이 있던 제임스가 넌지시 물어봤다.


“정말로 각오가 되어있나?”


느닷없는 말이었다. 시류가 당황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그래도 “네?”라며 저렇게 얼빠진 얼굴을 하다가도 표정을 금세 표정을 감춘다. 다른 녀석들한테는 없는 면모였다. 제임스는 다시 제대로 물었다.


“우리 조가 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일을 뭐든지 할 각오가 되었냐고.”

“물론입니다.”

“전부 다? 부모라도 죽일 수 있겠냐?”

“네?”


이번에야말로 시류는 제대로 당황한 듯했다. 제임스는 그것이 농담이었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려 할 참이었다.


“죄송하지만 조장님.”

“뭐냐?”

“저는 부모님이 안 계십니다.”


제임스 역시 제대로 당황했다. 그가 시류를 빤히 쳐다보자 시류 역시 그를 봤다. 제임스가 말했다.


“앞에 보면서 운전해.”

“아, 네.”


제임스는 바로 본론을 들어가기로 했다.


“우리 조는 좀 위태로워. 어쩌면 없어지고 다른 조로 흡수될지도 모르지. 그런 건 알고 있어?”

“그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있어. 아까 회의록을 보다가 떠오른 방법이야. 지금 당장은 말해줄 수도 없고 다른 녀석들한테 알리는 것도 안 돼. 내 명령을 어기지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해. 가능하겠어?”


시류는 즉시 대답했다.


“따르겠습니다.”




바질 리브스 호로 들어온 콜린은 착잡한 마음이었다. 행어가 보여준 현금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 후로 여러 설득을 들었다. 당신만이 할 수 있다든가, 회사에 정말 중요한 물건이고 여러 직원을 구하는 것이라는 동정을 유발하는 말까지. 물론 그것이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그만큼 콜린은 무르지 않았다. 다만 돈이 필요했다. 한 조직을 상대하기 위해선 무장이든 정보든 많은 현금을 요구할 일이 많았다. 그런 이유로 받아들였으면서도 꺼림칙한 기분에 마음을 잡지 못했다.


“별일 없었나 보네요?”


조종실로 조지가 들어왔다.


“데이지는?”

“밥하고 있죠. 저녁때잖아요?”


콜린은 시계를 봤다. 확실히 조지의 말이 옳았다.


“조금 쉬어야겠다.”

“받아들였어요?”

“뭐?”

“의뢰 말이에요. 받아들였어요?”


콜린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방금 왔잖냐. 조금 쉬어야겠다니까?”


조지가 아쉬워했다. 그때 데이지가 조종실로 들어왔다.


“어라 왔네? 의뢰는 받아들였어?”


콜린은 어이가 없었다. 무언가 말할까 우물거리더니 이내 그만뒀다.


“그래 받았다.”


콜린은 쏟아질 질타와 잔소리를 예상했다.


“그런가. 어쩔 수 없네.”

“제가 콜린하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죠.”


생각과 다르게 두 사람이 납득하자 콜린은 내심 놀랐다. 조지의 말에 신경이 긁힌 것도 아주 잠깐 잊을 정도였다.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작전을 짜려면 일단 뭘 좀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식당으로 가자고. 괜찮은 음식을 만들어놨으니까.”


두 사람은 콜린을 잡아끌다시피 끌고 갔다. 다양한 종류의 만두들이 접시에 놓여있었다.


“다 직접 만든거야?”


콜린이 놀라며 물었다.


“그래. 오후에 당신 나가기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거야. 당신, 부엌에 안 들어와서 몰랐지?”

“많은 고생을 했겠구먼.”

“고생한 줄 알면 우리 말 좀 들어줄래?”

“무슨 말?”

“이번 일은 우리도 낄게요. 아까 둘이 생각해봤는데 이번 일은 위험한 구역에서 하는 일이잖아요? 콜린 씨가 위험에 빠지면 누가 구해주겠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들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 이렇게 직접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콜린은 결국 입을 열었다.


