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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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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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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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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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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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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면 와라 -1-

DUMMY

어제는 다른 조의 조직원과 말다툼을 했다. 그저께는 상부 조장에게 혼이 났고 그 전날에는 관리하는 게임장 사장이 주는 돈이 줄었다.


제임스는 최근 3일간의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 해도, 조직원 관리가 허술했어도, 한낱 애들만이 드나드는 게임장의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라 해도 정신적인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직인 레드 카프가 골든 혼에 합병된 후로 그의 삶은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상부에 빌어서 간신히 따낸 관리직도 작은 게임장이 전부였다. 부하들은 먹고살기 위해 건설 노동에 뛰어들었고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사채 사무실은 파리만 날렸다. 레드 카프에선 이렇지 않았다며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한탄했지만 그것도 스쳐 지나가는 옛 추억을 회상하듯 은유적으로만 말했다. 자칫하면 골든 혼에 밉보일 것이 뻔하니까.


그런 제임스에게 새로 들어온 조직원인 시류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변변치 못한 조에 들어와서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그는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했다. 차이점이 있었다면 그에게는 미래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의 전 레드 카프 조직은 골든 혼의 직계 조직에 밀려 한직에 머무르는 신세다. 그런 현실을 알고도 기꺼이 자신의 부하들과 형제의 잔을 마셔준 시류에게 챙겨줄 미래가 없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눈에 조금이라도 들기 위해 회의가 끝난 본가에서 회의실 정리를 도맡아 하는 그를 보며 제임스는 착잡한 마음을 느꼈다.


“일이 귀찮지는 않나?”


제임스는 어째선가 넌지시 물어보게 됐다. 시류는 서류를 들고 뒤를 돌아봤다. 제임스가 물었던 것이 확실해지자 그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조장님. 오히려 간부회의실에 들어올 수 있어 영광입니다.”


그 말을 들은 제임스는 피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한숨을 쉬자 마지막으로 들이쉬었던 담배 연기가 입 밖으로 나와 사라졌다.


“서류 정리는 네가 잘 모르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할게. 넌 가서 빗자루랑 대걸레나 가져 와.”

“아닙니다. 제가 빨리 끝내겠습니다.”


자신이 못마땅하며 하는 소리인지 모를 것이었기에 시류는 우선 정중히 거절했다.


“됐으니까 내 말대로 해.”


널 믿지 못하니 청소나 하라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임스의 본 의도는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시류가 그 의도를 알아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제임스의 말에 따랐다. 상사를 그 이상 말하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예.”라는 짧은 말을 끝으로 손에 든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빗자루를 가지러 갔다. 제임스는 발걸음을 옮겨 서류 쪽으로 향했다. 시류가 내려놓은 서류를 제외하고도 다른 서류들은 한 더미 더 있었다. 오늘은 합병 이후 레드 카프의 조장까지 모여서 얘기를 나눈 첫 회의다. 유난히 종이가 많다. 담배 한 대가 더 당겼지만 제임스는 한숨을 한 번 더 쉬는 것으로 만족하고 정리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류가 빗자루와 대걸레를 들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시류를 도와주기 위해서 서류 정리를 도맡은 것은 거짓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하다 보면 무언가 있을까 싶어서 이전 회의록을 훑어보게 되는 것이다. 호기심이란 이유도 없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도움 될만한 정보를 찾으며 회의록을 넘겼다. 시류가 넓은 회의실을 대걸레로 청소할 때쯤 제임스는 아예 의자 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앉아 서류들을 독파하고 있었다. 대걸레로 바닥을 밀 때에서야 제임스의 눈을 크게 만들 글이 나왔다.


어느 회의록을 읽어 본 제임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모습에 시류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허허, 이거 어이가 없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제임스를 시류가 의아하게 바라봤다. 제임스는 그런 시류를 보지 않았다. 대신 디바이스를 켜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사람 한 명 수배 좀 해야겠는데.”




알람이 울렸다. 아침을 알리는 소음이 콜린의 귀를 때렸다. 가늘게 눈을 뜬 콜린은 시계를 바라봤다. 언제나 일어나던 시간 그대로다. 콜린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식당으로 가니 언제나 그렇듯 데이지가 아침 식사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그를 본 데이지가 가볍게 인사했다.


“일어났어?”

“그래.”


짧은 인사를 마친 콜린은 물을 한 잔 마셨다. 식탁에 앉으니 조지가 들어왔다.


“좋은 아침.”

“그래, 앉아.”


데이지의 권유를 따라 조지가 식탁에 앉았다.


“팬케이크네요?”

“시간 많이 썼다. 굽는 데 오래 걸렸어.”


내색은 안 했지만, 팬케이크는 콜린이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였다. 오랜만에 데이지가 해준 것이 기쁘긴 했지만 잠자코 있었다. 마지막 팬케이크가 완성됐고 세 사람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의뢰 말이야.”


데이지가 말을 꺼내자 두 사람이 식사를 멈췄다.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지?”


조지는 콜린의 눈치를 살폈다. 콜린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그걸 걱정한 거야? 그렇게 따지면 위험하지 않은 일은 없어.”

“아니 그렇긴 해도······.”


데이지의 말이 잠시 끊겼다.


“다시 제안하건대 안 받았으면 좋겠어.”


콜린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다시 대답하건대 괜찮을 거야.”


데이지 역시 헛웃음을 내었다.


