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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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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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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작성
22.01.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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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순도 99.9% -4-

DUMMY

수많은 사람이 들어차 있는 곳엔 푸른 조명들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고 한쪽 구석은 연기가 자욱했다. DJ 주변이었다. 신비감을 조성하려는 걸까? 클럽에 와 본 적이 없던 조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 틈새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벽면을 타고 계속 걷던 조지는 루이스가 보내줬다는 얼굴의 남자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지만, 그의 눈에는 띄지 않았다. 들어 온 지 5분도 되지 않았지만, 음악은 시끄럽고 사람들은 너무 많았다. 벌써 정신이 어지러워지고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다음 구석에 도착한 조지는 플라스틱 의자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잠시 쉬기 위해 앉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지러운 머리를 숙여 부여잡고 한숨을 쉬었다. 여전히 음악 소리가 온몸을 흔들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았다.


“저기요!”


조지의 앞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큰 소리를 내도 이런 소음들 사이에선 작게 들리는구나. 그런 생각을 한 조지가 고개를 들자 진한 화장을 한 퇴폐적인 복장의 여자들이 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물건 있죠?”


난데없이 불특정한 사물을 가리키는 그것이 있냐는 말에 조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처음 듣는 물건을 요구하는 건 좀처럼 사람들이 겪지 못하는 일이니까.


“무슨 소리예요?”


두 여자는 서로를 살펴보더니 다시 조지에게 소리쳤다.


“화이트 불렛이요! 여기서 파는 거라고 들었는데요?”


여자들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조지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다. 졸지에 마약 판매상으로 오해받는 것이 기분이란 화가 나는 것보다 당혹스러운 것이 먼저였다. 조지는 큰 소리로 여자들에게 소리쳤다.


“저는 그냥 손님이에요! 잘못 아신 거예요!”


여자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서로 무언가 쑥덕대더니 뒤를 돌았다. 바로 그때, 한 남자가 달려와서 여자들을 불렀다.


“잠깐, 잠깐! 물건 구하러 온 거 아냐?”


여자들은 그제야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 웃었다. 조지와 똑같이 허름한 야구 점퍼에 모자를 쓴 남자는 자연스럽게 여자들과 얘기를 나누는 듯했다. 조지의 귀에 처음 본 것 같다느니, 서비스를 챙겨줄 수 있다느니 하는 소리가 들렸으니. 셋의 얘기가 끝났는지 남자가 뒤를 돌았다. 방금까지 친절했던 태도는 휑 사라지고 싸늘한 눈으로 조지를 쳐다봤다.


“꺼져.”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입 모양으로 알 수 있었다. 조지는 기분이 나빴지만 일단 일어서서 옆으로 비켰다. 남자는 의자 밑에서 가방을 꺼내더니 그 안에서 하얀 액체가 들어있는 작은 통을 몇 개 집어 들었다. 그걸 본 여자들은 꾸깃꾸깃한 지폐를 꺼내 남자에게 건넸는데 모두 1만 솔라리짜리 지폐였다.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거래가 이루어지는구나. 그렇게 생각한 조지는 매매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조지는 슬슬 짜증이 났다. 팔을 잡고 흔들면서까지 남자의 시선을 끌려 노력했다.


“저기요! 대답 좀 해요!”


이윽고 남자가 짜증 난다는 듯 조지의 손을 뿌리쳤다.


“저리 안 가? 당신 같은 사람 한두 번 본 줄 아냐고!”


조지는 순간 경찰의 일을 돕고 있는 것이 들킨 것이 아닌가 싶었다. 등이 서늘하고 침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잠시 생각한 조지는 그런 것까지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그랬더라면 손님을 안 받는 정도가 아니라 짐을 싸서 튀었을 테니까. 또, 방금 여자들에게 마약을 판 것도 경찰의 일을 돕는 사람 앞에서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지는 당당해지기로 했다.


“나 같은 사람이 뭔데요? 장사 안 할 거예요?”


남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장사는 무슨? 너 같이 돈 없어서 구걸하러 온 녀석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허름해 보이기는 본인도 같으면서 옷매무새로 손님을 차별하다니. 여기 사람들이 얼마나 속물적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조지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이 봐요! 눈알이 있으면 한 번 보시죠? 이게 돈인지 아닌지!”