“마음대로 해라, 멍청이들.”


데이지와 조지가 오후부터 만든 그 만두들을 콜린은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조종실로 갈 때 콜린은 꺼림칙한 기분을 떨쳐낼 수 있었다.


세 사람이 조종실에 모였다. 콜린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회사에서 나한테 의뢰를 했어. 중요 기밀이 담긴 디스크를 해적 놈들이 훔쳐 갔는데 나한테 찾아달라는 거였지. 해적들에 대한 정보는 의뢰인 측에서 다 제공을 해줬어.”

“할 일은 그 해적들하고 한 판 붙어서 혼쭐을 내준 다음에 디스크를 챙겨오는 건가?”


데이지의 말에 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야. 해적들하고 마찰이 있는 건 필수 불가결이지.”

“위험하겠네요.”

“그만큼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어. 물론 너희들에게도 그만큼 떨어지는 거지.”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할 일은 소행성대로 가는 거야.”

“우리 거기서 안 좋은 일이 있지 않았나요?”

“그래서 가기 꺼려져?”


콜린의 물음에 조지는 고개를 저었다.


“소행성대에 그 녀석들이 있어. 보라색 중형 우주선을 가진 해적들이야. 다른 녀석들 같으면 평소에 소행성대 깊숙이 숨어있는데 그 녀석들은 무슨 배짱인지 평소에도 항로 가까이에 있어. 기체 번호는 TVNE-84423. 이름은 없고 기체에 번호가 적혀있어. 목표와 만나면 그 안에 들어가서 뺏어 오면 되는 거지.”

“질문이 있는데.”

“뭔데?”

“기체 번호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의뢰인의 정보력이야. 자세한 건 알 수 없었어.”

“그만큼 잘 알면 그쪽에서 직접 일을 해결할 수는 없었던 거야?”


아직 의뢰를 받는 것이 탐탁지 않은 데이지의 마음이 담긴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데이지 자신도 그런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의뢰인 측에선 스스로 나서길 꺼리는 것 같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의뢰를 받았으니 해결해줘야지.”


데이지와 조지는 수긍했다.


“항로 근처에 있을 녀석들을 선제공격한다. 선전포고는 일제 없다. 철저히 응징한 후 원하는 것을 얻어낼 거야. 반항할 여지를 주면 일이 힘들어진다. 알겠지?”

“바질 리브스 호로 끝내는 거야?”

“그래. 홀 토마토 호는 공격할 때는 웬만하면 쓰이지 않을 거야.”


데이지는 조금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두 사람이 끼지 않았다면 콜린 홀로 홀 토마토 호를 타고 적들을 찾아갔을 것이나 이젠 그렇지 않았다. 홀 토마토를 써야 한다면 쓸 수 있으나 이번 작전에 사용된다면 그리 좋은 일은 아니게 될 것이다. 아니, 사실 홀 토마토가 쓰이게 된 건 대부분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을 때였다. 콜린은 그 점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홀 토마토의 사용을 주저하는 것이리라.


“좋아. 어떻게 할지 알았어. 조지 넌?”


데이지의 물음에 조지가 대답했다.


“대충 먼저 기관총을 갈기면 콜린이 담판을 지어서 디스크를 가져온다는 거잖아요? 쉽네요.”

“정확해. 그럼 출발하자고.”


저녁 하늘이 어둑한 때에 바질 리브스 호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성층권을 지나 열권을 벗어나서 태양계 항로에 자리 잡은 배는 소행성대를 향해 속도를 냈다. 시간이 지나고 조종실에 있는 콜린은 준비하라는 말을 무전기 너머로 보냈다. 데이지와 조지는 선수의 기관총실에 앉아서 지시를 기다렸다.


“레이더 영역을 확대해서 보고 있어. 이 근방에 죽치고 앉아 있는 녀석이 목표일 확률이 굉장히 높아. 천천히 보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더에 눈에 띄게 움직이지 않는 배가 보였다. 콜린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하나 걸렸다. 가보겠어.”


