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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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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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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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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1.10.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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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치인과 꾸는 꿈 -6- (完)

DUMMY

조지와 데이지가 문 앞으로 다가가 벽에 붙었다. 문고리를 붙잡고 철사로 그 안을 긁고 있는 와중에 아무도 안 온 걸로 미루어서 밖에 사람이 없을 테지만 혹시나 모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럼 연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리가 두꺼운 철문을 잡고 힘껏 밀었다. 문 옆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일단 우리 디바이스를 챙겨야 하는데.”

“저기 우편함처럼 생긴 통들이 있어요.”


조지는 복도 입구에 붙어있는 열 개의 우편함으로 다가갔다. 한 곳을 빼고는 모두 비어있었다.


“데이지! 여기 우리 디바이스랑 권총이 있어요!”

“그래! 잘 찾았어!”


문 앞에서 조지에게 말하는 데이지는 갇혀있던 방의 옆방 앞에서 멈춰 섰다. 조지가 소지품을 챙겨오자 물었다.


“뭐 하세요?”

“아까 들었지? 벽을 쿵 때리는 소리 말이야. 내가 보기엔 여기 사람이 있어.”

“여기 있는 사람도 구해주게요?”

“몇 명이나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도움을 필요로 할 거 아냐.”


데이지는 잠긴 잠금장치를 돌렸다. 찰칵하는 쇳소리 이후에 문고리를 돌려 잡아당겼다.


“세상에. 저건?”

“콜린이잖아요!”


제리는 어리둥절했다. 다만 짐작 상 데이지와 조지가 아는 사람인 것 같기에 가만히 있었다. 갑작스럽게 들어온 빛에 눈을 찌푸리는 콜린에게 두 사람이 다가갔다.


“너희들······. 여긴 어떻게?”

“말하자면 긴데 잡혀 왔어요. 옆 방에 있었고요. 문을 따고 나왔는데 열어보길 잘했네요.”

“당신이야말로 어쩌다가 여기 온 거야?”

“나도 말하자면 길어. 그보다 내 디바이스랑 권총은?”


콜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지는 우편함으로 다시 달려갔다. 세 사람의 디바이스와 권총이 있던 우편함 옆의 것에 디바이스와 권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지는 그것들을 들고 다시 콜린에게 달려갔다. 디바이스와 권총을 챙긴 콜린에게 데이지가 물었다.


“괜찮아? 움직일 수 있겠어?”

“그냥 좀 어지러울 뿐이야. 움직일 수 있어.”

“일단 여기서 탈출해야 해요. 아, 여긴 어쩌다가 만난 사람인 제리에요.”


제리는 그 말에 부정하는 기색 없이 인사했다.


“반가워요. 기자 일 하는 사람입니다.”

“네, 네. 잠깐. 기자라고요?”

“네, 왜 그러시죠?”


기자가 엮였다는 건 불법 자금에 대한 꼬투리가 잡혔다는 것이었다. 돈 심부름을 한 콜린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콜린은 일단 잠자코 있는 쪽을 택했다.


“아닙니다. 일단 여길 빠져나가야 할 텐데.”

“카메라는 어떡하죠? 우편함에는 없던데.”


조지의 말에 데이지가 말했다.


“그런 것까지 챙기면서 도망칠 수는 없을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두고 가야지.”


제리가 말했다.


“일단 계단을 올라가면 문 앞에 감시인 두 명이 있을 거예요.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죠.”


데이지가 말했다.


“나랑 콜린이 처리할게. 그 직후에 조지랑 제리가 바로 옆으로 돌아가 망을 보면 될 거야. 콜린 괜찮겠어?”

“괜찮아. 할 수 있어.”


콜린과 데이지가 계단을 올라 문 앞에 섰다.


“그럼 연다.”

“셋, 둘, 하······.”


말이 끝나기 전에 벌컥하며 문이 열렸다. 데이지와 콜린은 거의 뒤로 자빠질 뻔했다. 네 사람은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며 문을 바라봤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5명은 되어 보였다. 이쪽은 무장한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섣불리 움직이다간 끔찍한 결과만이 남을 것이었다. 맨 앞의 남자가 입을 열자 콜린은 반사적으로 주먹을 질끈 쥐었다.


“콜린 스털링 씨 맞으십니까?”


난데없는 질문에 다들 어리둥절했다. 콜린은 상대에게 적의가 없다는 걸 알게 되자 주먹에 힘을 풀었다.


“총리님이 보내셔서 왔습니다. 따라오세요.”


콜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총리라는 존재를 처음 들은 데이지와 조지는 여전히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리는 총리라는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게 되었다.


“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내 동료인데 같이 갈 수 있을까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콜린의 뒤를 슬쩍 봤다. 눈을 깜빡이는 세 사람과 시선을 교환한 남자가 말했다.


