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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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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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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5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1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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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이른바 슈퍼세력을 만났던 때

DUMMY

이렇게 되면 김막수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김막수가 세웠던 라스트인베스트의 바지사장과 일부 임원급들만 징역을 살게 되었다.


“역시 돈이 좋군!”


아버지 김한명 명예회장의 입김일 거라는 걸 알았다.

자신이 죽기 전 막내아들을 교도소에 보내는 일만은 막고 싶었을 것이다.

더 이상 말썽을 부리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조건을 내걸었을 테고.


그리고 내가 정말 궁금해 하던 놈들의 최후도 들을 수 있었다.


“오빠 남대문 소식 들었어?”

“???”

“걔네들 사라졌어! 강희성은 죽었다는 소문도 있고···”


물론 혜림이도 또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찌라시같은 얘기였다.


라스트인베스트가 감사받기 바로 전날, 강희성과 남대문파 조직원들 일부가 사라졌다는 것. 일부는 바닷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고, 일부는 화장되었다는 것.

그래서 결국 놈들이 주식 바닥에서 모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는 것.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놈들의 근황은 이후로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가끔 조폭 관련 뉴스에 등장하는 사선이들(손가락이 4개인 사람들)을 보면 의심하는 버릇이 생겨났다.


저들이 혹시 남대문파 출신이 아닐까?······.




* * * * * *




- 현재 시점 -


[1945 Chateau Mouton-Rothschild]

[와인가격: 47,000달러.]


세계 돈줄을 꽉 쥐고 있다는 그 유명한 로스차일드가가 와이너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는 사실. 그걸 최근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


혜림이의 생일날 무얼 선물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녀석이 좋아하는 럭셔리 와인을 사주기로 한 뒤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이다.


“1853년에 나다니엘 로스차일드는 프랑스 보르도의 Chateau Mouton 성을 사들였어.”


혜림이는 내가 선물한 1945년산 빈티지 와인을 앞에 두고 흥분된 얼굴로 와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 대지를 와이너리로 개조한 후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포도원으로 거듭난 거고.”

“응. 그렇구나.”


영혼 없는 대답. 겉으로는 집중해서 듣는 척 호응해주었지만, 와인은 아직도 내겐 관심 밖의 영역인 것이다.


“근데 오빠 그거 알아?”

“뭘?”

“그 포도원이 클래식 007 제임스본드 영화에 출연한 거.”

“그래서 그렇게 럭셔리 소비자들한테서 인기가 엄청나게 좋았던 거구나!”


녀석에게 선물한 1945년산 빈티지는 원래 그 Chateau Mouton성의 주인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경매를 통해 한 열렬한 미국인 팬한테 4만 7천 달러에 한 병이 낙찰되었다. 우리 돈 5,433만 원이란 돈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한 달 전 인터넷 경매를 통해서 2억 원에 다시 샀다.


“오빠, 정말 고마워. 요즘 장도 안 좋은데 이렇게 비싼 걸 다 사주고.”

“뭘 그런 걸 가지고···”


사실은 나도 처음엔 그 돈이 아깝긴 했었다.

와인 한 병에 2억 원이라니······.


다행히도 이걸 사려고 마음먹은 당일, 나는 미국 장에서 그 만큼을 하루 만에 벌었다.

인버스 SQQQ 덕분이었다.

미국 나스닥 100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 ETF. 그것도 3배 레버리지 배율로 추종을 하는 곱버스다.


인버스에 투자하기 시작한 건 거의 1년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부터였다.

그동안 코로나로 시장에 풀린 막대한 자금과 전쟁 여파 때문에 곧 인플레이션이 올 걸 예상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예상은 적중했다.

전 세계 주식은 하락을 거듭했고, 당연히 인버스만 올라갔다.

그러나 인버스는 변동성이 워낙 커서 조심해야 한다.


공포감이 극에 달할 때 기회가 오는 법!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고 지하를 뚫던 한국 시장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슬슬 몸을 풀고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배를 채울 대로 채운 노랑머리 공매도 세력놈들과의 일전을······.