바질 리브스 호는 레이더의 한 점에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만큼 데이지와 조지는 점점 긴장했다.


“보라색 중형 우주선이 맞는군.”


콜린은 기체가 나타난 화면을 확대했다. 얼마 확대하자 배에 적힌 글씨가 나왔다.


“TVNE-84423. 제대로 걸렸어. 저 친구들이 틀림없어.”

“쏠까?”

“좀 더 가까이 가야 해. 내가 지시할 때까지는 발포하지 마.”


바질 리브스 호는 서서히 보라색 우주선을 향해 다가갔다. 상대는 눈치를 못 챈 듯 움직임이 없었다. 콜린의 눈에 우주선이 잘 보일 즈음 콜린이 지시했다.


“쏴.”


기관총이 우주 밖에서 번쩍이기 시작했다. 선수에서 강렬하게 뿜어져 나가는 총알들은 순식간에 보라색 우주선에 박혔다. 조종사가 농땡이라도 부리고 있던 건지 보라색 우주선은 얼마간 반응이 없었다. 잠시 후 상대는 방향을 틀었으나 이미 엄청난 총알에 엔진이 망가진 우주선은 원을 그리며 빙빙 돌 뿐이었다.


“이만하면 됐어. 그만 쏴.”


콜린의 지시가 떨어지자 두 사람은 방아쇠에서 손을 뗐다. 콜린은 무전 신호를 잡아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들리나 그······ TVNE-84423호?”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치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답이 들려왔다.


“누구야? 뭐 하는 사람이야 당신!”

“생각보다 반응이 차갑군.”

“누구냐니까? 빌어먹을!”


콜린은 차갑게 대꾸했다.


“물건을 찾으러 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7 순도 99.9% -5- (完) 22.01.05 30 1 17쪽
76 순도 99.9% -4- 22.01.03 28 1 12쪽
75 순도 99.9% -3- +1 21.12.31 28 1 12쪽
74 순도 99.9% -2- 21.12.27 24 1 12쪽
73 순도 99.9% -1- 21.12.24 26 2 16쪽
72 첫 단추를 잇는 법 -6- (完) 21.12.22 25 1 12쪽
71 첫 단추를 잇는 법 -5- 21.12.20 26 1 11쪽
70 첫 단추를 잇는 법 -4- 21.12.17 26 1 13쪽
69 첫 단추를 잇는 법 -3- 21.12.15 30 1 12쪽
68 첫 단추를 잇는 법 -2- 21.12.13 29 1 13쪽
67 첫 단추를 잇는 법 -1- 21.12.10 31 1 12쪽
66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6- (完) 21.12.08 28 1 16쪽
65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5- 21.12.06 36 1 12쪽
64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4- 21.12.03 29 1 12쪽
63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3- 21.12.01 28 1 12쪽
62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2- 21.11.29 29 1 14쪽
61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1- 21.11.10 33 1 12쪽
60 원한다면 와라 -4- (完) 21.11.07 31 1 13쪽
59 원한다면 와라 -3- 21.11.05 29 1 11쪽
» 원한다면 와라 -2- +1 21.11.03 37 1 12쪽
57 원한다면 와라 -1- +1 21.11.01 39 1 11쪽
56 도둑들 -3- (完) 21.10.29 29 1 15쪽
55 도둑들 -2- 21.10.27 32 1 13쪽
54 도둑들 -1- 21.10.25 34 1 11쪽
53 정치인과 꾸는 꿈 -6- (完) +1 21.10.22 33 1 12쪽
52 정치인과 꾸는 꿈 -5- +1 21.10.20 34 1 12쪽
51 정치인과 꾸는 꿈 -4- 21.10.18 31 1 12쪽
50 정치인과 꾸는 꿈 -3- 21.10.15 33 1 15쪽
49 정치인과 꾸는 꿈 -2- +1 21.10.13 33 1 12쪽
48 정치인과 꾸는 꿈 -1- 21.10.07 36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