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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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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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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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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1.10.1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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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치인과 꾸는 꿈 -4-

DUMMY

‘이거 정말로 위험하겠는걸?’


데이지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거리에 사람들은 몇 없었다. 그 말은 특이한 사람이 있다면 눈에 띄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는 말이다. 수상한 남자들이 건물을 뒤지고 있었다. 그 수만 해도 족히 4명은 봤을 것이다.


‘조지는 여섯 명에게 쫓긴다고 했어. 남은 두 명이 어딨는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해.’


GPS에 문제가 생겼는지 조지는 그 위치에 보이지 않았다. 디바이스의 전원이 꺼진 채로 장소를 이동했을 가능성이 컸다. 문제는 아무리 건물이 많이 없다고는 해도 이 넓은 곳을 데이지 혼자 뒤지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저들이 먼저 조지를 찾을 확률이 6배는 높았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데이지는 우선 지리를 알아야 했다. 조지를 찾으면 어느 쪽으로 도망을 쳐야 하는지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걷던 데이지는 문득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투박한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가 벤치에 앉아 힐끔거리며 한 건물을 주시하고 있었다. 망원 렌즈를 낀 카메라로 저 멀리 있는 건물을 살짝 찍고 아닌 척하며 그 자리에 있었다. 데이지는 그 남자를 잊지 않았다.


‘저 사람이 찍고 있는 건물은······.’


절에서나 볼 법한 대문. 미닫이문을 품고 있다. 뒤로는 분수와 저택이 있는데 그 모습은 조지가 말했던 바와 똑 닮았다. 데이지는 미소를 지으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건물에만 관심이 있던 남자는 데이지가 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남자의 바로 앞에 선 데이지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그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야?”


잠시 생각을 하던 남자는 데이지가 아까 자신과 실랑이를 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아, 당신이야? 뭔데?”


데이지는 저택을 보며 말했다.


“엄청 큰 집이네요? 카메라가 그쪽으로 가는 것도 이해는 가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데이지가 그의 옆에 앉았다.


“저 집을 잘도 찍으시던데 꿈이 저런 집에 사는 건가 봐요? 아. 그런데 저 집 주인의 허락은 받고 찍었나요?”


남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는데 왜 이러는 거야? 술 때문이야?”

“얘기를 좀 알아먹을 것 같으니 간단하게 얘기하지. 당신이 나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간단해. 남자 한 명이 건물에 숨어있는데 그 녀석을 같이 찾아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가만히 있을게.”


남자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데이지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는 다니 무슨 소리야?”

“실은 내가 찾는 녀석도 저 건물을 찍다가 쫓기고 있거든. 당신이 저 건물에 무슨 관심을 왜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날 도와주지 않으면 당신이 한 행동을 까발리겠어.”

“까발린다니? 어떻게?”

“꺄악! 제 옆에 있는 남자가 저 저택을 카메라로 찍고 있어요! 라고 소리 지를 거야.”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잘해보시지. 내가 도망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거든.”

“상관없어. 아까 당신이 브랜디를 산 술집에 가서 결제 내역을 달라고 하면 당신 신상은 나올 테니까. 들키면 곤란한 일을 하는 거 같은데 어디 열심히 도망쳐 봐.”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는 기분이 들었다.


“빌어먹을 년. 그래, 어떤 녀석을 찾으면 되지?”


데이지가 비로소 맑은 미소를 지었다.


“이름은 조지. 짙은 피부에 청바지와 붉은 야구 점퍼를 입고 있어. 아, 목에 카메라를 메고 있는데 당신같이 큰 카메라는 아니야.”

“그래서 어디서부터 찾으면 되지?”

“여섯 명의 남자가 지금 조지를 찾고 있어. 건물 안에 못 본 곳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샅샅이 뒤졌다고 생각해. 그러니 저 녀석들의 반대편부터 찾는 게 좋은 생각일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인 건 모르겠고 저쪽부터 찾으면 된다 이거지? 알았어.”


남자가 일어섰다. 벤치를 떠나려는 와중에 데이지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뭔데?”

