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일반소설

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6,040
추천수 :
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1.11.05 12:10
조회
29
추천
1
글자
11쪽

원한다면 와라 -3-

DUMMY

상대는 잠시 침묵했다. 얼마 후 무전기에서 짧고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냐?”


콜린이 대꾸했다.


“나흘 전, 너희가 한 우주선을 노략질해서 얻은 게 하나 있을 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무슨······.”

“말장난하면 공격하겠다.”


상대는 다시 침묵했다. 이내 다시 말했다.


“무슨 물건을 얘기하는지 알려달라.”


배 안에서 강탈한 물건이 디스크뿐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콜린은 그 사실을 짐작하고는 헛웃음을 내었다.


“디스크다. 투명한 케이스에는 1227이라고 유성펜으로 적혀있지. 다 알고 왔으니까 부정은 안 하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잠시 기다려라.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

“10분 주겠다.”


무전이 끊겼다. 여유롭게 기다리는 콜린과는 다르게 조지는 조금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혹시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너도 봤잖아. 엔진이 망가졌어. 저대로 도망치려면 견인 우주선에 실려서 가야 할 거야.”


조지는 뭔가 불안했지만 구태여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보라색 우주선이 찔끔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음?”


어찌 된 일인지 엔진이 망가졌다고 생각한 보라색 우주선이 떠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는 아니었지만 느리지도 않았다.


“젠장, 비상 엔진이 있었나!”


콜린은 즉시 바질 리브스 호를 출발시켰다.


“제대로 낚였구먼.”


데이지의 말에 콜린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배를 추적하며 두 사람에게 지시했다.


“계속 쏴! 죽지 않을 만큼만 괴롭히라고.”


그의 말에 두 사람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움직이는 우주선을 상대하는 만큼 아까처럼 맞추기는 힘들었다. 조지는 짜증을 냈고 콜린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거의 상대를 맞추기 쉬워질 거리에 다다랐을 때쯤 상대의 꽁무니에서 작은 캡슐 같은 것들이 나왔다.


“폭탄인가?”

“조심해, 콜린!”


콜린은 즉시 바질 리브스 호에 제동을 걸었다.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고 콜린의 시야가 흐려졌다. 캡슐의 정체는 연막탄이었다.


“어디서 이딴 장난질을······.”


콜린은 연막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시 속도를 냈다. 곧 연막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다시 상대를 뒤쫓으려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캡슐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콜린은 반사적으로 바질 리브스 호를 위쪽으로 옮겨 피했다.


이번엔 연막탄이 아니었다. 꽤 많은 폭탄이 터졌고 파편 때문에 바질 리브스 호의 하단부가 손상을 입었다. 기관총실에 있던 데이지와 조지가 피해를 입었을지도 몰랐다.


“다들 괜찮아?”


걱정하는 콜린의 목소리에 두 사람이 대답했다.


“난 괜찮아.”

“저도 괜찮아요.”


콜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시 추적하기 위해 레이더를 주시했다.


“쓰레기 같은 해적 놈들이 감히······.”


제대로 열이 뻗친 콜린은 위치를 특정하자마자 최고 속력을 내어 따라갔다. 거리는 가까워져만 갔고 이제 조금 밑에 보라색 우주선이 보이는 형국이었다. 콜린은 재차 두 사람에게 지시했다.


“다시 쏴! 이젠 가까우니까 잘 맞을 거야.”


그 말대로였다. 거리를 꽤 좁혔기 때문에 우주선에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상대는 비상 엔진마저 망가졌는지 다시 빙빙 돌기 시작했다. 상대가 무력화되자 콜린은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죽고 싶나?”


살기 어린 목소리에 무전기 너머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미안하다. 한 번만 봐줘. 피해를 끼칠 의도는 없었어. 제발.”

“긴말 안 한다. 다시 10분 주지. 그 안에 내가 말한 디스크를 찾아내. 안 그러면 너희를 다 죽이고 너희 배 잔해 속에서 찾을 테니까.”

“알겠어. 알았다고.”


무전이 끊겼다. 시간은 흘러갔고 콜린은 다시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예비 엔진까지 망가진 시점에서 상대가 무언가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데이지도, 아까 걱정한 조지도 이번에는 별말 없이 기다렸다. 9분 30초쯤이 지날 때까지 바질 리브스 호 내부는 고요했다. 마침내 무전기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이제 이걸 어떻게 건네주면 좋겠나?”

“그쪽에 접근하겠다. 웬만큼 거리가 가까워지면 서로 와이어로 배에 자신을 고정한 다음 중간에서 만난다. 다른 물건을 가지고 나온 게 확인되면 재미없을 줄 알아라.”

“알겠다.”


얘기를 마친 콜린이 데이지에게 말했다.


“데이지, 조종실로 와줘. 내가 나가서 받아올 테니까. 상황을 봐줬으면 해.”

