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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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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00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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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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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살아남는 법

DUMMY

텃밭에 심어놓은 고추가 빨갛게 익어갈 무렵이었다.


“내가 세력들 시다바리나 하려고 주식 하는 줄 알아?”


혼자 중얼거리며 호가창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한 손으로 냅다 마우스를 클릭했다.


-매도되었습니다.


맹수로 돌변해서 놈들의 머리를 물어뜯는 기분이었다.


“아아아악! 아악! 컥, 그헉······”


모니터 밖으로 놈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피를 뚝뚝 흘리는 놈들의 모습이 환각처럼 눈에 보였다.


나는 100억이란 돈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을 만한 크기의 돈.

그 돈이 실제 내 수중에 가지고 있었고, 상황은 이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맘만 먹으면 이제 잔챙이 세력쯤 하나 골로 보내는 건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한 달간 지켜보던 놈들이었다.

처음에는 1, 2억씩 꾸준히 단타를 치며 놈들의 동태를 살폈고, 그러다가 놈들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한 후에는 10억 20억씩 단타를 치며 놈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마지막엔 놈들이 힘겹게 탑을 쌓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일부러 털지 않고 모아둔 물량을 한꺼번에 터트렸다. 놈들의 공든 탑을 박살 낸 것이다.


이제 계좌를 확인할 차례.


[총예수금: 118억 원]


지난달 딱 100억으로 시작했으니, 한 달간 이 돈으로 18%의 수익을 얻었다.


나는 이제 슬슬 고민이 되었다.

실은 지난번 HM건설로 누적 자산 100억을 만들었을 때부터 하던 고민이었다.

혜림이에게 세력 잡는 세력이 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그게 의미 없는 객기처럼 느껴졌다.


‘녀석 말대로 내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계좌에 있는 건 앞으로 먹고사는데, 충분히 지장 없을 만한 돈이었다. 아니, 누군가를 도우면서도 살 수 있는 돈이다.

그러니 안정을 택할까, 지금처럼 이렇게 힘들게 주식을 할까를 고민하는 건 당연했다.

방금도 실은 운이 좋아서 그렇지, 몇 번의 아슬아슬한 순간을 겪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한편으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는데, 혹시 이걸로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단순히 돈 벌 목적이라면 방법은 여러 가지.

멋진 사업도 있고, 부동산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들은 다 문외한이었다.


물론 단순히 빌딩 하나 사서 월세를 받아먹는 상상도 해봤었다.

안정적으로 살진 몰라도 더 큰 부자는 힘들어 보였다.


운명 같은 이놈의 주식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가 되면 어떨까?

그러다 만나는 세력들을 박살 내면서······.


그런 상상을 할 무렵 내 결정에 영향을 줄 만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오고 있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여보세요?”

- 나여, 동철이.

“······?”



***



한 달 후.


“아아아악! 그헉······”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댔다.

지난달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너무 자만심에 도취했던 걸까?’


잘못하다가는 내가 한 번쯤 크게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그런데 지금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내가 20억이나 잃다니!······’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그동안 단타만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세력에게 당하지 않는 길은 단타로 단련된 민첩성으로 치고 빠지면 될 거라고······.


하지만, 최근 한 달간 이어진 결과는 참담했다.

돈이 어느새 100억 아래로 줄어들었고, 수익률은 마이너스 16%.

얼핏 보면 작을 수 있지만 그게 20억 가까운 손실을 의미한다면 느낌이 완전 달랐다.


‘거참··· 너무 객기를 부렸나?’


그러고 보면 나는 그동안 주로 세력들이 들어간 종목을 찾으러 다녔다.

어떤 종목은 매수한 건 아니지만, 샀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그려본 적도 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많은 종목에서 크고 작은 세력들이 관찰되었다.

어떤 건 눈에 띄고 어떤 건 잘 띄지 않을 뿐, 거의 모든 종목에 세력이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됐다.


그런데 내가 왜 간과했을까?


내가 알고 있는 세력들과 패턴이 다른 세력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종목.


[초록기술]


노동철이 샀다가 크게 손실을 보고 있던 종목이었다.

우습게도 나 또한 이 종목으로 가장 크게 손실을 봤다.


녀석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 종목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 달 전 녀석의 전화 한 통이 내 호기심과 승부욕을 자극했다.


-우진아, 어떡하면 좋냐! 나 이제 삼분 지 일이여. 삼분 지 일.


녀석은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내게 그렇게 하소연했다. 이 종목에서 1/3 토막이 났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지난번 술자리에서 들은 녀석의 사연을 알기에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러게 진작에 내 말을 들었어야지······.”


하지만 누굴 탓할 일이 아니었다. 나도 한때 그랬으니까.


개미들이 가장 하기 어려운 게 주식을 손해 보고 파는 행위. 손절이었다.

그건 그만큼 그 돈이 간절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손해 보고 팔 수 없을 만큼 간절한 돈이기에······.

