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08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8.24 18:46
조회
32
추천
2
글자
9쪽

돈을 보고 덤빈 놈들 돈으로 망한다?

DUMMY

“와, 저 51번이 대체 누구야?!”

“지난번 꼴찌였던 자가 이번 주는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는데 맞아?”

“글쎄 그렇다는데 나도 처음 보는 자라······.”


3차전 결과가 발표되자 순위 변동이 적은 상위권 대신에 온통 나에게로 관심이 쏟아졌다.


입구 쪽에 순위표가 보였다.


1위 11번 282.3% 통과

2위 18번 280.2% 통과

3위 22번 278.2% 통과

..

7위 51번 232.5% 통과

..


'흠...'


3차전 1위는 283%의 수익률을 기록한 박청강.

그리고 나는 수익률 232%로 7위를 차지했다.

9위까지 진출하는 최종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다.


1주일 전과 비교하면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5일 만에 18위에서 7위로 11계단이나 올라갔으니.


여기 있는 자들 눈에는 내가 미지의 세력 조직에서 나온 미스터리한 인물일 것이다.


-스으윽


핸드폰을 손으로 밀어 계좌를 확인했다.


[예수금 포함 총평가금액: 352억 5,100만 원]

[수익금: 252억 5,100만 원]

[수익률: 252.5%]


이젠 놀랍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세력들과 있을 때 나는 오히려 더욱 강했고, 묘하게 운까지 따라줬다.

그 이상한 문자 또한 내가 지금처럼 세력들과 있을 때 왔던 거니까······.



***



저녁 무렵 구내식당.


혼자서 밥을 먹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저자가 왜 나를 쳐다볼까?’


대회 내내 나한테는 관심이 없던 작자였다.

그자가 배식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내가 앉아있는 쪽을 보고 있다.


3차전 이후 마스크나 모자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은 부쩍 줄어들었다.

이제 남은 자들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서로가 알만한 세력이었고, 그 안에는 박청강도 포함된다.


늘 그렇듯 깔끔한 슈트 차림이었지만, 얼굴은 다른 날과 달리 모두 드러내놓고 있었다.


“저 그때 그분 아니신가요? 정······”


박청강이 어느새 식판을 들고 바로 옆에 서서 묻고 있었다.


“정우진입니다.”

“아, 맞다. 정 선생님.”

"......"

“어쩐지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계좌 말이에요.”


서울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본 내 계좌를 두고 하는 얘기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다 내가 세력이라서 그런 계좌가 가능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 말이 없자, 그가 내게 다시 물었다.


“어디서 오신 거죠?”


이곳에 온 후로 많이도 들어본 질문이었으니 그 질문의 의도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사는 곳 말씀인가요?”

“아, 왜 이러세요.”

“···그럼요?”

“그쪽은 어느 세력 출신이냐구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순간 박청강의 입가가 살짝 비틀어졌다.

내가 일부러 뻔한 정체를 숨기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듯.


“아, 뭘 그리 숨기세요. 여기 다 같은 계통 사람들끼리······.”

“도무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허··· 정말요?”

“네.”


박청강은 잠시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참. 전에 애널리스트 친구분한테 들었는데······”

“······?”

“댁이 문자 추천 같은 걸 받는다고······.”

“······네?”


순간, 당황해하는 내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는 박청강.


이 작자에게 그 얘기를 한 사람은 분명 김한결이겠지.

녀석은 전에 박청강과 함께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애써 태연한 척 다시 식판으로 눈을 돌렸다.


“그럼 하나만 물어봅시다.”

“······?”

“어떻게 HTS를 안 보고 트레이딩도 거의 안 하면서 그렇게 수익을 잘 낼 수가 있죠?”


이미 내가 세력이라고 확신하고 하는 질문.

하지만, 아무리 세력이라 하더라도 내 트레이딩은 이해할 수 없었나 보다.


다른 종목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룰은 모든 세력들을 고생시키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런데 나만 혼자 여유롭게 수익을 냈다는 것이 그들에서는 뭔가 이상하기도 했고 못마땅하기도 했을 거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핸드폰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중요한 건 이 핸드폰으로 다 확인합니다.”


그러자, 박청강이 대회 룰을 다시 상기시켰다.


“개인 모바일로는 거래 못 하는 거 알고 있죠?”

“물론. 그래서 핸드폰으로는 확인만 하고, 트레이딩 할 때는 당연히 대회용 PC로 하고 있습니다.”

“핸드폰으로는 정말 확인만 한다고요?”

“네.”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박청강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후 둘 사이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와의 불편한 식사는 얼마 되지 않아 끝이 났다.


하지만, 곧 있을 결승전에 그가 미칠 파장은 예상하지 못했다.



***



주말에는 노인과 다시 바둑을 두었다.


사실 그는 이번 주 내내 대국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그래서 지난번처럼 또 무슨 바쁜 일이 있나 보라고 생각하며 그를 찾지 않았다.

그 대신 주로 산책을 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곤 했었다.


-딱


“음. 축하하네.”


나를 축하하는 노인의 음성이 이번엔 웬일로 차분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자네가 정말 통과했다고?’라며 이번에도 흠칫 놀랄 줄 알았는데······.


“네. 감사합니다.”


-딱


“그런데 놀랍지 않으세요?”

