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일반소설

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6,048
추천수 :
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1.12.22 00:58
조회
25
추천
1
글자
12쪽

첫 단추를 잇는 법 -6- (完)

DUMMY

“넌 뭐하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뒤에 숨겨두었던 권총을 꺼내 그를 쏴버렸다. 머리에 제대로 맞은 듯 픽 쓰러진 그의 주변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 콜린은 남자에게 맞은 총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대장님!”


쓰러진 남자의 옆에 있던 남자가 권총을 꺼내며 그를 불렀다. 만약 대장이 의식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즉시 그 남자 또한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두 발의 총성이 울리자 불타고 있던 세단으로 달려간 조직원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멍청한 녀석들이군. 콜린은 생각했다. 여자는 다시 총을 들었다. 그들이 가로등 가장 밝은 곳 아래를 지날 때 다시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밑동이 잘린 허수아비처럼 그들이 쓰러지자 여자는 총을 내렸다. 그리고 콜린은 지그시 쳐다봤다.


“어떻게 알고 고무탄을 쓴 거지?”


콜린의 물음에 여자가 대답했다.


“사고사로 위장해야 한다며? 피 튀면 곤란한 거 아냐?”

“덕분에 위기를 넘겼구먼.”


인기척을 느낀 콜린은 홀 토마토 호 쪽을 쳐다봤다. 총성이 들린 탓인지 조지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헉헉거리며 달려온 그가 말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데이지 씨?”

“반갑다. 오랜만이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예요?”

“지금 알려주고 싶지만 일단 이 녀석들을 처리하는 게 우선 아닐까?”


데이지가 기절한 남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처리할 건데요?”


조지가 묻자 데이지가 대답했다.


“음, 당연히 이 녀석들도 사고사로 위장해야 하지 않을까?”


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갓길에 뒀던 수면 가스가 담긴 통을 들었다. 우선 멀리 떨어진 적에게 가서 그 얼굴에 수면 가스를 뿌려댔다. 사거리가 멀었던 만큼 충격이 덜 했을 것임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다시 조지와 데이지, 그리고 기절한 두 남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미안한데 저기 세단 앞에 저 친구들 좀 여기까지 옮겨주겠어?”


데이지와 조지는 알겠다는 말과 함께 기꺼이 두 사람을 끌고 왔다. 그동안 콜린은 대장이라 불렸던 남자와 대장이라 불렀던 남자를 들어서 그들이 있던 차 뒷좌석에 앉게 했다. 데이지와 조지가 다른 두 남자를 끌고 오자 그 두 사람도 차 앞 좌석에 실었다.


“이제 뭘 하면 되죠?”


조지의 말에 콜린은 운전석으로 다가갔다. 시동을 걸고 액셀을 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발로 눌렀다. 그대로 직진하면 아리우스가 탔던 차에 그대로 돌진할 각이었다. 아직도 활활 타오르는 그 차를 향하기 위해 콜린은 사이드브레이크를 내렸다.


검은 자동차에는 점점 가속도가 붙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추돌이 일어났다. 콜린은 휘발유 통을 들고 주유구부터 바닥까지 휘발유를 붙였다. 라이터로 바닥에 불을 붙인 콜린은 반대편을 향해 달렸다. 불길은 순식간에 번져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콜린은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고 홀 토마토 호가 착륙한 곳으로 돌아왔다.


“와······.”


조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살아있던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진 않았다. 다만 이런 일을 능숙하게 해내는 콜린에 대해 외경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콜린이 돌아오자 데이지가 조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럼 가야지?”

“그렇죠.”


지난번 칼리스토에 온 이래 그들은 다시 한번 홀 토마토 호에 몰려 앉게 되었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이번엔 콜린이 조종을 하는 것이 아니었고, 3인이 한 좌석에 몰린 불편함을 오래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300m 앞에 바질 리브스 호가 있어. 그쪽에 착륙해.”


데이지는 콜린의 말을 따랐다. 홀 토마토 호는 1분도 되지 않아서 바질 리브스 호의 격납고에 착륙했다.




“그래, 어디 말해 봐.”


바질 리브스 호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뒤, 콜린이 한 말에 데이지가 어깨를 으쓱했다. 뭘? 이라고 묻는 듯한 태도였다.


“여기까지 어떻게 알고 온 거야?”

“홀 토마토 호랑 바질 리브스 호는 서로 위치를 알 수 있잖아.”

“그 GPS 기능은 비밀번호를 걸어놨을 텐데.”

“지난번 여기 왔을 때 홀 토마토 호를 같이 탔었잖아? 그때 입력하는 거 봤어.”


콜린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었냐.”

“아무튼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조지가 말했다.


“데이지 씨 덕분에 살았잖아요.”


콜린은 데이지를 지그시 바라봤다.


“왜 돌아왔냐.”


콜린이 물었다. 조지는 기겁하며 말했다.