“통성명은 해야지? 이름이 뭐야?”


잠시 침묵하던 남자가 말했다.


“제리.”

“그래, 제리. 난 데이지라고 해요. 그럼 잘 부탁해.”


데이지는 일어나서 잡은 손목에서 손으로 잡고 악수했다. 남자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표정을 찡그렸지만 손을 내치지는 않았다. 협박당하는 처지에서 그런 행동은 별로 좋을 것이 없었으니까.


데이지와 제리는 일정 거리까지는 서로 같이 가게 되었다. 한 사람은 길 끝에서, 사람은 저택 옆부터 조지를 찾기 위한 일이었다. 그 거리까지 간 데이지가 제리에게 말했다.


“너무 협박만 한 것 같으니까 말해주는데 일 끝나면 보상도 해줄테니까 너무 싫어하지 말아요.”


전혀 위로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제리는 데이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길 끝으로 걷기 시작했다.




두 남녀는 그렇게 한 사람을 찾아 갈라졌다. 제리는 귀찮아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조지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른 뜀박질은 아니었지만 걷는 것보다는 빨랐다. 길의 끝으로 가서 건물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 곳 한 곳 들어갈 때마다 누구보다 제발 조지가 있길 바랐다. 네 번째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제리는 조지가 왠지 이 안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감은 좋은 편이었고 일을 할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상가 건물을 모두 뒤져도 나오지 않자 남은 곳은 한 곳뿐이었다. 제리는 조심스럽게 옥상을 향해 걸어갔다.


옥상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한동안 열리지 못한 것처럼 굳어있는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그런 인상이 있다고 해서 확인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제리는 천천히 남은 계단을 올라갔다. 도달한 그는 문 앞에서 물건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누군가가 묵직한 물건으로 자신을 후려치려는 모습을 보았다.




데이지는 저택 옆 건물부터 찾기 시작했다. 상가, 주택을 가리지 않고 들어가 식당, 화장실, 옥상까지 갈만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았다. 그것도 몇 번을 반복하자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감 역시 좋은 편에 속했다. 특히 안 좋은 쪽으로는. 그것이 어떻게 형성된 감각인지는 알 수 없으나 데이지는 그 감각을 신뢰하고 있었다. 데이지는 제발 조지를 찾길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에라이, 더럽게 아프네.”


팔을 움켜쥐고 있는 남자는 조지가 주의하고 있던 인상과는 전혀 다른 남자였다. 주위에 다른 사람을 부르거나 하지 않았기에 그가 자신을 잡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실례지만 누구세요?”


벽돌로 팔을 맞은 데다가 그런 질문까지 받으니 제리의 기분은 썩 좋지 못했다.


“실수로 남을 때렸으면 우선 미안하다고 하는 게 도리 아닐까?”

“그러네요. 죄송해요. 많이 아프셨죠?”

“그래, 더럽게 아프다.”

“그래서 누구시죠?”


제리가 한숨을 쉬었다. 멀뚱멀뚱 서 있는 남자는 피부가 짙고 데이지가 말한 인상착의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작은 카메라가 자신이 찾는 사람이란 걸 증명해주었다.


“이름이 조지인가?”


조지는 조금 뜸을 들였다.


“제가요?”

“그래, 너 말이야. 데이지가 날 보냈어.”

“데이지 씨가요?”

“그래. 빨리 전화라도 걸어서 불러내라고.”

“죄송한데 제 디바이스 배터리가 다 달아서요.”


제리는 재차 한숨을 쉬었다. 그런다고 조지의 배터리가 충전되는 건 아니었다. 결국 제리는 자신의 디바이스를 꺼냈다.


“번호가 뭔데?”

“제가 쳐 드릴게요.”


조지에게 디바이스를 넘기고 다시 받은 제리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얼마 뒤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나야, 제리. 1층은 카페랑 고깃집이고 2층부터는 주택인 곳이야. 길 끝에서 4번째 건물이니까 빨리 달려와.”


제리가 전화를 끊자 어색한 기운이 돌았다. 별로 할 말이 없었던 제리는 조지가 들고 있는 벽돌에 눈이 갔다.


