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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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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93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7.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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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DUMMY

“······영감님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근데 왜 찾으시는 거죠?”

“뭣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뭘 물어보시려는 건데요?”

“그게······”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대회에 수상한 출전자들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괜한 소문을 퍼트려 대회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는 말을 듣고 퇴출당하거나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다.


증거가 필요하지만, 빤히 보이는 곳에서도 증거 찾기가 힘든 게 세력이었다.

그런데, 안 보이는 곳에서 자기 출전자들을 도와주고 있는 놈들을 어찌 알고 고발한단 말인가!


하지만, 한 가지는 물어봐야겠다.


“저 혹시 이 대회 초청자와 지원자 차이가 뭔가요?”


그러자, 그가 오히려 내게 되물었다.


“초청자세요, 지원자세요?”

“저는 지원잔데요.”

“그럼 왜 그걸 물어보세요? 알만한 분이······.”

“······?”

“혹시 다른 뜻이 있는 거라면 그냥 가세요. 아무리 그래도 영감님께서 만나 주지 않을 거니까.”


도대체 무슨 말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하고 쌩하고 가버리는 감독관. 나는 그 뒤에서 멍한 표정만 지었다.



***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난 나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화면 위에 떠 있는 건 부재중 통화가 다섯 통.


한 통은 006으로 시작하는 광고 전화였고, 나머지는 모두 혜림이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녹색 통화 버튼을 누르자, 곧이어 통통 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빠! 자꾸 그럴 거야? 그렇게 전화를 해도 안 받고. 토요일인데 대체 뭐 하다가 이제 서야······


나는 아직도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혜림아. 웬일이니? 아침부터.”

-아침부터라니? 오빠 어떻게 된 거 아냐? 지금이 몇 신데. 그리고 내가 꼭 일이 있어야 전화하나?


시계를 보니 저녁 6시.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게 깜박 잠이 든 모양이었다.


“알았어. 미안. 잘 지내지?”

-하. 엎드려 절받기네. 내가 꼭 먼저 연락해야겠어? 치사하게 먼저 전화해서 안부 좀 물으면 어디가 덧나냐? 칫!


변명하자면, 그동안 녀석 시험공부에 방해되지 않으려 연락을 자주 안 했었다. 어차피 녀석이 시간 나면 알아서 먼저 전화한 것도 있었고.

그래도 오늘따라 오전 내 전화를 줄지어 네 통이나 할 정도면 급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득 집히는 게 있었다.


“너 혹시?······”

-왜?

“합격했니?”

-에구, 그래도 눈치 하난 빠르네.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녀석이 그렇게 원하던 기자 채용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와! 축하한다. 혜림아.”

-고마워! 호호······

“그런데, 제법 일찍 합격했네? 좀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뭐야? 기분 나쁘네.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기자 되기 어렵잖아.”

-물론 어렵지. 하지만 나 이혜림이야!

“······.”

-실은 오빠. 나 엄청 열심히 공부했어. 와인바 다닐 때부터 준비한 것도 좀 있고.

“아무튼, 다시 축하합니다. 고생 많았어요. 이 기자님!”

-호호······.


녀석은 다시 한참을 좋아라 웃고 나더니 갑자기 진지해진 말투로 말했다.


-······고마워 오빠. 사실 이게 다 오빠 덕분이야.

“아, 오글거려. 면박 줄 때는 언제고 갑자기 웬 진지 모드?”

- 내가 좋은 회사들 많이 추천해줄게. 오빠는 그럼 그 회사들 주식 사면 되겠네.

“그래. 고맙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럼 경제부 기자는 전부 부자가 되어있어야 했게?


-근데 나 축하주 언제 사줄 거야?

“축하주? 글쎄. 이 대회 끝나면······.”

-아 맞다. 오빠도 무슨 주식대회 출전한다고 했지? 근데 이름이 뭐야?

“없어.”

-······대회 이름이 없다고?

“응. 그러니 검색해도 안 나올 걸.”

-그런 게 어딨어?

“어딨긴 여기 있지."


이 깊은 산속에······.


그렇게 혜림이와의 통화는 장시간 이어졌다.

녀석은 얼마 후 5개월간의 수습과정을 거쳐 정식 경제부 기자가 될 거라고 했고, 그 과정이 매우 힘들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또 녀석의 엄마는 지금도 요양원에 계시지만, 좋아진 당뇨에 비해 치매는 점점 더 심해져만 간다며 여전히 속상해했다.


마지막으로는 내게 이 이상한 대회에서 한번 우승해보라는 말도 안 되는 미션을 던져주고 녀석의 전화기는 끊어졌다.


‘그런데 노인은 대체 어디를 간 걸까?’



*



“형님은 참가자들 중에 이상한 사람 못 봤어요?”


와우개미와 저녁 식사를 한 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내용은 주로 월요일에 달라질 진행 방식에 대한 추측과 새로운 투자종목에 관한 것.

숙소 앞에서까지 다시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저녁 8시가 되었다.


“이상한 사람이라니?”


헤어지기 전 잠시 떠봤지만, 그는 역시 세력들의 존재를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곧장 숙소로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산책했다.

담배 피우러 나온 한두 명 외에는 추위에 떨며 굳이 밖으로 나온 사람은 없었다.