“콜린 씨! 무슨 말이에요 그게?”

“내가 그런 말을 했잖아. 화가 풀리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들은 조지는 말을 삼갔다. 콜린은 여전히 데이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데이지 역시 그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실소를 지으며 두 손을 어깨 옆으로 들었다.


“내가 필요한 상황이 있을 것 같았거든.”


콜린은 고개를 숙였다.


“그런가.”

“걱정했다는 말이야.”

“뭐?”


콜린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조지 저 녀석이 나한테 전화를 걸더라고. 언제 오냐는 전화였거든. 그 전화 끊고 자고 일어나니까 생각이 안 날 수가 있나. 좋은 일 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그렇지?”


멋쩍은 듯 데이지가 말하자 어색한 공기가 돌았다.


“이쪽도 마찬가지야.”


콜린이 말하자 데이지가 물었다.


“무슨 소리야?”

“나도 걱정했단 말이지.”


데이지가 풉 웃으며 말했다.


“홀 토마토 호를 걱정했다는 거지?”

“입이 산 걸 보니 화는 다 풀린 모양이네.”


두 사람은 피식 웃었다.


“미안하다.”


콜린의 말이었다. 데이지는 내심 놀랐지만, 그 티를 내지는 않았다. 잠자코 콜린의 말을 기다렸다.


“나가라는 말은 절대 진심이 아니었어. 너희들을 짐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냥 그때는 좀 머리가 복잡했어.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데이지가 옅은 미소를 띠었다.


“나도 좀 흥분했던 것 같아. 당신 생각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야. 혼자만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콜린 역시 미소를 띠었다.


“오늘은 너희 둘 덕분에 정말 잘 넘겼어. 당연히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한 고민들이 바보 같게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무슨 뜻이에요?”


조지가 물었다.


“너희가 날 도와주면 좋겠다는 말이야.”


콜린의 말에 조지가 방긋 웃었다. 데이지 역시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콜린이 말했다.


“이쪽이야 말로.”


데이지가 대답했다.




빅풋 카페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콜린은 소리 없는 문을 열고 들어가 값이 싼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맨 안쪽으로 향했다. 그 자리엔 갈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식은 커피를 앞에 두고 디바이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랑은 반대의 상황이었다.

갈색 양복을 입은 남자 앞에 서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어, 좀 늦었네. 지각하면 곤란한데 말이야.”


콜린은 이것이 정말 자기가 잘못한 것인가 싶었다.


“지금이 정확히 만나기로 한 시간인데?”

“10분 전에는 미리 도착하기. 상식이잖아?”


콜린은 이 말에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시덥지 않은 시비에 걸렸다는 듯 조금 불쾌해하며 자리에 앉았다. 갈색 양복을 입은 남자, 제임스는 그런 표정을 재밌어하며 봤다.


“일은 잘 끝났나?”


콜린은 표정 없이 신문만을 던졌다.


“확인해봐.”


칼리스토에서 나온 신문이었다. 날짜는 어제 자였다. 제임스는 신문을 펴 1면을 봤다. 그곳에는 정치 이야기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어디에 나왔다는 거지?”

“누가 1면을 보랬나? 3면을 봐.”


제임스는 아. 라며 작게 탄식했다.


“짓궂은 친구군, 그래.”


다시 3면을 본 제임스는 작은 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 새벽, 32번 도로에서 2중 추돌 사고. 차량 두 대 모두 전소. 전원 사망. 진눈깨비 때문에 길이 미끄러워 일어난 사고로 추정 중.”


제임스는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이게 증거가 되나? 아리우스 이름은 한 글자도 안 보이잖아.”


콜린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정이 끝난 아리우스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 알아보면 알겠지만 그 녀석 조에서도 연락이 안 되고 있을 거야. 며칠만 지나면 부고 소식이 올라올 텐데 그때 가서야 믿을 건가?”


제임스가 신문을 접었다. 테이블에 탁, 내려놓고는 콜린에게 말했다.


“그래. 일단 믿지. 당신이 엄한 사람들을 2중 추돌시켜서 죽여버렸다는 건 앞뒤가 안 맞으니까.”

“고맙군, 그래.”

“고생 많았어. 힘들었을 텐데 말이야.”

“항상 처음이 힘든 법이지.”


제임스가 피식 웃었다. 종업원이 다가와 콜린의 앞에 커피를 내려놨다. 가볍게 감사를 표한 콜린에게 종업원이 인사했다.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거지?”


콜린이 물었다. 제임스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반가워하며 말했다.


“아, 물론 알려줘야지. 조장의 부고가 있으면 일단 장례식이 있을 거야. 그 며칠 뒤엔 회의가 잡혀. 그때까지는 그 조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녀석이 직무를 대행하지.”

“그런 쓸데없는 것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어.”


제임스가 김이 샌다는 듯 혀를 차고는 커피를 마셨다.


