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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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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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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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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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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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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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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순도 99.9% -2-

DUMMY

콜린은 막 시작한 식사 시간이 편하지 않았다. 그것은 앉아 있는 루이스도 마찬가지였다. 콜린의 권유로 식탁에서 좀 떨어져 의자에 앉게 된 그는 예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눈치가 보였다. 그런 루이스를 볼 때마다 콜린은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접시의 반도 비우지 못한 콜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다 먹었어요?”


조지의 물음에 콜린이 대답했다.


“어, 냉장고에 넣어 두게. 있다가 먹으려고.”

“저 때문이라면 괜찮습니다. 편히 식사하시지요.”


눈치가 있다고 해야 할지 없다고 해야 할지. 루이스의 말에 콜린은 그것이 권유인지 부탁인지 알 수 없었다. 콜린은 루이스를 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기다리게 할 수는 없죠. 어차피 입맛도 없으니 괜찮습니다.”


콜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접시를 들고 냉장고에 넣자 데이지와 조지가 눈치를 봤다. 미묘한 눈빛으로 루이스와 콜린을 돌아가며 보던 두 사람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넨 왜 일어나냐?”


데이지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신경이 쓰이니까지.”

“뭐?”

“이런 진귀한 대화를 놓칠 수는 없죠.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경찰이랑 안 맞는 사람이 콜린인데.”


콜린은 조금 기겁하며 조지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봐, 그런 말을 하면 저······ 그 오해하실 수 있잖아?”


콜린은 당황한 표정으로 루이스에게 슬쩍 눈길을 돌렸지만 루이스는 아무런 감정의 변화 없이 서 있었다. 그의 범법자의 냄새를 맡는 후각이 그리 예리하지 않았음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냉장고에는 세 접시가 들어갔고, 네 사람은 조종실에 도착했다. 콜린은 루이스에게 소파에 앉기를 권하였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콜린은 최대한 온화한 어투로 말했다.


“원래는 전화로 말씀드리려 했는데 갑자기 끊어버리셔서 말이죠.”

“아, 그건 틀림없이 장난 전화일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죠.”


루이스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하는 콜린을 보며 여전히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표정이 변하는 티조차 나지 않는 그를 보며 콜린은 웃는 것을 그만뒀다.


“아무튼 저희가 연락드린 이유를 설명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경사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고개를 조금 앞으로 기울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마약 관련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마약을 파는 조직을 수사하고 있죠. 그 조직은 순도가 높은 화이트 불렛을 이 도시 안에 클럽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순도 99.9%의 최상품들이죠.”

“화이트 불렛이라고요?”

“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5년 전부터 나타난 신종 마약입니다. 문제는 어떤 클럽에서 그 마약들을 공급받는지 아직 파악이 안 되었다는 겁니다.”

“음······.”


콜린이 신음했다. 루이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 법했지만 구태여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가 이 도시의 클럽을 돌면서 마약을 구매하러 다녀야 합니다. 경찰들은 얼굴이 알려지면 안 되니 곤란하고 다른 사람을 써야 합니다. 그 후에는 구입한 마약을 측정해서 기록하고 그 중 고순도 마약을 파는 곳을 습격해서 윗선을 알아내려는 겁니다. 바로 콜린 씨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마약을 구매하는 역할을 맡아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말을 마친 루이스는 기울인 고개를 다시 꼿꼿하게 세웠다. 그를 본 콜린이 말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됩니까?”

“말씀하십시오.”

“왜 저입니까?”


루이스가 다시 고개를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


“우선은 경찰들은 배제되었습니다. 수사 초반부터 얼굴이 알려지면 곤란하니까요. 이 도시 시민들에게 부탁할 수는 없었습니다.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약쟁이들은 더더욱 안 되죠. 배신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결국, 이 도시 사람이 아닌데다가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골랐습니다. 공항 기록을 보니 많은 화물 운전사가 있었고, 거기서 콜린 씨를 발견했습니다. 콜린 씨는 경찰에 해적이나 마약을 운반하는 우주선을 신고하긴 기록도 있고, 연체된 세금이나 범죄 기록도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콜린 씨에게 부탁하자는 말이 회의 도중 나왔습니다.”

“요는 작전이 들키면 조직이 시민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으니 떠돌이보고 희생하란 거군요.”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콜린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건 의뢰인만큼 당연히 의뢰비를 드리겠습니다.”


사람을 설득하는 요령이 부족하다고 콜린은 생각했다. 사람을 수전노로 보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었으니까. 다만 그것이 오히려 확실하고 좋았다. 어쭙잖은 가식으로 설득을 하려 했다면 더욱 불쾌했을 것이다.