“뭘?”

“제가 세력들을 이기고 결승까지 진출한 게.”

“자네 실력이야 전에도 이미 확인했으니까······.”


그러면서 노인이 계속해서 바둑알만 내려놓았다.


-딱


“근데 영감님. 이번 주엔 왜 또 안 보이셨어요?”

“병원에 좀 다녀오느라······.”

“······병원에요?”


노인의 뜻밖의 대답에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그의 몸이 최근 핼쑥해졌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지난번 그가 노 실장이 가져다준 약을 먹던 모습도 떠올랐다.


“많이 편찮으신가요?”


걱정스런 물음에 노인이 말없이 바둑판만 내려다보았다.

그저 다음 수를 재촉하는 듯 보여 다음 수를 두었다.


-딱


그사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노인의 시선이 느껴졌다.

마치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아들에게 보였을 만한 자상하고 온화한 미소가 보였다.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정말 개미들 등쳐먹는 세력의 수장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만나봤던 강희성이나 김막수 같은 자들과는 달라도 한참 달라 보였으니까······.


-딱


처음엔 노인과 지금처럼 바둑을 두는 게 단지 그의 비밀을 알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게 다른 이유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건 가끔씩 그가 내뱉는 말들 때문이었다.

그 말은 내 주식투자와 연관 지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말을 시작한 시기는 아마, 지난번에 노인이 내게 이 대회에 얽힌 비밀을 다 말하고 난 뒤였을 것이다.


물론 그가 모든 걸 제대로 얘기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딱


그가 거친 숨을 내쉬며 이번엔 세력들 이야기로 시작했다.


“세력들 중에는 늘 다른 세력에만 빌붙어 사는 기생충 세력도 있고, 아무리 돈이 없어도 남이 먹던 건 건들지 않는다는 양반 세력도 있네.”


-딱


“늘 망해가는 회사만 건드려 쪽쪽 빨고 나오는 시체닦이 세력도 있고, 시총 수백조 이상의 대기업만 건드는 프리미엄 귀족 세력도 있지······.”


-딱


“재밌네요.”


말이 나온 김에 나도 강희성과 김막수 세력 밑에서 있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놈들은 조폭까지 끼고 작업하는 양아치 세력들이었어요······.”


그러나 노인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가 궁금했던 놈들의 최근 근황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했다.


“그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네. 그러다 최근에 거기서 나온 능력 있는 놈들이 새로 생긴 세력 밑으로 기어들어 갔지.”


나는 그게 최근 기권하고 돌아간 44번 세력일 걸로 확신했다.


“그게 44번인가요?”

“그래. 그런데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그자의 손가락이 하나가 없는 걸 봤거든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늘 보고만 받았지, 참가자들을 직접 보지는 않았다.


“그래. 그런데 놈들이 몇몇 세력들과 병합하더니 어느새 세가 더 커진 거 같아.”


줄곧 1위를 했으니 그렇게 생각할 법도 했다.


“그런데 왜 기권했을까요?”

“그거야 왜 출전했는지를 알면 왜 기권했는지도 알 수 있지.”

“그럼 출전한 이유가······?”

“놈들에겐 최근에 크게 작업하던 종목들이 있었네. 그걸 통해 수익을 내면 1석 2조라고 생각했겠지. 돈도 벌고 거액의 상금도 먹고······.”

“그럼 돈 때문에 출전한 거란 거군요. 결국 돈 때문에 기권한 거고.”

“그래. 그리고 뭐 테스트 삼아 다른 놈들과 한번 겨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


이번에 갑자기 새로운 종목으로 바꾸라고 지시한 이유를 알 거 같았다.

그들이 한비원 에이스 세력이 될 의지가 있는지를 시험하려 했던 게 아닐까?


“그럼 그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그건 전에 이미 말한 거 같군.”


-딱


그 말을 하던 노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돈을 보고 덤빈 놈들은 돈으로 망한다.‘


-흠...


이 대회 마지막 결승전이 코앞이다.


노인이 또 어떤 그림을 그릴까?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군.


이 바둑 형세처럼 말야...


-딱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세력이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식으로 돈 벌고자 하는 자 23.05.14 181 0 -
72 개미가 에이스 세력이 되다 23.09.09 25 2 9쪽
71 세력들의 반란 23.09.06 30 1 9쪽
70 핸드폰 없이 합시다 23.08.29 29 2 9쪽
» 돈을 보고 덤빈 놈들 돈으로 망한다? 23.08.24 33 2 9쪽
68 어차피 오를 종목 23.08.19 41 1 9쪽
67 세력들 속의 개미 한 마리 23.08.16 45 1 10쪽
66 기권하겠습니다. 23.08.10 46 1 10쪽
65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 23.08.09 45 1 11쪽
64 세력들처럼 싸워라! 23.08.05 52 2 11쪽
63 혹시 김정은하고 친구야? 23.08.02 61 5 11쪽
62 입계의완 23.07.29 62 4 10쪽
61 2인 1조 23.07.26 67 5 10쪽
60 세력들을 찾으려는 거였네 23.07.22 85 2 10쪽
59 내기 바둑 +1 23.07.19 88 4 11쪽
58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23.07.15 101 5 10쪽
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56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4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9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8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7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9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