“이건 뭐냐?”


조지가 아차 하며 벽돌을 내려놓았다.


“호신용으로 어쩔 수 없이······.”


제리는 어이가 없었다. 데이지의 친구들은 모두 이런 성격인지 물을까 싶었지만, 조지에게 물어봤자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것 같진 않았다.


“어차피 상대는 여러 명인데 이런 거 휘둘러 봤자 다들 금방 네 쪽으로 오지 않을까?”

“근데, 그게요. 그것이 그렇네요.”


오늘 만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밖에 없다. 기사에서 손 떼라는 편집장에 밥 사줬더니 내 일을 일러바치는 후배인 편집기자 놈. 거기에 데이지도 조지도 다신 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데이지가 빠르게 오길 기다렸다.


그들의 귀에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데이지가 오는가 싶었던 제리는 제발 이 사건이 끝나기를 빌었다.


뚜벅뚜벅하며 들려오는 발소리를 듣던 제리는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데이지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지금 들려오는 발소리는 전혀 운동화의 그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리는 조지의 귀에 대고 말했다.


“어이, 조지라고 했나?”

“네, 그런데요?”


심상치 않음을 느낀 조지 역시 목소리를 줄였다. 제리는 그 점에 약간의 호감을 느꼈다.


“무기로 쓸만한 것 뭐 없나?”


조지는 바닥에 내려놓은 벽돌을 들어보였다.


“일단은 이게 다입니다만.”


제리가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


“이거 하나뿐인가? 각목이라던가 쇠 파이프 같은 물건은 없어?”

“저도 쫓기면서 급하게 가져온 거라······. 무슨 일인데요?”

“지금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 저건 데이지가 아니야.”


혹자는 조지의 눈치에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으나 바질 리브스 호에서 몇 년간 구른 그의 임기응변은 얕볼 것이 못 되었다. 조지는 즉시 머릿속에서 작전을 짜내었다.


“적이라는 말이군요. 올라오면 일단 제리 씨가 붙잡으세요. 제가 머리를 가격할 테니까요.”


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제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숨을 죽여 주시했다.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들의 옆까지 온 발소리는 잠시 소리를 죽이더니 마지막 발걸음을 올라왔다. 그 순간 제리가 튀어나와 이름 모를 상대를 붙잡았다.




전화를 받은 데이지는 빠른 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조지를 쫓는 다른 남자들은 아직 저택에서 왼쪽 건물들을 수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짐작하기로는 그들이 나를 따라잡기 전까지 조지를 만나 옷을 갈아입히고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제리가 말한 건물에 도착하기 전 데이지는 거의 뜀박질에 가까운 걸음으로 건물에 다가가고 있었다. 건물 앞에 도착한 데이지는 숨을 고르며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는 오른발을 내디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움직이지 마.”


그 말과 함께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렸다. 권총 공이가 당겨지는 소리임을 수 없이 들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데이지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들었다. 건물 앞에 세워져 있던 큰 승합차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여자인가?”

“뛰어온 거 보니까 맞는 것 같습니다, 형님.”

“바로 태울까요?”


차에서 두 남자가 내리는 것 같았다. 두 명까지라면 어떻게 해볼 심산이 있었지만, 총으로 무장한 세 남자라면 얘기가 달랐다. 데이지가 말했다.


“거기, 아저씨들. 뒤를 좀 돌아봐도 될까?”

“천천히.”


그들의 말대로 데이지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두 총구가 자신의 몸을 노리는 것이 보였다. 그 뒤에는 두건을 쓰고 양손이 뒤로 노끈으로 묶여있는 조지와 제리가 보였다. 아무래도 자신과 전화를 한 후에 붙잡힌 듯 했다.


“나도 저 꼴로 만들 거야?”

“얌전히만 있는다면 말이야. 저항하면 더 험한 꼴로 만들어 주지.”


데이지가 한숨을 쉬었다.


“이거 영 재수가 없네.”


데이지의 얼굴에 두건이 뒤집어씌워졌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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