“얼마를 생각하셨습니까?”


루이스는 변하지 않은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20만 솔라리입니다.”


콜린의 입이 벌어졌다. 단순 심부름치고는 확실히 많은 돈이었다. 데이지와 조지 또한 최대한 감정을 숨기려 했으나 눈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생각을 좀 해 봐야겠군요.”


콜린의 말에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합니다. 갑작스러우시겠죠. 이틀 안에만 답변을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한 루이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명함을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두었다.


“식사 중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건 제 연락처입니다.”

“잘 받았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고개를 숙인 루이스는 곧 바질 리브스 호를 떠났다. 한결 긴장이 풀린 세 사람은 식당으로 돌아갔다. 냉장고 속에 접시를 차례로 전자레인지에 데운 이들은 자리에 앉아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몇 숟가락 입에 들어갔을 때 데이지가 말을 꺼냈다.


“할 거야?”

“생각 중이야.”


즉답이라고 할 만큼 빠르게 반응했다. 데이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콜린을 쳐다봤다. 콜린은 신경이 쓰려 물었다.


“뭐야.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평소에는 빨리도 생각하면서 왜 그리 고민을 오래 하고 있나 싶어서.”

“머릿속에 돈 냄새가 나는 시나리오가 있는데 성공할지 못 할지 확신이 없어서.”


데이지가 휘파람을 불었다. 콜린은 그것이 거슬린다는 듯 그녀가 했던 것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머릿속에 또 다른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구먼. 어때? 성공과 실패가 몇 대 몇?”

“난 확률은 따지지 않아.”

“확실한 것만 노리는 주의라는 거지.”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당연하지. 당신이 안 그랬으면 나는 당장 짐 싸서 나갔을걸?”


콜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데이지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홀 토마토 호를 훔쳐서 달아났던 일을 떠올리게 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생각 끝나면 말해줄 테니까.”


식사가 끝난 후 세 사람은 평소대로 자리를 잡았다. 조종석과 소파는 다른 사람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콜린은 빈 레몬 소다 캔을 잡고 의자 팔걸이에 탁, 놓았다 들었다 하길 반복했다.


“좋아, 해보자고.”


불현듯 그렇게 선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 콜린을 두 사람이 의아하다는 듯 쳐다봤다. 콜린이 디바이스를 꺼내 들자 조지가 물었다.


“결국 그 경찰한테 연락하는 거예요?”

“아니. 제임스한테.”


조지는 영문을 알 수 없었으나 묻지 않았다. 정확히는 물을 타이밍을 놓친 것이었는데 이유는 콜린이 이미 전화를 걸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정비소인가요?”

-그렇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콜린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넌 네 선배가 마약 관련 사업을 가져오는 데에 골든 혼을 설득할 만한 논리를 가지고 있나?”


제임스는 잠시 침묵했다. 이 질문 자체를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없어.


콜린은 속사포처럼 물었다.


“만약 그런 논리를 마련할 정보를 준다면 얼마에 사겠나?”


제임스는 다시 침묵했다. 값을 추산하기 위해서였다.


-100만을 쓰지.

“괜찮은 가격이군.”

-정말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나? 어디서 얻은 거지?

“아니야. 아직은 없어. 다만 생길 것 같다는 점을 주목해줬으면 해.”


제임스는 또다시 잠깐 침묵했다.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말장난하자는 건가?

“장난하는 게 아니야. 일이 잘 풀리면 그런 정보가 나에게 들어올 수 있어.”

-어떻게?

“아까 경찰이 내게 와서 제안을 하나 하더라고. 마약 수사를 하고 있는데 마약을 사서 가져와 줄 사람이 되어줄 수 없냐고. 아리우스가 당신네 클럽에 공급한 화이트 불렛은 순도가 얼마지?”

-99.9%야.


콜린은 피식 웃었다. 경찰이 노리는 것이 아리우스 조라는 것은 근거 없는 예상에 불과했으나 다행히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내가 클럽에서 사온 마약을 검사할 거야. 특정한 마약을 찾고 있어. 죽은 아리우스가 공급한 마약은 아직까진 시중에 돌고 있겠지. 만약 당신네 클럽에서 내가 산 마약의 순도가 99.9%가 아니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제임스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고순도의 마약 일부를 빼돌렸다고 생각하겠지.


그리고는 곧 모든 걸 이해했다는 듯 밝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재미있는 계획을 짰군, 그래. 확실히 멋대로 마약을 빼돌린 건 있어선 안 될 일이지. 그걸 알고도 눈감아줬을 다른 골든 혼의 조장들을 생각하면 확실히 레드 카프가 관련 사업을 가져갈 명분이 생기겠어.

