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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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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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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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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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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4-

DUMMY

쉼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던 데이지와 에릭은 에릭과 그의 여자친구가 갔던 곳들을 계속 찾아다녔다. 카페, 식당, 시립 도서관까지 연인끼리 가봤던 모든 곳을 찾아다녔으나, 그들의 말은 한결같이 찾아온 적 없다거나 기억 안 나는 여자라는 말이었다. 헛걸음을 한 것도 몇 번이 지나자 두 사람 다 말은 안 해도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희망이 꺼져가기 때문이었다. 게임장에 들러서 사장에게 그런 여자는 온 적이 없다는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건물 앞에 나와서 한숨을 쉬었다.


“많이 들러본 것 같은데 소득이 없네. 동네를 한 바퀴 돌아 버린 것 같은데요.”


데이지는 슬슬 힘에 부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를 본 에릭이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아니에요. 제가 승낙한 일인데요, 뭘. 그보다 더 찾아볼 곳은 있어요?”

“네. 마지막 한 곳이 남긴 했어요.”

“어딘데요?”

“샌드위치 가게인데 저도 별로 안 가본 곳이에요. 하지만 2주 전쯤인가 둘이서 가본 적이 있어요.”

“좀 오래되긴 했네요. 어쩔 수 없지만요.”

“제가 자주 가던 거리에서는 이게 둘이 같이 갔던 마지막 가게에요. 이번에도 못 찾는다면······.”


에릭의 말끝이 흐려졌다. 더는 말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못 찾는다면 찾기 힘들어지는 게 아닌지. 데이지는 짐짓 기운을 차린 척 말했다.


“정신 차려요. 아직 포기하기엔 일러요.”


에릭이 고개를 들어 데이지를 쳐다봤다.


“그럼 출발하죠? 여기 있는다고 여자친구분이 찾아올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이에요.”


에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걱정하는 표정이었지만 포기하고자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데이지는 그에게서 보이는 기색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에릭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인제 와서 묻는 것도 이상하지만, 데이지 씨는 왜 저를 도와주시는 건가요?”


데이지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너무 갑작스러운데요?”

“좀 뜬금없이 묻긴 했죠.”


데이지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일걸요?”


에릭은 의아하다는 듯 데이지를 돌아봤다. 좋아하기 때문일걸요? 라니. 확실하지 않은 이유다. 단순히 어느 인간상이 마음에 들어서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 또한 보지 못했다.


“잘 이해가 가는 이유는 아니네요.”

“그쪽이 잘생겨서 그런 것도 있죠.”

“그건 이해가 가네요. 잘생겨서 다행이네요.”


부정은 하지 않았다. 그 점이 위선적으로 겸양을 떠는 것보단 좋은 것 같다고 데이지는 생각했다.


“제가 이런 도움을 주는 게 당신이 처음이긴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말은 진심이에요. 사랑은 아름답고 연애는 멋지니까요. 그런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인 것 같아요.”

“이렇게 하릴없이 돌아다니기만 해도 말이에요?”

“그럼요. 좀 지루하지만 재미있네요.”


에릭은 지루하지만 재미있다는 표현 또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어봤자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을 것 같기에 다른 걸 물어보기로 했다.


“그럼 연애는 해보신 적 있으세요?”

“그건 좀 기분 나쁜데요? 아니라면 혹시 놀리시려는 건가요?”


에릭이 당황하며 변명했다.


“아니, 다른 뜻은 없었어요. 그냥 연애를 어떻게 해보셨나 궁금해서······.”


데이지가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녀의 농담에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은 에릭은 말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야 해봤죠. 그쪽 생각보단 많이 해봤을걸요?”

“그래요?”

“근데 대부분 끝이 좋진 않았어요. 아, 어쩌면 당신들이 그런 안 좋은 결말을 맞는 게 싫어서 도와주는 걸 수도 있겠네요.”


에릭은 잠시 침묵했다.


“헤어지면 기분이 어떤가요?”

“여자친구 만나면 헤어지자고 말할 생각이에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요! 그냥 궁금해서요.”


데이지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언제 어떻게 헤어지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처음 연인하고 헤어졌을 땐 다신 사랑 안 하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죠.”

“데이지 씨가 그랬다니 상상이 안 가는데요?”

“일종의 흑역사 같은 거였죠. 물론 지금은 제 과거 중에 하나로 인정하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연애를 할 생각도 있으신 건가요?”

“물론이죠.”

“그렇게 끝이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았어도요?”

“음······.”


데이지는 말을 고르려는 듯 잠시 생각했다.


“첫 기억이 있을 때부터 저는 사랑을 동경했어요. 왜, 그 동화책 같은 걸 보면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렇게 나오잖아요? 책의 어떤 장면보다도 그 부분이 너무 낭만적으로 느껴졌어요. 저는 어릴 때는 사랑을 기대했고 더 자라서는 몇 번이고 겪어봤지만 어릴 때의 그 마음은 아직 가지고 있어요. 언젠간 일생일대의 사랑을 하고 싶다고 쭉 생각해왔으니까요. 비록 지금은 일 때문에 우주 여기저기를 다니느라 바쁘지만요.”


긴말을 들은 에릭 역시 잠시 생각했다. 질문을 고르려는 이유였다.


“일이 꿈을 방해한다면 다른 일을 찾으시는 것도 좋지 않으세요?”

“그러게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하는 일은 사실 꽤 마음에 들거든요. 천성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스릴을 느끼는 걸 좋아해서요.”


에릭은 침묵했다. 대개 사랑은 안정적이고 차분할 때 하는 것이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는 데이지는 사랑을 하기 힘들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에릭은 더 그것을 지적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데이지 자신도 알고 있을 테니까.