남자는 그제야 조지를 보고는 그의 손에 들린 돈을 봤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기 싫다는 듯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조지에게 물었다.


“얼마나 줘?”

“만 5천 솔라리만큼요! 30mL 맞죠?”


남자는 가방에서 작은 플라스틱 통 세 개를 꺼냈다. 손으로 그것들을 건넸지만, 사과의 말은 건네지 않았다. 조지는 그것과 3만 솔라리를 교환하고는 말했다.


“앞으로는 장사 똑바로 해라.”


작게 말했기 때문에 남자에게는 당연히 들리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조지는 그 남자에게 일갈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지퍼백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클럽을 나섰다. 클럽에 다니는 사람들이 다 저렇진 않길 바라며 다음 클럽으로 출발했다.




시간이 지나고 바질 리브스 호의 선원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조지와 콜린은 벌써 기가 빠졌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데이지만이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라탔을 뿐이었다. 루이스가 세 사람에게 말했다.


“세 분 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두 동네만 가면 됩니다.”


조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생각보다 지치는 일이네요. 그런 곳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들어가야 한다니.”

“클럽이 있는 거리는 두 곳 더 있으니 한 네 번 정도만 반복하시면 됩니다.”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조지는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데이지가 기쁜 표정으로 말을 시작했다.


“요즘 어린 애들이 발칙한 면이 있더라고. 내가 이쁘다고 서비스를 주는 거 있지?”

“그거 그냥 립서비스고 다음에도 이용해달라고 준 거잖아.”


콜린의 지적에 데이지는 콜린을 째려봤다. 조지가 “나한텐 그런 거 안 줬는데!”라고 외치기 전 루이스가 세 사람에게 말했다.


“아무튼 일단 지금 가져오신 마약들은 다 주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세 사람은 차례로 마약을 건넸다. 제이슨 경장은 서류 받침대를 꺼내 종이를 한 장 끼웠다. 루이스 경사는 클럽별로 받은 마약들을 따로 모아 스포이드로 다른 통에 넣었다. 꼭 30mL의 액체가 들어갈 만한 통이었다. 그리고 기계 하나를 꺼내 기계의 바늘을 찔러넣었다.


“클럽 VO, 86.3%. 탑 온 더 크라운, 88.9%. 온리포맨즈, 80.2%.”


콜린은 루이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해킹이라도 해서 정보를 빼내야 할까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조용히 디바이스를 꺼내 메모장을 열었다. 그리고 그렇게 들려오는 마약의 퍼센티지를 기록했다.


“레드 애플, 92.1%. 클럽 풀문, 81.4%”


이윽고 루이스의 말이 끝나자 제이슨의 기록도 끝이 났다. 콜린은 디바이스를 집어넣었다.


“그럼 다음 장소로 가시겠습니다.”


루이스가 말하자 승합차가 출발했다.




다음 거리 역시 같았다. 네온사인이 빛을 발하고 사람들은 시끄러웠다. 건물들은 기껏해야 3층 정도까지였고, 건물에서 나온 사람 중 몇몇은 술에 취해 비틀거렸다. 거리 한구석에 차를 세운 승합차 안에서 세 사람이 나올 채비를 했다.


“그럼 이번에도 부탁드립니다.”


루이스의 말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이 나오고 콜린이 데이지와 조지를 불러들였다. 콜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부터 들를 이 거리랑 다음에 갈 거리는 골든 혼이 관리하는 지역이야. 여기선 다들 조심하고 행동에 문제없게 해야 해. 알겠어?”


“알겠어요.”

“알았어.”


두 사람이 대답했다.


데이지 역시 전처럼 가까운 곳부터 가기로 했다. 마약을 사본 적이 없음에도 매우 자연스럽게 사람과 접선하고 약을 구매했다. 첫 클럽에선 아무런 일이 없었다. 문제는 두 번째로 들어간 클럽에서였다.


“30mL만 주시면 돼요.”


말끔한 정장을 입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가방 속을 뒤지고 있을 때였다. 2층 플로어에 있던 데이지의 눈에 계단으로 올라오는 남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가방을 뒤지던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마약 대신에 그가 꺼낸 것은 작은 22구경 권총이었다.


계단으로 들이닥친 남자들은 일제히 총을 꺼내며 중년의 남자를 겨눴다. 중년의 남자는 인질이 필요함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고, 가장 가까운 사람은 데이지였다. 그의 왼팔에 목이 감긴 데이지는 이런 더러운 일에 잘못 걸린 자신의 운을 책망했다.


