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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01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7.26 20:57
조회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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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2인 1조

DUMMY

‘또 마지막이군!’


조 번호는 짝을 지은 순서대로 주어졌다.

따라서 우리 조는 맨 마지막 20조.


늦게 짝을 이루면 번호가 늦게 나왔기 때문에 순위와는 무관했지만, 그래도 잘하는 사람일수록 짝을 빨리 맺었기 때문에 끝 조라는 건 그만큼 출전자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


“2인 1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옆에서 와우개미가 HTS 상에 계좌를 등록하며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그러게요. 저도 처음이라······.”


그러다 문득 세력들 밑에서 일했던 때를 떠올렸다.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처음은 아닌 거 같네요.”

“······?”


무슨 소린가 하고 나를 바라보는 와우개미.


“전에 형님한테 말씀드렸잖아요. 세력들 밑에서 일했었다고.”

“그래. 그랬지.”

“근데 둘 이상이 같은 팀이라면 결국 세력들처럼 팀웍을 가지고 싸우라는 게 아닐까요?”

“······세력들처럼?”

“네. 아무래도 상의해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렇군. 그런데 당장 뭘 상의하지? 조금 있으면 장이 시작인데.”


시계를 보니 8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그럼 일단 오늘 오전 장은 각자 알아서 하는 걸로 하고 오후부터는 상의하는 걸로 해요. 형님.”

“그러지.”


일단 지난주까지의 결과를 확인했다.


[예수금 포함 총평가금액: 120억 1,200만 원]

[총수익: 20억 1,200만 원]

[수익률: 20.12%]


‘이걸로 이번 주는 과연 얼마나 불릴 수 있을까?’


하지만, 자칫 무리하다가는 언젠가처럼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걱정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걸 느끼며 종목들을 점검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시간은 9시 정각.


-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주 상한가에서 팔지 않은 초록기술이 아침부터 빠르게 움직였다.


[초록기술 ↑10% 상승 중]

[현재가: 13,700원]

[평가금액: 15억 4천만 원]

[수익금액: 4억 6천만 원]

[수익률: 42%]


초록기술은 일단 10%~12% 사이를 오가며 더 이상 오르지 않는 걸 확인하고 매도를 눌렀다.


-매도되었습니다.


계산된 수순이었다.


나는 이미 지난 주말 동안 내가 들고 있는 모든 종목에 대한 경우의 수를 미리 생각해 놓았으니까.

오늘 아침 주가가 오르면 어떻게 하고 내리면 어떻게 대처할지.


이제 그 돈으로 방산주를 매수할 차례다.

반대편 모니터에 띄워놓았던 방산 종목들로 시선을 돌렸다.


[*텍 ↑ 1.2%]

[*메탈 ↑ 1.5%]

[*코페 ↑ 2.5%]

[*니드 ↑ 1.0%]


미리 정리해 놓은 4개의 종목이 보였다.

그중 최근 거래량이 큰 *텍과 *메탈을 각각 5억씩 들어가기로 하고, 나머지 두 종목은 각각 2억씩 들어가기로 했다.

보통은 대장 종목에만 들어가는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텍]

[현재가: 4,100원]

[매수금액: 5억 원]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메탈]

[현재가: 6,820원]

[매수금액: 5억 원]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코페]

[현재가: 2,300원]

[매수금액: 2억 원]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니드]

[현재가: 1,900원]

[매수금액: 2억 원]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총 14억이 미리 준비한 방산주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 들어간 건 단지 입질에 불과하다.


상황을 지켜봐서 내가 가진 투자금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이 방산주에 넣을 예정이다.


검은 머리 외인으로 추정되는 세력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찮다.

그들은 오늘도 방산주를 사고 있다. 지난번처럼 이유가 없이...


모니터 두 대를 번갈아 보았다.


한쪽에는 남아있는 종목들과 오늘 매수한 종목들이 띄워져 있고, 다른 모니터로는 오늘 단타 칠만한 종목들이 띄워져 있다.


이제 막 트레이딩을 하려는 찰나,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려왔다.


“하! 시파 뭐 하는 거야?”

“아, 미안합니다. 실수예요. 실수.”

“하 놔. 이래서 같이 할 수 있겠어?”


각 조마다 3m 이상 떨어져 있고 커튼과 파티션으로 구획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안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까지 차단하진 못했다.


이번에는 둘이 같은 팀으로 대결을 펼치다 보니 파트너의 실적도 중요했다.

자신이 아무리 잘해도 둘의 합산 실적이 낮으면 함께 탈락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후 1시가 되어서야 함께 개별 매매 종목들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서로 의논했다.


와우개미는 대부분 단타용 종목들이었으므로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은 거의 없었다.

반면 나는 오전에 매수했던 방산주에 대한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가지고 있었지만, 와우개미의 표정으로 보아하니 썩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



다음 날 오전.


어제 장 마감 후 실적이 집계된 조별 순위표와 누적 수익률이 대회장 앞에 붙어있었다.


1위 1조 100.8%

2위 3조 95.5%

3위 7조 88.2%

..

..

19위 20조 22.5%

..



