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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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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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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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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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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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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단추를 잇는 법 -3-

DUMMY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시류의 질문에 제임스는 눈가를 긁었다. 으응이라며 대충 넘어가려던 그는 마음을 바꿔먹었다.


“다음엔 더 맛있는 곳으로 가자. 내가 아는 식당이 따로 있어.”

“네, 알겠습니다.”


시류는 당연하게도 절도있게 말한다. 그러면서도 식사가 별로였다는 걸 눈치채고 말끝을 흐려 죄송함을 드러냈다. 이렇게 똘똘한 녀석이라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런 위험한 일에 끌어들인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성공만 하면 높은 곳에 올려주지. 그렇게 다짐했다.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낯선 벨 소리에 처음엔 시류를 보던 제임스는 시류가 자신을 보며 한 말에 정신이 들었다.


“조장님 전화이십니다.”


그래. 콜린과의 연락용으로 새로 개통해둔 디바이스에서 나는 소리였다. 거기에 생각이 미친 제임스는 주머니에서 디바이스를 꺼냈다.


“여보세요.”


디바이스 스피커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자동차 정비소입니까?”

“맞습니다.”


암호였다. 전화를 걸면 서로 자동차 정비소냐고 물으며 통화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스피커 너머의 콜린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리우스가 칼리스토에서 어떤 일을 진행하는지 그 일정을 자세하게 알려줬으면 한다.”

“가니메데에서 안 하는 거야?”

“도저히 각이 안 나와. 하지만 칼리스토라면 다르지. 사람도 없고, 사고사로 위장하기도 쉽고. 그쪽 경찰도 아리우스가 어떤 녀석인지 알면 제대로 수사를 하지도 않을 거야. 범법자인 외지인은 대충 덮고 넘어가기 편한 존재니까 말이야.”

“흐음.”


제임스는 잠시 뜸을 들였다. 아무리 같은 조장끼리라도 외부 일정을 자세하게 알기는 힘들었다.


“다른 방법은 정말 없나? 나라고 다 물어다 줄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럼 유감이지만 방법이 없어. 일을 시켰으면 환경을 좀 조성해주라고. 가만히 앉아서 떡만 받아먹으려고 하지 말고.”


제임스는 자존심이 긁히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을 드러내진 않았다. 고자세로 나갔으면 저자세로 나아가야 하는 때도 있는 법이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이번에는 그렇게 나가기로 했다.


“알겠다. 최대한 알아봐 줄게. 다만 안 될 수도 있어. 타겟이 변경될 수도 있단 말이야. 당신한텐 모르겠지만 이건 나한테는 사업이야. 목에 힘 좀 빼라고.”

“사업이기도 하지만 반란이기도 하지. 여긴 목숨이 걸려있어. 목에 힘 좀 넣으라고.”


제임스는 쿡쿡거리며 웃었다. 아까부터 우위인 지대에 있는 이쪽에 결코 지려고 하지 않는다. 용기일까, 분노한 걸까? 전설적인 조직원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대답했다.


“알겠어. 알았다고. 내일까지 연락하지.”

“그래.”


전화가 끊겼다. 시류가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정말 대단한 친구란 말이지.”

“예?”

“아니야. 자네, 아리우스 조에 아는 사람 혹시 있나?”




전화가 끊겼다. 조지가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내일까지 연락해준다더라.”

“그리고 아리우스는 이틀 후에 출발하고요.”

“작전을 짜는 시간은 최대 하루.”

“가능할까요?”


콜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더한 것도 해봤어. 가능은 하겠지.”


그러면서도 긴장을 놓지 말라는 듯 말을 이었다.


“물론 그때는 여건이 맞아서 가능했던 거야. 지금은 정보가 너무 부족해. 일정을 미룰 생각도 해두고 여러모로 보험을 생각해놓는 게 좋을 거야. 직전에라도 안 된다고 판단되면 칼리스토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해치울 수도 있어.”

“아무튼 작전은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그래.”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망할 콜린. 싸가지 없는 놈.”


데이지는 위스키를 한입에 털어놓고는 말했다. 그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술집 구석에서 홀로 위스키를 축내는 그녀는 눈에 띄지도 않았다.