이곳은 5시만 넘으면 일찍 어스름이 찾아왔다.

겨울이라 날이 짧은데다 주위로 산세까지 우거진 곳이라서 더욱 빨리 어두워지는 거였다.

건물 주위의 가로등 불빛만 아니라면 칠흑같이 어두울 것 같았다.


숙소 건물을 지나자, 멀리 본관 1층에 작은 불빛이 보였다.

사무실이 있는 2층과 대회장으로 사용 중인 3층은 불이 꺼져있는데, 1층 로비만 불이 켜져 있다.


‘그렇다면 혹시······?’


본관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잔디밭이 깔린 앞마당을 지나 1층 출입문 쪽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인기척 없이 조용한 로비.

막상 보니 불빛이 다 켜진 게 아니라 주위를 분간할 정도로 일부만 켜져 있었다.


주위에 세워진 조형물들과 벽에 걸린 액자 속 그림들이 보였다.

낮에는 제법 멋지고 고풍스러워 보이던 것들이었는데, 지금은 어스름한 불빛에 반사되어 왠지 모를 오싹함마저 느껴졌다.

그중에 대국실 출입문 양쪽에 세워진 커다란 석상 두 개가 특히 그랬다.

원래부터 모양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기이한 모양이었는데, 밤에 보니 더욱 기괴하고 무섭게 보였다.


심장이 두근대는 소리를 느끼며 그 석상들 가까이 걸어갔다.

곧이어 석상 사이에 있는 대국실 출입문 앞에 멈춰 섰다.


이제 막 그 묵직한 그 문을 열려는 찰나,

안에서 바둑알 놓는 소리가 익숙한 사람 목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딱


“영감님, 죄송합니다. 이번엔 제가 이긴 거 같네요.”

“글쎄······과연 그럴까?”


-딱


“헉! 언제 이 대마가······”

“자넨 그게 문제야.”

“······예?”

“언제나 그래왔지. 자기 잘난 맛에 성급히 판단 내리는 거 말야.”

“······.”


손가락이 겨우 들어갈 만한 대국실 문틈 사이로 그들의 얼굴이 보였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한비원 노인과 맞은 편에 앉은 낯익은 또 한 사람의 얼굴.


‘역시 목소리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노인과 바둑을 두는 사람은 다름 아닌 슈퍼개미 박청강이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왜 이 시간에?’


귀를 문에 바짝 대고 다시 그들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출입문은 방음이 될 만큼 두터웠지만, 밤이라서 주변이 고요할 뿐 아니라, 작게 벌린 문틈으로 그들의 대화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은 흘러나왔다.


“그렇게 배신하고 돌아간 사람이 왜 다시 기어들어 왔나?”

“죄송합니다. 영감님. 이번에는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남들이 슈퍼개미 슈퍼개미 하니까 듣기 좋았나 보지?”

“그게 아니고······.”

“내가 언제 자네 돈벌이하라고 그 유명세 만들어준 줄 알아?”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이렇게 대회에 참가한 거 아닙니까? 영감님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


나는 시종일관 어리둥절했다.

둘이 아는 사이라는 것도 그렇고 박청강이 노인 앞에서 쩔쩔매는 게 이상했다.


“기회는 이미 주고 있잖아.”

“네?”

“내가 왜 자네가 이 대회에 지원한 걸 받아줬다고 생각하나?”

“아, 그럼 이게······감사합니다.”

“단, 반드시 우승해야 해.”

“우, 우승요? 하지만, 저는 이미 세력의 절반 이상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지금 이 대회 참가한 세력들이 보통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못 본 사이 자신감이 많이 죽었군.”

“우승까지는 못하더라도 3등 안에는 들어보겠습니다. 그러니 그 안에 들더라도 전처럼 영감님 밑에서 일할 수 있게만 해주시면······.”

“지금 나보고 배신자를 똑같이 대하라는 건가?”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면 돌아가! 내 밑에서 일하겠다고 돈 싸 들고 오는 놈들 쌔고 쌨으니까.”

“영감님!”

“······.”

“알겠습니다. 그럼 사력을 다해 제가 우승하는 걸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곧이어, 드르륵~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노인이 일어나 밖으로 나오려는 거 같았다.

내가 황급히 등을 돌리려는 찰나, 등 뒤에서도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뚜벅 뚜벅


로비 현관문을 열고 한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석상 너머로 보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몸을 숨길 곳은 석상밖에 없었다.

대국실 입구 쪽에 세워진 두 개의 석상. 그중 오른쪽 검정 석상 뒤로 얼른 몸을 숨겼다.


-끼이익 덜컥


대국실 문이 열리면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 박청강도 따라 나왔다.

곧이어 방금 로비 안으로 걸어 들어온 남자가 그들과 마주쳤다.


“회장님 이제 들어가십니까?”


대국실 문 앞에서 선 남자가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석상 뒤에 숨어서 남자의 얼굴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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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입계의완 23.07.29 61 4 10쪽
61 2인 1조 23.07.26 66 5 10쪽
60 세력들을 찾으려는 거였네 23.07.22 84 2 10쪽
59 내기 바둑 +1 23.07.19 87 4 11쪽
»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23.07.15 101 5 10쪽
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56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3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9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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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09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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