“8일 만에 100%라······대단하군!”


와우개미가 20개 팀 중 19위를 기록 중인 우리조 대신 상위 조를 눈여겨보며 부러운 듯 감탄했다.


1위는 44번이 속한 1조 팀.


이는 지난 1차전에서 1위와 4위를 차지했던 참가자들끼리 이룬 조였다.

그리고, 눈에 띄는 건 박청강이 속한 7조 팀이 3위라는 것.


“헐··· 그럼 저들은 벌써 인당 100억을 넘게 번 거야?”


와우개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연히 세력놈들이니까요······.’


그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참아야 했다.


사실 40명의 1차 통과자 중 절반은 이 대회의 성격을 잘 알고 지원한 세력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뭣 모르고 초대된 개인들이었다.


물론 노인의 말처럼 초대된 개인 중에도 세력으로 의심될만한 자들이 있지만, 모두 신생 세력이었다.

매년 새로운 세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것.


그들은 다른 세력들과의 유대관계도 없을뿐더러 아직 이 대회의 성격을 잘 알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러게요. 형님.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우리는 겨우 꼴찌만 면했는데.”

“그래도 그게 어디야. 난 당장 떨어져도 후회 없어. 벌써 20억이나 넘게 벌었잖아. 그것도 운이 좋아서.”


와우개미는 2차전 통과는 이미 포기한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내게는 아직 남아야 할 이유가 있다.

우승상금 때문이 아니라 바로 노인의 말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노인은 이 대회를 통해 강한 세력들을 찾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일부 세력은 정리하겠다고도······.


하지만, 그걸로 모든 걸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대회에 참가하는 세력들의 목적.


‘과연 세력들에게도 이 대회 우승상금 100억이 커 보일까?’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세력들과 일해봐서 현재 이들이 올리는 수익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알았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세력이라 할지라도 뒷작업에는 비용이 발생하는 법.

그런데 지금 이들은 무리를 하고 있다.


단지 상금 때문이라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게다가 대회를 통해 자신들의 전략이나 수법이 노출될 수도 있고······.


그런데도 자진해서 이 대회에 지원한 거라면 세력들이 단지 우승상금 때문에 출전한 게 아닐 수 있다.


우승보다 중요한 뭔가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박청강도 출전한 거였고······.


그런데 그걸 알아내는 수단이 바둑이라는 게 재미있다.

역시 노인은 바둑을 좋아했다.


‘그래서 이런 기원을 만든 거였나?’


아무튼 오늘도 장을 마치고 그와 약속한 대로 다시 바둑을 두었다.


*


-딱


“자네도 참 대단하군!”

“뭐가요?”


-딱


“큰돈 걸린 대회에서 한가하게 바둑이나 두러 다니지를 않나.”

“그러게요.”


오후 3시 20분 장 마감 후 동시호가 시간에 트레이딩룸을 뛰쳐나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노인이 바둑 둘 시간이 없다는 걸 그나마 졸라서 이 시간에 맞춘 거였다.

그는 4시 이후엔 다른 약속이 있다고 했고, 바둑 한판에 보통 30분이 걸렸으니 최소한 이 시간에 시작해야만 했다.


-딱


“어차피 그건 제 돈도 아닌 데요. 뭘.”


상금 따윈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은 나였다.


“하긴······.”


노인도 알고 있었다.

내가 운 좋게 1차를 턱걸이로 통과했지만, 현재 수익률로는 도저히 2차 통과는커녕 꼴찌만 면해도 다행이란 걸.


-딱


“하지만 의외군!”

“뭐가요?”

“사람은 누구나 돈 앞에서는 욕심이란 게 있는데······.”

“그런가요?”

“때론 가망이 없어 보여도 일확천금을 꿈꾸며 최선을 다해 들이대는 게 사람의 본성 아닌가?”

“······.”


-딱


“아무튼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군, 그래.”

“······?”

“자네 집에 돌아갈 시간 말이야.”

“아, 네···.”


-딱


“오늘도 다 갔으니······ 이제 며칠 남았나?”


내가 말이 없자, 노인이 백 돌 하나를 놓으려다 말고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사흘 안에 나를 이길 수 있겠어?”

“노력해 봐야죠.”


이후 다시 바둑알 놓는 소리만이 들렸다.


-딱

-딱

..


그의 매서운 눈빛에서 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이기지 못하면 내가 궁금한 걸 얻을 수 없다.


어쩌면 우연히 알게된 이 특별한 대회를 탈락하면 영원히 알 수 없을...

한비원과 투자대회에 얽힌 비밀 말이다.


-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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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 23.08.09 45 1 11쪽
64 세력들처럼 싸워라! 23.08.05 52 2 11쪽
63 혹시 김정은하고 친구야? 23.08.02 61 5 11쪽
62 입계의완 23.07.29 61 4 10쪽
» 2인 1조 23.07.26 67 5 10쪽
60 세력들을 찾으려는 거였네 23.07.22 84 2 10쪽
59 내기 바둑 +1 23.07.19 87 4 11쪽
58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23.07.15 101 5 10쪽
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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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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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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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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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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