“어, 저기인가요?”


데이지가 길 건너편을 가리켰다. 파란색 간판의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다. 그를 본 에릭이 말했다.


“맞아요. 저기였어요.”


두 사람은 곧 가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깥에 놓인 테이블 사이를 가로질러 문을 열자 짤그락거리는 벨의 소리가 들렸다. 바깥 테이블에는 아무도 없는 것치고 안에는 사람들이 꽤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점원의 인사에 그들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곧바로 카운터로 갔다.


“실례합니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네, 어떤 것 때문이신가요?”


점원은 싫은 기색 없이 진지하게 받아주었다. 그녀의 의무는 방문하는 손님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이고, 가게의 매출이 늘어난다고 그녀의 월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오늘 여기 어떤 여자가 찾아오지 않았나요? 키는 이 여자분보다 조금 작고 머리카락은 갈색에 약간 곱슬머리고 어깨 밑까지 오는 여자였는데요.”


점원은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말을 꺼냈다.


“말씀하시는 여자분이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자분을 찾는 젊은 여성분이 아까 이른 오후에 들르셨던 적이 있어요.”


에릭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인가요?”

“네. 그림을 보여주시면서 물어보셨는데 고객님께서 그 그림하고 똑같이 생겼네요.”


에릭은 한숨을 쉬었다.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러나 데이지는 그렇게 기뻐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점원에게 질문했다.


“혹시 그 여자분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시나요?”


그 질문의 에릭의 표정이 굳어졌다. 여자친구가 여기에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하면 지금까지랑 다른 게 전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던 그는 결국 점원의 대답에 집중했다.


“글쎄요.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에릭은 입술을 다물었다. 데이지가 점원에게 대신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실례했어요.”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가게 옆에서 잠시 있게 되었다. 데이지는 무릎을 쪼그린 채 앉아있는 에릭을 보고 있었다. 그가 계속 말이 없자 데이지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만 일어나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죠.”

“어떻게 기운이 나겠어요? 동네 한 바퀴를 다 돌아봤는데도 결국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잖아요.”

“그래도 알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잖아요.”


에릭이 고개를 들었다. 데이지와 눈이 마주쳤다.


“어떤걸요?”

“일단 당신이 자주 가던 동네에서는 안 보였죠? 여기는 그쪽 동네랑 인접한 거리잖아요. 어쩌면 당신 여자친구분은 당신이 자주 가던 동네가 아니라 이쪽 동네부터 찾았던 거 아닐까요?”


에릭이 벌떡 일어났다. 주머니에서 디바이스를 꺼내더니 지도를 켜서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가 우리가 있는 곳이죠? 우린 이 동네를 돈 거고요.”

“그렇죠?”

“따라오시겠어요?”


에릭이 갑자기 앞장서자 데이지가 따라갔다. 거리를 나오자 큰 길가가 보였다.


“어머, 여긴?”

“데이지 씨하고 처음 만났던 곳이죠.”

“그렇다는 건 처음부터 여기 오른쪽에 있는 동네가 아니라 왼쪽부터 돌아다녔어야 할 게 아닐까요? 제 여자친구는 직진한 게 아니라 왼쪽으로 길을 꺾어서 간 거예요. 거기다 이쪽이 반대편보다 여자친구랑 자주 다녔던 곳이거든요.”


데이지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음······. 그 말이 맞으면 미안해지는데요. 저 때문에 괜히 시간을 낭비한 셈이니.”

“그렇지 않아요. 덕분에 실마리는 찾았잖아요. 저 혼자라면 아무것도 못 했을 거예요.”


에릭이 그렇게 말하자 데이지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좋은 사람이시네요.”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가요.”

“그래요.”




소피아는 손가락을 뻗어 가리켰다. 조지는 그 손가락이 향한 곳을 바라봤다.


“일단 저쪽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부터 들렀었고요. 그쪽 거리를 따라서 이 부근 동네를 좀 돌아 다녀봤어요.”

“그러다가 이쪽으로 이동하면서 사람들한테 묻다가 아까 그 카페로 오신 거고요?”

“맞아요.”


조지가 잠시 생각했다.


“일단 당신이 하던 대로라면 다시 그 카페 쪽을 선을 넘어가서 그 동네 나머지 장소들을 찾아봐야겠네요?”

“맞아요.”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요?”


소피아는 입을 다물었다. 방금까지 자신을 감시하던 사람들이 있던 쪽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것도 그렇고 남자친구분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너무 낙관적인 것 같은데요. 그 사람도 당신을 찾으러 나와야지 서로 만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남자친구분이 지금 저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보장이 있어요?”

“있어요!”


소피아가 얼굴을 가까이하며 작게 외쳤다. 조지는 살짝 긴장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었을 땐 분명 오늘 만나기로 했다고요. 압수당하지 않았으면 언제 어디서 만날지 다 계획을 세웠을걸요? 내일이면 떠나는 그 사람이 저를 찾으러 다니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그건 보장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말을 하기엔 자신은 그만큼 냉혈한이 아닐 것이라고 조지는 생각했다.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생각한 끝에 선언했다.


“알았어요. 일단 찾으러 가도록 하죠. 그 사람들 인상착의는 기억하니까요. 카페를 피해서 가려면 좀 돌아가야 할 것 같으니까 유념해서 길을 선택하도록 하세요.”

“고마워요. 그럼, 여기서 아까 말한 샌드위치 가게 쪽으로 간 다음에 그쪽 거리를 통과하면 될 것 같아요.”

“말처럼 쉽길 바랄 뿐이라고요.”


소피아가 살짝 노려보자 조지는 눈길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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