“아무튼 말이지, 회의가 잡히면 그 조를 어떻게 처분할지가 결정돼. 아리우스 조 같은 경우는 아직 후계자가 지목이 안 됐고 밑에 있는 놈들도 변변치 않으니까 온갖 이권을 다른 조에 빼앗길 가능성이 크지. 이건 당신에겐 관계없는 일이지만 말이야.”


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임스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레드 카프 출신 조에는 떨어지는 게 없겠지. 반발을 제어할 아리우스도 없으니 조직은 이들의 작은 반항을 통제할 능력이 없을 거야. 계파 갈등이 가속화 되는 그때 다음 타겟이 사망하면 조금 더 큰 균열을 만들 수 있지.”


콜린의 눈이 가늘어졌다.


“누구지?”

“지벡 포레스트.”

“들어본 적은 없는 사람이군.”

“골든 혼 직계에서도 존재감은 없는 사람이야. 그래서 오히려 레드 카프 쪽으로 빌붙으려 하는 녀석이지. 카지노 같은 고수익 사업을 레드 카프 쪽 조들과 공동 관리할 수 있도록 해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중이야.”

“병합한 이민족들을 자기 세력으로 만들려는 중이군.”

“정확한 비유야. 문제는 지벡이 죽고 나면 카지노 사업은 그와 손잡던 레드 카프 조들에게 가게 되거든. 총 세 조인데, 이 네 개의 조에서 나중에 한 조장이 죽게 되면 남은 세 조가 카지노 사업 권리를 가지기로 한 거야. 골든 혼 녀석들이 그걸 좋아할 리가 있나. 그렇게 되면 골든 혼의 반발과 레드 카프의 반항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수 있지.”

“당신의 바람대로 레드 카프가 강해지고, 동시에 골든 혼 간부도 처리하는 셈이군.”

“말했잖아. 사업이라니까.”


콜린은 침묵한 채로 커피를 마셨다. 더 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제임스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자, 오늘 할 말은 여기서 끝. 그럼 장례식 끝날 때까지 편히 쉬도록 하게.”


제임스는 웃으며 카페를 빠져나왔다. 맑은 하늘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시류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불렀다. 그리고 옛날 노래 한 곡을 작게 읊조렸다. 그의 바람대로 첫 단추가 잘 끼워진 것은 충분히 만족할 만했다.


카페에 남은 콜린은 반쯤 남은 커피잔을 응시했다. 새하얀 잔 안에 까만 커피가 미동 없이 있었다. 커다란 눈동자가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험한 곳에 엮였다는 기분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만둘 수는 없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내릴 수는 없는 법이니까. 지난 시간 어느 점에서도 시작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콜린은 그 사실을 되새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7 순도 99.9% -5- (完) 22.01.05 31 1 17쪽
76 순도 99.9% -4- 22.01.03 29 1 12쪽
75 순도 99.9% -3- +1 21.12.31 29 1 12쪽
74 순도 99.9% -2- 21.12.27 25 1 12쪽
73 순도 99.9% -1- 21.12.24 27 2 16쪽
» 첫 단추를 잇는 법 -6- (完) 21.12.22 26 1 12쪽
71 첫 단추를 잇는 법 -5- 21.12.20 27 1 11쪽
70 첫 단추를 잇는 법 -4- 21.12.17 27 1 13쪽
69 첫 단추를 잇는 법 -3- 21.12.15 31 1 12쪽
68 첫 단추를 잇는 법 -2- 21.12.13 30 1 13쪽
67 첫 단추를 잇는 법 -1- 21.12.10 32 1 12쪽
66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6- (完) 21.12.08 29 1 16쪽
65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5- 21.12.06 37 1 12쪽
64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4- 21.12.03 30 1 12쪽
63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3- 21.12.01 29 1 12쪽
62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2- 21.11.29 29 1 14쪽
61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1- 21.11.10 34 1 12쪽
60 원한다면 와라 -4- (完) 21.11.07 32 1 13쪽
59 원한다면 와라 -3- 21.11.05 30 1 11쪽
58 원한다면 와라 -2- +1 21.11.03 37 1 12쪽
57 원한다면 와라 -1- +1 21.11.01 40 1 11쪽
56 도둑들 -3- (完) 21.10.29 30 1 15쪽
55 도둑들 -2- 21.10.27 33 1 13쪽
54 도둑들 -1- 21.10.25 35 1 11쪽
53 정치인과 꾸는 꿈 -6- (完) +1 21.10.22 34 1 12쪽
52 정치인과 꾸는 꿈 -5- +1 21.10.20 35 1 12쪽
51 정치인과 꾸는 꿈 -4- 21.10.18 32 1 12쪽
50 정치인과 꾸는 꿈 -3- 21.10.15 34 1 15쪽
49 정치인과 꾸는 꿈 -2- +1 21.10.13 34 1 12쪽
48 정치인과 꾸는 꿈 -1- 21.10.07 37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