“물론입니다. 모두 저흴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 말에 네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조지를 쫓았던 남자들이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남자들은 그들을 개의치 않았다. 조지는 물론이고 데이지와 콜린까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확실한 건 이 다섯 명의 남자들이 자신들을 구해줬다는 것이다. 네 사람은 잠자코 검은 양복의 남자들을 따라갔다.


밖으로 나오자 승합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타자 곧 저택에서 점점 멀어졌다.


“총리님 댁으로 모시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콜린이 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자세한 건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사람은 우선 입을 다물었다.




“왔는가?”


데이지, 조지, 제리가 다른 방에서 기다리는 동안 콜린은 고마로프의 방 안에 섰다. 고마로프는 손에 쥔 파이프를 내려놓고는 콜린에게 다가왔다.


“고생 많이 했네. 나 때문에 욕봤구먼.”


친근한 미소로 콜린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 말의 진심이 얼마든지 콜린에겐 상관없었다.


“어떻게 저를 찾으시게 된 겁니까?”

“우선은 4시까지 오라고 하지 않았나. 가방 안에 GPS는 그쪽으로 뜨는데 자네가 5시가 돼서도 오지 않으니까 그쪽에 붙잡혔다고 생각했지.”

“총리님께서 직접 구하라고 지시하셨다는 건 작전이 새어나갔다는 걸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고마로프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내가 전면에 나선 공작이라고는 상대도 모르지만 말이야. 두 번째는 상대 당 의원 중 한 명이 작전이 샜다고 아까 나한테 전화를 했었어. 그걸 듣고 자네가 잡혔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어.”


콜린은 잠시 침묵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로프는 손사래를 치며 반론했다.


“아니, 아니지. 우리 쪽 실수로 일이 틀어져서 자네가 고생한 게 아닌가. 작전은 실패했지만, 보상의 반은 주도록 하겠네.”


감사하다고 말하려고 했던 콜린은 생각을 고쳤다.


“아니요. 아닙니다. 대신 청을 하나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 말해 보게. 뭔데 그런가?”

“이걸 제게 진 빚으로 생각하시고 다음에 제가 도움을 청하면 한 번 더 도와주십시오.”


고마로프는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책상으로 돌아가 그 위에 놓여진 파이프를 물었다. 한숨 깊게 들이쉰 담배 연기를 푹 내뿜었다.


“재밌는 사람이군, 자네. 나 같은 사람한테 빚을 지게 하다니.”


콜린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고마로프를 쳐다봤다. 서로를 시선을 마주하던 중 고마로프가 입을 열었다.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앞으로 필요할 때마다 소보레이에게서 일을 맡아주게. 이건 별도로 일을 할 때마다 가격을 치르겠네. 우리 관계를 이어간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또 우리 정권 유지에 피해가 가지 않을 만한 것이어야 해. 마지막으로 사람의 목숨을 해하는 건 안 돼. 우연히 정권 유지에 피해를 주는 사람을 죽여달라고 하게 되도 들어줄 수 없어. 어떤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염려하신 부분은 걸리는 구석이 없을 테니까요.”


다시 담배를 물고 연기를 마신 고마로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생각해둔 바가 있는 모양이군.”

“기회가 되면 도움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고마로프가 담배를 털며 말했다.


“좋아. 잘됐네. 자네도 얼른 자네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고 싶을 테니 동료들이 있는 방으로 가보게. 잠깐 차라도 한잔해도 되고 바로 떠나도 돼.”

“오늘은 차는 더 마시고 싶지 않군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고마로프는 의아해했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 콜린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앞으로 건강하십시오, 총리님.”


콜린이 문을 열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리를 만나게 해 달라니까요? 정말 잠깐이면 돼요. 저 남자는 독대하면서 왜 저는 만날 수 없는 건데요?”


콜린이 남자를 보았다. 아까 함께했던 제리가 헨켈스에게 막혀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콜린의 뒤에서 고마로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고 해라!”


콜린은 그 말을 끝으로 고마로프의 방에서 나왔다. 옆 방으로 가보니 데이지와 조지가 쿠키를 으적으적 씹으면서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천연덕스럽게 “먹을래?”라고 묻는 데이지와 “여기 홍차가 정말 맛있네요.”라는 조지의 모습에 있던 긴장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먹긴 뭘 먹냐. 일어나. 배로 돌아간다.”

“잠깐만요. 어쩌다가 거기 갇혔는지 화성 총리랑은 어떻게 알게 됐는지 뭐 그런 설명을 좀 해줘요.”


조지의 말에 콜린이 지쳤다는 듯 말했다.


“배에 가서 말해줄게. 지금은 그냥 들어가고 싶다. 일단 일어나.”