와인을 이리저리 보는 혜림이를 보고 물었다.


“그 와인이 그렇게 좋니?”


말없이 웃는 녀석. 이리저리 사진만 찍고 있다.

와인에 문외한인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기서 거기인 와인 맛. 맛있어 봐야 얼마나 맛있길래···.


하지만, 녀석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 안 마시고?”

“기념으로 사진만 찍어서 올리려고, 이 술은 오래오래 보관할 거야.”


그러면서 개봉도 하지 않은 채 도로 와인 냉장고에 넣어 두는 혜림. 돌아오는 손에는 다른 와인 한 병이 들려있었다.


“그냥 이걸로 할게.”


녀석이 가져온 병엔 도멘퐁소 끌로 드 라 로슈뀌베 비에이 비뉴그랑크뤼 2005.


“이건 또 왜 이렇게 이름이 기냐?”

“이것도 프랑스산 레드와인이야.”

“그래도 생일 선물인데 아까 거 맛이라도 보지. 짜식.”


잠시 후, 녀석이 가져온 와인을 나누어 마시며 이런저런 소설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런데 오빠. 어떻게 세력을 이용해서 세력에게 복수를 할 생각을 했어?”

“별수 없잖아. 난 그만한 총알이 없었으니까.”

“총알?”

“전에도 말했잖아. 세력들은 그렇게 부른다고. 돈이 곧 총알이고 무기라고.”

“아···”

“김막수 세력 무기로 강희성 세력을 친 셈이지.”

“그래도 돈의 힘만으로는 아닌 거 같아.”

“그럼?”

“사실, 오빠가 놈들에 대해 잘 알았으니까 가능했지, 몰랐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힘들었을 거 아냐.”

“그런가?”


남대문 세력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물론 아픔을 겪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들은 내가 잃을 게 별로 없을 때 나를 찾아왔던 거였다.


“그나마 차라리 돈 없을 때 놈들을 만났길 다행이었어.”


그래서 내가 그나마 그 값을 치르고 세력에 대해 눈을 떴던 거였다.

만일 세력을 모르던 내게 지금처럼 많은 자산이 있었다면, 그래서 뭣 모르고 덤볐더라면 아마···


“그럼 지나고 보면 어떤 거 같아? 그때 김막수나 강희성 세력들 수준 말이야.”

“사실 둘 다 그놈이 그놈인 거지. 질적으로나 규모로나.”


진짜 거물급 세력이었다면 당시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을 거였다.


“그래서 그렇게 지들끼리 싸운 거잖아. 상도를 무시했다고.”

“그럼, 둘 사이에 레벨 차이가 컸다면 상도고 뭐고 따지지도 못했을 거란 건가?”

“그렇지.”

“그럼 걔네들은 큰 세력한테 당하면 찍소리도 못하는 거야?”

“멸치가 상어한테 대드는 거 봤니?”

“하긴···”

“큰 대기업이 힘없는 중소기업 건든다고 징징대긴 하겠지. 마치, 지들 사업영역 침범하기라도 한 거처럼···.”

“호호호. 무슨 정직하게 돈 버는 회사처럼 말하네?”


김막수 회사도 겉으로 보기엔 그냥 일반 투자회사처럼 보였다.

직접 들어가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게 주가 조작팀이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놈들도 작아서 그렇게 된 거야.”


만일 더 크고 은밀한 권력자들이 연루된 곳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바닥은 큰 세력일수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작은놈들이나 촐랑대다가 잡히는 거지.”

“왜 그렇지?”

“세력으로 안 보이거든.”

“···세력으로 안 보여?”


주식이라는 바다가 있다.


그 안을 물고기들이 헤엄친다.

안에는 상어처럼 무자비한 세력이 있고, 흰수염 고래처럼 덩치는 크지만 자못 고상해 보이는 세력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고상해서 세력처럼 보이지 않아도 그들은 포식자이고 그들 눈에 보이는 건 온통 먹잇감일 뿐!


