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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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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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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7.12 19:21
조회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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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부정행위

DUMMY

“여러분, 지난 1주일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감독관이 들고 온 종이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옆을 보니 장중에 보이지 않던 50번 청년도 어느새 제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 방에 계신 분들의 이번 주 수익률과 최종 탈락자 명단이 여기에 적혀있습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사이 발표되는 수익률.

이 방에 있는 35번~51번 참가자들 순번에 따라 차례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35번 27.5%, 36번 24.5%······”


모든 참가자들의 귀가 쫑긋했다. 자신의 수익률을 알기에 당연히 다른 이들의 수익률이 더 궁금했을 터.

나를 포함 몇몇은 불리는 순서대로 종이 위에 받아적기 시작했다.


“······40번 –1.2%······”


마이너스라니. 마지막 날이라고 무리했나 보군!


“······43번 11.5%······”


그 노련해 보이던 60대 가치투자가.

멀리 보이는 그의 표정은 그래도 그렇게 낙심한 표정은 아닌 듯.


다음은 문제의 44번.


“······44번 75.1%······”


-와!

-어떻게 1주일 만에 75억을······.

-미친거 아냐?


모두가 놀라는 사이, 나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나를 놀라게 한 건 잠시 뒤에 들려온 50번의 수익률.


“······50번 20.25%······.”


이건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거였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당연히 50번은 거래가 없어서 수익이 0일 줄 알았는데······.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빙그레 웃고만 있는 50번.

마지막으로 발표된 내 수익률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51번 20.12%”


종이에 적은 걸 확인했다.

지금까지 발표내용을 보면 나는 이 방에 있는 17명 중 14등.


간당간당하군. 과연 통과했을까?


“잘하셨네요!”


속삭이듯 말하는 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50번 청년이었다.

그쪽으로 허리를 굽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잘하긴요. 그런데 50번님은 언제 저렇게 수익을 냈나요?”


그가 말없이 웃으며 자신의 검정색 노트북 가방을 가리켰다.


그 사이, 다시 들리는 감독관의 목소리.


“자, 이제 탈락자들을 발표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다시 앞쪽을 향했다.


“아쉽게도 이 방에서 총 4명의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4명이라고? 그렇다면······.


내 뒤로 3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건 탈락을 의미했다.


역시 결국 이렇게 끝나는군!


하지만, 이어진 감독관의 발표는 의외였다.


“탈락자는······38번, 40번, 43번, 50번입니다.”


방금까지 밝았던 50번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이의제기를 하려는 듯 슬그머니 올라가는 그의 손.

그러나 감독관의 다음 말에 다시 내려졌다.


“이 중에 규정을 어긴 분이 계십니다.”


서로를 쳐다보며 웅성거리는 사람들.


“누구라고는 말은 하지 않겠지만, 지정된 PC 외에 다른 디바이스로 거래를 하신 분은 탈락하셨습니다. 그런 줄 아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알았을까?


50번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사실보다 한비원이 그걸 알았다는 게 더 놀라웠다.



***



다음 날 토요일 오전.


탈락자들이 하나둘 숙소를 떠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말이 없이 떠나고 누군가는 몇몇 참가자들과 인사를 했다.


“저,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50번이 커다란 캐리어를 앞에 두고 나를 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밝은 얼굴이다.


“그럼요. 그동안 고생했어요.”

“말 놓으세요. 제 이름은 이주형이에요. 형 이름은 뭐예요?”

“나는 정우진···.”

“형 이것도 인연인데 나중에 연락하고 지내요.”

“······그럴까?”


잠시 후, 마지막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신의 끌고 온 고급 외제승용차 안에서 손 하나가 흔들렸다.


“형 행운을 빌어요!”


아쉽긴 했다. 1주일이란 짧은 기간이지만, 그나마 3번 방에서는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참가자였으니.


그가 어떻게 수익을 올렸는지에 대해서 따로 묻지는 않았다.


자신의 특별한 노트북으로 그가 말한 눈먼 돈 주워 먹기를 했을 수도 있고, 집에 있는 아버지가 대신 거래를 했을 수도 있고.


들어가려는데 숙소 입구에 1차전 최종 순위표가 보였다.


이제 남은 참가자들은 40명.

그중 내 순위는 38위.


‘운 좋게 살아남았군!’


그런데 2차전 통과는 현실적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이다.


수익률이 합산되는 데다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세력들.

분명 뒤에서 그 불공정한 지원을 받는 작자들이 있을 테니······.’


“어이, 아우님 축하해!”


와우개미였다. 숙소로 막 들어가려는데 나를 향해 다가왔다.


“형님도 축하드려요.”


방금 본 순위표에서 그는 36위.


“뭐, 간신히 통과했는데. 간신히라뇨. 저야말로 간신히죠.”

“아니, 정말이야. 나는 목요일까지 10% 간신히 넘었어.”

“정말요?”

“그래. 근데 금요일 아침에 산 종목이 장 막판에 대박을 쳤지 뭐야! 운이 좋았던 거지.”

“저랑 비슷하네요. 그 종목이 뭐였어요?”