호기롭게 홀 토마토 호를 타고 날아버린 그녀는 원래라면 얼마 안 있어 바질 리브스 호로 돌아가려 했었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콜린의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나갔으면 편할 거라니. 그걸로 끝내버릴 수 있는 관계였던 걸까.


그런 관계가 맞나? 데이지는 혼란스러웠다. 콜린이 조직의 일로 고민할 때 옆에서 이런저런 말을 한 건 오지랖이었을 뿐이고 사실 그런 말을 해줄 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걸까? 데이지는 다른 사람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암묵의 룰이라고 했던 자신의 말이 떠올랐다.


‘확실히 그런 말을 하긴 했었지만······.’


원래부터 이런 종류의 사고를 진전시킬 만큼 솔직하지 못했다. 결국 데이지는 익숙한 길을 택했다. 술집에서 시간을 축내는 것이야말로 그녀에게 익숙한 방법이었다. 결국 취기에 생각은 단순해지고 콜린의 욕을 하며 시간을 때우게 되었다. 어쩌면 사실 콜린이 자신의 오지랖을 여태까지 받아준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은 술에 씻겨갔다. 머리가 멍해지고 속이 뜨거웠다. 병을 집어 입구를 잔과 맞대었으나 술은 나오지 않았다. 500mL의 술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었다.


“젠장.”


데이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밤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둠을 맞으며 가로등 불을 보며 움직이고 있었다. 계산을 제대로 했는지도 몰랐다. 곱게 나온 걸 보니 아마 한 것이 아닐까.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데 눈앞에 홀 토마토 호가 보였다. 어느새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방을 잡으러 가기엔 정신이 없고 힘이 들었다. 데이지는 낑낑대며 홀 토마토 호의 조종석으로 올라갔다. 자리에 앉아 등받이를 젖히니 생각보다 불편하지는 않았다. 눈이 살살 감기려는데 디바이스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혹시 술 마셨어요?”


수화기 너머 상대의 말이 거슬렸다. 데이지는 기분 나빠하며 말했다.


“뭐야 당신?”

“조지에요. 하긴 왠지 데이지 씨라면 술을 마셨을 것 같았어요.”


조지라는 말에 데이지의 화가 누그러졌다.


“그래, 내가 뭘 하겠니. 평소랑 똑같지.”


짧은 한숨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언제 올 거예요? 오긴 할 거죠?”

“하, 그 인간하고 상종할 일은 없을 거다.”

“제 마음이 다 찢어지네요.”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잠깐의 침묵 뒤에 조지가 말했다.


“우리 내일이면 칼리스토로 떠날 거예요. 확정된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조지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술에 취한 사람을 달랠 수 있을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어나서 생각해봐요. 기억이 난다면요. 연락해줬으면 좋겠어요.”

“난 모르는 일이야. 졸리니까 잔다.”

“아직 10시 반 밖에 안 됐는······.”


멋대로 전화를 끊은 데이지는 디바이스를 쥐고는 눈을 감았다. 잠시 뒤엔 코를 고는 소리가 조종석 안에 울렸다.




날이 밝은 후 조지와 콜린은 대충 아침 식사를 때웠다. 늘 먹던 팬케이크를 만들 수는 없었지만 계란과 베이컨을 프라이팬에 굽는 것 정도는 그들도 할 수 있었다. 탄수화물의 섭취가 부족했지만 그들은 그것을 단백질의 양을 늘리는 것으로 대체했다. 식사를 끝낸 그들은 귀찮은 뒤처리는 미래의 자신에게 맡길 수 있도록 싱크대에 그대로 두고는 조종실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린의 디바이스에 전화가 왔다.


“자동차 정비소입니까?”


스피커 너머로 제임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맞습니다.”

“그래 아리우스의 칼리스토 일정에 대한 건 지금 바로 보내줄 수 있어.”

“생각보다 빨리 보내주는군.”

“내 입장에선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 그 조 사무실에 들러서 컴퓨터를 훔쳐본 녀석에겐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말이야.”


첩자를 보내서 컴퓨터에 있던 일정표를 훔쳐본 모양이었다. 콜린이 물었다.


“과일 선물이라도 들려줘서 보냈나?”