데이지와 조지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노레일에서 본 석양은 매우 아름다웠다. 드문드문 있는 건물 사이로 주홍빛 광원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저 위에서 짙은 감색의 하늘이 내려오는 것이 짓누르는 피로 같다고 콜린은 생각했다. 그로서는 두 번째 보는 풍경이었다. 좋지 않은 기억에 좌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다. 그 틈으로 자리를 찾아 앉아있는 데이지와 조지가 보였다. 서로 어깨를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그들도 많이 피곤했던 것 같다. 빛이 점점 사그라든다. 석양은 어느덧 자취를 감춘다. 열차의 전등만이 오늘 하루를 버텼던 승객들의 얼굴을 비춘다. 어둡고, 칙칙하지만 쓰러지지는 않는다. 이들은 내일도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이 모노레일을 타겠지.


다음 역에 도착하기 전, 콜린은 데이지와 조지를 깨웠다. 피로에 눈을 비비며 일어난 두 사람은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다.


“어우, 졸리다. 얼마나 더 걸어야 하냐.”

“금방 가니까 좀 참아라.”

“데이지 씨는 가도 못 쉬어서 어떻게 해요.”


데이지가 무슨 말이냐는 듯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저녁밥은 안 만들어 줄 거예요?”


데이지는 잊고 있었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저기 우리 모두 고생 했으니까 쉬자는 의미에서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는 건 어때?”

“네? 개고생을 하고 돌아가는데 도시락으로 때우자고요?”

“좀 봐주라. 그냥 자고 싶단 말이야.”


티격태격하는 데이지와 조지를 본 콜린이 물었다.


“근데 아까 그 기자는 뭐 하는 사람이야?”

“그건 왜요?”

“총리를 만나게 해달라고 계속 그러더라고.”

“아, 정치 자금 때문인가 보네.”

“정치 자금?”


콜린이 놀라며 물었다.


“아까 갇혀있던 저택에서 불법 정치 자금에 대한 정황을 포착했다나 봐. 총리란 양반이 뭔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만나려고 한 거 아닐까?”

“그런 거였나.”


콜린은 적이 안심했다. 데이지 말마따나 제리는 야당의 불법 정치 자금 비리 문제를 총리에게 말해서 해결하려 하는 것일 거다. 그의 꿈은 이루어질 리가 없다. 불법 정치 자금은 여당도 받고 있다. 그것은 서로의 묵인하에 이뤄지고 있는 거래다. 상대가 폭발하면 자신도 폭발하는 상호확증파괴의 도화선이다. 여당의 총리는 정권의 유지를 위해 기자의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패기 넘치는 기자의 길은 두 갈래 길일 것이다. 좋게 타일러질 수도 있고 아니면······.


‘행운을 빈다.’


“어라? 마침 저기 도시락 가게가 있잖아?”


데이지의 말에 조지가 대답했다.


“아니, 직접 밥을 차려달라니까요? 왜 무시하고 가는 건데요!”


신이 난다는 듯 종종걸음으로 걷는 데이지를 조지가 따라간다. 말은 저렇게 해도 결국 마음에 드는 도시락을 고르겠지.


“이 봐. 나도 좀 고르자고.”


콜린이 그들에게 말하며 걸어갔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7 무위검
    작성일
    22.04.03 00:15
    No. 1

    블상한 콜린, 데이지 없으면 목슴이 백개라도 부족하다. 우연이 너무 겁쳐서 태양계가 무대가 아니라 우리 동내 사이즈 크기 인갑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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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첫 단추를 잇는 법 -3- 21.12.15 30 1 12쪽
68 첫 단추를 잇는 법 -2- 21.12.13 30 1 13쪽
67 첫 단추를 잇는 법 -1- 21.12.10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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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4- 21.12.03 30 1 12쪽
63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3- 21.12.01 29 1 12쪽
62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2- 21.11.29 29 1 14쪽
61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1- 21.11.10 3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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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원한다면 와라 -3- 21.11.05 3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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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원한다면 와라 -1- +1 21.11.01 4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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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도둑들 -2- 21.10.27 33 1 13쪽
54 도둑들 -1- 21.10.25 35 1 11쪽
» 정치인과 꾸는 꿈 -6- (完) +1 21.10.22 34 1 12쪽
52 정치인과 꾸는 꿈 -5- +1 21.10.20 35 1 12쪽
51 정치인과 꾸는 꿈 -4- 21.10.18 32 1 12쪽
50 정치인과 꾸는 꿈 -3- 21.10.15 34 1 15쪽
49 정치인과 꾸는 꿈 -2- +1 21.10.13 33 1 12쪽
48 정치인과 꾸는 꿈 -1- 21.10.07 3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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