“**전기.”

“**전기라면······”


그건 초록기술과 같은 대북관련 테마주였다.


“그 대북주 말인가요?”

“그래. 알다시피 난 단타꾼이라 차트랑 수급만 보는데 그게 딱 눈에 띄더라고. 거래량이 장난 아니라서 크게 들어갔는데, 상을 쳤지 뭐야.”

“얼마나 들어갔는데요?”

“30억.”

“······네?”


내가 놀란 건 그의 평소 성향 때문.

내가 알고 있는 와우개미는 그렇게 큰돈을 한꺼번에 넣을 사람이 아니었다.

당일 매매 원칙을 칼같이 지키는 사람.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매우 조심스러운 사람이 아닌가!


“어떻게 그렇게 많이 넣으실 생각을 하셨어요?”


그러자, 껄껄 웃는 와우개미.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사실은 실수였어.”

“네? 실수라고요?”

“응. 3억을 넣으려고 했다가 30억을 넣은 거지.”


-허걱!


그렇게 오랜 경력을 지닌 사람이 그런 실수를 하다니. 믿기지 않으면서도 한편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형님도 실수를 다 하시네요.”

“그러게. 내가 욕심에 잠시 눈이 멀었나 봐!”

“하지만, 잘됐네요. 실수 때문에 오히려 10배나 더 버신 거잖아요.”

“그래도 순간 식겁했어. 그게 올라 줘서 망정이지 잘못 꼬라박았으면 속된 말로 좆될 뻔한 거잖아. 나중에는 식은땀이 다 흐르더라고······.”


그런데도 기다렸다는 게 놀라웠다.


“잘못 매수한 걸 알았다면 중간에 매도할 법도 한데 어떻게 상한가까지 기다리셨네요?”

“계속 오르는 걸 보니까 사람이 욕심이 생기더라고. 그전에 이미 다른 사람들 수익 내는 걸 봤거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기다렸더니 글쎄 얼마 후에 상한가를 딱 치는 거야. 어휴~!”


아직도 그때 생각이 생생한지 흥분해서 안도의 한숨까지 내쉬는 와우개미.

치열한 전쟁터에서 운 좋게 살아 돌아온 병사의 경험담이랄까.


“오프라인 대회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지 몰랐네. 보통 온라인 대회라면 자신과의 원칙을 지킬 텐데, 남을 의식하다 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원칙을 깨는 거 같아.”


보이는 상대와 보이지 않는 상대의 차이였다.

실제로 고수들 중에 상대를 의식하다 자신의 실력 발휘를 못 하고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한 사람도 적잖게 있었다.


“운이 좋아서 그렇지.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이젠 욕심 안 내려고 돈도 많이 벌었겠다. 하하하.”


그는 아무리 수익이 났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원칙을 깨는 건 길게 보면 망하는 길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슈퍼개미 박청강 말이에요. 그 사람도 통과했나요?”

“통과하다마다. 그 사람이 우리 방 1등으로 통과했어. 전체로는 3위였지 아마.”

“네? 수익률이 몇 프론데요?”

“62%인가···”


의외였다.

아무래도 그는 장기투자가인데다, 내가 서울에서 본 모습은 그렇게까지 능력 있어 보이진 않았는데······.


“근데 왜 저는 그 사람 얼굴을 못 봤죠? 오다가다 부딪힐 법도 한데.”

“그 사람 딱 9시 정각에 맞춰서 들어와. 그리고 12시면 나가고. 그다음부터는 숙소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거 같더라고.”

“네? 어떻게 그게 가능해요?”

“그러니까 능력자지.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랑 달라도 많이 다른 사람이야. 한마디로 넘사벽이라고 할까.”


그의 눈에는 박청강을 향한 경외심 같은 게 어려있었다.



***



주말에도 대회 참가자들의 외출은 금지.

그래서 주로 건물 주위를 삼삼오오 산책하거나, 숙소에 짱 박혀 월요일 장을 준비하는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하루 종일 본관 1층 바둑 대국실 주변만을 기웃거렸다.


‘오늘은 과연 노인을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오가기를 벌써 세 번째.

하지만 노인은 여전히 대국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혹시 몸이 아파서 그동안 출근을 안 할 걸 수도 있고, 대회 기간에는 바둑 둘 사람을 받지 않아서 쉬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다들 모른다고만 할까?

청소하는 사람들에게 슬쩍 물어봤지만, 다들 모른다고만 했다.


때마침 다른 직원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보아하니 남색 제복을 입은 게 대회 감독관 중 한명인 거 같았다.


“혹시 여기 대국실 영감님 어디 갔나 아세요?”


그러자, 그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언젠가 한비원 원장이 사무실에서 나를 보던 눈빛과 어딘지 닮아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5 네메시스81
    작성일
    23.07.13 00:08
    No. 1

    작가님은 구독자가 언제부터 확 떨어지는지 확인 안하시나요? 이번 에피소드는 재미도.감동도.스릴도 없고 흥미도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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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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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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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출전자금 23.06.24 17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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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7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7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09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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