“총 버려, 이 새끼야!”


클럽의 소음에 묻힐까 했지만 데이지와 남자의 귀까지는 닿을 정도의 소리였다. 중년의 남자는 어쩔 줄 모른 채 아무 말도 없었다.


“총 버리라니까!”


두 번째 경고가 들려왔지만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곧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가 올라왔다.


“크, 클로어 씨!”


중년 남자가 놀라며 말했다. 클로어란 사람이 소리쳤다.


“울프 맨의 끄나풀이 아직도 여기서 장사를 하나? 무슨 배짱이야?”

“그러니까 오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니까요? 당신네 조직원이 잠시 맡아두겠다고 했잖아요! 그 녀석이 문제 있는 거라고요!”

“개소리하지 마! 넌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헛짓거리하지 말고 그 여자나 풀어줘!”


데이지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총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자칫하다간 실수로라도 데이지의 머리가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생각을 잘해야 했다. 교착상태가 이뤄지고 조금 시간이 흘렀다. 데이지는 오른손으로 남자가 총을 잡고 있는 손을 올려 쳤다. 떨리는 손가락 때문에 총이 발사되었다. 그러나 음악 소리 때문에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중년 남자의 총이 내려오기 전 데이지는 상대의 오른팔을 잡고 그대로 엎어 쳤다. 상당한 체격 차가 있었지만 다행히 남자의 키가 작은 편이었기에 가능했다.


“빨리 잡아!”


클로어가 소리쳤다. 그의 부하들은 재빠르게 중년 남자에게 다가갔다. 곧 중년 남자의 팔이 잡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렸다. 검은 두건을 씌운 채로 신속하게 두 부하가 남자를 끌고 갔다. 다른 부하들과 함께 클로어가 데이지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신가요?”


클로어가 물었다. 데이지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네, 뭐. 전 괜찮습니다.”


클로어와 부하들이 데이지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아차 싶었던 데이지가 부담스러운 시선을 회피하며 물었다.


“왜 그러시죠?”


클로어가 대답했다.


“그 가방 안에 든 물건에 문제가 있어서요. 저희가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아······.”


데이지는 바닥에 있는 가방에 눈길이 갔다. 가방에 손을 집어 넣고는 세 개의 통을 꺼냈다.


“이건 일단 제가 값을 낸 거니까 가져갈게요.”


클로어는 잠시 말이 없었다. 데이지가 침을 삼켰다. 곧 클로어가 입을 열었다.


“그러시지요.”


데이지는 인사도 없이 황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문을 나설 때까지 시선이 꽂히는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나설 때, 클로어는 부하 한 명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데이지가 돌아온 차 안에는 두 경찰과 조지뿐이었다.


“콜린 아직 안 왔어?”

“아직일걸요? 콜린 씨만 세 군데거든요.”


조지의 대답에 데이지는 한숨을 쉬었다.


“그쪽이나 이쪽이나 고생이 많네.”

“무슨 일 있었어요?”


데이지는 백미러로 자신들을 보는 경찰들을 봤다.


“아니, 아니야. 안이 좀 거칠어야 말이지.”


조지는 데이지가 말 한번 잘했다는 듯 속상함을 토로했다.


“맞아요. 약쟁이들만 상대해서 그런가. 정상적으로 응대하는 걸 못 봤다니까요? 아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제가 먼저 왔는데 다른 녀석이 절 재치고 먼저 계산하더라니까요? 이유가 뭐라고 단골이라면서······.”

“알았으니까 일단 조용히 좀 해줘.”


조지는 어이가 없다는 투로 이의를 제기하려 했다. 콜린이 차 문을 열고 들어오지만 않았으면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좌석에 앉은 콜린이 경찰들에게 약을 건넸다.


“모두 정확히 30mL. 사 왔습니다.”


조지는 속으로 욕을 삼켰다.


작가의말

개인적 사정으로 저녁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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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첫 단추를 잇는 법 -2- 21.12.13 30 1 13쪽
67 첫 단추를 잇는 법 -1- 21.12.10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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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3- 21.12.01 29 1 12쪽
62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2- 21.11.29 29 1 14쪽
61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1- 21.11.10 3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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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정치인과 꾸는 꿈 -4- 21.10.18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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