“아직 생긴 것도 아니고 생긴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너무 좋아하진 말라고.”

-아, 물론이지. 일부러 날 생각해서 전화해준 건데 먼저 김칫국을 마시면 안 되지.

“진행해도 된다는 걸로 알겠어.”

-물론이야. 잘 부탁해.


전화가 끊겼다. 콜린은 자신을 쳐다보는 데이지와 조지를 봤다.


“왜 그래? 그렇게 뚫어지라 쳐다보고.”


멍하게 있던 데이지가 물었다.


“아니, 이거 괜찮은 거 맞아?”

“안 될 게 뭐 있어?”


“경찰이 수사하던 정보를 빼돌리겠다는 소리가 들렸는데요.”


조지의 지적에 콜린이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그래. 그게 왜?”

“그거 괜찮은 거예요?”


콜린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모르겠다. 잘 빼낼 수 있을지. 하지만 해봐야지 않겠어? 100만이 걸려있다고.”


데이지는 한숨을 내쉬었고 조지는 이해를 할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 곧 두 사람은 경찰들이 선택한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얼마나 준법정신이 형편없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그 사이 콜린은 루이스에게 전화를 건 참이었다.


-여보세요?

“콜린 스털링입니다. 주신 명함 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아, 상당히 이르시군요.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아무래도 제가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동료들과의 상의 끝에 도와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데이지가 풋, 헛웃음을 내었다. 콜린은 그것을 무시했다.


-감사합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동료들도 물심양면으로 돕고 싶어 하더군요. 본인들도 마약을 사는 일을 자원하더라고요.”


데이지와 조지가 놀라서 일어났다. 콜린의 입가엔 음흉한 미소가 지어졌다. 바로 검지를 입술 앞에 두자 두 사람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이상하게 생각할만한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 그들은 한없이 비열한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콜린을 쳐다봤다.


-그거 정말 반가운 말이네요. 그럼 저녁에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네. 그럼 내일 뵙죠.”


전화가 끊어지자 데이지와 조지가 콜린에게 다가왔다.


“방금 뭔 소리를 한 거야? 미쳤어?”

“콜린 씨,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이런 식으로 사람 끌어들일 줄은 몰랐는데.”


콜린은 손을 들어 두 사람을 제지했다.


“나라고 너흴 골탕 먹이려고 그랬겠냐. 돈을 분배하려면 이게 제일 뒤끝 없으니까 이러는 거지.”

“돈이요?”


콜린이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였다.


“경찰 의뢰비에 제임스가 주는 100만 솔라리. 합이 120만 솔라리를 3명이 똑같이 나누도록 하지.”

“120만······.”

“싫으면 빠지시고. 그럼 몫은 커지니까.”


두 사람은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 어쩔 수 없네요. 콜린 씨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따라야죠.”

“민중의 지팡이들이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데 어쩔 수 없지.”


세 사람이 어색한 웃음이 꺼지고 밤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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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첫 단추를 잇는 법 -3- 21.12.15 31 1 12쪽
68 첫 단추를 잇는 법 -2- 21.12.13 30 1 13쪽
67 첫 단추를 잇는 법 -1- 21.12.10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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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5- 21.12.06 37 1 12쪽
64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4- 21.12.03 30 1 12쪽
63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3- 21.12.01 29 1 12쪽
62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2- 21.11.29 29 1 14쪽
61 그대를 만나고 싶단 말이오 -1- 21.11.10 34 1 12쪽
60 원한다면 와라 -4- (完) 21.11.07 32 1 13쪽
59 원한다면 와라 -3- 21.11.05 30 1 11쪽
58 원한다면 와라 -2- +1 21.11.03 37 1 12쪽
57 원한다면 와라 -1- +1 21.11.01 40 1 11쪽
56 도둑들 -3- (完) 21.10.29 30 1 15쪽
55 도둑들 -2- 21.10.27 33 1 13쪽
54 도둑들 -1- 21.10.25 35 1 11쪽
53 정치인과 꾸는 꿈 -6- (完) +1 21.10.22 34 1 12쪽
52 정치인과 꾸는 꿈 -5- +1 21.10.20 35 1 12쪽
51 정치인과 꾸는 꿈 -4- 21.10.18 32 1 12쪽
50 정치인과 꾸는 꿈 -3- 21.10.15 34 1 15쪽
49 정치인과 꾸는 꿈 -2- +1 21.10.13 34 1 12쪽
48 정치인과 꾸는 꿈 -1- 21.10.07 3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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