그러다 그 돈이 필요한 시기가 오면, 그들은 결국 더 큰 손해를 보고 매도를 한다. 그 돈이라도 필요하니까, 눈물을 머금고······.


사악하게도 돈 많은 세력 놈들은 또 그런 개미들의 속성을 이용하는 것이고.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녀석의 질문에 나는 종목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초록기술]


겉보기엔 그저 환경생태복원 사업을 하는 기업.

하지만, 대북 관련 테마로 엮여서 움직이고 있었다.

간단한 재무제표 정도는 볼 줄 알았기에, 망할 회사가 아니란 것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 가격.

결국 이렇게까지 떨어진 건 세력들의 소행일 터. 조만간 다시 튀어 오를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봐!”


그렇게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말 내가 예상한 상승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나는 일단 10억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쳐들어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의도를 알 수 없을 만큼 움직임이 이상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장대 음봉을 그리며 폭락했다.


그런데도 나는 이 또한 놈들의 농간이라 보고 아래서 계속 매수했다.

위에 쌓인 허매도 물량을 보고 그게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의도로 본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다시 장대 음봉을 그리며 폭락했고, 잠깐 사이 나는 십억 이상을 손실 봤다. 손쓸 겨를도 없이···. 그리고 일부는 아직도 물려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일까?’


에휴~!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남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게 아닌지···.


놈들을 알기 전에 나부터 점검해야 한다. 안 그러면 또 다른 세력에게 다른 방식으로 당할 수도 있다.


문제를 알아야 해결 방안도 나오는 법.

문제가 뭘까?


생각해 보면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일단, 그동안 단타 트레이딩에 매달린 영향도 있었고, 금액이 커진 걸 깜박하고 평소 습관대로 트레이딩했던 것도 사실이다.


‘금액이 커진 만큼 더 신중했어야 했어!’


단타는 거래량에 맞는 금액으로 해야 했다.

그런데,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투자금이 늘어났다.

중간에 한 번 흥분하면 거래량을 무시하고 너무 많은 돈을 트레이딩한 것.


‘역시 인간은 관성의 동물이야!’


전에 하던 그 관성을 빨리 고쳐야 한다. 더 이상 고치기 힘든 습관이 되기 전에.


예전에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종목들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더 이상 내가 세력들 속에서 그들의 정보를 들여다볼 수도 없고, 나를 도와준 그 이상한 문자 또한 다시 안 오고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어!’


일단 주식계좌에 든 돈 중 절반인 50억을 빼서 은행 계좌로 이체하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트레이딩 금액이 커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방법을 떠올렸다.

특히 트레이딩할 때 좀 더 차분해지고 종목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방법이 뭘까?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긴 했다.

규칙적인 생활과 명상 같은 걸 하고, 경제 뉴스와 정보지를 자주 보는 등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모범적인 답안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하기로 했다.

검색창에 커서를 놓고 타자기를 두드렸다.


[주식 잘하는 법]

[종목 보는 안목을 키우려면?]

[주식할 때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

[전업투자가로 살아가기]

..


그러자 검색된 내용은 주로 주식 책 홍보나 유튜브 동영상. 그다음은 줄줄이 블로그 운영자들이 올린 다양한 글들···.


누군가는 매일 매매일지를 쓰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공부하라고 했다. 첫째도 공부, 둘째도 공부, 셋째도 공부라고.


누가 그걸 모르나?

다시 그 아래 블로그에 올려진 글이 보였다.


[주식을 잘하려면 첫 번째 기다려라. 두 번째 또 기다려라. 세 번째 또또 기다려라. 주식은 언제나 기다림의 연속이다······.]


글쓴이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이게 과연 한국 시장에서 가능한 얘기일까?


나는 한때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을 다 보려고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다 약 1,000여 개의 종목을 보고 나서 깨달은 게 있다.


"누구 말대로 한국 주식도 정말 한국 지형을 닮아서 그런가? 왜 이렇게 등락이 심한 거야?”


한국에서는 장기투자가 힘들다고 생각했다.

여러 번의 매도 기회를 놓치고 후회할 공산이 크다. 아예 없는 셈 치고 10년 이상 묻어둘 거라면 모를까.


머리가 복잡하다.

문득 너튜브에서 본 어느 슈퍼개미가 떠올랐다.


나도 그 사람처럼 가치투자 쪽도 늘려야 할까? 그러려면 종목을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안목을 어떻게 키우지?’


주식을 보는 안목은 결국 세상을 보는 안목과 연결된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등······.


알고 보면 세상 돌아가는 모든 일에 영향을 받는 게 이 주식이란 놈이다.

그렇다면 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 세상 돌아가는 안목이 생길까?

그게 전부는 아닐 것 같다. 1% 부족한 뭔가를 채워야 한다.


다시 손가락으로 마우스 스크롤을 내려 봤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끌리는 문구 하나를 발견했다.


‘혹시 내가 찾던 게 이거 아닐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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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 살아남는 법 23.06.17 20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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