“알겠어.”


데이지가 조종실에 왔고 바질 리브스 호는 천천히 보라색 우주선을 향해 갔다. 두 우주선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지자 무전이 재개되었다.


“준비는 됐나?”

“됐다.”

“5분 안에 나가도록 하지.”


콜린은 데이지에게 조종실을 맡긴 후 우주복을 입었다. 그 후 권총과 와이어를 챙겨서 격납고로 올라갔다. 콜린은 홀 토마토 호를 지나쳐 와이어로 자신을 고정하고는 격납고의 문을 열었다. 바질 리브스 호의 위에 올라가자 보라색 우주선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 사람은 작고 네모난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콜린이 말했다.


“확인했다. 서로 가운데서 만나기로 하지.”


무전 너머로 상대에게 말이 전해졌다. 상대방이 수긍했고 곧 두 사람은 가운데서 만날 수 있었다. 서로 점점 다가가며 콜린은 상대가 들고 있는 것이 디스크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중간에서 만났다.


“확인했다.”


콜린의 말에 상대가 대답했다.


“그럼 주겠다.”


말은 그렇게 했으나 상대는 머뭇거리며 주는 걸 주저했다. 결국 콜린은 권총을 빼 들어 상대에게 겨눴다. 그제야 상대가 천천히 팔을 뻗어 주려는 것이었다. 콜린은 갑자기 기분이 싸하다고 느꼈다. 얼른 뒤를 돌아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질 리브스 호 뒤로 소형정이 나타났다. 지나가는 우주선이 아니리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콜린은 무선의 회선을 바꿔 데이지와 조지에게 외쳤다.


“뒤에 적이 있어!”


콜린의 말을 확인할 새도 없이 소형정은 공격을 시작했다. 조종사가 없는 바질 리브스 호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조지가 후미의 기관총실에 있었다면 어느 정도 반격이 가능했을 테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데이지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조종석 옆에 서랍을 연 그녀는 열쇠를 들고 격납고로 뛰어갔다.


콜린은 상대의 손에서 디스크를 잡아채었다. 그뿐만 아니라 권총을 집어넣고 그 사람을 붙잡았다. 저 소형정이 보라색 우주선을 돕기 위해 나타난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확실한 인질이었다. 소형정은 바질 리브스 호를 공격할 수는 있어도 자신들을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콜린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상대 소형정은 콜린 쪽을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콜린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때 격납고의 문이 한 번 더 열렸다. 붉은 소형정이 발진했다. 콜린은 무전으로 데이지를 불렀다.


“데이지?”

“미안, 시간이 없어서 허락을 못 받았네. 일단 좀 쓸게.”


이만큼 데이지가 대견한 적이 없었다. 콜린은 홀 토마토의 소유권 따위는 문제 삼지 않았다.


“됐으니까 저 녀석을 없애버려!”

“오케이!”


데이지의 홀 토마토 호가 날아올랐다. 상대 소형정은 바질 리브스 호에 대한 공격을 그만두고 홀 토마토 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서로 자기 편의 배를 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이 눈에 띌 정도였다. 본진과 점점 멀어진 두 소형정은 유려하게 날아, 기관총을 난사하며 저 멀리로 날아갔다. 시야에서 두 우주선이 사라지자 콜린은 즉시 상대를 팔로 치고 걷어차서 보라색 우주선으로 보냈다. 그 후 와이어를 잡아당겨 자신도 바질 리브스 호로 돌아갔다. 콜린이 조종실로 돌아가자 조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디스크는요?”


콜린이 디스크를 들어 보여줬다.


“여기.”

“데이지 씨는 어디로 간 걸까요?”

“나도 모르겠다. 다만······.”

“다만?”

“둘 중 하나가 돌아온다면 그 녀석이어야 해.”


보라색 중형 우주선은 이제 반격의 여지가 없다. 남은 것은 소형정 끼리의 대결이었다. 콜린과 조지는 조종실 창밖을 바라봤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잠시 후 레이더에 우주선 하나가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를 내었다. 콜린과 조지는 긴장했다.


‘제발.’

‘데이지 씨!’


승리의 여신은 그들에게 웃어주었다. 붉은 홀 토마토 호가 저 멀리서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콜린과 조지는 쾌재를 불렀다. 곧 데이지로부터 무전이 들려왔다.


“아아, 들리시나 남자들? 지금 상대를 멋지게 격파하고 귀환하는 중.”

“이길 줄 알았어요! 빨리 와요.”


콜린이 격납고를 열자 홀 토마토 호가 안에 들어왔다. 바질 리브스 호는 뱃머리를 돌려 가니메데로 향했다.


“어떻게 이겼어요?”


맥주 한 캔을 따고 마시려는 데이지에게 조지가 물었다.


“어떻게 이겼냐니?”