“선물용 고기 세트를 보냈어. 돈 좀 들었다고. 먼 길 출장 다녀오는데 고생하십니다. 그런 카드도 써서 줬지.”


콜린은 헛웃음을 내었다.


“갑자기 그런 선물을 보내면 그쪽에서 수상하게 여기지 않나?”

“수상은 무슨. 전 레드 카프 쪽 조장이 인맥이나 터보려고 발악을 하네. 라고 생각하겠지.”

“비루한 처지가 제법 도움이 된 셈이네.”

“그런 셈이지.”

“그래서 지금 바로 보낸다고?”

“그래. 메일 확인해봐.”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콜린은 곧 디바이스로 온 메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대로 왔어요?”


옆에 있던 조지가 묻자 콜린이 대답했다.


“꽤 제대로. 생각보다 자세해.”

“그럼 일단 출발하는 건가요?”

“일단은 그래야지.”


바질 리브스 호가 날기 시작했다. 태양계 항로를 따라 목적지를 칼리스토로 잡은 그들은 우주선이 궤도에 오르자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일단 제가 체크한 부분은 다 안 될 것 같아요. 아무리 주민이 없어도 낮 시간대고 위험할 것 같아요.”

“동감이야. 그럼 나오는 타이밍이 여기 회의가 끝나고 저녁 식사하러 가는 쪽, 그리고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는 쪽. 그리고 이른 새벽에 소냐위크라는 도시로 이동하는 이쪽 시간대들을 노리는 게 합리적이겠지.”

“언제가 좋을까요?”


콜린은 잠시 고민했다.


“가장 나은 시간대는 이른 새벽이겠지.”

“근데 어느 도로를 이용해서 갈지 예측할 수 있을까요?”

“잠시만 기다려봐.”


컴퓨터로 무언가를 검색하던 콜린은 얼마 안 있어 조지에게 다가갔다.


“검색해보니 그쪽에서 소냐위크로 가는 도로는 하나뿐이더라고.”

“그럼 길도 하나뿐이고, 어떻게 노릴지 생각을 해보죠.”

“혹시 생각해둔 방법이 있나?”

“아뇨. 전 그런 종류의 창의력은 없는 편이어서요.”


당당한 조지의 말에 콜린은 차라리 웃음이 나왔다.


“작전은 내가 알아서 짤 테니까 쉬고 있어.”

“네, 그렇게 할게요.”


콜린은 칼리스토에 도착할 때까지 작전을 세우고 점검했다.




겨울의 하늘은 맑고 높다. 그래서 이곳의 하늘은 눈이 내리는 날이 아니라면 언제나 높았다. 콜린과 조지는 건물 옥상에서 그 허공에 감탄했다. 물론 그러자고 옥상에 올라온 건 아니기에 그들은 망원경을 들고 저 먼 곳에 시선을 맞췄다. 호텔 정문이 바로 보이는 곳이었다.


칼리스토는 여전히 추웠다. 조지는 두툼한 겨울옷을 입고도 시린 귀를 손바닥으로 비볐다.


“여기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동감이야.”


조지는 고개를 돌려 콜린을 봤다. 씁쓸한 눈길이 이 거친 도시와 자못 어울리는 것 같았다. 분명 예전 일을 생각하고 있겠지. 조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콜린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여기에 온 이유가 그들에게 있었다. 그렇기에 조지는 콜린을 불렀다.


“콜린 씨, 저기예요.”


콜린이 정신을 차린 듯 조지를 봤다. 그리고 조지가 가리키는 곳을 봤다. 망원경 너머로 호텔 정문 앞에 멈춰선 차가 보였다. 그리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입은 남자가 뒷좌석에서 내렸다.


“인상으로 봤을 때 아리우스가 맞는 것 같아요.”

“그래.”


콜린은 조용히 긍정했다. 타겟을 대하는 데에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처럼. 무용한 감정 대신 그는 차종과 번호를 조용히 외워뒀다.


“차는 주차장으로 가는 것 같고, 남자는 안으로 들어갔네요.”

“그래.”

“원하는 건 다 본 거예요?”

“그래.”


콜린은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춥다. 들어가자.”

“네,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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