그들은 오늘도 거침없이 주식이란 바다를 활보하며 유유히 먹잇감을 찾아다닌다. 마치 이 바다의 주인이라도 되는 거처럼······.


그들의 눈에는 세간의 세력들마저 청어 떼나 정어리 떼로 보이고, 개인 투자가들은 그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플라크톤이나 크릴새우 정도일 뿐이다.


한 마디로 그들에게 개인 투자가들은 지켜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많이 먹어야 배부른 작디작은 먹잇감들에 불과한 것.


“기분 나쁘네. 무슨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물론 때론 개인들이 뭉치면 큰 놈들을 위협할 수도 있다.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며 왜소한 덩치를 커 보이게 하는 거처럼.

불개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자신들보다 수천 배 큰 천적들을 물어뜯는 것처럼.


그러나 인간 개미들은 그게 불가능하다.

특히 자기 살기도 바쁜 곳에서 개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


각자도생(各自圖生).

잡혀 먹히지 않으려 달아나기 바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스스로 힘을 키우자고. 그러려면 무기도 키워야 한다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필요 없을지도 모를 만큼의 돈. 나는 그 돈을 모아 대어를 낚고 싶었다.

가능한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교란시키며 선량한 개미들의 꿈을 짓밟고, 그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흉포한 대어를······.


그게 작게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길이고, 크게는 내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게 얼마나 무모하고 바보 같은 짓이란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때론 안주하고픈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저 이 정도면 됐다고, 이 정도면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으니 그동안 번 돈이나 잘 지키며 살자고.

어차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오지랖 떨며 세력들과 싸우느니, 그냥 좋은 종목 몇 개 골라서 장투나 하며 지내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운명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뉴턴이 그랬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특히 인간의 광기가 가장 두드러진 곳.

그곳이 바로 돈이 머무는 곳이었다.


그중 하나.

매일 수십조의 돈이 몰리는 곳, 대한민국 주식시장.

나는 그 돈에 대한 광기로 가득한 곳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여기까지 왔다.



**



“오빠 그러면 이제 첫 번째와 두 번째 세력 이야기가 끝이 난 건가?”


멀리서 내 소설을 읽던 혜림이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묻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서재에만 처박혀서 글을 쓰다가 잠시 머리를 식힐 겸 거실 창가 쪽으로 나와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손에 들던 나는 고개를 들어 혜림이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래. 이제 겨우 잔챙이들 이야기가 끝난 거 같다. 그런데······”


그러면서 바둑판에 흰 돌 하나를 놓았다.


“너도 알다시피 진짜는 이제 겨우 시작이야!”


그러자 피식 웃고 이혜림.

녀석도 내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 두고 있는 이 바둑 또한 그때 시작한 거였으니까.


그동안 만난 세력들을 손바닥 보듯 주무르고 있던 이른바 슈퍼세력을 만났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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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주식으로 돈 벌고자 하는 자 23.05.14 183 0 -
72 개미가 에이스 세력이 되다 23.09.09 26 2 9쪽
71 세력들의 반란 23.09.06 31 1 9쪽
70 핸드폰 없이 합시다 23.08.29 30 2 9쪽
69 돈을 보고 덤빈 놈들 돈으로 망한다? 23.08.24 33 2 9쪽
68 어차피 오를 종목 23.08.19 41 1 9쪽
67 세력들 속의 개미 한 마리 23.08.16 46 1 10쪽
66 기권하겠습니다. 23.08.10 47 1 10쪽
65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 23.08.09 46 1 11쪽
64 세력들처럼 싸워라! 23.08.05 53 2 11쪽
63 혹시 김정은하고 친구야? 23.08.02 62 5 11쪽
62 입계의완 23.07.29 63 4 10쪽
61 2인 1조 23.07.26 68 5 10쪽
60 세력들을 찾으려는 거였네 23.07.22 86 2 10쪽
59 내기 바둑 +1 23.07.19 89 4 11쪽
58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23.07.15 102 5 10쪽
57 부정행위 +1 23.07.12 108 4 10쪽
56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5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20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8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3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8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6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4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8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9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9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7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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