되물은 데이지가 꿀꺽꿀꺽 맥주를 마셨다. 목에서 청량감이 느껴졌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처치했느냐고요. 어땠어요?”

“기관총을 쏘다가 플라스마 포로 뒤를 날려 버렸어. 소감을 묻는다면, 음······.”


고민하던 데이지가 방긋 웃었다.


“역시 홀 토마토의 진정한 조종사는 나라는 걸까?”


그러자 콜린이 손가락을 튕겨 데이지의 뒤통수를 때렸다. “아야.” 하며 데이지가 콜린을 째려봤다.


“진정한 조종사 좋아하시네. 진정한 홀 토마토의 도둑이겠지.”

“어이, 이 배를 구했는데 칭찬이 너무 박하다.”

“그래, 고맙다. 네 덕분에 살았어.”


콜린의 목소리엔 장난기나 비꼬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진지하게 감사를 표하는 그를 데이지가 지켜봤다.


“그래. 그렇다면.”

“음?”

“누구 덕분인지 알았으면 월급이나 좀 더 올려주라. 홀 토마토 호의 기사라는 명목으로서.”

“이게 진짜! 저 배가 네 거냐?”


데이지가 깔깔거리면서 말했다.


“저 배로 적들을 상대하는 건 사실상 내가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양도하는 건 어때?”

“어림 반푼어치도 없으니까 꺼지시지.”


두 사람이 그런 농담을 주고받던 중, 조지는 디스크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뭘 그리 쳐다보고 있어?”


고개를 돌린 콜린이 조지에게 말했다.


“아니, 중요 기밀이라고 하는 것 치고는 너무 허술하게 보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누구라도 열어볼 수 있게 해놨잖아요.”


콜린은 잠시 생각했다.


“우리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어디 대충 뒀다가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조종석에 갖다 놔.”


조지는 콜린의 말대로 했다.


“그래서 저 해적들은 어떻게 할 거예요?”

“일단 돌아가서 신고해야지. 여기서 경찰을 불렀다가 잘못 엮이면 귀찮아져.”


데이지와 조지는 그의 말에 수긍했다.


“이제 돌아가서 디스크만 전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래. 거의 끝났다 이거지. 다들 좀 쉬고 있어. 좀 있으면 도착할 테니까.”


해적선은 우주 한복판에서 멈춰있다. 홀 토마토 호와 맞서 싸웠던 소형정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데이지는 차를 타고 있고 조지는 TV를 보고 있다. 콜린은 디스크를 서랍에 두고 밖을 바라봤다. 바질 리브스 호는 왔던 궤도를 되돌아서 가니메데로 뱃머리를 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7 순도 99.9% -5- (完) 22.01.05 31 1 17쪽
76 순도 99.9% -4- 22.01.03 29 1 12쪽
75 순도 99.9% -3- +1 21.12.31 29 1 12쪽
74 순도 99.9% -2- 21.12.27 24 1 12쪽
73 순도 99.9% -1- 21.12.24 27 2 16쪽
72 첫 단추를 잇는 법 -6- (完) 21.12.22 25 1 12쪽
71 첫 단추를 잇는 법 -5- 21.12.20 27 1 11쪽
70 첫 단추를 잇는 법 -4- 21.12.17 27 1 13쪽
69 첫 단추를 잇는 법 -3- 21.12.15 30 1 12쪽
68 첫 단추를 잇는 법 -2- 21.12.13 30 1 13쪽
67 첫 단추를 잇는 법 -1- 21.12.10 31 1 12쪽
66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6- (完) 21.12.08 29 1 16쪽
65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5- 21.12.06 36 1 12쪽
64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4- 21.12.03 30 1 12쪽
63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3- 21.12.01 29 1 12쪽
62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2- 21.11.29 29 1 14쪽
61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1- 21.11.10 34 1 12쪽
60 원한다면 와라 -4- (完) 21.11.07 32 1 13쪽
» 원한다면 와라 -3- 21.11.05 30 1 11쪽
58 원한다면 와라 -2- +1 21.11.03 37 1 12쪽
57 원한다면 와라 -1- +1 21.11.01 40 1 11쪽
56 도둑들 -3- (完) 21.10.29 30 1 15쪽
55 도둑들 -2- 21.10.27 33 1 13쪽
54 도둑들 -1- 21.10.25 35 1 11쪽
53 정치인과 꾸는 꿈 -6- (完) +1 21.10.22 33 1 12쪽
52 정치인과 꾸는 꿈 -5- +1 21.10.20 35 1 12쪽
51 정치인과 꾸는 꿈 -4- 21.10.18 32 1 12쪽
50 정치인과 꾸는 꿈 -3- 21.10.15 33 1 15쪽
49 정치인과 꾸는 꿈 -2- +1 21.10.13 33 1 12쪽
48 정치인과 꾸는 꿈 -1- 21.10.07 37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