“이봐. 너희들이 걱정하는 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처음 조직을 나왔을 때 이것보다 더한 위험도 있었단 말이야. 내 목숨은 스스로 챙길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


콜린은 그 말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 일어나면 너희가 위험에 빠지게 하지 않을 거야. 홀 토마토 호의 열쇠가 어디 있는지는 알지? 내일까지 오지 않으면 그걸 타고 도망쳐. 이만하면 안심이 되겠어?”


데이지는 우리 목숨 보전하자고 이런 말을 하는 줄 아느냐고 말을 할까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굳이 콜린과 다툼을 할 필요는 없다.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혹시 그럴 일이 있다면 우리가 구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것참 고마운 일이구먼.”




콜린이 눈을 떴다. 택시 안에서 잠깐 졸았던 모양이다. 아침에 있었던 일이 왜 생각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당하게 자신을 구하러 와주겠다고 한 데이지의 말에 웃음이 났다. 괜스레 안심되는 느낌이다. 그때 택시가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호텔 정문 앞에 거의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건물을 콜린은 무심코 바라보게 되었다. 헨드레이드 호텔은 최근 정경유착 의혹이 있는 헤스터 기업의 총수의 사촌이 경영하는 곳이다. 합법적인 기업가의 영역에서 말썽을 부릴 배짱 있는 놈은 별로 없을 것이다. 또 레드 카프와는 전부터 연이 없던 곳이다. 그런 곳에 부른 사람은 필시 골든 혼과도 무관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계산 하에 콜린은 의뢰에 응했던 것이다. 택시는 곧 정문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린 콜린은 해 질 녘을 쳐다보고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 스위트룸에 가본 경험은 콜린도 없었다. 그 내부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도 있었을뿐더러 1박의 가격에도 궁금함이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하러 온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평생 올라가 본 층수 이상으로 올라갔다. 연락받은 방으로 가서는 벨을 눌렀다.


잠시 뒤 깔끔한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콜린은 그에게 말했다.


“커틀러 씨를 찾아뵈러 왔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콜린에게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콜린이 잠시 기다리자 다시 그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오시지요.”


콜린은 남자를 따라 들어갔다. 거실로 들어가자 소파에 앉은 또 다른 중년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일어나 콜린에게 인사했다.


“콜린 씨 되십니까?”

“그렇습니다. 레온 커틀러 씨 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인사를 마친 남자는 콜린에게 자리에 앉길 권했다. 적당한 자리에 앉은 콜린은 남자를 쳐다봤다. 서로 눈이 맞은 두 남자 중 커틀러가 먼저 말했다.


“행어 씨. 커피를 한 잔 더 내오시겠습니까?”


문을 열어줬던 남자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그가 거실에서 사라진 후 커틀러는 말했다.


“오는 길이 불편하진 않으셨습니까?”

“아닙니다.”

“좋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하는데 어떠신가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의 말에 커틀러는 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콜린은 그 모습을 바라봤다.


“저희 회사가 사실 남들에게 말하기 꺼려질 사업을 좀 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이 바닥에선 꽤 유명한 축에 속하죠. 혹시 제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으십니까?”

“따로 들은 적은 없습니다.”

“그러신가요? 하긴 상관있는 일은 아니죠. 굳이 저희 사업에 대해 이야기는 안 해도 되는 거겠죠?”

“물건과 관련된 말이 아니라면 안 하셔도 좋습니다.”


그 말을 들은 커틀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일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러시지요.”


콜린의 동의에 커틀러가 말하기 시작했다.


“나흘 전, 저희 회사가 거래처에 건네줘야 할 디스크가 하나 사라졌습니다. 화성으로 가던 도중 소행성대에서 실종된 것 같은데, 보낸 우주선의 승무원 중 그 누구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디스크가 우리에게 엄청 중요한 물건이란 거죠. 남들에게 보여주면 안 될 그런 물건이란 말입니다.”


콜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탐정이 아닌지라 그 디스크를 찾을 수는 없을 겁니다만.”

“실은 디스크의 소재는 벌써 파악했어요. 해적들한테 잘못 걸린 거였죠.”

“소행성대에 해적이 한둘도 아닌데 어떻게 아신 거죠?”

“그건 업무상 비밀입니다.”


커틀러가 단호하게 말했다. 콜린은 그에 대해 더 캐묻지 않았다.


“경찰을 부를 수는 없어요. 저희 회사 내부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파일이라 외부 인력을 쓰기로 했습니다. 저는 사람을 구했고 당신을 찾았습니다. 이사님과 상의한 끝에 당신이 가장 알맞은 인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콜린 씨, 우리가 지명한 해적을 습격해서 그 디스크를 찾아와줬으면 합니다.”


커틀러가 말을 마치자 행어가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조심스럽게 다가와 테이블의 커피를 두는 모습을 콜린은 지켜봤다.


“그 디스크가 어떤 디스크인지도 말씀드릴 수는 없는 건가요?”


커틀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다만 어떤 해적인지 정확하게 특정했고요, 그 해적들의 정보가 더 필요하시면 제공하겠습니다.”


콜린은 등받이에 등을 가까이 했다.


“해적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아는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정확히는 원칙과 신뢰의 문제죠.”

“위험부담이 큰 만큼 만족하실만한 비용을 지불하겠습니다.”

“얼마입니까?”


커틀러의 눈이 가늘어졌다.


“500만 솔라리.”


콜린은 생각이 깊어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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